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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한 계절








[방탄소년단/박지민] 남사친의 모든 것 [完] - 함께한 계절 | 인스티즈








여태 박지민이 내 곁에 머무르지 않았던 계절은 없었다. 언젠가부터 나의 봄은 항상 박지민의 잔소리와 함께 이불 빨래로 시작됐다. 여름에는 둘이 축 늘어져 여름이 싫다며 투덜거리다 보면 계절이 끝났다. 선선해진 바람에 들뜬 박지민이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찌는 건 알겠는데 왜 너도 살찌는 거냐며 내게 깐죽대면 어느새 가을이 왔고 매번 한 짝만 돌아다니는 수면 양말을 타박하는 짐줌마가 수면 양말을 한아름 사와 던져 놓으면 겨울이 시작됐다. 그래서 나의 고3의 가을은 처음으로 지민이가 옆에 없었던 계절이란 수식을 얻었다. 그 가을은 토가 나올 정도로 미친듯이 공부를 한 기억밖에 없다. 명목상의 이유는 이러쿵 저러쿵해도 우리가 고3이라는 현실 때문이었고, 진짜 속마음은 머리 좋은 박지민과 같은 대학을 가려면 점수를 안정시켜야 했기 때문이었다. 



" 나 스벅인데 볼래? "

지금?



공부 외에 한 것을 굳이 꼽자면 박지민 생각. 미안하고 후회하고 또 너무 보고 싶다, 그런 생각. 매일매일 몇 번이고 폰을 들었다가 놓았다. 꼬박 15년을 내 옆에 있어줘서, 정말로 떠나버린 걸까,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아서 연락을 할 수가 없었다. 그 사단이 났는데도, 내 옆에 그 애가 없는데도 아이러니하게 그 애가 있는 것이 여전히 당연했던 것이다. 그런 스스로가 싫어서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박지민이 내 옆에 있는게 당연하지 않게 됐을 때, 그 애에게 보고 싶었다고 말하려 했다. 그게 진짜 사과라고 생각했고 어떠한 대답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어느새 수틀리고 삐뚤게 자라버려서 그 애의 상처를 덧냈던 내 마음이 아니라, 그저 내가 너를 정말 보고 싶었어. 오롯한 그 진심만을 전하고 싶었다. 



[나랑 치킨집 차리실분? 이과 망해라]
[???이과 머리채 잡지 마시조?]
[애두라 요즘은 문과가 더 빨리 취직한대]
[첨듣는데]
[ㄴㄷ]
[문과는 대학 졸업하고]
[바로 칙힌집 차리고]
[이과는]
[취직했다 때려치고 칙힌집 차린대]
[ㅋㄱㄱㄱㅋㄱㄱ]
[시밬ㅋㅋㅋ]



수능이 끝난지 약 한달이 다 되가는데도 여전히 정신줄을 놓은듯한 톡방을 관음하며 혼자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러다 카페 유리창을 통통 치는 소리에 옆을 돌아봤다. 눈 덮인 거리만큼 허여멀건한 민윤기가 조금 웃겨서 비웃어줬다. 눈사람이신줄. 근데 뭔가 바꼈... 와... 이번엔 금발이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몽 색이었는데 금발을 하고 나타난 민윤기가 휘적휘적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감탄이 나왔다. 정말 다이나믹하지만 잘 어울리는게 함정이네. 



" 선배 머리털 괜찮을까? "

" 나 신경 써주는 거야? "

" 응. 탈모 걸릴 것 같은데. "

" 무서운 소리를 되게 아무렇지 않게 한다. 나 신경 써줄거면 톡이나 씹지 말던가. "



선배가 툴툴거리며 앞에 놓인 카스테라를 조금 뜯어 먹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나는 말 없이 따뜻한 커피를 홀짝였다. 음 일부러 씹은건 아니었는데 너무 바쁘게 살아서. 수능이 끝난 후 나는 오후 1시까지 쿨쿨 늦잠을 자다 일어나 9시까지 카페 알바를 했다. 내 일과를 들은 남준 오빠가 알바를 할바엔 학원을 다녀라며 통장으로 돈을 쏴줬지만 앞으로 얼마간은 책만 봐도 토가 나올 것 같아서 싫다고 맛있는거 잘 사먹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다.



" 지민이는? "

" ...몰라. "

" 지민이한테 니 얘기 물어도 모른다더니. 왜 다 모른대? 싸웠어? "

" 아. 나 궁금한거 있는데. "

" 말 돌리는 거 봐라. 뭐? "

" 저번에 나 취했을 때 내가 진짜 지민이 질투하게 도와달라구 부탁했어? "

" 그거? 뻥인데. 그냥 던져 봤는데 니가 덥석 물길래 놀랐어. "



내가 기가 찬 표정으로 아씨 모야 뻥쳤어... 중얼거리자 민윤기가 하얀 코를 찡긋했다. 어쩐지 수상하다 했다고. 별로 도와주는 느낌도 아니었고 술 취했을 때 기억 다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 해봐도 난 분명 그런 말 한적도 없었다구.



" 그래도 나는 도와줬다? "

" 뭘? "

" 그 날 우리 근처에 지민이 있었거든. 질투 하라고 내가 니 얼굴 만졌잖아. "

" ...... "



보고 있었다고? 그건 몰랐네. 나는 머그컵 손잡이를 만지작 거렸다. 뭐... 알았다 해도 난 더 신나서 민윤기가 현관문 앞까지 데려다 주도록 놔뒀을지도 몰라. 갑자기 코 끝이 찡해지기 시작해서 일부러 부산한 움직임으로 내 가방을 뒤적였다. 손에 잡힌 딱딱한 것을 꺼내며 민윤기에게 건냈고 선배는 그 것을 보고 웃으며 받아 들었다. 대학가 작업실에 갔던 날 받았던 씨디였다. 



" 노래는 들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안 들었어. "

" 줄 때부터 다시 돌아올 것 같았어. "

" 작두 타. 머리 색도 그렇고 되게 신비로워 보여. "

" 그럴까. 노래로 성공 못하면 그래야지. "



성공 못할리가 없지만. 민윤기는 저다운 말을 덧붙였다. 우리 둘은 웃었다. 그간 민윤기가 속한 밴드는 홍대에서 꽤 알아주는 밴드가 되었고 몇 번이고 공연을 보러 오라며 연락했던 민윤기였지만 처음에는 새벽까지 공부하고 돌아와 지쳐서 답하지 못했고 그 후로는 다음에 박지민이랑 갈게, 그렇게 보내려다 자신이 없어져서 계속 답을 미뤘던 것이다.



다음에 지민이랑 공연 보러 와. 또 씹으면 진짜 잡으러 온다.

팬도 많으실텐데 공인이 공갈 협박 하시네여?

내 팬들은 이런 면을 좋아해.

...어서 가버려.

안그래도 진짜 가봐야 돼. 니가 갑자기 연락해서 연습하다 도망 나옴. 

헐 미안하네.

됐어. 비싼 얼굴 보여줘서 고오맙고 다음에 보자.

안녕!

안녕.






" 아씨... 추운데 더워... "



나는 이 추운 겨울 날에 식은 땀을 흘리며 박지민 집 현관문 앞에서 20분째 서성거리는 중이었다. 수능이 끝난 후 아줌마가 얼굴 좀 보자며 정말 섭섭하다고 몇 번이고 닦달하셨는데 이번엔 도저히 핑계거리가 없어서 결국 올 수 밖에 없었건만 문제는 박지민의 얼굴 볼 준비가 안됐다는 거다. 이러다 기절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쿵쿵대는 심장에 쉼호흡을 하며 생각했다. 대체 무슨 말을 제일 먼저 해야 할



" 웤!!!!!!!!!!! "

" 왔어? "



와아허엏아ㅓ렁라 갑자기 열린 현관문에 소리를 꽥 질렀다. 문을 잡고서 나를 빤히 보는 박지민은 검은 목폴라를 입고 있었다. 여름에 마지막으로 봤던 그 애가 흰 반팔티를 입고 있었던 것을 떠올리자 뭔가 낯설었다. 그새 머리도 많이 길어 눈 바로 위까지 덮여있는데 그게 묘해 보여서 또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안뇽 인사하며 집으로 쏙 들어갔고 집 안엔 아무도 없는 듯했다. 아줌마가 계셨다면 일찌감치 도도도 달려오셨을텐데.



" 아줌마는? "

" 엄만 정국이 픽업하러. "

" 꾸기 애기네. "

" 다 컸는데 무슨 애기야 징그럽게. "



지민이가 벽에 기대어 진저리치는 걸 보며 웃음이 터졌고 그 애도 나를 보며 킬킬댔다. 그건 그렇네. 정국이가 키도 몸집도 박지민보다 크니까 징그러울 만하다. 하하... 그러다가 우리 사이엔 소름끼치게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시험 잘 쳤어? 언어 영역 정말 죽이고 싶지 않았니? 할 말이 많을 만한데 목구멍에 걸려 나오질 않았다. 미치겠네... 입술만 잘근잘근 깨물고 있는데 그 애가 알바 때문에 준비할게 있다기에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라고 했다. 아 이럴땐 뭔 알바인지 물어봐야지 멍청아!!! 혼자 자책하는데 제 방쪽으로 슬리퍼를 끌며 가던 지민이가 뒤돌아 봤다.



" 너 심심하면 컴퓨터 하던가. "



나는 지민이 방 컴퓨터 앞에 앉아서 웹툰 1화의 제일 첫 장면에서 스크롤을 내리지 못한채 등 뒤에서 들려오는 책장 소리와 사각사각 거리는 펜 소리만 듣고 앉아 있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여기 오기 전에 최악의 시나리오로 지민이가 나를 싸늘하게 바라보는 것도 상상했는데 지금 이 상황은... 더 최악이었다. 마치 우리 사이의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덮을 만한 일이 된 것 같았고 그것이 곧 그 시간들이 모두 무의미하게 쓰레기통에 쳐박히는 느낌이 드는 거다. 순간 덜컥 겁이 났고 반사적으로 의자에서 일어나 지민이의 등을 바라보고 섰다. 숨을 한번 크게 들이켰다.



“ ...지민아 있잖아. "



별 반응이 없는 지민이의 뒷모습을 보며 말아 쥔 주먹에 손톱이 손바닥으로 파고 들었지만 아프지 않았다. 박지민이 완전히 멀어질까하는 두려움 때문에 내 계획대로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진심'은 아닐 것 같지만 그래도 진심이다. 



" 많이 보고 싶었어. "



나는 너 없는 계절 동안 매일 매일 손 닿는 곳마다 니가 떠올랐고 너무 후회되고 힘들었어. 그런데 있잖아. 그것보다 그냥 니가 너무 보고 싶었어 지민아. 하지만 그 애는 돌아보지 않았다. 이내 책장을 한번 넘기는 박지민의 손에, 미동도 없는 그 애의 굳은 등에, 방 안 시계의 초침 소리가 늘어 날 때마다 눈 앞이 울렁거렸다. 넘치려는 것을 가까스로 눈을 깜빡이며 주워 담으려 애쓰며 쿨쩍거렸다. 내가 진짜 많이 잘못한 건 맞는데. 그래도 우리가 15년을 우정했는데 친구로는 남아야 할 거 아니야.



" 니가 나 싫어도... 흡... 그래도 우린 부랄 친군데... "



울먹이며 내뱉은 부랄 친구란 말이 통한 건지 박지민의 머리통이 조금 움직였다.



“ …나여주? “



지민이가 뒤돌아 나를 멀뚱히 보더니 귀에서 이어폰...을 뺐다. 



“ 무슨 일 있어? “

“ …… “



...못 들은 거야? 이 씨... 갑자기 덮치듯 밀려 오는 서러움에 눈 앞을 흐리던 것들이 팡하고 터졌다. 박지민이 뻥진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내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숙이자 볼을 타고 흐르는 것들이 바닥으로 뚝 뚝 떨어졌다. 



" 야. 너 왜 울어, 어? "



대답도 움직임도 없이 그저 끅끅 울기만 하는 나를 박지민은 영문도 모른채 달랬다. 그 애의 손이 등에 닿자 더 목놓아 우는 나를 보며 박지민이 한숨을 쉬었다. 내가 진짜 용기내서 말한 건데... 한번 더는 말 못하겠어. 몰라 다 때려 치울 거야. 대학 가서 박지민보다 487932849827498274배 더 멋진 남자 만날 거야. 근데 생각해보니까 그런 남자 없을 것 같아 흑흑. 더 슬퍼져서 오열하려던 찰나, 몸이 휘청거렸고 내 머리가 맞닿은 것이 박지민의 어깨라는 것을 알아차리기까지 꽤 여러번 눈을 깜빡여야 했다. 박지민이 또 한숨을 쉬며 나를 두 팔로 세게 끌어 안았다.



“ 미안해. 다 들었어. “

“ ...? “

“ 장난친 거야. “



박지민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이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 들어...? 장난...? 그 의미를 알아 듣자마자 충격을 받아 울음을 뚝 그쳤다. 뻥 안치고 주룩 주룩 넘치던 눈물이며 콧물이 순식간에 멈췄다. 내 등을 토닥이는 박지민의 가슴팍을 두 손으로 밀쳐냈다. 눈이 마주치자 박지민이 눈꼬리를 늘어뜨리며 미안..., 한다.



“ ...이... 이씨... 개샛기야... 흐어어엉 나쁜 놈... “

“ 어떡해. “



쇼크에 욕을 주절주절 쏟으며 또 울기 시작하는 나를 보며 박지민은 안쓰러운 표정을 짓더니 어느 순간 큭큭대기 시작했다. 다시 나를 힘주어 세게 끌어 안은 박지민의 등허리가 들썩거린다. 미친아… 재밌어? 놀리니까 재밌어?! 내가 박지민의 품에서 벗어나려 아둥바둥 해도 절대 놓아주지 않아서 어깨를 콱 물어버렸다. 아! 하면서도 놔주지 않던 박지민은 내 이마에 제 입을 갖다 대더니 쪽, 하고 떨어진다.



나는 화끈거리는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댔다가 아직 진정되지 않는 눈물을 흘리며 박지민을 죽어라 흘겨봤다. 아... 난 진짜 어쩔 수 없나봐. 꼬나볼 처지도 아닌데 눈알이 멋대로 움직여... 그렇게 자아 분열을 하기 시작하는 나를 박지민의 눈과 입이 호선을 그린 채 내려다 봤다.



“ 놀려서 미안해. “

“ 미안하면 다야?! “

“ 근데 또 미안해. 너 우는데 이런 짓해서. “



지민이의 머리칼이 얼굴에 닿아와 간지럽다고 느끼기도 전에 입술에 입술이 닿아왔다. 놀라서 파드득 뒷걸음질을 치는데 내 뒷 머리를 단단히 붙잡는 박지민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낮고 뜨거운 숨에 심장이 간질거렸다. 눈 앞의 단정하게 뻗은 속눈썹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을 슬몃 감는데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이 뒷목을 가만히 쓸어 내리고 어깨를 살짝 쥐는 느낌이 묘해서 움찔했다. 자꾸만 밀어 붙이는 힘에 정신이 없었다. 하도 울어서 머리가 띵한 상태였던 내가 코까지 막혀 입술을 벌리자 말캉한 무언가가 입 안으로 천천히 감겨 들어오...??



“ 야!!!! “

“ ...왜 뭐. “

“ 그, 그, 그, 이건 좀! “



박지민의 어깨를 밀치며 도망을 가려해도 전방 박지민 좌 침대 우 의자에 막혀 있었다. 동공지진을 일으키는 와중에 갑자기 박지민이 벽치기를 했고 놀란 나는 컴퓨터 데스크에 올라 앉은 꼴이 되버렸다. 아니 얘가 정말 박력있게 왜이래 근데 이거 너무 빠르잖아!



" 진정하고 일단 얘기부터 "

“ 안돼. 내가 그동안 얼마나 참았는데. 이리와, 다시 해. “

“ 어머머 얘가 미쳤나봐! “

“ 지금 너 뽀뽀 할 때의 우리 사이와 차별 두는 걸 반대 하는 거야? “

“ 뽀, 뽀뽀를 언제 했다는 거야!!! “



내가 홍당무가 된 얼굴로 버럭 소리를 지르자 박지민은 입을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순간 내 전두엽을 스치는 기억들에 아... 하는 소리를 내자 그 애가 여전히 충격 받은 얼굴로 침대에 털썩 앉았다. 민망해서 헛기침을 하던 나는 발로 박지민의 다리를 슬쩍 찼다.



" 야 까, 까먹었다. "

“ 어떻게 그래...? “

" 까먹을 수도 있지... "

" 두번이나 했는데 그걸 까먹어? "



헐 사귀기도 전에 뽀뽀를 두번이나 했니? 소리치고 싶었지만 박지민의 눈치를 보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야 매번 내가 맨정신이 아니어서 그랬지... 기절했을 때 뽀뽀하고 술 취했을 때 뽀뽀하고... 지민이는 이내 두 손을 모아 자신의 이마에 가져다 대며 매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언뜻 듣기에는 이번에도 글렀어... 내가 또 끌려다닐 것 같아... 대충 이런 말이었던 것 같았다.



" 아... 알았어... 그동안 내가 맘고생을 해서 까먹었어. "

" 맘고생은 나도 했어. "

" ...아 씨... "

" 아 씨? 잘못했어 안했어. "

" 몰라. "



끝까지 개긴다며 내게 팔을 뻗어 오는 박지민에 헤드락 걸릴 준비를 하고 몸을 움츠리는데 볼에 무언가 부딪혔고 아! 소리를 질렀다. 박지민이 내 볼을 꽉 깨물고는 벌이야, 하는 거다. 나는 죽어도 미안하단 말은 안하고 아픈 볼을 부여잡고 낑낑 댔다. 분명 감정이 담긴 치아였어, 복수 할 거야.



" 그리고 또 착각하는게 있어서 말해주는 건데. "

" 또 뭐!!!! "

" 난 너 싫어한적 없어. 니가 여우짓하고 일부러 나 괴롭힐 때도 그거까지 좋아서 미치겠던데. "



생각지도 않게 훅 들어온 박지민의 고백에 얼굴에 열이 확 올랐다. 아씨 모야... 그 애의 진지한 눈이 너무 부끄러워서 소리지르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숙이려는데 박지민이 내 머리통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자꾸만 따라 붙는 지민이의 얼굴이 더 민망해서 얌전히 있기로 했다.



" 너무 좋은데 이러다간 내 인생 여자한테 말려서 쫑나겠구나 싶은거야. 그래서 나도 벌주고 너도 벌주고. "

" ...... "

" 아 근데 후회했어. 진짜 너무 보고 싶어서. "

" ...야... "



이 호구야... 내가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울먹거리자 지민이가 내 볼을 주욱 늘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 하다하다 안되겠어서 숨어서 보고. 모양 빠지게 그랬다고. 너희 집에 반찬 두고 나오는 날엔 니가 집에 들어갔다가 맨발로 나와서 아파트 밑에 살폈잖아. 다 봤어 멍청아. "

" ...또 잔소리 하려고? "

" 아니? 안아주려고. "



박지민이 나를 꽉 안았다. 상상한 적이 있었다. 이런 결말을. 그 때마다 착찹한 마음으로 애써 고개를 젓던 날들이 떠오르자 또 눈물이 터져나왔다. 그런 나를 그 애가 한번 내려다 보더니 미안하고 고마워, 중얼거렸다. 이 밥오몽총이는 대체 뭐가 미안하고 고맙단 거야... 안그래도 자꾸 우는게 쪽팔리는데 이젠 오열이라도 할 것 같아서 그 애의 니트에 얼굴을 묻으며 일부러 삐죽거렸다.



미..미안한 거 알면 나한테 잘 해.

당연하지. 잘 할 수 있어 키스. 오빠 믿지?

......

물론 그 다음 것도 잘 할ㅅ엌

제발 닥쳐!

와 술 취해서 나 꼬시더니 빼는거 보소. 내가 그 때 홀려서 얼마나!!!

아아아앜!!! 그런 거 제발 말하지 마라고! 부끄럽게 진짜!

아 귀여워. 이리와.



다시 나를 덮치려는(?) 박지민과 내가 사투를 벌이는데 타이밍 좋게 들려온 도어락 소리에 우리는 하던 걸 멈추어야 했다. 여전히 계산이라곤 할 줄도 모르고, 결의에 찬 표정으로 나를 보는 박지민이나 그런 박지민을 애써 모른 척하며 진도 너무 빨리 빼면 여자가 손해라던데, 짱구를 굴리기 시작하는 나는- 우리는 정말 어쩔 수 없나보다. 



하지만 고 3의 가을은 우리의 많은 것을 바꿨다. 나에겐 더 이상 박지민이 내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게 되었으며 그것은 그 애의 상처를 다시는 덧내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었다. 또 박지민은 더 이상 하나부터 열까지 나를 챙기지 않게 되었으며 그것은 그 애가 얽매여 있던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내게 직진할 것이라는 약속이었다. 



보통의 연인이 그렇듯 그 약속이라는 것이 언제든 삐걱거릴 수도 있다는 것은 잘 알고있다. 하지만 멀리 멀리 돌아 오는 길에 내가 깨달은 것은 우리 둘에겐 보통의 연인에겐 없는 계절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단지 지민이가 내 곁에 머물렀던 계절들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한 계절이라는 것. 고3의 가을도 지민이가 멀찍이 떨어져 나를 바라보고 내가 그 애를 묵묵히 기다렸으니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는 여전히 함께였다는 것. 함께한 계절이라는 것을 말이다.









함께한 계절,
남사친의 모든 것 마침

[방탄소년단/박지민] 남사친의 모든 것 [完] - 함께한 계절 | 인스티즈
















이야기에 대해 (설명충 주의)

궁금하신 분들 계실까봐 써봐요. 안보셔도 전혀 무방

우선 모든 ~고구마밭삽질~의 시발점인 일년 전 '과거'는 지민이 '외전'을 통해 풀었구요. 혹시나 이해가 안되는 분이 계셔도 그건 제 손이 곶아라서 그런겁니다... ㅋㅋㅋ 여주의 경우엔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론 제 뜻대로 되지 않다보니 고백 이후 점점 이기적으로 변한 케이스에요. 연주 일을 계기로 터져나왔고 비오는 날 지민이가 상처 받은 모습을 보고 비로소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닫게 된 거죠. 소설이라 드라마틱한 사건을 넣어서 그렇지 그런 감정 자체는 다소 현실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여주도 나름 이렇게 저렇게 해보려다 안되니까 결국 상처 주면서 마음을 확인 받았던 거에요. 물론 멘탈이 완벽했다면 그러진 않았겠죠ㅎㅎ 하지만 누구나 완벽하지 않으니까요. 또 여주의 심리가 직설적으로 표현되서 그렇지 저 역시 감정 하나하나 막상 텍스트로 표현해 놓고 본다면 잔인했던 적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둘의 관계에 대해서는, 만약 둘이 별 일 없이 이어졌대도 한쪽만 차고 넘치는데다 여주에게 박지민이란 너무나 당연한 존재라서, 과연 정상적인 연애가 가능했을지 모르겠어요. 그게 비현실이라고 생각하거든요.(라고 쓰고 커플이 쉽게 이어지는 걸 볼 수 없다^^라고 읽는다) 결국 그러한 것들을 각자 극복했다는 전개를 쓰고 싶었답니다.


암호닉 (신청x)

기존 암호닉분들 중 7화~9화 중 생존 신고 안해주셨으면 누락 됐어요 죄송함다 8ㅁ8 (만약 7화부터 댓글은 달았는데 생존 신고 깜빡하셨던 분들은 캡쳐 올려주세요.)


0320 0808 0815 10041230 1157 1205 1214 1230태태 1234 2학년

#모찌모찌해

MM

위바위보 감자도리 강변호사 강여우 계피 고구미 고답이 골드빈 굥기 규수 귤 깐돌이 꽁냥꽁냥 꽃잠 꾸꾸 꾸꾹까까 꾸쮸뿌쮸 꾹꾹이 꿀돼★ 뀰

너조아 나의별 나침반 낙동강오리알 남준이보조개에빠지고싶다 남준이보조개퐁당 낫띵라잌방탄 내지민꾹꾹이 너만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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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애들이 꽁냥꽁냥을! 근데 얘네 데이트도 못해보고 맨날 엉엉울고 나쁜 년 소리까지 듣다가 마지막에 사귀면서 끝나네요. 그래서 번외 빠밤!! 여기서 다 합니다!! 번외에서 못한 건 메일링에서 다 해요^^^^^^^^^^^(폭주) 번외는 대학 생활이구요. 메일링은 브금정리+짤털과 함께 올게요. 현생이 바빠져서 늦을지도 몰라요ㅠㅠ
기회가 된다면 다른 글로 찾아와 독자님들을 또 보고 싶어요 내 살앙들ㅠㅠ 그동안 이 이야기가 여러븐의 지친 현생에 조금이나마 즐거움을 드렸다면 너무 기쁜 일이고 저 또한 댓글 항상 복습하며 힐링 받았으니 너무 감사했어요! 끝으로 저도 여러분도, 우리 애들 음악을 듣고 무대를 보며 힘을 내서 원하는 것 모두모두 이뤄나가면 좋겠어요. 우리 잉챠잉챠 합시다! 빠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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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4
작가님 왜 안오세요ㅠㅠ 저 텍파 기다리고 있어요 암호닉 못해서 선착에 들어야하눈데 8ㅁ8 야속해욤..(작가님 잡고 부둥부둥)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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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ㄹ
죄송합니다ㅠㅠ 글 밑에 추가로 공지를 올렸으니 확인부탁드려요 정말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엉엉어어ㅠ ㅠ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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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5
결말이 행복해요 둘이 전처럼 티겯태격한다는거 저한텐 정말 행복하고 좋은 결말이니까요! 비롣 이제 봐서 암호닉 신청은 못했지만 이제라도 본 것에 감사하며 작가님 싸랑해여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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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6
작가님ㅠㅠㅠㅠ제가 왜 이글을 이제야 봤을까요ㅠㅠㅠㅠㅠ아 진짜 며칠동안 자꾸 기억에서 막 맴돌구 후유증이 너무 심해요ㅠㅠㅠ엉엉 혹시 번외 메일링 또 하시거나 그런일은 없으시겠죠....? 번외 넘나 보고싶어요 진짜 대학생화류ㅠㅠㅠㅠㅠㅠ(찡찡) 혹시나 생각이 있으시다면....ㅎㅎㅎ그리고 진짜 좋은글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남사친과 연애는 자칫 뻔한 소재가 될 수도 있는데 흐름이 뻔하지 않아서 너무 좋았어요 앞으로 작품도 기대할게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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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ㄹ
아직... 번외 메일링을 하지 않았어요ㅋㅋ 번외는 글로 올릴 거고 잘린 부분을 메일링으로 할 예정이에요. 조금씩 쓰고 있긴한데 제가 게을러섴ㅋㅋ 업로드는 조만간이 될 수도 있고 조금 뒤가 될 수 있을 것 같네요ㅠㅠ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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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7
와ㅜㅜㅜㅜ너무너무 잘읽었어요!!ㅜㅜㅜㅜ세상에나ㅜㅜㅜㅜㅜ감사합고 수고하셨습니다!!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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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8
일 이편 전만 해도 여주 왤케 이기적이야 나빠써ㅠㅠㅜㅠㅓㅜ막 그랬는데 이렇게 깔끔하게ㅠㅠㅠㅠㅠㅠ허유너무 좋다 전 사실 그사세 애독자인데 작가님 기다리면서 이 글도 읽어볼까 하다가 왜 이제서야 읽었는지 나레기 뺨 맞아야돼ㅠㅠㅜㅜㅠㅜ 브금부터 듣자마자 눈물 퐝퐝... 제가 이 오에수티 좋아하는 건 어찌 아시구ㅠㅠ 얼른 번외도 보고싶네요...! 저도 저런 남사친 제발 제발 한 명만 있으면 쇤네 몸 다 불사를 수 있능데... 왜 때무네... 둘 다 성숙해진 거같아 제가 다 뿌듯하네요 잘 살아라ㅠㅠㅠㅠㅜㅜㅠㅜ여운때문에 지금 당장 다시 처음부터 읽기엔 힘들거같아요...ㅜ 겨울 ㄸ 한번 더 읽어야짛ㅎㅎㅎㅎㅎ 무튼 좋은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작가님 글 속의 지민이 이미지를 상상할 때가 제일 행복했어요 감사하고 사랑해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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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69
으안대 번외를 놓쳤다니...!! 어쨌든 마지막이 해피엔딩이라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죽어도 여한이 없숨 늦었지만 수고하셨어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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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0
어젯밤부터 정주행을 두 번이나 했어요ㅠㅠ정말이지 아침까지도 여운이 가시질 않아서 오늘 하루 일생불가했습니다..책입지십시오...ㅜㅜ캐릭터자체부터 저한테 엄청나게 와닿았어요...앞으로 현생에 치이면 이거보러 달려오겠습니다...남사친...ㅜㅜ지민이도 여주도 아프지않았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도 극복해냈다는게 가장 아름다운 결말같아서 너무 눈물납니다ㅜㅜ지민이가 난간에 붙들린 여주 끌어안고 울었던건 아직도 진짜......너무 마음이 아프고.....그때의 기분이란..ㅜㅠㅠㅠ9편아 아니라 29편의 드라마를 본 기분이었어요ㅠㅠ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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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1
잘봤어여♡♡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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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2
오와진짜.....ㅠㅠㅠㅠ 마지막에 너무 달달해서 읽고 또 읽었네요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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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3
ㅜㅠㅜㅜ 잘봤습니다ㅜㅜㅜㅜㅜㅜㅡ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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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4
작가님 오늘새벽부터 첫회부터 달렸습니다. 세밀하게 심리묘사를 해주신덕분에 더 감정이입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번외편 무지 기다려지는데 제가 뒤늦게봐서 암호닉신청이 이미지나서ㅠㅠ 어떻게 해야할까요ㅠㅠ 너무 재밌었어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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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5
진짜 다시봐도 인생글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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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6
저는 왜 이런 명작을 지금에서야 봤을까요 진짜 뻥 안치고 감정이 이입돼서 눈물이 또르르...작가님 잘 지내시나요?!잘 지내시고 있겠죠??!앞으로도 잘 지내세요♡♡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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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7
1년만에 다시 보러 왔네요 글잡 접었었는데 왠지 모르게 이 글이 자꾸 생각 나더라구요 다시봐도 심리묘사를 정말 잘 표현하신 것 같아요ㅎㅎ좋은 글 다시 잘 보고 갑니다!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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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8
새벽에 괜히 생각나서 달렸어요ㅠㅠ정말 재밌었는데..ㅠㅠ소설이지만 둘이 아직도 행복했으면 좋겠네요ㅠㅠㅠㅠㅠ흑훋...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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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79
짐니 여주 햄복하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잘 봤어여! 캄샴다 작까님!!!!!
4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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