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가 반존대를 써요 /채셔
(번외2) 연애 동화, 아직도 달달한 떡 앙꼬!
"아, 자기이."
"으헝, 진짜 싫단 말이에요."
"자기가 이거 머그면 진짜 뽀뽀해줄 건데에."
한 시간째 이 난리다. 오랜만에 감기에 걸렸다고 망개가 바리바리 싸들고 왔길래, 뭔가 봤더니…. 인삼죽에 홍삼음료, 생닭 같은 것들이다. 특히 저 생닭은 삼계탕을 만들다고 꺼내놓긴 했는데 한 시간째 해체 작업을 벌이고 있고. 물론 나쁘다는 건 아니다. 기특한데……. 저 쓴 걸 어떻게 먹냐는 말이다. 국그릇 같은 데에 홍삼음료를 잔뜩 부어놓고 들고 와선 대뜸 먹으라고 이 난리를 피우고 있는 거다. 이 사약을 어떻게 먹으라는 거냐구.
"지민 씨 뽀뽀 이거 안 먹어도 받을 수 있는 거 다아 아는데."
"이씨, 또 지민 씨래."
아, 참. 망개는 아랫입술을 쭉 내밀고 국 그릇을 탁자에 탁 내려놓았다. 이번에는 이걸로 또 나를 먹게 할 생각인가 본데. 아아, 지민……. 아니, 자기이. 망개의 단단한 팔에 매달려 애교를 피워도 망부석이다. 이걸 또 어떻게 풀지. 게다가 또 지민 씨라고 할 뻔 해서 그런지 망개 얼굴이 더 굳어버렸다. 내 소즁한 망개가 아픈 건 절대 볼 수 없다는 일념으로 입술에다가 뽀뽀할 순 없으니, 볼에다 입술을 비볐다. 덕분에 아까 발라놓은 립스틱이 망개 볼에 잔뜩 발갛게 묻었다. 그게 웃겨서 풉, 하고 웃으니 망개가 찌릿하고 나를 노려본다. 그래도 어떻게 해, 이렇게나 귀여운걸.
"이거 먹으면 한 번 봐준다."
"으응, 진짜 엄청 쓴데에."
"대신 내가 바로 이거, 이거 먹여줄게요."
손에 든 걸 보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라멜이다. 최후의 보루로 산 모양이다. 치사하게 매일 저걸로 나랑 딜을 본다. 이가 썩는다며 단 것들을 매일 단속하는 바람에 카라멜을 숨겨놓으면, 어떻게 알았는지 그걸 다 찾아내는 거다. 결국 요즘 카라멜을 먹지 못했는데, 오늘 샀는지 카라멜 하나가 망개의 손에 인질로 잡혀 있다. 너무해. 굳어있던 얼굴이 이제는 거의 확신하는 얼굴이다. 초롱초롱한 얼굴을 보아하니 내가 이 사약을 먹을 걸 거의 99%는 굳게 믿고 있는 것 같다. 치사해, 역시 엄청 치사하다. 결국 나는 사약을 들어 입에 가져다댔다. 아직 목에 넘기지도 않았는데 잠시 댄 곳이 쓰다. 엄청 쓰다. 이건 분명히 사약이 틀림없다. 나는 눈을 꾹 감고 사약을 들이마셨다. 너무 써서 소름이 돋는 것만 같다.
"아고, 우리 자기 착하다."
반쯤 먹고 울먹이자 망개가 카라멜을 흔들며 내 머리칼을 쓸어주었다. 빨라지는 숨을 진정시키고 다시 들이마시려는데, 망개가 내 코를 꾹 집어주었다. 냄새가 안 나니까 맛도 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나본데 전혀 그렇지 않다. 입술을 꾹 물고 다시 쭉 들이켰다. 사발식 하는 기분이야. 으으, 하고 그릇을 탁 내려다두고 입술을 콱 깨물었는데 망개가 재빠르게 내 입술에 키스를 해왔다. 이건 무슨 상황인가 하고, 눈을 크게 뜨자 내 입 속으로 달콤한 카라멜이 들어왔다. 입 속 가득 카라멜과 함께 달달한 혀가 내 입을 가득 메운다. 곧 내 머리를 조심스럽게 받치는 손길이 있다.
"아유, 내 새끼. 잘해써요. 오구, 예쁘다."
그리고 입술을 떼며, 번들거리는 입을 오물거리면서 말해주는 예쁜 단어들도. 오늘도 이렇게나 달달한 연애의 밤이 흘러간다. 아마 다음 페이지도, 그리고 그 다음 페이지에도 여전히 우리는 벚꽃이 만개할 예쁜 봄을 걷고 있을 거다. 이제 저 생닭을 제 손으로 꼭 잡고 말겠다며 주먹을 꽉 쥐고 뒤뚱이며 뛰어가는 망개를 잡고 다시 키스했다. 아니, 키스할 수 밖에 없는걸. 그 입 속이 너무 달콤해서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홀린 듯 망개를 뒤돌아 세워 키스를 하자 망개가 흐흐흐, 하고 웃음 소리를 냈다. 곧 익, 하고 힘을 써서 나를 소파 위에다 눕히는데, 퍽 박력 있는 그 손길 속에 조심스러움이 배어있다. 그리고 내 볼, 입술, 얼굴 할 것 없이 이것저것 다 가지려는 애 같은 망개의 입술에도. 서툰 듯이 능숙하고, 능숙한 듯 서툰 입술. 다음 페이지엔 아마 성인 동화가 되어있겠지만 지금은 엔딩 샷을 내리기로 한다. 하지만 다들 알 거다, 이 다음 얘기가 어떻게 될는지는.
우리는 늘 해피 엔딩 속에 살 것이라는 열리지 않은 결말을.
덧붙임
안녕하세오, 채셔에오!
다들 잘 지내셨어요? 전 멘붕의 연속이었어요 엉엉... 잘못 올린 이후로 막 엄청 현타 오구 그랬거든요.
하... 망했어! 난 망했어! 이러면서 이불도 차보구...
그래서 멘탈 재정비용으로 번외를 쓰기로 했답니다. 비록 망작이지만 분위기는 그럭저럭 동화 가타서...
이 다음에는 윤기 번외가 올라갈 거예요. 넘나... 넘나 망했지만... 그래도 올릴 거에오... (울먹) (울뛰)
그리고 정국이 글은 제가 너무 바빠져서 아예 완결을 올려드리겠습니다.
이미 몇 편 써놓아서 조금만 더 쓰면 완결이거든요. 조금 있다 텍본 신청 글 올릴 테니 맘껏 신청해주세오!
여전히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두 사랑해오...
망했지만 열심히 쓸 거예요. 왜냐하면 아직 읽어주시는 분이 있기 때문이조♡
저는 절대 쉽게 떠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바쁜 새학기니 비루한 학생을 용서해주세요.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