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다각
w.도돔
일러스트레이팅, 너와의 두번째 이야기
160319 ( 윤기 / 지민 )
![[방탄소년단/다각] 일러스트레이팅,너와의 두번째 이야기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8/3/2af61a50e2ec3e20054ce26483b5719b.jpg)
김탄소
어찌저찌 약속을 잡고 나서 세상 다 망한 표정으로 짐을 쌌다.
앉은 지 얼마 안 된 내가 일어나서 가방을 꾸리자 이상하게 쳐다보는 듯한 카페 주인의 눈빛이 느껴졌다.
저 이상하게 보이죠..? 네.. 저도 압니다 알아요..
절로 한숨이 푹 쉬어졌다. 시계를 쓱 보았더니 지금 출발해야 어느 정도 여유 있게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아 뚜벅이 인생이여! 어쩌다가 그 시내까지 나가야 하나.
민작가님 되게 예민하고 세심하시다는데 혹시 늦으면 엄청 고나리 하시는 거 아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다리가 움직였다.
여전히 말이 없는 카페 주인분과 나 홀로 인사를 나눈 뒤 큰 길가로 나와 택시를 탔다.
막히면 어떡해 어떡해! (는 주말의 낮 2시라서 걱정이 되었다.) 사람 많을 것 같은데!
...는 무슨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서 당황했다. 그냥 먼저 들어가서 기다리는 게 낫겠지?
근데, 이 사람. 나 점심 안 먹은 건 어떻게 알고... 아직 고기먹을 때는 아니지만, 먹게된다고 생각하니 새삼 설레왔다.
약속 시간까지는 한 20분 정도 남았지만 성격 상 먼저 기다리는 게 편한 스타일이라 가게로 들어갔다.
혼자 앉아있으려면 좀 민망하겠지만 이겨낼 수 있어! 20분 쯤이야 .. 근데 나 말고도 혼자 온 사람이 있다.
생각보다 많이 젊어보이는데, 나처럼 친구 기다리고 있나? 저게 무슨 색이야.. 밝은 바이올렛..? 분홍과 보라가 섞인 색..?
표현하기 힘든 머리색을 가졌는데, 피부는 또 얼마나 하얀지 그 머리색을 그대로 소화해냈다.
진짜 부럽다, 난 여잔데도 저렇게 안 예쁠텐데!
자리에 슬쩍 앉으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왜 시간은 흐르지 않지?...아, 먼저 들어왔다고 연락 드려야겠다.
[민작가님, 일찍 도착해서 먼저 들어왔어요.]
아까 급하게 오느라 거울도 못 봤는데. 내가 아무리 폐인이라지만 그 전에 여자이니, 거울이나 좀 볼까?
콧노래를 부르며 거울을 꺼내는데 작가님께 칼답장이 왔다.
[네, 저도요.]
..............?
동공지진과 함께 주위를 둘러보자 내가 아까 예쁘다고 했던 그 하얀 남자가 나를 보고있었다.
아, 잠깐만. 진짜 잠깐만. 저 사람이 지금 민윤기 작가라는 거지?
민윤기
문자를 확인하는가 싶더니 곧 당황한 표정으로 주위를 돌아본다.
아마 저 여자가 탄소씨겠지.
그림을 보고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좀 다른 것 같다. 뭐, 호감형인건 예상했던 거지만.
가볍게 목례를 하자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내쪽으로 걸어왔다.
"앉으세요."
"아, 네...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바지를 입고 오셨다.
개인적으로 테이블을 안 좋아하는 터라 좌식 식탁에 와서 앉았는데, 나중에서야 생각이 들었다.
혹시 치마를 입고 오시면 어떡하지. 탄소씨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점심 드셨어요? 안 드셨을 것 같아서 여기로 정했는데."
"아,아뇨! 안 드셨어요! 아니아니..드신 게 아니라..아..죄송해요.."
"..."
어지간히 당황했구나 싶었다.
그림의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그리는 걸 보고 되게 철저한 사람일 것 같았는데 오히려 그 반대였다.
허둥지둥하는 탄소씨에게 이것저것 묻고 빨리 주문을 했다.
가방을 열고 미리 적어왔던 오더를 드리자, 이게 뭐냐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오더예요. 최대한 자세히 써 온다고 써 온건데, 애매한 부분 있을 수도 있어요."
"아.. 네.."
"제가 작업할 때는 되게 예민하고 꼼꼼하거든요."
"네... 그런 것 같아요..."
"탄소씨랑 좀 친해져야 훨 수월할 것 같았어요. 탄소씨, 괜찮아요?"
"..아-, 저야. 뭐..."
"하하.. 작업할 때만 아니면 저 그렇게 무뚝뚝한 사람 아녜요."
진짜 어색해 죽을 것 같았지만, 이것저것 얘기를 좀 나누었다. (진짜 힘들었다. 진짜. 소설 쓸 때 보다 더.)
서로에 대해서 알고있는 게 아예 없었기때문에 뭐라도 알아야겠다고 생각해서 나이를 물었는데,
동갑이었다.
"...네?"
"93년생이세요...?"
"아, 그렇게 안 보이나요...?"
"...아니요..그, 유명한 소설가라길래..꽤..나이가 있으실 줄.."
뭐, 이런 상황은 꽤 빈번했다.
예전부터 꾸준히 써오던 소설 두 편을 출판했는데, 정말 뜻밖의 성공이었다.
다들 내용이나 뭐로 보나 '24살' 의 작품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뭐, 그게 내 자랑거리긴 하지만.
"네 그런 말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네, 놀랐.. 아 잠시만요. 전화 좀 받을게요."
"그러세요."
"여보세요..-나 여기..그 시내에 있는 고깃집 있잖아. 응, 왜 나 자주 가는 데. 어어.."
곁눈질로 눈치를 보길래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해주었다.
"에? 안 돼. 나 지금 미팅중이야. 안 된다니까. ...민작가님 만나고 있어. -뭐라고? 네가 왜? 아냐아냐, 그러지 마."
점점 울상이 되어가는 표정이 꽤 웃겼다. 아니, 웃긴 건지 귀여운 건진 모르겠는데 웃음이 났다.
아무 말 없이 전화를 끊은 탄소씨는 울상인 표정 그대로 식탁만 쳐다보았다.
"저, 민작가님.."
"네."
"제가 진짜진짜 죄송해요.."
"뭐가요."
"제가 아는 동생이.. 동화책을 쓰는데..무작정 여기 오겠다고.."
"...동화책이요...? 혹시.. 박지민.. 말씀하시는.."
"어, 진짜네요..? 지민이가, 민작가님 만나는거면 오겠다고 떼를 쎠서.."
"하. 여기로 온대요?"
"네.. 제가 그러지 말라고 했는데..죄송해요.."
"아녜요, 뭐. 박지민이랑은 꽤 친하니까, 괜찮습니다."
"어떡하죠.."
"다음에 친해지면 되죠. 다음엔 탄소씨가 커피 사주세요."
"네.."
![[방탄소년단/다각] 일러스트레이팅,너와의 두번째 이야기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16/01/03/4/6b068f047d2eb66214201925c057978f.jpg)
김탄소
진짜, 작가님께 죄송스러워 돌아가실 지경이다.
처음에 서로 알아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당황하고, 실언하고.. 좋게 보여졌을 리 없는데,
그런 상황에 아는 동생까지 끌어들인다니. 김탄소 넌 죽어야 돼 진짜.
오늘 집에 가서 이불만 뻥뻥 찰 것 같다. 아, 미래의 나야, 미안해.
...근데, 민작가님 실제로 뵌 지 이제야 30분 정도인데 내 예상과는 너무 다르다.
나이도 꽤 있고 평소 성격도 되게 까칠하실 것 같았다.(사실 만나자마자 혼날 거라고 예상했다.)
근데 뜻밖의 동갑. 심지어 비주얼도 괜찮고! 아, 이게 문제가 아니구나.
오더작이 까일 땐 몰랐는데 이렇게 사적으로 보니 말투도 조용조용한 게 괜찮은 사람같았다.
그리고 진짜 문제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인 민작가님을 만나자마자 지금까지 안 좋은 인상만 남기고 있다는 것.
이게 다 박지민 때문이야! 왜 나 시간 많을 땐 가만히 있다가 이럴 때만 보자고 징징거리는 건데!
흘긋거리며 민작가님 눈치를 봤지만 표정이 나름 편해 보이는 게 기분이 그리 상하진 않았나보다.
"누나-."
아, 박지민.
이 근처에 있었나 빨리도 온다 정말.
"아, 박지민. 이럴거야 정말?"
"오랜만."
헤실헤실 웃으면서 들어오는 애한테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근데 너무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는 거 아냐..?
"뭐야, 왜 여기 앉아. 민작가님이랑 친하다며. 저기로 넘어가. 얼른."
"아- 왜요-. 누나는 그럼 나랑 안 친해요? 나 누나 옆에 앉을래."
"떼 쓰지말고!"
"괜찮아요. 그냥 거기 앉으라고 해요."
"아..진짜..네.."
못 본지 한 달 정도 되었는데 고새 포동하게 올라온 볼이 눈에 들어왔다.
볼살을 달싹이며 '이모! 여기 장좀 주세요!' 하는데 그새 더 애같아진 느낌이다.
내 오른쪽 어깨에 올라오는 지민이의 왼손.
"야, 손 내려."
그리고, 처음 듣는 민작가님의 단호한 말투.
지민이도 살짝 당황한 듯 했으나, 예상했다는 듯이 샐쭉 웃었다.
"아, 형."
"손 그렇게 막 올리지 마라."
"왜요- 그냥 어깬데.."
"그래도. 하지 마. 그리고 나랑 탄소씨랑 오늘 처음 본 사이야. 좀 친해져볼까 했는데 방해한 주제에."
"뭘 친해져요. 소설가랑 삽화작가 사이로만 지낼 것이지."
"쓸 데 없이 질투하지."
장난스럽지만 톡톡 쏘는 듯한 말투의 지민이와, 익숙하다는 듯 담담히 받아치는 민작가님.
사이에 껴서 어쩔 줄 모르는 나.
"아 누나~ 윤기 형이 저 혼내요.."
"가만히 있자 지민아.. 누나 아직 민작가 님이랑 서먹해.."
"그냥 계속 서먹하게 지내면 되지!"
"...하하..."
그래도 애가 눈치는 있어서 금세 대화 주제를 이끌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냥 이 얘기 저 얘기를 꺼내가며 나랑 민작가님이 얘기를 나눌 수 있도록 도와줬다.
처음에는 당황스럽고 죄송스럽기만 했는데, 이렇게 보면 얘가 와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그래도 다음에 윤기작가님 커피는 꼭 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민이 빼고.
박지민
빈둥빈둥 놀다가 갑자기 생각난 주제가 있었다. 병아리!
병아리야 뭐 내 동화에 거의 매번 등장하긴 하는데 이번에는 좀 색다른 내용이 생각나서.
삽화는 어떡하지? 라고 생각하니 단번에 탄소 누나가 떠올랐다.
왜냐면 누나는 병아리를 잘 그리니까! (사실 그냥 탄소 누나가 좋아서 계속 그러는 거다)
생각난 김에 바로 전화해야지!
난 실천력 좋은 박지민이니까 바로 석진이 형한테 전화 드렸다.
근데 이게 무슨.. 윤기 형이 삽화 오더 때문에 연락하고 있는 중 같다는 거다..
왜 하필 윤기형이고 왜 하필 탄소 누나지? 탄소 누나는 내껀데?
급하게 누나한테 전화를 했는데 이미 늦었다. 만나고 있는 중이다.
말도 안 돼! 다행히도 우리 집 근처에 있는 고깃집이라서 후다닥 준비하고 나갈 수 있다!
첫째도 빨리! 둘째도 빨리! 셋째는 간지!
나가자마자 신나게 손을 흔들면서 택시를 잡아탔다. 아저씨, 시내에 있는 그 가게로요!!!!!
택시에서 내려 후다닥 달려오느라 머리가 산발이 되었다. 이런 모습을 보일 순 없지.
최대한 담담하고, 차분하고. 무엇보다 서둘러 오지 않은 척. 머리를 정돈하고 가게 문을 열었다.
"누나-."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보였다. 한 달 만에 보는 탄소 누나는 그 새 더 내 스타일로 변해있었다.
진짜, 누나 짝은 나밖에 없다니까요..
뭐야, 민윤기. 평소에 이러고 다니는 거 못 본 것 같은데, 지금 김탄소 만난다고 좀 꾸미고 온거야?
일부러 보란듯이 누나 옆에 앉았는데 당황하는 건 오히려 탄소누나.
살짝 뚱해진 기분에 왼쪽에 있는 탄소누나 어깨에 손을 올렸는데, 형한테 혼났다.
"야, 손 내려."
"아, 형."
"손 그렇게 막 올리지 마라."
"왜요- 그냥 어깬데.."
"그래도. 하지 마. 그리고 나랑 탄소씨랑 오늘 처음 본 사이야. 좀 친해져볼까 했는데 방해한 주제에."
"뭘 친해져요. 소설가랑 삽화작가 사이로만 지낼 것이지."
"쓸 데 없이 질투하지."
드,들켰나? 질투하는 거 어떻게 알았지?
더 강하게 밀고 나가보려고 했지만 누나랑 형이랑 오늘 처음 만난 사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일 때문에 만나려고 한건데 내가 갑자기 끼어들었고.
오늘은 이쯤에서 멈추고 그냥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다 낯가리면서 그동안 말은 좀 했으려나? 일부러 이 얘기 저 얘기 꺼내면서 얘기를 엮어주는데,
정말 나 없는 동안 별 얘기 못했다는 느낌이 팍팍 들었다. 세상에 이 사람들아, 나 없었음 얘기는 했겠냐구.
둘이 적당히 친해지도록 도와준 다음에 탄소 누나한테 데이트 해달라고 졸라야겠다.
아, 물론 민윤기 빼고.
감사한 암호닉♡ |
너무 부족한 글솜씨에도 불구하고 암호닉 신청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학생이라 자주는 못 쓰지만 한 번 쓸 때 열심히 쓸게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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