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검은 배경을 쓰고 나니까
뭔가,
뭐랄까,
억눌렀던 모든 욕망이 폭발하는 느낌...
검은 배경을 쓸 때마다의 일화를 하나 알려드리자면,
머릿속에서 A부터 Z까지 떠올린 채 쓴다면 아마 여기에 쓰는 부분은 D까지 랄까...
E부터 Z은... 하... 진짜... 제 손가락을 내려치며 참고 있달까...
후... 침착하자. 키스 이상은 안 된다... 키스, 이, 그, 이상은...
크흡...
하... 참아야한다. 얘네 이제 손 잡았는데... 뽀뽀했는데... (심호흡)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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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노 - 소년이 소녀에게 보내는 편지.
저녁을 먹고 난 뒤 느지막한 밤이 되었을 때 윤기가 남준이를 불렀으면 좋겠다.
길쭉한 귀를 바짝 세운 채로 침대 앞에 앉아 시트를 두 손에 꼭 쥐고,
그 위로 턱을 괴고,
침대에 앉아있는 남준이를 올려봤으면 좋겠다.
산책 가자.
... 갑자기요?
싫어?
떨떠름한 반응에 바짝 서 있던 귀가 축 내려갔으면 좋겠다.
표정은, 별 차이 없는데 귀가 다 말하네. 남준이는 그 광경이 순간 신기해서 그럴까, 수긍하는 기색을 내보였으면.
그러면 귀가 또 바짝.
남준이가 역시 시간이... 하며 말을 늘이면
귀가 또 추욱.
두어번 반복하다가 윤기가 쿠션을 던지며 제대로 답하라고 외치면 그제야 나가자고 하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쿠션을 내려놓고,
아직은 조금 쌀쌀한 감이 남아있는 밤 날씨를 위해 적당한 외투를 걸치고,
편한 신발을 신고,
나란히 현관을 나섰으면 좋겠다.
모처럼 산책을 나온거니까 멀리 나가보자는 남준이의 말에 윤기가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간 곳이,
예전에 왔었던 한강이었으면 좋겠다.
그 때와 비슷한 어둠,
더 풀어져 따뜻한 날씨,
그 때와 비슷한 거리,
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한강.
그 안 산책로를 남준이를 따라 걷는 윤기가 보고 싶다.
이제는 누가 하나 신경을 쓰지 않아도 알아서 서로의 걸음걸이 속도에 자신의 걸음을 맞춘 채로,
간간히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있으면 잠깐 서서 구경하고,
운동기구가 있는 곳에서 당차게 윤기가 올라갔다가 발판이 갑자기 휙 움직여서 놀라고는 귀를 툭 내보여서 남준이가 얼른 손으로 가려주고,
보이는 산책로를 한참 걷다가 편의점 근처에 다다르면 벤치에 앉아 잠시 쉬기도 했으면.
차가운 벤치가 엉덩이에 닿는 감각에 몸을 부르르 떤 윤기가 작게 발장난을 친 채로 하늘을 올려봤으면.
보름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못지않게 둥그런 달이 떠 있으면 입을 살짝 벌린 채 가만히 달을 올려봤으면.
형.
응?
달에는 달토끼가 사는 거 알아요?
의외로 현실을 알고 있지만, 또 의외로 현실을 모르는 윤기에게 남준이가 작은 아이같은 꿈 하나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달에 달토끼가 살아요.
그래서,
절구를 놓고, 이렇게 생긴 막대기를 들고... 이걸 절구공이라고 하거든요. 이걸로 내내 절구를 찧어서 무언갈 만든대요.
흙바닥에 남준이가 손가락으로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이야기를 해주었으면.
그러면 가만히 집중하고 있던 윤기가 남준이의 예상과 달리 심각한 얼굴로 달을 올려봤으면 좋겠다.
... 노동주가 누구야?
... 네?
24시간 내내 일하는거야? 수당은 제대로 챙겨주는거야? 최저는 제대로 준대? 토끼가 만만한가. 왜 끌고가서 일을 시키는거야?
어떻게 그런 악덕업주가 있을 수 있냐면서 분노하는 윤기를 보고 남준이가 잠시 당황했으면 좋겠다.
꿈을 보여주었더니 엉뚱한 현실을 대입해버리는 윤기가 참, 윤기 답다고 생각해서 잠시 있다가는 입꼬리를 올려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야?
그러니까... 노동주 같은 건 없어요. 그 토끼들이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죠.
그런거야?
네. 옛날부터 달은 뭔가 신비로운 세계라는 인식이 강해서요.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예전부터 달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세계이고, 그 안에 살고 있는 동물이 토끼다. 라는 거예요. 달이라는 세계에 제일 잘 어울리는 동물이 토끼라는 이야기.
... 낯간지러워.
조금 이야기가 섞인 기분이 들지만 상관없겠지, 싶어 설명을 끝낸 남준이가 윤기의 대답에 의아함을 보였으면 좋겠다.
윤기의 귀 끝이 살짝 붉게 달아오른 채로 신발코로 흙바닥을 콕콕 찍었으면 좋겠다.
이유를 말해주길 기다리던 남준이가 입꼬리를 올려 웃고는 자리에서 일어났으면 좋겠다.
마실 것을 사오겠다며 근처 편의점으로 걸어갔으면.
윤기는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가 고개를 홱 돌려 다시 하늘을 올려봤으면 좋겠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유일하게 밝은 달은 자신이 보기에도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할 말을 잃었으면 좋겠다.
뭐야.
예쁘다는 말을,
간접적으로 들은 기분이라서
낯간지러워.
남준이가 떠난 사이 얼른 손부채질을 하면서 제 볼에 오르는 뜨끈한 열기를 식혔으면.
예민한 귀에 남준이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면 윤기가 고개를 돌렸으면 좋겠다.
편의점과 벤치가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닌 것 같은데,
그 사이에 유독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윤기의 눈에는 오로지 남준이의 얼굴만이 또렷하게 보였으면 좋겠다.
남준이도 사람들 사이로 빼꼼 보이는 윤기의 얼굴만이 또렷하게 시야에 잡혔으면 좋겠다.
수많은 사람들의 흐릿한 어깨와, 틈새를 지나
걸어오는 남준이와
앉아있는 윤기의
시선이 그렇게 계속 맞닿았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도착하고 윤기에게 주스를 건네주면서 다른 이야기를 꺼냈으면 좋겠다.
달토끼에게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 는 동화도 있어요. 원래 하려던 말은 이거였는데 다른 이야기 하느라 까먹었네.
소원?
빌어봐요.
어... 이렇게 빌면 돼?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이려는 윤기를 보고 그런 비는 것이 아니라 소원을 비는거라며 윤기를 앉혀놨으면.
그리고 윤기의 손 위로 제 손을 겹쳐 윤기의 두 손바닥이 마주닿게 만들었으면.
속으로, 눈을 감고 천천히 비는 거예요. 또렷하게. 형 소원을 달토끼에게.
...
남준이의 말을 따라서 윤기가 느릿하게 눈을 감고 속으로 소원을 빌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소원을 비는 것이 조금 뒤에 끝났는지 눈을 뜨고 깍지를 끼고 있던 손을 푼 채 남준이가 사다준 음료수 캔을 만지작거렸으면 좋겠다.
무슨 소원 빌었어요?
글쎄.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궁금했던 남준이가 슬쩍 물어보면 윤기는 고개를 슬쩍 돌리고는 음료수 캔을 따 한 모금 마셨으면 좋겠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한강 가운데에서,
한참을 앉아있다가 바람이 약간의 한기를 같이 몰고올 즈음이 되서야 둘의 발걸음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으면 좋겠다.
달이 여전히 휘영찬란하게 떠있었으면 좋겠다.
남준이와 윤기가 그 둘만의 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래
하얗게 빛나고 있었으면 좋겠다.
--
숨겨진 이야기. 달토끼 님. 안녕하세요. 땅에서 살고 있는 토끼입니다. 소원은... 제 소원은, 아까 마주쳤던 시선을 잃지 않게 해주세요. 처음부터 잃지 않기를 원했던 이 온기를 계속 이어가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달토끼 님.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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