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끄고 들으셔도 무관합니다 :) )
#.01
부제: 희망이 있을까
![[방탄소년단/전정국] Dear My Peter Pan 01 | 인스티즈](http://file2.instiz.net/data/file2/2016/04/28/8/9/e/89e962a02ac7c107db7dd5b3ad667b15.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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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반복되는 하루, 평소와 같이 익숙하게 병원으로 향했다. 낮에는 백화점 옷매장에서, 밤에는 새벽까지 편의점 알바를 하며 하루가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사실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꽤 잘했던터라 선생님들이 대학을 안가겠다고 했을 때 많이 말리셨다. 하지만 유일한 내 가족인 엄마가 사고로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인간이 되었고 나는 병원비와 내 생활비를 나 혼자 감당해야 했다. 갓 스무살이 된 나에겐 너무나도 가혹한 현실이었다.
"엄마 나 왔어. 잘 있었어?"
"....."
"오늘은 다행히 진상부리는 손님이 없었어. 편의점에 술취한 손님도 별로 안왔고"
"....."
"나 이제 곧 생일인데"
"....."
"나 낳아줘서 고마워"
"....."
엄마가 사고로 이렇게 된 후에 항상 대답없는 대화를 나눴다. 일이 끝날 때마다 지치고 힘들지만 엄마에게 털어놓고 나면 괜시리 기분이 나아졌다. 비록 대답이 없을지라도. 원래 엄마와 내가 살던 집이 있었지만 이제는 거의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빠가 유일하게 우리에게 남겨준 소중한 집. 하지만 엄마를 보살펴야 하는 이유도 있고 집에 찾아오는 빚쟁이들을 피하느라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도 있다. 빚쟁이들을 피해 병원도 여기저기 옮겨다니다가 최근에 내가 일하는 백화점 근처 병원에 자리잡게 되었다. 다행히도 아직까진 빚쟁이들이 찾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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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고 나름대로 머리를 단정히 묶으며 백화점에 갈 준비를 했다. 백화점이라서 그런지 차림새에 많이 민감한 터라 항상 깔끔하게 하고 가야 했다. 사실 지금 일하는 곳도 직원으로 일하는 게 아니라 땜빵식으로 잠깐 일하는 곳이라 언제 잘릴지는 나도 모른다. 그래도 다른 알바보다는 페이도 좋고 또 따로 옷을 제공해주니깐 옷도 별로 없는 나에겐 그나마 괜찮은 알바였다. 특히 매니저님도 친절하셨는데 솔직히 매니저님 아니었으면 이런 데서 일하지도 발을 들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한가지만 빼면 정말 다 좋다.
진상손님들, 진짜 가끔씩 일 때려치고 싶을 정도로 진상을 부릴 때가 종종 있다. 근데 그게 오늘이 될 줄이야
"저기요!"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 사이즈 말고 다른 사이즈로 교환해줘요. 우리 남편이 입어봤는데 사이즈가 좀 작네"
"네 한치수 큰 거로 갖다드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겉보기에도 있어보이는 중년의 여자가 양복 마이를 들고와서 다짜고짜 나에게 던지듯이 주고는 도도하게 쇼파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고 있다. 지금 일하는 곳은 남성 의류매장인데 무슨 정장 하나에 기본 몇백만원까지 한다. 명품은 명품인가 보다. 맞춤형 제작도 가능한데 워낙에 비싸다보니 지금까지 한번도 주문을 받은 적은 없다. 한 치수 큰 옷을 들고 여자에게 갖고가니 여자가 옷을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음, 이정도면 괜찮겠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ㄷ.."
일어나던 여자가 갑자기 커피를 놓쳐서 들고있던 정장에 쏟아버렸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여자가 나를 째려보더니 새로운 정장으로 갖고오라고 짜증을 냈다. 아니 내가 쏟은 것도 아니고 자기가 쏟아놓고선 적반하장이었다.
"죄송하지만 옷을 변상해주시거나 새로 구매하셔야 합니다."
"뭐? 내가 왜? 빨리 새거 갖고 오라는 말 안들려?"
대충 가격 보니 이백만원은 족히 넘어보였는데 만약에 여기서 저 여자가 변상을 안해주면 다 내가 변상을 해야 한다. 있는 사람이 더한다더니 계속해서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매장 규칙이라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네요.. 다시 구매를 하시는ㄱ..."
짝-
여자의 손바닥과 내 뺨이 마찰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퍼졌다. 여자는 계속해서 나에게 욕짓거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새거 갖고 오라고. 네가 물어내면 되잖아 직원이면 직원답게 행동해. 어디서 건방지게"
"죄송하지만 저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필요하시면 매니저님 불러드리겠습니다."
"이게 끝까지 말대꾸네? 없는 집 자식은 말이 많다더니, 이래서 근본도 없는 애들은..."
갑자기 여자가 그말을 하면서 나에게 남아있던 커피를 부어버렸고 나는 너무 화가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가난이 무슨 죄야?
"네 없는 집 자식이라서 말 많습니다. 근데 손님이 저보다 말 많으신 것 같습니다만? 그리고 보기에도 있어보이시는데 그렇게 돈 많으신 분이 왜 없는 집 자식인 저한테 돈을 물으시라고 고집이신지. 있는 집 사람도 별반 교양있어 보이진 않네요"
"하, 뭐? 지금 뭐라했어?"
여자가 손을 높이 쳐들고 소리쳤다. 나는 다시 날아올 것 같은 그녀의 손에 눈을 감고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 망했다. 이제 알바 어디로 구하지. 이런 생각을 하며 여자가 그냥 빨리 때려버리고 나가길 바랬다.
"이거 얼마에요?"
갑자기 낯선 남자의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서 앞을 보니 남자애가 여자의 팔목을 붙잡고 떨어져 있던 양복을 흔들며 말했다. 앳된 외모지만 왠지 모르게 연륜이 있고 품위 있어 보였다. 나는 너무 당황스러운 상황에 제대로 말도 못하고 어버버 거렸고 여자는 이젠 남자애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 누구 팔을 잡는 거야? 너 몇살이야? 보니깐 고딩같은데. 어린 것들이 쌍으로 예의는 밥말아 먹었나"
"MS기업 한부장님 사모님 되시죠? 저한테 이러면 안되는데."
"뭐? 새파랗게 어린 놈이 지금 뭐라ㄱ....."
남자애가 여자에게 귓속말로 뭐라고 속삭이자 여자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서 죄송하다는 말을 연신했다. 나는 그 광경이 신기해서 계속 쳐다보고 있었고 갑자기 그 남자애와 눈이 마주쳤다. 그 애는 나를 보더니 싱긋 웃었다. 눈이 휘도록 웃는 게 참 개구져보였다. 거 참 남자가 나보다 예쁜 것 같네.
"저 직원한테도 사과 하셔야죠"
"ㄴ,네? 그래도..."
"아까 제가 한 말 잊으셨나봐요?"
그 말을 들은 여자가 나에게 와서 어색하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사라졌다. 남자애는 당황스러워 하는 나를 보며 재밌는지 피식 웃다가 이내 내 옷에 물든 커피를 보고 표정이 굳어졌다. 나는 괜히 민망해져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남자애에게 말했다.
"어... 정말 감사합니다."
"옷이 엉망이네요"
"아, 이거 세탁비 엄청 깨지겠네..."
"여기요, 이걸로 닦으세요"
"어... 감사합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아까 그 여자 계산은 이거로 하세요."
"ㅇ,어..! 저기...! 이거 손수건!"
남자애는 나에게 손수건과 수표를 쥐어주고 조용히 사라졌다. 고급스러운 손수건이 참 그애와 닮아있었다. 왠지 그애의 향수향이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손수건에 시선을 뺐기고 난 뒤에 천천히 손에 들린 수표를 봤다. 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ㅊ,천만원??? 뭐야 백만원 아니고 천만원?"
엄청난 가격에 나는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갑자기 그때 매니저 님이 들어왔다.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있는 나를 보며 뭐가 재밌는지 실실 웃더니 내 손에 들린 손수건을 보고 표정을 굳혔다.
"그거, 어디서 났어?"
"아... 방금 어떤 손님이..."
"그 수표도?"
"ㄴ,네? 네..."
"곤란했겠네. 그거 그냥 내가 알아서 처리할께. 내가 아는 놈이거든"
"그럼 이 손수건도..."
"아니야 그건 네가 갖고 있어. 왠지 내가 갖다 주면 혼날 거 같거든."
"ㅇ,예? 왜....?'
"넌 몰라도 돼. 오늘은 그냥 먼저 퇴근해. 옷 보니깐 오신 손님도 나가겠다. 내가 일 볼테니깐 얼른 가"
매니저님은 특유의 눈웃음과 함께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하고 옷을 갈아입고 일을 계속 하겠다는 나를 말리며 밖까지 데려다 줬다. 매니저님은 참 따뜻한 분이었다. 특히 눈을 휘어접는 그 예쁜 눈웃음은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들었다. 매니저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 해대고 이제 막 가려고 뒤를 돌았을 때 매니저님이 날 돌려세우고 말했다.
"근데, 정전ㄱ... 아니 그 손수건 준 남자애 또 오면 무조건 나한테 먼저 연락해야 돼. 알겠지?"
"네? 네 알겠어요! 매니저님 얼른 들어가보세요~"
"아 밖에서는 지민오빠라고 부르라니깐~~"
"전 이게 더 익숙해서 좋아요."
"칫... 잘가"
"네~"
삐진 표정을 짓는 매니저님과 작별인사를 하고 오랜만에 생긴 휴식시간에 백화점 근처 벤치에 앉아 괜히 하늘 구경을 했다. 푸른 하늘을 구경하는 게 얼마만인지. 새벽하늘만 보다가 푸른 하늘을 보니 기분이 남달랐다. 그렇게 한참 여유에 젖어있을 때, 그 여유를 비웃기라도 하듯 누군가 내 팔목을 우악스럽게 잡아챘다. 얼굴을 보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요새 안보이던 빚쟁이였다. 못보던 사이 얼굴이 더 험학해 진 것 같다. 여전히 역겨운, 그런, 얼굴.
"쥐새끼가 여깄었네?"
차라리 매니저님 말 안듣고 계속 일 할껄. 되도 않는 후회를 하며 그 벤치에서 하늘을 바라본 나를 자책했다. 누군가 나를 구해줬으면 좋겠다. 나는 괜히 손에 땀이 나서 손수건을 만지작 거렸다. 아까 그 남자애가 또 떠올랐다. 내 앞에 있는 이 험악한 남자와는 달리 왠지 깨끗하고 순수해보이는, 개구진 미소가 아름다운, 내 환상 속 피터팬 같은. 이런 내 잠깐의 바램을 비웃기라도 하듯 우락부락한 손이 내 얼굴을 내려치기 시작했다. 제발 이 순간이 악몽이기를, 어서 빨리 깨어나기를, 나는 예전처럼 또 다시 되도 않는 기도를 했다.
ㅡ
안녕하세요 :)
드디어 첫화네요.
앞화를 보시고 판타지를 기대하셨을 것 같은데
제가 쓰는 글은 아쉽게도 판타지는 아닙니다.
판타지적은 요소를 빼고 재해석한 '현대판 피터팬'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직 등장인물도 다 안나왔고 이야기도 이제 시작하니 기대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큰 관심은 바라지 않습니다.
단지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과 소통하며 잔잔하게 오래 가고 싶네요.
나의 웬디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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