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다비치 - 봄
"어쩐 일이야?"
편의점에 들어가자 보이는 태은이에게 걸어가 앞자리에 앉자 태은이는 평소처럼 내게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이것마저 너의 연기라면. 지금까지 너의 모습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그냥. 물어볼 게 있어서."
"뭔데?"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보는 너에게 나는 어떻게 이 말을 꺼내야 할까.
괜히 손가락만 꼼지락대다 나는 애써 용기를 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 혹시 김태형... 이라고 알아?"
"김태형? 박지민 친구?"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까 내가 본 문자는 거짓말일 거라고 할 만큼 뻔뻔한 표정을 짓는 그 모습에 나는 순간 말문이 막혀 버렸다.
"응. 걔."
"걔는 왜?"
손에 들고 있던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태은이는 아참, 하며 다른 손에 들고 있던 음료수를 내게 내밀었다.
"이거 마셔. 너 온다 길래 하나 샀어."
태은이가 내민 사과맛 음료수를 손에 쥐자 오늘 바람만큼 차가운 냉기가 손에 가득 찼고 음료수에 크게 박힌 사과 그림만 뚫어지게 쳐다봤다.
차마 그 말을 내 입으로 내뱉을 수가 없었다.
만약 그 말이 진짜라고 한다면. 만약 김태형이 한 말이 진짜라고 한다면 난 내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친구 하나를 잃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 말이 전부 거짓이라면 난 내 친구를 의심했다는 자책감을 버리지 못 할 터였다.
"뭐야. 무슨 일인데 이렇게 말을 못 꺼내?"
조금은 장난스러운 말투로 내 손을 쿡쿡 찌르는 태은이의 손으로 시선을 옮겼다가.
참 일정하게도 나있는 편의점 탁자 위 무늬도 한 번 봤다가.
그렇게 용기만 내기를 수백 번.
말을 할까 말까.
진짜면 어떡하지. 정말이면 어떡하지.
지금까지 내가 태은이와 함께 지낸 시간들이 순식간에 다 사라질 수도 있는 위험한 말이었다.
그렇게 고민하기를 수천 번.
밑져야 본전이다. 라는 말을 굳게 믿으며 태은이가 건넨 음료수를 따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았다.
목으로 넘어가는 액체의 느낌이 마냥 상쾌하지는 않았다.
"너..."
애써 고개를 올리자 몸을 내 쪽으로 한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태은이가 보였고 내 입은 다시 굳게 닫혀버렸다.
차라리 김태형의 말이 거짓이라고. 내가 본 건 다 거짓말이라고 믿는 게 더 나을 것 같았다.
"나 뭐? 왜 말을 하다 말아- 사람 궁금하게-"
다시 한 번 고민했다.
이 말을 해서 내가 얻는 게 뭐기에.
대답을 들어서 내가 얻는 게 뭐기에.
하지만 지금 속 시원히 대답을 듣지 않으면 앞으로 태은이의 얼굴을 볼 때마다 오늘 일이 생각날 것만 같았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거짓말이라고. 아니라고 말 해주겠지.
손에 쥔 음료수를 한 모금 더 삼켰다.
혀끝에 남은 과일향이 텁텁하게만 느껴졌다.
눈을 꼭 감았다.
차마 태은이의 눈을 똑바로 보며 물을 수가 없어서.
바로 앞에 보이는 건 까만 어둠뿐인 그 공간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 혹시. 지민이 좋아해?"
애써 용기 내 물은 말이었다.
어떻게 보면 내 자존심을 걸고 물어본 말이었다.
그리고 김태은은,
"응. 몰랐어?"
그 모든 걸 짓밟아 버렸다.
"뭐?"
"나 지민이 좋아해. 몰랐어?"
오히려 한참을 고민해가며 물어본 내가 우스워질 정도로 김태은은 내게 대답했다.
마치 내가 이 말 할 줄 몰랐어? 라는 말투로.
마치 정말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게 말하듯.
"난 네가 아는 줄 알았지. 요즘 잠잠-하길래."
김태은은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먼저 갈게, 라는 말만 남기고 그대로 나가버렸고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김태은이 있던 자리를 눈에 담았다.
내 앞에 놓인 초록색 캔과 대비되는 붉은 빛의 플라스틱이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그녀가 남긴 커피 향이 그 주위를 가득 메웠다.
울고 싶진 않았다.
울면 진짜라고 인정해버릴 것만 같아서.
정말. 내가 들은 그 말이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라고 인정해버릴 것 같아서.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아직 반도 채 마시지 않은 캔을 들고 그대로 밖으로 나섰다.
우리가 앉아있던 자리에 덩그러니 남은 그녀의 커피와 나를 번갈아 보는 아르바이트생과 눈이 마주쳤지만 모르는 척 지나쳤다.
그깟 플라스틱 따위, 챙기고 싶지 않았다.
밖으로 나와 학교로 가는 길을 걷다가 손에서 찰랑거리는 느낌에 걸음을 멈췄다.
아직 조금 차가운 음료수가 소름끼치게 싫어졌다.
도로변에 있는 배수구에 급하게 남은 내용물을 흘려보냈다.
남은 한 방울까지 다 떨어뜨릴 마음으로 탈탈 털어 빈 껍데기만 남은 걸 확인하고 나서야 팔을 툭 떨어뜨린 채 하늘을 쳐다봤다.
이런 내 마음과는 다르게, 하늘은 무척이나 맑았다.
쥘 수 있는 힘이란 힘은 다 줘가며 온 힘으로 손에 있는 캔을 구겼다.
처음에는 한 손으로, 다음에는 양 손으로.
있는 힘껏 구기다 결국 찢어진 모서리에 손가락이 베여버렸다.
"아! 뭐야..."
동그랗게 맺히다 이내 뚝뚝 떨어지는 핏방울에 급히 손가락을 입에 가져갔다.
캔에 묻은 붉은 피를 멍하니 보고 있을 때, 주머니에서 작은 진동이 울렸고 핸드폰을 꺼내자마자 보인 화면은 다름 아닌 김태은.
설마, 싶었다.
그래. 거짓말이었겠지. 날 놀리려고, 장난삼아 그랬던 거겠지.
얼굴에 살짝 웃음이 드리워졌다.
나는 손가락을 문 채 그녀의 문자를 확인했고
[나랑 지민이 잘 되게 도와줄 거 아니면 더 이상 지민이한테 미련 갖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 태은]
내 헛된 기대는, 터무니없는 망상은 이렇게 다시 한 번 짓밟아졌다.
정말이었구나. 그게 진심이었구나.
그게 마음속에 새겨짐을 느끼자 나도 모르는 새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흘러내리기 시작했고
대낮에 사람들이라도 보면 어쩌나 싶어 고개를 푹 숙인 채 애써 눈물을 참아보려 여진히 피가 흐르는 손가락을 꽉 깨물었지만 그런 내 행동으로 돌아온 결과는 흐르는 피보다 더 흘러넘치는 눈물이었다.
결국 두 손으로 눈을 가린 채 풍선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주인을 잃어버린 강아지처럼 길 한복판에 주저앉아버렸고 소리라도 막아볼까 싶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가끔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가, 뒤에서 소곤대는 사람들의 소리가 나를 괴롭혔지만 곧 그마저 잊힐 정도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손을 타고 흐르는 게 상처에서 나온 피인지, 내 눈에서 나온 눈물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눈 한 번 뜨지 않고, 숨 한 번 고르지 않고 그렇게 한참을 쉴 새 없이 울어댔다.
꽉 깨문 입술에서는 금방이라도 시퍼렇게 멍이 들 것처럼 쓰라린 고통이 느껴졌고 그걸 변명삼아 난 아파서 우는 거라고, 그런 거라고 애써 내 자신을 달랬다.
그리고 문득 누구든 내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다 괜찮을 거라며 나를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설령 그게 박지민이든, 김태형이든. 누구든 좋으니.
서서히 손가락에서도, 입술에서도 아무 고통이 없다고 느껴질 때즈음 내 눈물도 조용히 멈췄고 남은 여운에 몸을 들썩이며 숨을 불규칙하게 고르며 일어난 내 눈 앞에 보인 건.
"하여간. 불쌍한 짓은 혼자 다 하지."
김태형이었다.
"울지 마."
김태형은 내 앞으로 한 발짝 다가와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마치 그간 있었던 일을 다 알기라도 한다는 듯. 내 마음을 읽었다는 듯.
정국에 뷔온대 사담 |
안녕 여러분. 사실 어떻게 해도 올만한 상황이 되질 않아서 못 오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독방에서 힘도 얻은 겸. 하도 안 와서 이러다간 글을 영원히 못 올릴 것 같은 불안함에 드디어 왔어요. 뭐 지금도 딱히 타이밍이 좋진 않아 보이지만... 여러분 보고 싶었어요. 우리 앞으로 자주, 많이 봐요...(우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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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대에게 암호닉 |
♡왕짱맑은맹세♡ 달콤윤기 토끼인형 오렌지 증원 리자몽 ♥옥수수수염차♥ 비림 마운틴 1029 늘품 1234 0103 나의별 헤융 니나노 귤 국쓰 루이비 밍뿌 비비빅 여릉잉 둥둥이 예꾹 큄 요망개 안무팀장218 매직핸드 쀼 침탵 ♡율♡ 분수 빡찌 0320 아이닌 현질할꺼에요 찌몬 콘칩 1013 코코몽 슙큥 칭칭 순생이 복동 슙기력 널 싸라해 간장밥 미니미니 목소리 윤슬 |
p.s. - 암호닉 계속 받을게요. 다음 편 올라오기 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