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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09
거의 모든 날을 표지훈의 집에서 자지만 예의상 일주일에 2번 정도는 집에서 자곤 한다. 표지훈의 집에서 잔다고 하더라도 친구랑 놀 때만 밖에 나가고 보통 옆에 앉아 작사 작곡을 해 다른 연인들처럼 밖에서 데이트를 한 기억은 그리 많지 않다. 오늘은 집에서 자는 날이다. 샤워를 끝내고 침대에 누워 시끄럽게 울려대는 카톡 알림음에 결국 폰을 열어본다.
「형 우리 데이트해요」
「귀찮아」
「내일 해요. 영화도 보고 밥도 먹자 지호야」
「싫어」
「지호 하트♥」
눈은 피곤한데도 계속해서 폰이 울려대자 잠이 들 수가 없어 결국은 「알았어」 그러자 「내일 1시까지 롯데리아 앞으로 와요」지금쯤 폰을 놓고 집 안을 뛰어다니고 있을 표지훈의 모습이 눈에 그려져 소리 없이 웃고는 「잔다」그제야 폰을 손에서 놓고 몇 번 카톡 알림음이 울리지만 무시한 체로 잠이 든다. 9시. 알람이 울리고 잠에서 깨 바로 화장실로 향한다. 물 소리와 함께 닫혀있는 화장실.
“나와”
어린 시절부터 일어나면 바로 샤워를 하고 자기 직전에 샤워를 하는 버릇을 들여놔 형과 나는 아침. 저녁 먼저 온 선착순대로 샤워를 한다. 몇 번 화장실 문을 발로 차도 미동조차 없자 부엌으로 가 식탁 위 정리된 식빵을 하나 입에 물고는 자는 사이 표지훈에게서 온 10통의 카톡을 확인하고는 「일어났어」짧게 답을 한다. 우태운. 화장실 문이 열리고 비슷한 키를 가진 형이 머리를 말리지 않은 체 화장실에서 나오자 곧바로 화장실로 들어가 문을 잠그곤 옷을 벗는다. 차가운 물로 샤워를 끝내고는 이미 머리를 다 말린 체 소파에 앉아있는 형의 앞에 있는 헤어드라이어기를 들어 TV를 보며 느긋하게 머리를 말린다.
평소와 비슷한 옷차림으로 밖으로 향했고 그리 멀지 않은 거리 겨울이 된 쌀쌀한 거리를 걷는다. 며칠 전만 하더라도 뜨겁게 내리쬐던 태양이 지금은 오히려 차갑게 느껴진다. 반팔 티셔츠로 가득 찼던 거리가 이제는 긴 팔이 가득 차고 공기가 냉하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는구나. 하얀색의 구름이 가득 찬 하늘. 맑은 날 롯데리아 앞에서 표지훈을 기다린다. 문자 알림음이 들리고 5분 남은 약속시간에 표지훈에게서 늦는다는 내용의 문자가 온 건가 바로 폰을 열어 내용을 확인한다. 0000에게서 온 문자. 내용을 읽자마자 주위를 둘러본다.
「나 너 스토컨데 오늘은 술 마시러 안가네?」
표지훈이구나. 어디에 있을까 주위를 둘러본다. 보이지 않아 계속해서 주위를 둘러보자 또다시 문자 알림음이 울린다. 「카키색 재킷 예쁘다」 올봄에 표지훈이 선물해 주었던 재킷. 소리 없이 웃고는 다시 한번 두리번 걸리자 또다시 울리는 문자 알림음. 「남자친구 만나러 왔어?」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롯데리아 앞에 위치한 커피숍을 보았다. 투명한 유리 속 구석에서 그렇게 웃긴 것인지 낄낄거리고 있는 표지훈의 모습. 이유 없이 웃음이 나온다. 「둘러보지 마. 오래전부터 쫓아다녔어」 어설프다.
폰을 보며 웃고 있는 표지훈을 보다 왼편 횡단보도의 신호가 바뀌자 뛰어 커피숍 앞에 숨어 내가 사라져 당황하고 있는 표지훈을 바라본다. 문자 알림음이 울리고 당황하지 않은 척. 「어딜 그렇게 돌아다녀?」티 나지 않게 커피숍 안으로 들어가 표지훈의 바로 뒷자리에 앉아 문자를 보낸다. 「스토커 따라다니나 봐, 너도 안 오고 그냥 집 간다」
“어? …. 어 안되는데….”
폰을 만지작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고는 카톡을 켜고는 나에게 「형 지금 바로 앞이야 갈게요」뒤에서 보고 있다 아직 전송을 누르지 않은 표지훈이 전송을 누르자 카톡 알림음 소리와 함께 뒤에서 표지훈의 폰을 뺏어든다.
“찾았다. 스토커”
누군가 손에 쥐고 있던 폰을 가져가자 당황하다 목소리를 듣고는 웃으며 뒤를 돈다.
“다 안거야?”
“일부러 눈치채라고 한거 아니야?”
웃음기가 사라지며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구나. 오랜만에 오는 집 같은 포근한 분위기의 카페, 어색함이 들어 눈을 굴려 아기자기한 장식품으로 장식된 인테리어를 둘러보다 표지훈의 앞자리에 앉는다. 표지훈은 자리에 일어서 카운터로 가 둘 다 커피를 싫어하는 탓에 레몬에이드 두 잔과 갈릭 허니브레드 하나를 시키고는 자리로 돌아온다. 고등학생 때 자주 갔던 롯데리아가 아닌 이곳에서 눈을 마주 보니 어색하다. 오랜만에 하는 데이트라 한껏 꾸미고 온 표지훈을 보니 웃음이 나온다. 머리에도 힘을 주고 옷에도 힘을 준 모습이 평소와는 달라 어색하다.
“어제 보고 싶어서 미치는 줄 알았어”
“난 별로”
이제는 익숙한 듯 토라지지 않고 말없이 웃음을 짓는다. 진동 벨이 울리자 진공 벨을 손에 쥐고는 카운터로 가 주문했던 레몬에이드 두 잔과 갈릭 허니브레드를 가져와 테이블에 내려놓는다. 레몬에이드를 앞에 내려놓자마자 몸을 숙여 레몬에이드를 마셨다. 너무 달다.
“다음 주 주말에 우리 집 갈래?”
“가자”
예술고등학교로 진학을 하느라 17살 어린 나이에 독립을 하여 방학 때마다 지방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가곤 한다. 오랜 시간 동안 커피숍에서 시간을 보내고 5시가 넘어 커피숍에서 나와 추운 겨울이 다가오는 지금. 번화가 사람들의 시선 탓에 그저 친구 사이인 듯 조금 떨어진 체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가득 찬 거리를 걷는다. 근처 영화관으로 가 평점이 제일 좋은 영화를 골라 표를 끊고는 어색하게 옆에 서 카라멜 팝콘과 콜라를 커플 콤보로 주문하고 표지훈이 손안에 가득 쥐고는 의자로 향한다. 영화가 시작하기 까지는 30분이 남았고 우리는 의자에 앉아 지루함에 팝콘을 쥐어 입안에 넣는다.
“우리 연인 같아”
처음으로 온 영화관에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한 체 손으로 나를 쿡쿡 찌르며 바보 같은 웃음을 짓는다. 영화가 시작하는 시간이 되어 상영관 안으로 들어가 피곤함에 무겁게 감기는 두 눈에 힘을 주며 광고가 나오는 큰 화면을 바라본다. 영화가 시작됨과 동시에 불이 꺼졌다. 평점은 높았지만 상영된 지 오래된 영화라 그런지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6번째 줄 왼쪽 끝 부분 두 좌석. 사람들의 눈에 숨어 오늘은 평범한 연인이고 싶은 표지훈은 영화에 집중하지 못한 체 자꾸만 옆을 쳐다보다 자연스레 손을 잡고는 눈이 마주치자 바보 같은 웃음을 짓는다.
한참 영화 속에 빠져 화려한 액션을 감상하고 있는 영화관 안은 팝콘을 먹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고 조용하다. 표지훈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는 작은 목소리로 귀에 속삭인다.
“형”
말없이 쳐다보자 눈이 마주침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입을 맞춰온다. 눈동자만 굴린 체 두 좌석이 떨어져 있는 사람을 보자 영화에 집중하느라 아무것도 보지 못해 속으로 안도하고는 왼손으로 표지훈을 밀어낸다. 그러자 장난스럽게 윙크를 하고는 똑바로 앉아 어깨에 머리를 기대 끝날 때까지도 영화에 집중하지 못한 체 팝콘을 먹는 모습 하나하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눈이 마주칠 때마다 바보 같은 웃음을 짓는다. 나 또한 표지훈 탓에 영화에 집중을 못했지만 신경은 쓰지 않았다. 애초에 영화를 보러 온 것이 아니라 표지훈과 데이트를 하러 온 것이니
“재미없다. 그렇지?"
소리 없이 비웃었다. 애초에 재미를 바라고 온 걸까 스킨십을 바라고 온 것은 아닐까.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가고는 카페에 할 짓이 없어 너무 오랜 시간을 보냈던 탓일까 2시간 동안 영화를 보고 나오자 어느덧 8시가 되어있다. 근처 음식점으로 가 평소처럼 주꾸미 콩나물 찜을 먹으러 간다. 뭐가 그렇게 즐거운 것인지 뚫어져라 얼굴을 쳐다본다. 이미 오래전부터 단련이 된 행동이라 아무렇지 않은척하지만 부담스러운 시선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곤 긴 팔을 들어 볼을 쿡 찌르며
“예뻐”
시간이 빠르게 흘러 9시가 되어 표지훈의 아파트 놀이터로 가 주황색의 가로등이 내리비추는 은은한 분위기의 벤치에 앉는다. “춥다” 그 말에 추위를 잘 느끼지 않는 표지훈은 입고 있던 검은색 재킷을 벗어 어깨 위로 걸쳐주고는 자신의 손에 몇 번이고 입김을 불어 손을 비벼 열을 내어 내 귀를 감싼다. 뜨거운 손에서 전해져 오는 열기에 귀는 금방 달아올라 온몸을 녹여준다.
“귀마개야”
“안 추워? 루돌프 같아”
코와 귀가 루돌프처럼 붉어져 있다. 하나도 춥지 않다며 어린아이처럼 놀이터 안을 뛰어다니며 넘어지기도 하고 되지도 않는 춤을 춰보기도 한다. 이유 없이 그 모습 하나하나가 웃겨 오랜만에 소리 내어 웃자 더 오버를 하여 벤치에 앉아있는 나를 웃겨준다. 그러다 진지한 표정으로 바뀌어 나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형. 나 포기할 때까지 나한테 잡히면 오늘 내 위에서 하기”
“어? 미친놈”
그제야 장난스럽게 웃고 어린아이 비위 맞춰주듯 도망가자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뒤쫓아온다. 다소 유치한 장난이라 하던 도중에도 얼굴이 달아올라 그만둘까 했지만 마냥 순수한 표정으로 뒤쫓아 오는 표지훈을 보니 그러기엔 미안해 일부러 속도를 늦춰주자 표지훈은 손을 뻗어 후드티 모자를 잡는다. 갑작스럽게 몸이 뒤로 넘어가 차가운 모래바닥에 주저앉자 표지훈은 모자를 손에서 놓고는 앞으로 걸어와 무릎을 꿇고 내 위로 올라온다. 자연스레 주위를 둘러보며 사람이 보지는 않았을까 살펴보다 사람이 없자 잇몸이 보이는 순수한 웃음을 짓고 있는 표지훈을 따라 웃는다.
“미친놈아 내려와”
“이렇게 웃는 거 처음 봐. 예뻐”
표지훈은 서서히 몸을 내려 나에게 밀착시키고 서서히 고개가 넘어가 차가운 모래바닥에 뒤통수를 닿은 체 누워있는 나는 표지훈을 바라본다. 잠시나마 진지하게 변한 눈빛이 나에게 다가와 차가워진 입술에 닿아 뜨거운 혀가 서로를 휘감는다. 차디찬 공기와는 달리 뜨거운 혀는 서로를 느끼며 부드럽게 서로의 혀를 빨아들인다. 잠시 입술을 떼어내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고는 다시 천천히 서로에게 다가가 입을 맞춘다.
표지훈 우지호 그리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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