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 망태기님 . 호빵님 . 규요미님 . 식빵님 . 깨금님 . 학학이님 . 투잡님
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14
만난 지 2주년이 되어 우리는 평소와 어울리지 않게 분위기를 잡고는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어두운 밤불을 모두 끈 체 초에 불을 붙여 거실 중간에 놔두었다. 표지훈이 사 놓은 초코케이크를 케이크 칼로 8조각으로 나누고는 한 조각씩 각자의 그릇에 담는다.
“시간 되게 느리게 간다”
아직도 만나지 2년 채 되지 않았다니,
지금껏 표지훈에게 까칠하게 대한 이유.
처음에는 그저 남자를 사랑한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 처음에는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이라 생각하고 싶었다.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가던 도중 인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았을 때 당황하며 서있는 같은 교복에 이름표 색만 다른 후배가 서있었다. 그땐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 후배는 귀가 붉어져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다른 곳으로 향하던 눈동자가 나에게로 향하며 눈이 마주쳤다.
“형 나 형 좋아해요. 형 나랑 사귀어요 아니 연애해요 아니… 그러니깐 1일 해요”
거절할 수 있었지만 그때 마음은 꼭 집어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설렌다는 말이 어울렸다. 애초에 표지훈을 좋아하고 있었지만 남자를 사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 6개월 만에 인정하게 되었다. 나는 표지훈을 좋아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티 내기 싫었기에 질투 또한 하지 않는척하였다. 이태일과 스킨십을 자주 할 때는 지금처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괜히 신경이 날카로워지며 질투 아닌 질투를 하긴 했다. 사랑하기 때문에 표현을 하고 싶었고 사랑하기 때문에 같이 있고 싶었다.
참다 참다 술을 처음 마셔 취한 날 좋아하는 마음을 표지훈에게 표현해 버렸고 그 순간에도 막상 사랑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커플티를 사 줬을 때 마냥 웃고 있는 바보 같은 모습에 내가 떠나도 저렇게 바보 같은 웃음을 지을까 괜히 화가 나 표지훈에게 화를 냈다. 풀어주지 않는 성격이라 풀어주진 않았지만 며칠 동안 삐쳐있는 표지훈을 어떻게 풀어줘야 할까 밤새 생각했다.
“지호야, 음료수 마실래?”
단순했기에 좋았던 점은 굳이 풀어주려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풀려 나에게로 돌아와주었다는 것. 지금은 그 바보 같은 웃음이 사랑스럽지만 그때는 내가 떠나도 항상 그렇게 바보처럼 웃으며 지낼까 봐 걱정도 되고 미련해 보여 싫었다. 사랑해서 함께 하고 싶었기에 대학교가 표지훈의 집과 가까워 핑계로 일주일에 6번 정도를 표지훈의 집에서 보냈고 표지훈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바보 같은 웃음을 지으며 나를 반길 뿐. 항상 까칠하고 말도 별로 없던 나의 모습을 사랑하다 밝고 말을 많이 하는 나로 변해버리면 서로 멀어지고 결국 권태기가 와 헤어질까 봐 지금껏 다가가지 못 했다.
저 바보 같은 아이가 우리가 헤어지고 난 후 괜히 힘들어할까 다가가지 못 했다. 그동안 힘들었으니 이제는 웃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 이유는 지금은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아니깐.
결론은 네가 좋다.
눈앞에 있는 네가 그저 좋다. 왜 이제야 이렇게 늦게 사랑을 깨 닳은지는 알 수 없지만 네가 좋다.
“사랑해”
처음으로 하는 말에 표지훈의 귀는 자꾸만 붉어진다. 11월, 추운 저녁. 2년 동안 무얼 한 걸까. 무엇보다도 예전의 너와 나는 벽을 그어버린 나로 인하여 좀처럼 가까워질 수 없었지만 벽이 사라진 지금 이렇게 서로를 마주 보며 웃을 수 있다는 점. 촛불이 붉어 모든 것이 붉어 보인다. 표지훈의 얼굴도 모든 것이 붉어 보인다.
“지금껏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마워”
대체 어떤 이유로 내 옆에서 버텼던 것일까. “이유 없이 좋아 봉”그러고는 어색하게 초코케이크를 포크로 짚어 입안으로 넣는다. 말없이 웃으며 먹는 모습을 바라보자 초코 케이크를 한가득 퍼 입안으로 넣더니 갑작스레 입을 맞춰온다. 달달한 초코 향이 깊숙이 들어오고 혀에 의해서 초코케이크는 부드럽고 달콤하게 무너진다. 차가운 11월의 밤이 뜨겁다. 붉은빛으로 가득한 거실은 진하게 입을 맞추는 소리로 가득 차고 입속에 초코케이크가 모두 녹아 사라져버렸지만 초코 향을 머금은 체 진하게 입을 맞춘다.
입을 때고는 촛불을 끄고는 어두운 밤거리로 향한다. 아니 어두운 놀이터로 향한다. 모래가 가득한 놀이터 뒤로 초록색의 풀과 나무로 뒤덮인 낡은 의자 벤치에 앉아 말없이 손을 잡고 밤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따라 더 밝은 듯 한 별들. 사람이 없는 아파트를 조용히 뛰어다닌다. 말없이 즐기는 데이트. 아늑한 밤거리를 뛰논다.
현재 영국에 계시는 아버지에게 메일을 보내 커밍아웃 사실을 밝혔다. 아버지는 긴 장문의 편지의 답을 보내주셨다.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아버지의 바람.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표지훈의 아버지도 우리를 허락해 주셨다. 아니 인정을 해 주셨다. 짧은 내용의 문자메시지 「원하는 데로 해라」짧지만 오랜 시간 고민했을 듯한 아버지의 문자메시지.
시간이 흐르고 고등학생이 아닌 성인 남자가 된 우리.
이번 겨울 동반 입대를 하였다. 2년 동안 혹시나 들킬까 눈조차 마주치지 않고 모르는 사이처럼 생활하였다. 여자친구가 아닌 남자친구가 있다는 이유로 우리를 다른 시선으로 볼 것이 뻔하기에 우린 조용히 숨어 나라를 지키기 위해 훈련을 한다.
사람들은 동성애자가 남에게 해를 끼친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해를 끼치지 않는다. 처음 보는 사람의 몸을 더듬으려 하지도 않고 지금 이 순간 함께 살아가는 사람일 뿐이다.
술집에서 표지훈과 나의 사이에 대해서 말하던 그날. 누군가 물었다. “미리 말하지, 이해해 줄 수 있는데” 하지만 사회는 단순히 동성을 사랑한다는 말을 털어놓기 위해서 수천 번의 생각을 하게 만든다.
같이 이 세상에서 태어났으니 사람들은 편견을 가지고 차별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편견을 가지고 차별을 한다.
하지만 그 편견을 가지고 차별을 하는 사람들. 차별을 받는 사람들. 대표적으로 동성애자들은 자신들을 거부하는 사회에서 차별을 당하지 않기 위해 드러내지 않을 뿐이지 동생 그리고 형. 누나의 친구. 제일 친한 친구 아니면 며칠 전 슈퍼에서 마주쳤던 꼬마 아이 그것도 아니라면 길을 걷다 1초 동안 눈을 마주쳤던 사람까지도 누군가는 동성을 사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표지훈과 나처럼.
결론은 난 네가 좋다.
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 더보기 |
끝!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인스티즈앱 
윤아가 새벽늦게 자는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