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해가 밝았다. 김순자는 내려쬐는 아침햇살에 눈을떴지만 곧 다시 감을 수 밖에 없었다.
오늘은 또 어떤 기억을 잃게 될까에 대한 두려움이 물 밀려오듯 밀려왔기 때문이다. 치매 진단을 받은 것은 세달 전이였다
. 몇 주 전부터 갑작스럽게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고 집 열쇠나 가스불 끄는 것을 잊는 횟수가 많아졌다.
하지만 원래 자주 깜빡하던 자신이었기에 그 횟수가 많아졌다는 것에 잠시 고민할 뿐 별 생각은 들지 않았다.
김순자가 병원에 가게 된 계기는 한달전 일이었다.
순자가 잠시 장에 다녀오니 몇 대의 소방차가 자신이 혼자 살고 있는 작은 빌라 앞에 서있고 빌라 주민들 몇몇이 밖에 나와 있었다
. 2층 맨 왼쪽 집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 그 장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옆집에 사는 25살 처녀가 순자에게 씩씩대며 다가왔다.
“아니 할머니! 가스불을 안끄고 가면 어떡해요? 저 아니였으면 할머니 집이고 제 집이고 뭐고 다 홀라당 탈 뻔 했어요!
제가 집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제가 집에 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요?! 치매야 뭐야! 앞으로 조심해요!”
순자는 순간 앞으로 넘어질 뻔 했다. 자신의 뒷통수를 누가 쾅 내리 친 기분이 들었다.
‘치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요즘 증상으로 보면 정말이지 딱 치매증상이었다. 나름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고 자부했던 자신이었다.
35살 먹은 하나 있는 딸 시집을 보내고 몇 년전 남편도 잃었다.
딸은 남편이 죽자 바로 순자에게 자기 집에 들어와 살 것을 권유했지만 나는 괜찮다며 끝끝내 혼자 이집에 남았다.
그렇게 굳세고 건강하게 자신을 지키며 살아왔다. 그런 자신이 치매일 수도 있다니. 무서웠다.
소방관의 당부를 듣는 동안에도 그저 무의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네 네 죄송합니다만 반복할 뿐이었다.
머릿속에는 내가 치매일 수 있다는 생각이 가득찼다.
소방관이 모두 돌아가고 빌라 사람들이 한 두마디씩 하며 집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멍하니 보다가 가방에서 핸드폰을 찾았다.
택시를 부를 생각이었다. 택시...택시..택시 ... 찾았다!핸드폰! 순자는 핸드폰을 꺼내 들었지만 곧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무엇을 하려 핸드폰을 찾았는지 잊었기 때문이다.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아..아....입에선 작은 신음만이 맴돌았다.
기억을 되짚었다. 처음에는 병원에 가려했다. 치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후에 핸드폰을 찾았다.
그렇다면...아!택시! 택시를 부르려 했구나 겨우겨우 핸드폰을 꺼낸 이유를 기억해낸 순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곧 택시가 도착했다.
“ㅇㅇ병원이요!”
순자는 병원에 가는 내내 불안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 날 저녁 순자는 펑펑울었다.
남편이 죽은 뒤 이렇게 울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의사는 안타깝게도 치매가 맞는 거 같다는 진단 결과를 안겨 주었다.
아니 치매가 맞다 하였다. 앞으로 점점 기억을 잃고 훨씬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기억보다 더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러다 점점 과거에 빠지게 되고 과거와 현재의 중간쯤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눈물이 났다. 억울할 마음도 들었다. 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남편도 딸도 기억도 추억도 하나하나 잊혀질 것이다. 눈물이 흘렀다. 어린아이가 된 듯 엉엉 울었다.
옆 집에서 앙칼진 처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