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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 솔라 전체글ll조회 397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보니 제 방이었다. 나른하게 레몬차를 내려다보다가 소파위로 푹 쓰러진 것 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그 후로는 기억에 없다. 계속 쭉 잤던 것 같다. 그러면 대훈이가 방에 데려다 놓은 건가? 자철의 머리 위로 보이지 않는 물음표 하나가 떠다녔다.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발을 대자 차가움이 올라왔다. 그래서 귀찮았지만, 언제부터 침대 밑에 처 박혀 있었는지 모르는 슬리퍼를 꺼내다 신었다. 이사 올 때 샀던 것 같은데, 첫날 짐정리 할 때 신고는 그 후로 신지 않았던 것 같다.

 

대훈아, 이대훈.”

 

잘 맞지도 않는 슬리퍼를 끌며 거실로 나가자, 소파에서 대훈이 등을 들어낸 채로 무언 갈 하고 있었다. 대훈아? 소리 내어 이름을 부르자, 대훈이 움찔 하더니 곧 자철을 돌아봤다. 깼어? .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훈에게로 다가갔다. 그러자 대훈이 손사래를 쳤다. ? 자철은 발을 멈추고 제자리에 섰다.

 

 

?”

파스 냄새나. 잠깐만 거기 있어.”

파스?”

 

 

웬 파스야? 어디 아파? 자철이 대훈이 한 말을 그새 까먹고 다가오자, 대훈이 인상을 썼다. 아 진짜 오지 말라니까! 그러자 이번에는 자철이 움찔 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그대로 서버렸다. 왜 화를 내고 그러냐. 속에서 그 말이 올라왔지만 대훈이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는 다시 삼켰다. 뭘 하는지 궁금하기는 하나 대훈이 오지 말라고 한 탓에 고개만 이리저리 휙휙 대며 어떻게든 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잘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대훈이 움직이라고 할 때 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아 괜히 마른세수만 하며 그를 기다렸다.

그리고 자철이 얇은 인내심을 가지고 애를 쓰는 동안 대훈은 약 상자를 꺼냈다. 그러고는 제일 밑 칸에 있는 파스를 꺼내들었다. 벌써 세 개 째. 얼마 안남은 파스를 보며 대훈이 한숨을 쉬었다. 손에 잘 닿지 않는 곳이 삐끗해 버리는 바람에 파스 붙이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간을 찌푸려가며 붙이려고 애쓰는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철에게 부탁하면 될 걸 가지고,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대훈아, 아직 멀었냐?”

 

 

. 다 되가. 모기 같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대훈을 보며, 자철은 슬그머니 발을 옮겼다. 그러나 대훈은 몰랐고, 자철은 한 발짝 더 움직였다. 대훈의 머릿속은 조금만 더, . 하는 생각 뿐 이였다. 그리고 정말 거의 다 붙였을 때는 이미 자철이 옆에 온 후였다.

 

너 뭐한 거냐?”

으왁!”

 

 

기이한 소리를 내며 대훈은 몸서리를 치자 자철도 순간 놀랐다. , 뭐야! 내가 오지 말랬잖아! 간신히 심신을 진정시킨 대훈이 화를 내었다. 평소에는 조근 조근 말하던 대훈이 큰 소리를 내자 자철은 잠깐 움츠러들었다.

 

 

아니,……그게혼자 뭐 하나 싶어서.”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로 말하며 자철이 고개를 숙였다. 평소에는 볼 수 없던 모습이라 대훈은 자신이 심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다시 마음을 고쳐 잡고는 말했다.

 

 

그래도 오지 말라고 했으면 안 와야 되지. 그것도 못 기다려? 내가 지금 누구 때문에.”

 

 

이 고생을 한 건데!……라는 말이 목 끝까지 올라왔지만 대훈은 애써 삼켜버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자철은 아무 말도 없었고, 대훈 또한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나 곧 있으면, 누군가가 먼저 말을 꺼낼 것이다.

 

 

……미안해.”

 

 

라고.

 

 

이 두 룸메이트의 이야기는 늘 이렇다. 싸우고, 다투고, 그러다 누군가가 얼마 안가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는다. 전혀 닮은 점이 없는 두 사람은 이렇게 살아간다.

 

이것을 평화라고 해야 할지, 아직 전쟁 중이라고 해야 할지 확신이 안 가는 상태. 그러나 두 사람에게도 변화는 찾아오고 있었다. 두 사람 같은 다른 두 사람에 의해.

 

 

 

***

 

 

 

 

환승입니다.

 

 

 

- 하는 소리와 함께 성용은 버스에서 내렸다. 더운 공기가 가득한 버스에서 내리자 그를 맞는 것은 어느 새 차가워진 밤공기다. 이야, 좋다, 좋아. 친구고 뭐고 다 필요 없어 역시. 이미 현우와 멍멍이들에 대한 생각은 날아 간지 오래다.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손에 쥐고 있던 지갑을 주머니에 넣기 위해 손을 뒷 주머니 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그 순간.

 

 

잘 가져간다!”

 

 

성용은 눈 뜨고 소매치기를 당했다.

 

 

 

***

 

 

 

 

개새끼야아아아!!!!!!!!!!”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를 내면서 성용은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지갑을 훔쳐간 소매치기는 더 빨랐다. 심장에서는 산소가 필요하다며 멈추라고 쿵쾅 거리고 있었지만 성용은 제 자신이 여기서 죽을지언정 지갑만은 찾고 죽을 거라며 죽기 살기로 뛰었다. 평소에 운동을 해둔 탓인지 체력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때문인지 소매치기가 점점 지쳐가는 것이 보였다. 저 새끼가 슬슬 지치나 보네. 기다려라 시발.

 

, .”

 

그러나 성용도 지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소매치기가 더 지쳤을 것이라고 믿으며 자꾸만 풀리려는 다리를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시발 저 새끼는 지치는 것 같더만 왜 안 멈춰!

 

어 어! ! 거기 서!”

 

 

어느 정도 넓이가 있던 길가에서 둘은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소매치기가 코너 쪽으로 사라지자 성용은 잘하면 놓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어느 새 쿵쾅거리는 심장도 멎어버리는 것 같았다. 지갑에 현금이 있는 건 아니지만 돈과 관련된 모든 카드가 그 안에 있었다. 카드만 있다면 분실신고 해버리면 되지만 평소 비밀번호를 잘 까먹는 나쁜 머리 탓에 그 안에는 비밀번호까지 싹 다 들어있었다. 그가 신고를 하기 전에 소매치기가 돈을 모두 빼가면 큰일이다.

 

내 월급내 피 같은 돈…….

 

 

내 돈.

 

 

순간 성용의 눈이 빛났다. 그리고 두 시간이 지났다.

 

 

 

시발 새끼. 엿 같은 새끼. 아오.”

 

 

 

성용은 뭐 같은 새끼를 내뱉으며 경찰서를 나왔다. 물론 손에는 되찾은 지갑을 들고. 뿌듯한 얼굴로 지갑을 손에 꽉 쥐었다가 이번에는 셔츠 안쪽 주머니에 지갑을 넣었다. 다시는 놓치지 않을 거라 다짐하는 얼굴이 밝았다. 두 달 전 헤어진 여자친구를 붙잡을 때도 이렇게 까지 필사적이지는 않았다.

 

다시 찾은 지갑은 무사했으나, 정작 그 주인은 멀쩡하지 않았다. 머리는 방금 자다 일어난 듯 까치집에 옷은 헌옷 수거함에서 하나 꺼내 입은 듯 했다. 집에서 나올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성용은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길에 자신을 보며 키득거리는 사람들을 보며 제 모습이 그렇게 꼴사나운 가 했다. 그러나 쇼윈도에 비춰진 제 모습을 보자마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돈은 찾았지만, 정작 성용은 거지가 되었다.

 

 

 

 

***

 

 

 

다시 두 시간 전. 성용은 소매치기가 사라진 코너를 돌았다. 그러자 막힌 길이 들어났다. 그리고.

 

 

하하, 새끼. 잡았다.”

 

성용은 막힌 길 앞에서 서성거리는 소매치기에게로 다가갔다. 그러자 검은 모자를 쓰고 있던 소매치기의 얼굴이 들어났다. 멀쩡하게 생긴 새끼가 왜 소매치기를 하고 다녀 응? 하여간 요즘은 이런 새끼들이 더해요 더해. 한 발짝 정도의 거리를 남기고 성용이 다가오자 소매치기는 모자를 벗고는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켰다. ? 성용이 올려다보자, 곧이어 무언가가 쏟아졌다.

 

 

으아아아악!!!!!!!”

 

 

정체 모를 액체가 제 몸 위로 쏟아져 내리자 성용은 기겁을 하며 구역질을 했다. 뭐야! ! 그 사이에 소매치기는 성용의 옆을 빠르게 지나갔다.

 

 

그러나 보내줄 성용이 아니었다. 성용은 소매치기의 다리를 잡고는 그대로 넘어뜨렸다. 으악! 골목길에 괴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갑 내놔 이 새끼야! 성용이 소매치기의 몸 위로 올라타고는 그의 몸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소매치기가 몸을 뒤집었다. 못 줘! 시발 비겁하게 넘어뜨리고 지랄이야!

 

 

비겁한 게 누군데 시발! 한 명을 두 명에서 상대해? 선량한 시민한테 뭔 짓이야 이것들이!”

 

 

-!

 

둔탁한 소리와 함께 소매치가가 머리를 부여잡고 성용의 위에서 내려왔다. 성용의 손에는 어느 새 지갑이 들려있었다. 이제는 누가 소매치기 인지 모를 정도로 둘 다 험한 꼴이 되어있었다.

 

양학선! 너 빨리 좀 와서 도와 줘!”

 

소매치기가 소리를 지르자 누군가가 허겁지겁 건물에서 내려왔다. 성용의 위로 액체를 들이부은 이가 있던 건물이었다. 그렇다면 저 놈이 부른 놈은…….

 

너도 맞자. .”

 

 

어느 새 쓰러진 소매치기의 옆으로 가 그를 일으켜 세우고 있는 학선을 보며 성용이 이를 갈았다. 그리고 둘 다 가만 두지 않으리라.’ 라는 얼굴로 가까이 다가갔다.

 

 

?”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었다.

 

 

일주일 전, 성용과 시비가 붙었던, 얼굴이었다.

 

 

양학선?

 

 

 

***

 

 

 

그리고 셋은 나란히 경찰서로 갔다. 시끄럽다는 주민의 말에 출동한 경찰이 셋을 연행해갔다. 처음에 성용은 자신은 안 가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자리를 뜨려했으나, 곧이어 한 경찰이 그를 막아섰다. 어라? 저는 왜요?

 

 

피해자도 같이 가주셔야 합니다. 진술서가 필요하거든요.”

……저 바쁜데요?”

그러면 처벌이 어렵습니다. 괜찮으시겠어요?”

 

 

그래서 진술서를 쓰러 성용은 친히 같이 경찰서로 같이 갔다. 거기서 저 둘이 얼마나 악질적인 범죄자인지 열렬히 항변하고는 가벼운 마음으로 경찰서를 나왔다. 그리고 제 모습에 경악을 하고, 어쩔 수 없이 버스를 탔다. 이제 집에만 가면 된다. 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자면 되. . 애써 모든 걸 잊으려 했으나 오늘 자신에게 일어나 일들이 잊히는 것이란 참 힘들었다. 해탈한 기분까지 들며 유리창에 머리를 기대자 뒤에 있던 아이들이 꺄르르 웃으며 자신을 비웃었다. 아이들이라 차마 화낼 수가 없었던 탓에 그냥 눈을 감아 버렸다. 가진 거라곤 카드 뿐. 게다가 예상치 못한 지출이 있었던 탓에 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탈 여건이 못 되었다. 그냥 모든 걸 무시하고 닥치고 집에 가는 것이 답이었다.

 

이 모든 것은 소매치기 탓이라고 생각하며, 늦은 밤 1237. 그는 버스 안에서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그런데, 그 소매치기. 존나 부잣집 아들 같이 생긴게 왜 남의 지갑은 훔치고 지랄이야 진짜. 이용댄가 뭔가. 양학선 그 새끼는 왜 또 엮이고.

 

 

, 몰라.”

 

 

이미 끝난 일. 이제는 경찰들이 알아서 해주겠지. 그리고 성용은 다시 눈을 감았다.

덜컹거리는 버스 안. 그렇게 성용의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

 

 

 

드디어 프롤로그가 끝났네요 ㅠㅠㅠㅠ어휴ㅠㅠㅠㅠㅠㅠㅠㅠㅠ워낙 글 솜씨가 없는 인간이라 여러 가지로 끝 맺고 시작하는게 힘드네요 ㅠㅡ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번 글에 댓글 달아주신 세 분, 너무 감사드립니다. 바쁜 일 때문에 답글 달지 못해서 죄송해요 ㅠㅠㅠㅠ부족한 작가에게 잘 봤다는 댓글 남겨주신 점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드디어, 태환과 쑨양을 제외한 나머지 주인공들이 나왔네요. 용대와 학선이 소매치기를 왜 했냐는 차차 나올 예정입니다. 사실 성용편만 쓰려했는데 저번 자철 대훈 편에서 너무 흐지부지 끝나버려서……이 번 편도 흐지부지지만 다음 편은 사흘 내로 올라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원래가 시간을 두고 느긋느긋 쓰는 타입이라서 그 탓에 전개가 느리지만 참고 기다려주시면 열심히 쓰는 밀라가 되겠습니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ㅎㅎ워낙 글을 못써서 조회수와 댓글 수 차이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다……ㅠ그냥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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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방금 上편 보고왔습니다ㅋㅋㅋㅋ용대학선 콤비를 무찌른 정의로운 시민 기성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3년 전
대표 사진
독자2
하편기다렸어요ㅠㅠㅠ..내심 언제오시나 기다렸는데 오늘 하편이!! 이제본편인가요?? 기다리겠습니다^-^
13년 전
비회원도 댓글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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