청국의 황자, 전정국
황국의 호위무사, 진
시간을 달려서
01
w.예랑
"황녀님이 깨어나셨다!!"
방안의 온 시선이 내게 모였다. 옷입은 걸 보아하니 시대는 사극인건가? 그러고보니 홉은 그런 것도 안 가르쳐주고 갔다. 도대체 해준 게 뭐야!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사극 좀 볼 걸. 내가 마지막으로 본 사극이 뭐더라. 선덕여왕..?
"큼,크흠. 소란피우지말거라. 나는 괜찮으니."
"…황녀님 아직도 많이 안 좋으신가봅니다."
"뭐?"
"정신이 아직 조금 돌아오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 같으니 푹 쉬십시오."
"…나 멀쩡하다."
"거짓말하지 마셔요! 지금 말투도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잘 못 짚었나보다. 당황한 나를 보더니 시녀는 눈물까지 글썽이기 시작했다.
"황녀님, 아무리 지금 황국이 힘들다 하지만 아프신 황녀님이 부러 몸을 일으키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 나을 때 까지 푹 쉬셔요."
"그,그래. 이만 일단 모두 나가거라."
"예? 저도 말입니까?"
"그래 당연히 너도. 모두 어서 나가거라!"
자꾸 나를 돌아보며 힐끔대는마지막 시녀가 나갈 때까지 재촉하는 눈빛을 보이다 방안에 나만 남게 되자 바삐 홉을 불렀다. 홉,홉,호…,
"푸하하하하"
"…왜 웃어요?"
"어디서 이상한 사극은 보고 와가지고는. "
"선덕여왕 디게 인기 많았는데…."
"아 됬어. 그딴 건 알아도 상관없고, 니 그 오그라드는 말투 좀 어떻게 해봐."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일부러 사극 말투 쓸 필요 없다니깐? 따라해봐. 소란피우지마. 나 괜찮아."
뭐야, 그냥 평소 말투 쓰면 됬잖아… 괜히 생고생했다.
"그걸 이제야 알았냐? 내가 진짜 못 산다."
"아니 그 쪽이 미리 알려줬음 됬잖아요…!"
"노우노우, 그럼 재미없어."
허 참, 부러운 마인드다.
"이제 대충 됬지? 또 다른 궁금한 건 없고?"
"네 됬으니까 얼른 가세요 얼른!"
"뭐야, 이제 필요없으니까 꺼지란 거야? 나 되게 섭섭해."
째려보는 내 눈길에 '어유 무서워라' 괜히 엄살을 피우고는 사라지는 홉이다. 홉이 사라진 후 곰곰히 다른 것을 생각해보았다. 이제 슬슬 다른 캐릭터들이 나올 때가 됬는데, 왜 안나오는 거지? 홉인가 뭔가 잘 하고 있는 거 맞아?
"너 나 안보인다고 욕하면 죽는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홉의 목소리에 괜히 입술을 삐죽여댔다. 도대체, 뭘 할 수 있는 게 없어.
그렇게 내 방문 앞에서 안절부절하고 있는 시녀들을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혼자 방안에 있었다. 저 사람들은 그게 일이겠지만, 아직은 불편하단 말야….
"황녀님, 황제님 납시셨습니다!"
황제? 내 아빠라는 건가? 어떻게 불러야 하는 거지. 설마 그냥 아빠일리는 없고. 다급했다. 이제 걸음소리가 지척에서 들렸다.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홉. 홉?
'아바마마라고 부르고 그냥 높임말을 쓰면 되.'
"아,아바마마!"
황제, 아니 내 아빠는 일어나 있는 나를 보더니 성큼성큼 내게 다가왔다. 정말 걱정했다는 듯이, 날 바라보는 눈시울이 이미 붉었다. 아무 말 없이 안아오는 아빠의 몸짓에 그저 기대어 안기고 말았다. 누군가에게 따뜻한 품을 받는 게 얼마만이더라. 조금은, 이 곳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몸은 괜찮은 게야?"
"예, 이제 괜찮습니다."
"고얀 것. 아비 속을 썩여도 어찌 그리 썩이느냐?"
하하, 어색한 웃음을 흘려보냈다.
"청국에서 정국이가 아마 오늘 올 테다. 너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걱정했으니 잘 대해주거라."
"예? 예."
정국? 지난 번 홉이 보여줬던 난이도 1인 캐릭터를 말하는 건 가? 그래도 쉬운 난이도부터 나와서 다행이다 싶었다. …얼굴이 내 취향이기도 했고.
"참, 이제 몸도 다 나았으니 다시 진을 불러들이는 게 어떻겠느냐? 진이 네가 다시 불러줄 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소식도 못 들은게야?"
"아, 진. 참 그렇죠. 네 이제 불러야죠. 하하하!"
어색한 나를 보고 황제가 눈초리를 보내왔다. 좀 따갑긴 했지만, 이런 건 숱하게 받아왔으니 버틸 자신있다. 진,진도 어디서 많이 들어본 거 같은데. 진? 헐, 그 때 그 난이도4?
"잠깐, 아바마마. 진을 꼭 지금 불러야하나요?"
"방금 내 말하지 않았느냐. 다시 궐로 들어오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지금 전갈을 보내면 아마 오늘 중으로 달려 올게야."
"…조금 더 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이런 말을 하는 나를 보더니 '정말 아직 다 낫지 않은 모양이구나' 짧게 말을 읊조리고는 오늘 중으로 진에게 전갈을 넣겠다 말하곤 떠나는 황제다. 아니, 꼭 지금 안 불러도 된다니깐!! 난 아직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
"누님, 나 왔어!"
정국이의 첫인상은, 참 애기같았다. 얼굴도 하얗고 순둥순둥하게 생겨서 그런가. 웃으면서 말을 거는데,…귀엽긴 했다.
"어 그래 정,정국아 왔어?"
"아픈 건 괜찮아? 누님 꽤 오래 아팠잖아. 아프다고 얼굴도 보여주지도 않고."
"음, 그럼. 이제 다 나았어."
"보고싶었어."
와락 안기는 정국이에 몸을 어찌 해야 할지 몰라 손을 어색하게 내려놓았다. 이 곳 사람들은 전부 안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어색할 땐 시간이 느리게 흘러서 그런건가, 그 몇 초가 어찌나 길던지.
"누님 변했어. 왜 이젠 나도 정국아 안해줘?"
"내,내가 그랬나?"
"나쁘다. 난 누님 볼 날만 계속 기다렸는데. 나만 안달난 거 같잖아."
"아니 그런 게 아니고 정국아,"
"혹시 아직 아픈데 내가 찾아와서 막 어리광부리는 거야? 미안해. 다음 번에 만날 땐 좀 더 어른이 되어 있기로 했는데 약속어겨서. …그래도 가라고 할 건 아니지? 나 진짜 조용히 있을게!"
…도대체 이 몸의 예전 주인은 정국이를 어떻게 대해왔던 걸까. 좀 더 친하게 대해야 하는 건가? 아니, 아무리 얘는 날 어렸을 때부터 알았다고 하더라도 나는 지금 처음 보는 거고, 또 이런 말 하긴 부끄럽지만 난 남자들한테는 낯을 가린단 말이다.
이 생각을 하자마자 홉의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뭐 어쩌라고!! 진짠걸!!
"누님, 진짜 많이 아픈 건 아니지?"
"응. 정말 괜찮다니깐. 왜 뭐 하고싶은 거라도 있어?"
내 말에 정국이의 볼이 예쁘게 발그래해졌다. …얼굴 붉힐 말은 아니였던 거 같은데. 생각보다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구나 하고 넘기려 했는데 그 다음 정국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참, 예뻤다.
"누님은,"
"응."
"늘 내 맘을 잘 알아. 그래서 좋아."
풋풋한 내음 풍기는 말에 나도 정국이를 따라 웃었다.
"나 하고 싶은 게 있어."
"그게 뭔데? 누님이 다~ 들어줄께."
"우리 저잣거리에 나가자. 나 사고싶은 게 있어."
실은 내가 들어주기 힘든 부탁이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쉬운 부탁에 남몰래 다행이라 여겼다. 그나저나 나 나가도 되는 거 맞겠지…?
"근데 정국아, 나 나가도 되?"
"몰라서 물어? 당연히,"
"당연히?"
"몰래 나가야지! 누님 뛰어!"
-
이 곳 세계에 온 이후로 처음 궐내를 나가본 터라 생각보다 신기한 게 많았다. 마치 역사책 속에 들어간 느낌이랄까? 이것저것 예쁜 게 많아 만지작거리고 있었는데, 나가자고 청한 정국이는 구경하지도 않고 그저 묵묵히 내가 고르는 모습을 보기만 한다.
"정국아, 넌 살 거 없어?"
"이제 나한테 물어볼 정신이 생겼어?"
민망해져서 아니 그냥 궁금해서…, 얼버무리니 정국이가 웃더니 나를 한 가게로 데려간다. 이미 준비되었던 것인지 익숙하게 점원에게 물건 하나를 부탁한다. 점원이 들고 나온 것은, 빨간 보석이 박힌 반지였다.
"이거 무슨 보석이야?"
"루비. 의미는 평화."
"뭐야, 나보고 평화롭게 살라는 의미로 주는 거야?"
"응."
그게 뭐야 얘기하면서도 좋아서 반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으니 정국이가 내게 손수 끼워주며 말을 덧붙인다.
"그리고 사랑."
그 말에 잊고있던 홉의 말이 떠올랐다.
'루비를 주는 순간 공략완료.'
-
들어오자마자 황제, 그러니까 내 아버지앞으로 불려가야했다. 정적이 맴돌았고 뭐, 나랑 정국이는 눈치보며 넢죽 머리를 내리는 수밖에.
"변명거리는 없는 게야?"
"잘 못 했,"
"누님은 잘 못한 것 없습니다. 제가 억지로 누님을 끌고 나간거에요. 벌은 저 혼자 받아야 합니다."
"아닙니다, 같이 나간 거에요. 벌을 받는다면 똑같이 받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둘 다 조용!!"
또다시 정적이 감돌았지만 아까와 같은 무거운 침묵은 아니였다. 눈알을 이리저리 돌리다 정국이와 눈이 마주쳤고, 조그만한 웃음이 삐져나왔다.
"정국이 너는 네 아버지께 이 일을 얘기할 것이다. 아마 한동안 황국에선 못 보겠구나."
"하지만 황제님 그건,"
"아직 내 말 다 끝나지 않았다. "
정국이의 입이 합죽이가 됬다. '이제 한동안 못 보는거야?' 울상을 지으며 입모양으로 묻길래 '내가 청국으로 갈께' 답을 해주니 그제야 웃었다.
"00가 너는 이제 계속 진이 붙어다닐게다. 방안에 있으니 그동안 못 다한 담소라도 나누거라. 그리고 한동안은 타국의 행사에 자주 참석해야 할게야."
반발하고 싶었지만 그럴 입장도, 그럴 머리도 안 되는 터라 네, 짧은 대답을 보이곤 정국이에게 눈짓으로 인사를 한 채 얌전히 방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황녀란건 생각보다 제한이 많구나 싶었다.
"황녀님, 오셨습니까."
방 안에는 지난 번 홉이 보여준 사진과 똑같은 남자, 그러니까 진이 있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눈알만 도르륵 굴리고 있었다. 내 호위무사라고 했으니 반말을 써도 되는 거겠지?
"응, 응. 그래."
"… 반기는 척이라도 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아무리 다투고 난 후 처음 만난 거라지만, 너무 하십니다."
…? 다퉈? 이렇게 잘 생긴 사람이랑? 난 내가 얼굴로 사람을 평가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기엔 내 앞의 이사람은
진짜…
너무…
잘 생겼다….
"황녀님?"
"응, 진."
"…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평소보다 두배는 더 혼이 나가신 것 같습니다."
"티가 나?"
"예, 엄청요."
생각했던 것보다 귀여운 그의 모습에 경계심이 스르륵 풀려 가벼운 웃음이 한 차례 터져나왔다. 내가 웃는 것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같이 맑게 웃는 진이다.
"떨어져 있었던 만큼 황녀님과 더 붙어있을 것입니다."
나야 좋지!!! 왜 내가 진작 불러오라고 얘기를 안 했을까!!! 난이도 4라던 홉의 말은 이미 날라간 지 오래다. 끌끌 혀를 찰 홉이 훤히 보였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가.
"응. 그래, 진."
"화는 다 풀리셨습니까?"
"그럼. 사실 내가 뭣때문에 화가 났던지도 기억 안 나는 걸."
내 말에 진의 얼굴이 나 어이없어요 하는 것 처럼 입이 떡 벌어졌다. 아무리 황녀님 기억력 좋지 않은 것은 유명하다지만 너무하지 않냐며 말하는 진의 모습에 그저 웃음으로 대꾸하고 말았다.
"오늘은 피곤해."
"그럼 어서 주무세요."
"넌 어디서 자?"
"이제 절 쫓아내려고까지 하시는 겁니까? 화 다 풀리셨다면서, 거짓말입니까?"
설마 여기서 같이 자야 한다는 건 아니겠지? …홉의 끅끅대며 웃는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맞나보다. 아, 어떡하지. 이불이라도 내어주어야 하는 건가?
"아니아니, 그런 게 아니라 너 춥잖아. 이불이라도 줄까? 같이 잘래?"
"…그런 말 함부로 하시는 거 아닙니다."
진이 이불을 내 목 밑까지 덮어주고 익숙한 듯이 자장가를 불러줬다. 깜깜한 어둠 속 잠에 취하기 전 마지막으로 내가 본 것은 날 바라보는 일렁이는 진의 눈빛이었다.
사담(정신없음주의) |
와 저 일단 심호흡 좀 하구요 와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저 독방에서 추천글 봤거든여ㅠㅠㅠㅠ 으러어엉 떨러셔 차마 댓글은 못 달고 그냥 고이 모셔뒀습니다 다시 찾아서 스크랩할 거에여 지금 이 글 보시고 계십니까? 일단 제 사랑 받아가세여. 워더권드립니다. 저 참고로 독방수니입니다 여러분들 엄청 많이 마주쳤을수도8ㅅ8 줄거리의 큰 틀은 경국지색이랑 같겠지만 디테일은 다를 예정입니다 그래서 나머지 애들 언제 등장시킬지 모르겠어엽ㅎㅅㅎ 암호닉은 다음화에 넣을께엽 요즘 바빠서 정리를 못 했어여 제가 좀 바쁜 사람이거든여(당당)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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