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대형견과 토끼를 시작했던 장소 = 부모님 집.
여기에 있자니 다시 폭업의 기질이 스멀스멀 올라오네요.
이 집에 뭔가 흐르나...?
세레노 - 소년이 소녀에게 보내는 편지.
어느 날부터인가 윤기가 평소 식사량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당근 한 개에서 한 개 반으로,
간식도 자주 입에 대고,
초콜릿이 없으면 토끼의 모습으로 건초를 계속 우물우물거렸으면.
토끼가 입을 씰룩거리면서 열심히 무언가 오도독, 와작와작, 바작바작거리면서 먹는 게 귀여워서
남준이도 자신의 간식을 모두 포기하고 그만큼 윤기의 간식을 사들여 먹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며칠이 일주일이 되고,
일주일이 조금씩 조각조각 모여 한 달을 채워갈 즈음에
남준이가 사람의 모습으로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윤기를 빤히 바라봤으면 좋겠다.
윤기가 깔끔하게 상대를 완패시켜놓고 뿌듯하게 웃으면서 씻어놓은 당근 하나를 들어 와작, 깨물면서
고개를 돌려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왜 그러냐고 묻기도 전에
남준이가 윤기의 볼을 꾹 손으로 눌렀으면 좋겠다.
붕어마냥 입술이 삐죽 튀어나온 윤기가
뭐하냐면서 손으로 남준이의 손목을 탁탁 두드렸으면.
그 즈음에
남준이의 웃음기를 담은 목소리가 들렸으면.
형.
살 쪘네요?
그 소리를 듣자마자 윤기가 눈을 번뜩 뜨고는 남준이의 얼굴을 손으로 퍽 밀쳐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마냥 마르기만 했던 몸에 살짝 살이 붙고,
볼에도 볼살이 살짝 뽈록하게 올라온 것이 귀여워서 한 말이었는데
윤기가 씩씩대면서 안 쪘다고 눈을 부릅 뜨자 속으로 아차 싶어서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으면.
어. 어. 내가 잘 못 봤네. 안 쪘어요. 응.
윤기가 씩씩대다가 다시 당근을 와작, 깨물려서 행동을 뚝 멈추고는
제 볼을 스스로 눌러보다가 제 티셔츠를 훌렁 벗어 배를 한 번 봤다가
당근을 남준이한테 던졌으면 좋겠다.
너 때문에 당근맛 떨어졌잖아. 안 먹어.
네?
그리고 토끼로 변해버리고는 노트북 앞을 떠나갔으면 좋겠다.
남준이 너는 당근을 들고 그런 윤기의 뒤를 졸졸 쫓아다녔으면 좋겠다.
진짜 하나도 안 쪘으니까 더 먹으라고,
당근 이거 아직 반이나 남지 않았냐고.
윤기는 못 들은 척 방 안을 뱅글뱅글 돌고,
그걸 따라 남준이도 뱅글뱅글 돌아다녔으면 좋겠다.
가끔가다가 윤기를 잡아 들어올렸다가
윤기의 뒷발에 팔이나 얼굴을 얻어맞았으면 좋겠다.
토끼가, 뿔났다.
저녁 시간이 되어서도 당근 한 쪽 입에 대질 않는 윤기를 보고 한숨을 쉬던 남준이가
윤기가 먼저 잠에 들면 조용히 핸드폰을 들어 톡, 톡 검색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토끼의 화를 푸는 법.
토끼가 삐침.
삐친 토끼 달래주기.
등등
한참을 찾아보다가 핸드폰을 손에 쥔 채로 윤기를 따라 잠에 들어버렸으면 좋겠다.
다음날부터 윤기의 다이어트가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수북히 쌓인 간식들에는 입도 하나 대질않고, 툭하면 방 안을 빙글빙글 뛰어다니고,
언제는 저녁에 남준이를 끌고 산책이라는 명목으로 집 주위를 한참을 걷기도 했으면.
그 날도 윤기의 주도 하에 밖에서 한참 걷고있던 어느 날 밤이었으면 좋겠다.
꽤 많이 풀린 날씨를 따라 가벼운 외투를 걸친 채로
가로등이 아래를 내리쬐는 주황빛, 혹은 하얀빛의 거리 속에 남준이와 윤기의 모습이 자리했으면.
예전에 동물병원에 갔을 때도 느꼈지만 유독 살에 민감한 것 같은 윤기를 보고 남준이가 넌지시 물어봤으면 좋겠다.
살 찌는 게
싫어요?
남준이의 물음에 윤기의 고개가 두어번 끄덕여졌으면.
살찐 토끼를 보고 사람들이 예쁘다고 하지 않잖아.
윤기의 대답에 남준이는 머리속으로 윤기의 말을 데굴데굴 굴리며 그 뜻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나한테도
예뻐 보이고 싶은거예요?
생각에 집중해서 저도 모르게 목소리로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던 말을 툭 뱉어냈으면.
윤기가 그 말에 너한테 예뻐보여서 뭐햐나고 투덜거리려던 순간에,
남준이의 말이 다시 툭, 나와버렸으면 좋겠다.
이미 충분히
예쁜데.
안 그래도 마냥 빠르지 않던 걸음이 천천히 느려졌으면 좋겠다.
윤기가 놀란 얼굴로 땅을 내려보고 있다가,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남자한테 예쁘다가 뭐냐면서 한 마디 하려고 고개를 드는 순간에,
저보다 약간 뒤처진 채 걸음을 멈추고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남준이를 보고 그 말을 꿀꺽 삼켰으면.
어색한 정적이 흐르고,
남준이가 아직 당황스러움이 가득 남은 얼굴로 윤기를 바라보며 더듬더듬 변명을 하려고 했으면.
그러면서도 방금 제가 뱉어낸 그 말을 부정하기는 싫어서 결국 멋쩍은 얼굴로 웃어버렸으면.
윤기 너는 그런 남준이를 보다가,
손을 뻗어 남준이의 소매 끝을 잡아 다시 자신을 보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진짜?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히 질문을 건넸으면 좋겠다.
그 솔직한 질문에,
솔직한 마음에,
남준이 너도 그대로 솔직함에 물들여져서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의 어색한 정적이 흐른 뒤에는
둘의 발걸음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고,
예전의 어느 저녁처럼,
두 손 끝이 조심히 맞닿았으면 좋겠다.
--
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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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닉 신청을 마감한 뒤에 정리해서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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