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뚝뚝한 커플(사실은 달달한)이 정말 무뚝뚝하다면
1.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아침밥을 굶는 바람에 기분이 안좋았다. 먹기 위해 사는 나로선 이보다 더 짜증 나는 일이 없었다. 아무런 말도 하기 싫고 귀찮은 나머지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의자에 앉아 표정을 구기고 있었다. 그때 전정국이 내 옆에 털썩 앉아 몇 분 내내 아무 말 없이 앉아있더니 어디론가 나가 버렸다. 별 생각 없이 가나 보네 생각하고 있을 무렵 책상 위로 후두득 무언가가 떨어졌다. "먹어." "뭔데." "안 먹었잖아, 밥." 표정을 구기고 의자에 앉아있었을 뿐인데 어떻게 알았는지 빵과 우유를 던져주었다. 전정국 나이스. 2. 체육대회 날이었다. 전정국은 계주 대표 선수여서 몸을 풀고 있었고 난 스탠드에 앉아 흐암- 하품하는 동시에 사람 구경 중이었다. 그때 수줍은 얼굴을 한 여자아이가 전정국에게 다가가 뭐라 뭐라 말을 하자 전정국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안 들어도 알 수 있어. 꺼져. 너 같은 애들 딱 질색이야. 전정국도 매번 거절할 땐 똑같은 레퍼토리더라. 지루함에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드니 옆에 앉아있던 친구가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물었고 난 시큰둥하게 답했다. "알 게 뭐야. 좋은가 보지." 대답을 마친 나는 엉덩이를 툭툭 털고 터벅터벅 걸어갔다. 햇볕이 내리쬐는걸 죽도록 싫어하는 내가 스탠드 밖으로 나간 이유는 단 하나였다. 전정국 손에 들려있는 부채가 내 것이여서. 더워 죽겠는데 왜 부채를 뺐어가고 난리야. 옆에 서 있던 걸리적거리는 여자아이를 옆으로 살짝 밀고는 부채를 내놓으라고 협박했다. "야, 비켜. 넌 내 부채 내놔." "뽀뽀하면 줄 수도." 뽀뽀를 해달라는 어이없는 전정국의 요구에 코웃음을 치고는 정강이를 찼다. 꽤나 타격이 컸는지 다리를 부여잡고는 주저앉아 아파하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 큭큭 웃어대니 여자아이가 나를 째려봤다. "뭐 하세요? 오빠한테 사과하세요." " 아, 미안. 됐냐?" 아주 건성으로 사과를 하고 다시 스탠드로 돌아와 앉았다. 역시 스탠드 밖은 위험해. 3. 학교를 마치고 영화관으로 바로 달려와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 새로 나온 영화들을 살펴보는데 나와 전정국이 보고 싶은 영화가 달랐다. "야. 다 보고 만나." "그래." 각자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본 후 만족스러워하던 나와 전정국은 배가 고파 가장 가까운 식당으로 들어가 대충 허기진 배를 채우고 나와 집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다. "내일 그거다." "뭐." "독서실 가는 날." "아. 까먹고 있었네." "우리 집에서 하자. 콜?" "나야 좋지." 무뚝뚝한 커플이 사실은 엄청나게 활기차고 달달함 따윈 찾아볼 수 없다면 1. "인간적으로 한 번만 봐주셈." "전 낫닝겐이라 그런 거 모르는데요." "쳐 맞으실? 님 좀 맞아야 할 듯." 어디선가 이상한 말투를 주워들은 나와 전정국은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딱밤 맞기 중이었다. 결국 내가 졌고 부들거리는 손으로 앞머리를 탁 까고 이마를 들이대는 순간까지 한번 봐줄 순 없겠냐고 비굴하게 빌었다. 그러자 전정국이 내 이마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냥 맞아. 봐주는 게 어딨어!"
딱 소리와 함께 내 이마는 붉게 물 들어갔고 정말 이 정도로 세게 때릴거라는 예상을 하지 못했던 나는 화를 참을 수가 없어 머리채를 마구 잡았다. " 너 죽고 나 죽자! 세상에 어느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를 그렇게 때려!!" "네가 여자냐... 아! 미안해! 미안하다고!!" 2. 오랜만에 정국이네 집에 놀러 가 기분 좋게 로맨스 영화를 보고 밥도 배불리 먹고 빈둥대고 있었다. 때 마침 올 때 사온 아이스크림 생각이 나 바로 냉동고를 열어 아이스크림을 꺼내 식탁 위에 곱게 올려놓았다. "나 화장실 갔다올 거 니까 먹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진짜 건드리면 뒤진다." "걱정 붙들어매고 다녀오세용~ 여보~" 전혀 믿음직스럽지 않은 얼굴에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른 스피드로 볼 일을 보고 화장실에서 나오니 웬일로 아이스크림에 손을 대지 않고 날 기다리는 전정국이 보였다. "오, 철 들었어? 말도 잘 듣고?" "이 오빠가 널 두고 먼저 먹겠냐." 나보다 생일도 느린 주제에 자기 자신을 오빠라 칭하는 전정국이 웃겨 깔깔대다가 아이스크림 통 뚜껑을 열었다. 분명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엄마는 외계인을 맨 위에 깔아달라고 했는데 왜 없는 거지. 급한 마음으로 몇 번 퍼먹어도 도통 보이지가 않았다. 설마, "야... 죽고 싶어? 야!! 이 또라이야!!" "어후, 정국이 살려! 여기 킹콩이 사람 팬다!!" 설마가 사람을 잡는다. 3. 대 지각이 예상되는 시각이다. 8시에 일어나버린 나는 이도 못 닦고 머리만 대충 빗은 채로 신발을 구겨신 고 집 밖을 나왔다. 10분 컷으로 끊어야 해, 아니면 교문에서 잡힌다. 마음 속으로 발에 부스터를 장착한 채 바뀌지 않은 신호를 보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나를 톡톡 건드렸다. 아, 누구야? 안 그래도 짜증났던 기분이 더욱 다운되어 인상을 팍 쓰고 뒤를 돌아 보자 웬 훈남이 서 있었다. "죄송한데 번호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저 방탄 공고 2학년이에요." 이게 꿈이냐, 생시냐. 훈남이 말을 건 것도 모자라 나한테 번호를 물어봤어. 난생처음 따여보는 번호에 손을 달달 떨며 번호를 찍어주려는데 어디선가 그다지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거기~ 그림 좋은데 이제 떨어지시죠? 이 아줌마 제 여자친구 입니다만." 능글맞게 내 어깨에 팔을 걸치며 나에게 다가온 전정국이 자연스레 그 남자애의 어깨를 살짝 밀었고, 마침 바뀐 신호에 내 손목을 붙잡고 빠른 속도로 뛰어댔다. 야! 천천히 가! 횡단보도를 다 건너고 숨이 차 헥헥 거리며 무릎을 짚은 채 전정국을 째려봤다. "야! 뭐가 그렇게 급해! 씨... 존잘이었는데." "존잘이면 뭐 하게? 착각은 자유라지만... 너무 심하다. 꿀꿀아..." 언제나처럼 나를 약 올리는 전정국의 목소리가 듣기 싫어 두 귀를 막은 채 악! 소리를 지르며 걸어갔다. 뒤에서 뭐라뭐라 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귀를 더 세게 막고 지각을 피하기 위해 힘차게 뛰어갔다. "ㅁㅁㅁ! 그럼 네가 덜 예쁘던가! 아씨, 같이 가!"
-- 이런 것도 써보고 싶어서 한번 가져와봤어요 ㅋㅋㅋㅋ잠시 피식 웃을 수 있는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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