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오빠 왠일이야?"
"여자애가 뭐이리 늦게까지 돌아다니냐,"
"에이 아직 열한신데? 그나 저나 왜온거야- 연락없이?"
"그냥 이쪽에 볼일 있어서 왔다가 들린거야. 어디갔다 오는건데?"
"...어, 나 요즘 일해!"
나랑 세살차이 나는 친오빠 한명이 있다. 그러니까 스물여덟 됐나?
오빠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스물이 되자마자 각자 자취를 하게되었는데, 오빠 직업이 프로듀싱 쪽 인지라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우리집 주변에 오는 경우가 꽤 있었다.
오빠가 예전부터 꼭 일을 할거면 제대로 된 사무직으로 들어가라했는데,
스타일리스트로 들어갔다는거 알면 신나서 날 때리겠지..?
벌써부터 신난다^^
"오, 무슨 일?"
"그... 스타일리스트!"
소파에 앉아 스타일리스트..? 라며 중얼거리던 오빠는 물 마시던 나에게 다가와 딱- 하고 이마를 때렸다.
아, 왜때려! 왜때려? 진짜 몰라?
"알아..."
"근데 왜 해. 그만둬."
"아- 친구랑 약속한거라서 안돼! 진짜 이번만 봐줘. 응?"
"그래서, 누구 담당인데? 아이돌?"
"아니, 전정국이라고, 알아?"
오빠는 고개를 저으며 컵에 물을 따랐다. 하긴, 음악쪽인데 알리가.
오빠가 이리저리 다니는 모습을 눈으로 쫒다가 집에 오자마자 소파로 던져놓은 핸드폰을 집어들었다.
아무 것도 오지 않아야 정상인데, 부재중 5통과 문자가 와있었다. 뭔가 싶어 잠금을 풀려는데, 지민에게 전화가왔다.
"어? 이시간에 왠 전화에요?"
-아, 탄소야, 갑자기 지방에 촬영스케줄이 잡혀서 너 빨리 내려와야 될 것 같은데.
"어? 우리 집 앞이에요?"
-응. 1박으로 갈거같으니까 갈아 입을 옷 챙겨와!
"아 네.."
"누군데?"
한숨을 쉬며 방으로 들어가는 날 보며 물어오는 오빠였다.
매니저. 나 외박한다?
뭐? 아주 미쳤구나?
비지니스다 비지니스.
오빠의 오만갖 욕을 다 얻어먹으며 갈아입을 옷을 백팩에 넣고 밤이라 꽤 쌀쌀한 날씨에 가디건을 걸쳤다.
신발을 신을때까지 중얼중얼, 문을 열고 나갈 때 까지 중얼중얼 거리며 노려보는 오빠에게 다녀올게, 라며 집을 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니 검은색 대형차가 서 있었다. 저게 연예인들이 타고 다닌다는 그 차구나라 생각하며 다가가니
보조석에서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들며 뒤에 타라고 말하는 지민이였다.
요즘엔 매니저가 차 운전 안하나 보네요? 라고 지민에게 물으니
"나 운전 면허 없거든.헤."
...자랑이시네요.
뒷문을 열으니 정국이 눈을 감고 의자에 기대 있었다.
그 옆에 쭈뼛쭈뼛 들어가 앉았을때, 차가 출발했다.
아직 서울 번화가를 벗어나지 않아 밖에 보이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었을까,
"..더럽게 빨리온다? 너무 빨리와서 놓고 갈 뻔했네."
언제부터 내 쪽을 보고 있었는지, 비꼬는 말투로 말해오는 정국이였다.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놀라 정국쪽을 쳐다보자, 뭘봐. 라며 계속해서 나를 바라봤다.
"전정국씨, 저 싫어하죠."
"잘 아네."
그럼 뭘 바라겠냐 내가. 치, 라는 소리를 내며 다시 창문 밖을 쳐다봤고,
"..야, 삐졌냐?"
"아니요."
"삐졌구만 뭐."
"화난건데요."
"안 무서운데?"
"..아니, 생각 해 보니 짜증나네. 전정국씨는 왜 저랑 길게 얘기 하려고를 안해요?"
"...."
됐다, 나도 안하던 짓 하려니까 힘들어서 못 해 먹겠다. 라며 다시 기대 눕는 정국이였다.
뭐야. 자기가 삐진거야?
이틀이나 같이 지냈지만 아직도 저 사람을 모르겠다.
-
"탄소야, 일어나야 된다니까?"
언제 잠에 들었는지, 일어나보니 내 팔을 흔들며 날 깨우는 지민이 있었다.
"벌써 다 왔어요?"
"응, 벌써 아니고 지금 새벽 세시야. 빨리 안일어날거야?"
"아, 조금만 자면 안되요? 저 할거 없잖아요.."
"할게 왜 없어. 정국이 화장해야되는데?"
아, 나 화장도 해 줘야 되구나.
지민의 말에 입맛을 다시며 차 밖으로 나왔고, 쌀쌀한 바람에 가디건을 고쳐 입었다.
드라마 촬영인건지, 카메라와 소품들, 사람들이 많았다.
앉아서 폰게임을 하고 있는 정국에게 다가가 메이크업 박스를 열었다.
"오, 드디어 일하는거야?"
"예, 예."
"엄청 잘자더라?"
"예, 예."
"아, 나 얼굴 들이미는거 싫어해."
"예, ㅇ..예?"
"얼굴 들이밀지 말라고."
기초를 바르고, 피부도 바르고, 눈 화장을 옅게 해야되는 부분이여서 쉐도우를 붓에 뭍혀 다가가니 저런 말을 해온다.
아니, 어쩌라고? 내가 좋아서 들이미나? 누가보면 성추행 하는 줄 알겠네.
"어쩔 수 없잖아요."
"어쩔 수 없어도 멀리 떨어지려고 해봐."
"싫은데요."
"...."
왜 말대꾸를 안하지, 하고 정국의 얼굴 가까이서 쉐도우를 바르다 멈추고 밑을 보는 정국을 바라봤다.
갑자기 멈춘 화장에 정국도 뭔가싶어 나를 쳐다봤고, 바로 다시 밑을 쳐다봤다.
"뭐야, 혹시 쑥스러워요?"
"뭔 소리야."
"에이, 맞구나? 의왼데?"
"아니거든?"
아님 말아요. 다시 하다 만 눈화장을 하고, 색이 연한 틴트를 내 손가락에 뭍혔다.
눈화장은 그래도 일어서서 할 수 있겠는데, 입술은 그게 어려워 정국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 밑입술에 톡톡, 뭍혀줬다.
"야, 뭐ㅎ..!"
"아, 가만히 있어봐요. 입술 안바르면 완전 아파보여요. 남자라도 예외없다?"
나를 빤히 바라보는 눈빛이 느껴졌지만, 대수롭게 생각하며 일어났다.
"다했다. 이제 나 오늘 일 끝난거죠? 자러가도 되는거죠? 촬영 열심히 하세요."
"..어."
그렇게 말하고 촬영팀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는 정국이였다.
치, 어디 수고했단 말 안하면 덧나나. 물론 바라지도 않았지만.
어서 들어가서 자고싶은 마음에 눈을 감고 차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춥다, 졸리다. 어떻게 연예인들은 이 밤에 깨있는건지 모르겠다.
연기가 되긴 하려나?
"와, 대체 무슨 생각 하면서 걸어야 제 목소리가 안들려요?"
"...에?"
아, 미친. 계속 걸어가다가 내 어깨를 치는 느낌에 뭔가 싶어 옆을 바라보니 태형이 서있었다.
아, 하품했는데 다 봤겠네. 너무 쪽팔려 입을 막았고, 태형이 내 모습을 보며 웃었다.
진짜 쥐구멍에 숨고 싶다.
"탄소씨 어디가요? 나 촬영 끝나서 심심한데."
"아, 전정국씨랑 같은 작품 찍는거에요? 전 차에 들어가서 자려고 했는데."
"어, 나랑 놀아주면 안되요? 심심한데."
차 앞까지 다다랐을때 멈춰서서 울상을 지으며 말하는 태형이였고,
졸리지만 않으면 절을 백번했을거다, 라 생각하며 그럼 들어오라고 말을했다.
"와, 뭐하고 놀래요? 아, 탄소씨 내 팬이였다면서. 완전 성공 한거 아니에요?"
뒷자석에 앉아 태형이 신난다면서 핸드폰을 달라했고, 알겠다며 태형에게 핸드폰을 주니
자기 번호를 찍고서 히- 하고 웃는 태형이였다.
"성공했죠. 아마 친구들한테 있던 일들 말해주면 놀랄걸요? 얼마나 좋아했었는데."
"오, 이거 완전 간접고백 아니에요? 기분 되게 이상하다. 헤-"
오늘 자신이 맡은 역활과 무슨 씬을 찍었는지, 여러 말을 하는 태형의 말에 리액션을 해 주다가
너무 졸린탓에 눈을 감고있었더니 태형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래서 제가 뭐라한지 알아요? 어? 자는거에요?"
"...."
"음, 원래 자는 시간이니까 봐줄게요."
잘자요, 탄소씨. 그럼 나도 좀 자야지.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하고 자신도 눈을 감는 태형이였다.
-
으앙, 너무 늦게 온거같아요ㅠㅠㅠ 항상 분량도 짧고 내가 봐도 뭐라쓴건지도 모르겠고... 진짜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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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편에 달린 암호닉만 보고 적은거라 1화에 계신분 중 없으신 분들 있을 수도 있어요ㅠㅠ
모르겠는 내용 댓글로 물어보셔도 됩니다!!
앞으로 더 노력해서 쓰는 작가가 될게요
다들 불타오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