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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 말이 안되는 거 아는데 "
" 그래서 오늘도 우리 집에서 노숙 하시겠다? "
" 노숙이라니. 친구한테 말이 심하시네요. "
" 아무리 물어봐도 이유도 말 안해주고. 무전취식에. 그게 노숙이지. "
내가 눈치를 보자 조수연은 손가락으로 귀를 후비고 후- 분다. 말은 저렇게해도 나를 쉽게 쫓아내진 않을꺼다. 조수연은 쟈가운듯 따숩은 여자거든.
오늘은 내가 박지민을 피해 도망 다닌지 삼일째 되는 밤이었다. 나는 팬티 사건 있었던 그 날, 강미리가 주장한 '필요 충분 조건'을 성립시킨 것을 깨달앗다. 무서웠다. 박지민의 얼굴을 볼 때 마다 더 좋아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무려 15년을 부랄친구로 지낸 박지민이다. 그런 이유로 마음이 진정될 때 까지만 마주치는 것을 피하기로 결심 했다. 그런데 막상 피하려니 박지민이 있을지도 모르는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안 떨어지는 거다.
결국 조수연 집에서 이틀 밤을 지냈고 오늘도 집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다. 박지민도 딱히 말이 없는 걸 보면, 요며칠 집에 오지 않은 것 같고. 내가 라면을 세개째 클리어 하는 걸 빤히 보던 조수연은 무언가 할 말이 있는듯 했다. 밥도 말아 먹으라고 하면 사양하지 않고 먹어야지.
" 가출한거 박쥐인지 뭔지 때문에, 맞지? "
" 커러컥!!! 러허렇ㄱ!!!! "
" 아씨... 드럽게. "
나는 입안에 있던 라면을 격하게 냄비에 도로 반납하며 손으로 코를 쥐었다. 미친!!!!!!! 코에 국물 들어갔나봐!!!!!!!! 몸부림 치는 나를 보던 조수연이 투덜거리며 내게 물을 먹였다. 겨우 진정한 내가, 박쥐라면... 박지민 말하는 거...?, 코맹맹이 소리를 내며 물었다. 조수연이 끄덕거리며 한쪽 손으로 턱을 괴었다.
" 그래. 박지민 걔. "
" ...작두 타라 너. "
" 작두는 개뿔. 아까부터 정서불안처럼 폰만 존나 보던데. "
" 내가 언제!!! "
" 김혜림이 봤어도 눈치 깠을껄. "
" ...그 정도야? 내 연기가 그 정도였어? "
" 어. "
" 아 씨... "
넌씨눈이라 불리는 김혜림 마저 알아챘을 꺼란 조수연의 말에 나는 나 자신에게 실망을 하고말았다. 드디어 입맛이 떨어진 내가 손에서 젓가락을 놓고 식탁만 내려다 보는데 조수연이 야. 나여주, 하고 부른다.
" 아무리 아닌 척해도 멋대로 니 몸이 티내는 것처럼. "
" 어? "
" 마음도 마찬가지임. 마음은 어린 애 같다잖아.
아무리 하지마라고 잡아 끌고 뚜까패도 결국 하고싶은대로 한대.
니가 걱정하는게 뭔지 알겠는데, 그건 니가 고백 안하면 문제 없잖아?
그러니까 니 맴 괴롭히지도 말고. 박지민 걔도 영문도 모르는데 니가 그러면 섭섭할꺼야. 오히려 더 이상하게 생각할껄. 그러니까 흐르는대로 가만히 냅두란 거야. 어떻게든 되겠지. "
나는 멍하게 조수연을 향해 입을 벌렸다. 뭐야 조수연... 존나... 멋있어... 쟤 입에선 항상 욕 아니면 시비만 튀어나왔는데 저런 말 하는거 처음 본다. 뭣보다 내가 박지민에 관한 얘기는 1도 안꺼냈는데 내 행동만 보고 마음을 꿰뚫어 보는 조수연에게 이런게 진정한 우정인가, 감동을 받아서 지금 당장 궁예로 임명하고 싶을 정도였다.
내가 와락 조수연을 끌어 안자 조수연이 기함 하며 나를 밀쳐냈다. 어허 우리 쑤여니 왜이렇게 쑥스러워하니 뽀뽀 좀 해보자. 우리 뽀뽀한 지 너무 오래됐지 않니?
" 쑤여나 싸라해. "
" 됐고.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리 집에서 나가. "
" ...어? "
나는 갑작스레 떨어진 조수연의 비극적인 결정에, 판사님 저는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의했지만 조수연은 자기야말로 내 식욕을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며 나를 내쫓았다. 내 가방을 대문 밖으로 매정하게 던지고 들어가는 수연이를 멍하게 바라보다 불쌍하게 가방을 품에 안고 집으로 향했다. 아씨... 라면 두개만 끓일껄... 세개 끓여서 화났나봐...
집 거실 불이 꺼져 있는 건 베란다 쪽에서 확인 했는데, 혹시 방에 있을지도 몰라. 나는 내 집 현관문에 달린 조그만 구멍으로 무언가를 보려고 애썼지만 노소용이었다. 불빛이라도 비치지 않을까 싶어서 악착같이 구멍에 눈을 들이밀었다. 아무리 내가 조수연의 말에 동의한다한들 당장 쉽게 바꿀 수 있는건 없다. 오늘까지만. 오늘까지만 피하자. 내일 부터는-
" 이제 왔냐. "
" 아아아악! "
내 귀에 대고 속삭이는듯 울리는 목소리에 놀라서 펄쩍 뛰었다. 박지민이 언제 내 등 뒤에 다가온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이제왔냐 하는 걸로 봐선 여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 확실했다. 뭐지 계단에서 보고 있었나? 그럼 내가 이상한 짓 하는 거 봤겠네. 박지민이 복도 벽에 몸을 기대면서 뭐하냐, 현관문이랑 키스하냐? 했고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키스 같은 소리하네, 했다.
" 놀랬잖아. "
" 최대한 안 놀래키려고 노력한 거임. "
" 어쨌든 존나 놀랬거든? "
" 그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 "
" 왜 밖에 서있고 난리야. 평소엔 잘도 멋대로 쳐들어가 있더니. "
내 어깨에 아무렇지 않게 팔을 두르는 박지민 때문에 부끄러워진 내가 괜히 신경질적으로 말하며 도어락 비번을 다다다 누르는데, 박지민이 조용하다. 옆을 돌아보니 박지민이 내 얼굴을 뚫어져라 살피고 있는 거다.
얼굴이 너무 가까워서 뒷걸음질 치자 박지민이 양손으로 내 머리통을 고정시켰다. 내 얼굴 곳곳으로 도르르 굴러가는 박지민의 눈이 어둠 속에서도 또렷이 보였다. 미친... 놀라서 숨도 안 쉬어진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죽빵을 날렸을 텐데 지금은 죽빵이고 뭐고 현기증이 난다.
" ...뭔 짓? "
" 너 혹시, 성형했냐? "
" 뭔 개소리야? 나 원래 예쁘잖아, 자연미인. "
" 개소리는 니가 하는데. "
" 아 뭐. 하고 싶은 말이 뭐야. "
" 니가 요즘 나를 피하길래. "
성형이라도 하고 한창 붓기 빼는 중인가 싶었지, 박지민이 내 머리통에서 손을 떼며 중얼거렸다. 정말이지 상상을 뛰어 넘는 박지민의 발상에 헛웃음이 터졌다. 그래 박지민. 니가 어릴 때부터 씽크빅 모범생이었던 건 내가 잘 알지. 박지민은 내가 누르다만 비밀번호를 리셋한 뒤 꾹꾹 누르면서,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성형하면 뒤진다, 하는 거다.
" 맨날 나한테 못생겼다 할 땐 언제고? "
" 그건 니가 내 취향이 아니라서 그런거지. 내 친구들은 너 예쁘다던데? "
" ...... "
" 특히 김태형이 너 예쁘다고 자꾸 소개시켜달라 하는데, 걘 안돼. 또라이거든. "
" ...... "
" 오빠만 믿어. 좋은 남자 하나 골라줄게. "
......
고오오오맙다... 존나... 좋아서 눈물이 다 난다... 나는 짝남이_나에게_관심1도_없는_경우의_대화.txt 직격탄을 맞고 눈에 습기가 차는걸 느꼈지만 이내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박지민은 현관문을 열고 나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 아 왜 밀어! 하고 뒤를 돌아보자 박지민은 이미 성큼성큼 복도 저만치를 걷고 있다.
" 엥, 너 안 들어가? "
" 어. 간다. "
" 뭐야. 왜 왔어. "
" 성형했나 확인하러. 빨리 들어가. 못생겼어."
" 아씨, 저게...... "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뒤를 보는 박지민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려준 나는 현관문을 닫- 는척 하다가 잽싸게!!! 문틈 사이로 박지민이 걸어가는 것을 훔쳐봤다. 나는 난생처음으로 박지민이 아파트 복도를 걸어가는 뒷 모습을 끝까지 지켜봤고 그 애가 사라진 귀퉁이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고3 첫 모의고사를 친 날 애들의 입은 간만에 조용해졌다. 나는 항상 받아오던 점수대 근처를 배회했다. 이래서야 원하는 대학은 고사하고 재수하게 생겼어. 머리칼을 쥐어 뜯는데 애들이 일요일에 도서관 가자길래 싫어 너네끼리 가, 라고 하려다가 박지민이 [야일요일에도서관가자] 하는 톡 알림이 떠서 바로 알겠다고 답했다.(이런 친구 사귀지 마세여)
시립도서관 복도를 오며 가며 다른 열람실을 열심히 기웃거렸다. 절대로 박지민을 훔쳐보기 위해서가 맞다. 나와 박지민은 각자 친구들과 왔기 때문에 우리는 생이별(?)을 한 것이다. 엄청 집중했나 봐. 멈춘 것처럼 미동도 없는 동그란 머리통이 귀여워서 혼자 키득거리는데, 목이 뻐근한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드는 박지민 때문에 후다닥 걸음을 옮겨야 했다. 봄이겠다 점심 먹었겠다 밀려오는 졸음에 정신을 못 차리는 애들과 야외 휴게실 테이블에 가서 앉았다. 각자 손에 자판기 커피나 레드불을 쥐고 무거운 눈을 꿈뻑였다. 봄 특유의 노란 햇살 덕에 더 노곤했다.
“ 아… 다이어트 망했어. “
“ 니가? 다이어트?를 한다고? “
“ 혹시 내가 다이어트 단어 뜻을 잘못 알고있니? “
“ 닥쳐. 나 저녁 굶을꺼야. 말리지마. “
“ 저래놓고 저녁 먹자고 제일 먼저 톡한다에 내 손모가지 건다. “
“ 니 손모가지 존나 무쓸모인데, 왜 걸어? “
한참 넷이서 떠드는데 내 맞은편에 앉은 강미리의 표정이 갑자기 묘해진다. 뭐야. 쟤 표정 왜 저래. 너무 못생겨서 구경하고 있는데 내 어깨를 톡톡 치는 손길에 올려다 보니 박지민이 서있다. 약간 부스스한 얼굴이 박지민도 많이 졸려서 나왔나 보다. 순식간에 대화가 중단된 이 정적에 굉-장한 불편함을 느끼며 박지민을 멀뚱멀뚱 올려다 봤다. 박지민이 뒤를 가리키며 나가자, 한다.
“ 여주가 잠시만 빌릴게요. “
“ 네. 빌려가세요! “
“ 굳이 안 돌려 주셔두 돼요! “
애들의 나댐에 박지민이 멋쩍게 웃었다. 내가 닥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무언의 눈빛을 쏘자, 애들은 내 눈을 피하며 저녁 메뉴 얘기를 한다. 조수연이 의미심장하게 웃는걸 보며 황급히 박지민을 따라 나갔다. 뭐야 어디가, 했더니 1층. 나가서 걷자, 한다. 나는 마지못해 가주는 척하며 내적 댄스를 췄다.
도서관 정원으로 내려가는 돌계단 앞에 멈춰선 박지민이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히며 목을 짧게 돌리는데, 감은 눈부터 목까지 떨어지는 옆선이 너무 멋있어서 하마터면 침을 흘릴 뻔했다. 그러다 갑자기 박지민이 눈을 뜨는 바람에 시선이 마주친 나는 자동 반사적으로 시비를 시전했다.
“ 귀찮게. 니 친구들이랑 걸으면 되잖아. “
“ 남자 새끼랑 산책하면 뭐해. “
“ 뭐야 나 여자임? “
“ 그럼 니가 남자냐? “
어우야!!!!!!!! 나 여자 맞긴 한데 박지민이 직접 여자라고 해주니까 기분 째질 것 같다. 내가 평소에 박지민에게 얼마나 사내 취급을 받는지 잘 알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말잇못) 비식 웃음이 나오는 걸 숨기며 막 봄에 들어 초록초록해져 가는 정원을 둘러 보았다.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리듬을 타며 워킹 하는데
문득 나 혼자 걷는 느낌에 옆을 돌아보니 박지민이 사라지고 없다. …뭐야. 이건 신종 어그로야? 이 샛기 먼저 올라간 거야? 배신감에 휩싸인 내가 설마 하며 뒤를 돌아보니, 박지민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나를 보고 있다. 뭐하니 쟤...?
“ 거기서 뭐해? “
“ …… “
“ 아. 우리 찌미니 뒷간 가구시포? “
“ 야. “
“ ...엉? “
“ 이게 존나 말이 안 되는 거 나도 아는데. “
내 뒷간 드립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섭섭함도 잠시, 사뭇 진지한 박지민의 눈빛과 말투에 나는 박지민과 완벽하게 마주보며 몸을 돌렸다. 왜 저래?
“ 뭔데? 말해. “
“ …… “
이른 봄 바람이 살랑이자 박지민의 흑갈색 머리칼이 흩어지고 반듯한 이마가 약간 드러난다. 무려 바람도 도와주는 박지민의 잘생김이라고 생각했다. 자꾸만 열릴 듯 말듯한 박지민의 입술을 보며 슬슬 애가 타기 시작하는데, 박지민이 내가 선 쪽으로 한 걸음 두 걸음 다가오다 멈추더니 입을 연다.
“ 나여주 너 “
“ 나 좋아하는 거, 아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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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밤 눈치 백단 지미니 여러분...... 지금이라도 꽁냥꽁냥을 즐겨놓으세요!!!^ㅁ^ (도망) |
| 제목 바꾼 이유 (부제:잡소리지만길다) |
저 충격 받아써요. 남사친의 정의라는 똑같은 제목이 있더라구요...?(동공지진) 제가 글잡은 인티만 읽어서 무지했어요. 검색을 해봤어야 했는데ㅠㅠ 있을법한 제목이긴 하지만, 그게 마침 방탄글 우리 태태글 그것도 아주 유명한 빙의글이라길래 1차 놀람-> 2차 놀람은 1편을 눌렀더니 제일 먼저 보이는 단어가 난쟁이 똥자루.. 흔히 쓰는 단어긴 하지만 저라면 제 글을 보고 의심했을 것 같은거에요..★ ->3차 놀람 여주 친구이름을 수정이로 하려다 수연이라고 했는데, 그 글 여주 토모가 수정이더라구요. 물론 이것도 워낙 많이 쓰시니까 있을법은 하지만, 제기준 겹치는게 많다보니 당황해가지고ㅋㅋㅋ 무서워서 창을 꺼버렸어요ㅋㅋ 아무튼..멘붕 잡소리가 길었구요… 결론: 이러이러하여 글 쓰던거 올스탑하고 짱구 굴려서 제목 바꿨어요 |
' 3' ♥
뿡뿡99 지민아좋아해 맴매때찌 황토색 0103 정꾸기냥 배고프다 민윤기다리털 귀찌 낫띵라잌방탄 미스터 동상이몽 달달한비 민윤기 메로나
고마워요....ㅠㅠㅠㅠㅠㅠㅠ 정말 독자님들 덕에 힘내며 글 써요♡
♥ 이불ㄹ - 독자님들 = 시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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