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었죠 너무ㅠㅠㅠ |
[현성]놀이동산, 9일 restart -01
Page 01 :; twilight
w. 모스 솔라
***
해가 떠오르기 직전. 검은 실루엣의 남자 하나가 강가를 뛰고 있었다. 무릎이 나온 츄리닝 바지와 소매가 낡은 후드. 얼핏 보면 그냥 새벽 운동을 나온 사람으로 보이겠지 만 뒤집어쓴 모자를 벗겨보면 티비에서 자주 보던, 서글서글한 인상이 나타난다.
남우현. 남자의 이름이다.
“마셔.”
그 말과 함께 날아온 물병을 손으로 잡아채고는 뚜껑을 돌렸다. 꽤나 익숙해 보이는 장면. 호원은 우현에게 물병을 던져주고는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땀으로 얼룩진 얼 굴. 그 얼굴을 보며 우현은 물병을 다시 호원에게로 던졌다. 그리고는 호원이 앉아있는 벤치로 가 옆에 털썩, 앉았다. 둘 다 숨이 찼는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간 간히 들려오는 숨소리가 차가운 새벽 공기 사이로 스며들었다. 금방이라도 서리가 내릴 것 같은 날씨에 호원이 다시 모자를 뒤집어쓰고는 말을 꺼내었다.
“춥네.”
“응.”
“다른 애들은 안 나오길 잘한 것 같다.”
지금쯤이면 성종이가 일어났을 것 같은데. 호원은 가만히 몇 시간 전의 숙소를 회상했다. 운동을 나가기 위해 현관에서 운동화를 꺼내 신고 있는데 누군가가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형?
“운동가요?”
“응. 우현이랑.”
아, 그렇구나. 성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하더니 이내 현관으로 다가왔다. 왜? 호원이 숙였던 허리를 펴며 물었다.
“몇 시쯤 와요?”
“모르겠다. 그런데 여섯시 안으로는 아마 올 거야. 일찍 갔다 올 테니까, 멤버들 우리 오기 전에 깨더라도 우리 빼고 밥 먹지 마라.”
“네에.”
너도 들어가서 마저 자. 성종에게 들어가라는 손짓을 하며 호원이 현관문을 열었다. 먼저 나간 우현은 벌써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 것 같았다. 좀 기다릴 것이지, 하여 간. 속으로 우현의 욕을 곱씹으며 호원은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리고 거기까지가, 끝. 그러고 나서 한강으로 나와 우현과 조깅을 했고 시간은 벌써 다섯 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 그만 가자. 호원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은 촬영 이 있는 날이라 일찍 가봐야 한다. 운동화 끈을 다시 고쳐 매고는 아직 앉아있는 우현을 툭 쳤다. 안 가냐?
“…잠깐만 기다려.”
우현은 그 말만 내뱉고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호원은 속눈썹이 길게 뻗은 눈꺼풀이 향하는 곳을 쳐다보았다. 아직은 어두운 새벽. 우현의 눈은 강에 비춰지는 새벽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별도 뜨지 않고, 옅게 달의 흔적만이 남아있는 하늘. 아무런 생각 없이, 그러나 멍해 보이지는 않는 눈으로 흘러가는 강물을 따라 보던 호원은 이내 다시 우현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우현도 고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자.”
조금씩 밝아오는 하늘을 뒤로하고 두 사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뛰기 시작했다.
***
“다 탔냐?”
운전석에 앉은 거남이 뒤를 돌아보며 인원수를 세기 시작하였다. 6명. 조수석에 앉은 성규 까지 합하면 7명. 딱 떨어지는 숫자에 거남은 차에 시동을 걸었다. 이른 아침. 호 원과 우현이 운동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일곱 명은 분주하게 준비를 하고는 7시라는 이른 시각에 차에 올랐다. 성열과 성규는 아직 졸린 듯 고개를 숙이고는 저마다 편한 자세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뒷자리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성규는 곧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동우와 호원이 실랑이를 하고 있던 탓이었다.
“빨리 줘. 왜 못 먹게 하는 건데?”
“아침밥도 아직 안 먹었는데 과자부터 먹게요?”
“배고프다니까! 그냥 줘.”
그러면서 호원이 뺏어간 과자를 다시 빼앗아 온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봉지의 끝을 붙잡고는 툭, 뜯고야 만다. 호원은 그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집을 부릴 때만 큼은 정말 어쩔 수가 없다. 자기보다 형이기도 하고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모습은 언제나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그러나 속타는 호원을 알기는 하는 건지 동우 는 입안으로 계속 과자를 가져갔다.
“흘리지 마.”
보다 못한 성규가 한 소리를 했다. 그러나 동우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오히려 과자를 내밀며 ‘형도 한 입 드릴까요?’ 이런다. 여기서 더 뭐라 해봤자 자신만 피곤해질 것을 알기에 성규는 애써 무시하고는 다시 잠을 청하려 들었다. 맨 뒷자리에 있는 성종과 명수, 성열은 정작 조용한데 왜 이것들은 바로 뒤에 앉아서 시끄럽게 하는지.
“동우야 흘리지 말고 먹어. 그리고 적당히 먹고. 촬영장 도착하면 바로 도시락 나눠 주실 테니까.”
거남이 라디오의 볼륨을 높이며 말했다. 때마침 라디오에서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형, 시끄러운데…… 그렇게 말하려던 성규는 바로 옆에 놓인 스피커를 원망하며 말을 집어 삼켰다. 거남이 좋아하는 곡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거 형이 좋아하는 거 아니에요?”
“어, 맞아.”
눈치 빠른 우현이 거남에게 물었다. 이 곡, 라디오에서는 잘 안 나오는 곡인데. 거남이 낮게 말하며 다시 한 번 라디오의 볼륨을 높였다. 덕분에 성규의 귀도 더 따가워졌 다. 수면을 취하는 건 포기해야 할 듯 싶었다. 저절로 한숨을 푹푹 나왔다. 이럴 때일수록 많이 자야하는 건데. 작게 투덜거리며 안전벨트를 움켜쥔 성규의 뒤로, 조용히 있 던 성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오늘 촬영장이 어디라고요?”
“놀이동산. 아직 폐쇄되기 전인 곳이야. 문 닫은 지는 오래 되었고.”
“재밌겠다!”
그러면서 웃는 성종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차 안을 맴도는 동안 거남은 초조하게 창밖을 쳐다보았다. 차가 달리고 있는 고속도로. 슬슬 차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늦으면 안 되는데…. 걱정 어린 거남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제 시간에는 도착하겠죠.”
성규는 걱정 말라는 듯 말을 내뱉고는 다시 창밖을 쳐다보았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과 어울리게, 해가 점점 떠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밝은 빛. 그 사이로 지나가는 수많은 자동차들.
눈을 감으면 사라질 모습들이, 한 없이 평화로웠다.
***
쾅!
“으아, 빨리 내려!”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가 남과 동시에 멤버들이 차에서 뛰어내렸다. 생각보다 차가 많이 막혀버리는 바람에 하마터면 늦을 뻔 했다. 먼저 가! 차를 주차시켜야 하는 거남 은 뛰어가는 멤버들에게 외쳤다. 멤버들은 급하게 촬영장으로 뛰어갔고 달리기가 제일 느린 성규가 맨 뒤에서 달리고 있는 건 당연했다.
“형 빨리!”
맨 앞에서 달리고 있는 우현이 성규를 챙기기 위해 돌아왔다. 성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했지만 뛰는 걸 멈추지는 않았다. 우현은 성규의 손을 잡고는 다소 느리게 뛰기 시작했다. 성규를 배려해서 한 행동이었다.
“너, 먼저, 헉, 가”
“리더가 제일 뒤에서 오는 게 말이 되요? 잔말 말고 뛰기나 해요.”
먼저 가라면서도 손은 놓치지 않는 성규를 보며, 우현은 입가에 웃음이 가득했다. 저 능구렁이. 성규는 속으로 우현을 씹으면서도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그럴 여유도 없 을뿐더러 다른 멤버들은 이미 촬영장에 도착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참을 우현의 손을 잡고 달리다, 성규는 무엇이 이상한 것을 느꼈다. 어?
“남우현.”
“헉, 왜요?”
“여기 어디야?”
낡은 회전목마와 이제는 운영하지 않는 관람차. 우현과 성규는 어느 새 촬영장을 지나쳐버린 듯 했다. 우리 지금, 길 잃은 거야?
“헐.”
“그거 내가 할 말인 것 같은데.”
“잠시만, 나도 여기 처음 와보는 거라 구요. 혹시 내가 길 알 거라 생각했어요?”
“너 애들이 어디로 가는 지 못 봤냐? 그거 보고 따라 온 거 아니 였어?”
……네.
작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우현은 고개를 숙였다. 성규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습관처럼 두 손을 머리 얹고는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꽤나 긴 침묵. 성규가 말 이 없는 것을 보며 우현은 자기가 잘못한 게 맞구나, 싶었다.
그럼 이제 어쩌지? 내가 나서서 촬영장 찾아봐야 하나?
우현은 고민을 하다가 여전히 침묵으로 응답하는 성규를 보다가 이내 결심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거남과 감독님 스태프들한테 질타를 받을 것 같았다. 자신 때문에 성규까 지 혼나게 할 수는 없다.
“형, 제가 찾아보고 올 테니까 여기 있어요.”
그리고는 성규가 말리기도 전에 어디론가 뛰어간다. 야, 야! 이미 사라져버린 우현을 향해 외치며 성규는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침 일찍부터 이렇게 움직인 것도 오랜만이 었던 터라 이만저만 몸이 힘든 게 아니었다. 이대로 촬영장에 돌아가지 못하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 모두 다 우현의 탓이기 보다는 자신이 제대로 못 쫓아간 탓도 있어서 우현에게 죄책감을 안겨준 게 미안했다. 그러나 여기서 더 움직이면 오히려 일이 더 복잡해질 것 같아 그냥 자리에 앉아있기로 했다. 어차피 볼 사람도 없으니 이미지 따위 챙길 필요도 없었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흘렀다.
부스럭
“우현아?”
옆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성규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뭐지?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잘못 들었나? 소리의 근원지는 작은 화단. 성규는 화단에 가까 이 다가갔다. 혹시라도 우현이 숨어서 자신을 놀라게 하려는 게 아닌 가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화단에 우현은 없었다.
“뭐야?”
알 수 없는 검은색 가방만이 나뭇가지에 걸려있었다. 성규는 미심쩍은 기분이 들었지만 가방의 지퍼를 열고는 안을 확인했다. 별다른 건 없고, 그냥 각각 색이 다른 종이뭉 치만 가득히 쌓여있었다. 그중 하나를 펴 보자 ‘나’ 라는 글자가 나왔다. 다음 종이 뭉치를 펼쳤다. ‘너’ 다음 ‘일’ 또 다음 ‘야’ 그 외에 남아있는 종이들을 성규는 다 풀어보 았다. 가방의 주인이 누군가에게 남기는 메시지 같은 건가? 예전에 놀이동산에서 하던 이벤트? 별 느낌 없이 종이들을 펼쳐보던 성규는 더 이상 가방에 종이 뭉치가 없다 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는 하나하나 펼쳐 놓은 것들을 조금씩 맞춰보기 시작했다. 우현이 언제 올지 몰랐기에 이런 거라도 하면서 시간을 때우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여기에는 ‘나’ 그리고 ‘를’…아니, ‘는’ 이네.”
바닥에 맞춰져가는 글자들. ‘나는 너를…’
“그 다음은….”
펼쳐놓은 종이들을 하나하나 보던 성규는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어딜 봐도 ‘사랑해’ 라던가 ‘좋아해’ 라는 글자는 없었다. 남은 글자는 ‘일’ ‘야’ ‘꺼’ ‘죽’
펼쳐 놓은 순서대로 글자들을 ‘를’ 다음에 놓아보던 성규는, 마지막 ‘죽’ 자를 집어 들었다. 죽?
“죽? 죽 다음에는 뭐지? 그런데 죽이 맞나?”
꺼림칙한 기분에 성규는 죽을 다음으로 놓고는 여태껏 놓은 글자들을 차례로 읽어보았다.
“나는 너를 죽…”
어?
“뭐야, 이거……”
죽일 꺼야 가 맞는 거야?
성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갑자기 몰려오는 정체모를 공포에 저절로 뒷걸음질 쳐졌다. 손이 작게 떨려오기 시작했다. 우연이라고 생각하고 싶었 다. 그저 우연. 자신은 아무것도 못 본거라고.
“우현아 빨ㄹ…”
툭-
누군가와, 부딪혔다.
ㅡ너무, 빨리 왔어.
소름끼치도록 낮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우현이도, 그 누구도 아닌 낯선 목소리.
ㅡ그 녀석은 아무도 못 지켜.
너도 예외는 아니라고.
뒤를 돌아볼 수가 없다. 소리를 지를 수도 없다. 숨막힐 듯 몸을 짓누르는 목소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누가, 도와줘.
“성규 형!”
때마침 들려오는 목소리. 성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저만치서 우현의 모습이 보였다. 우현아, 빨리… 툭. 무언가가 어깨에 얹어졌다. 성규는 몸이 굳어버림을 느낄 세도 없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형!”
부름에 답하지도 못했다. 뒤에 있던 인기척은 사라져버렸다. 그럼에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성규는 방금 무언가가 얹어졌던 자신의 어깨에 손을 가져갔다. 부스럭 하고, 무 언가가 손에 쥐어졌다. 어느 샌가 코앞까지 다가온 우현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는 것도 몰랐다. 형? 왜 그래요? 너무 늦게 와서 화났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우현은 성 규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현은 그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안도해야 하는 건지, 불안해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가요. 왜 그러고 있어. 어디 아파요?”
“…아니야.”
성규가 천천히 우현의 손을 잡았다. 그러다가 문득 우현의 걱정 어린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그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음을 알았다.
이미, 우리는 걸려든 거다.
직감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우현아.”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아침이, 밝았다.
|
주저리
***
ㅠㅠㅠㅠㅠㅠ독자님들 보고 싶었어여ㅠㅠㅠㅠㅠㅠㅠㅠ제가 고기를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오늘부터 글을 쓸 수 있게 돼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무런 말없이 잠수 타서 화나셨겠죠ㅠㅠㅠㅠㅠㅠ죄송합니다 진짜ㅠㅠㅠ면목이 없다 못해 땅 파고 들어가서 잠들어야 할 판이네요ㅠㅠㅠㅠ 그 와중에 글을 똥글망글...허허....
담부터는 이런 일 없도록 할게요 진짜ㅠㅠ원래라면 일주일 전에 돌아왔어야 하는데 이게 뭔ㅠㅠ
쨋든 이번편부터 본편이고 연재주기는 3~4일 길면 일주일....허헣....작가는 학원을 댕기는 학생이니까여...비루한 학생 흙ㅡ흙 퀄리티는 개나 줘라는 글이지만 봐주셔서 감사하고 저번에 암호닉 신청 해주신 분들!
까또님 석류님 환자님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대들이 짱bbbb
그럼 다음편에서 뵐게요! 우리 독자님들 안녕!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현재 신세계에서 다이소 잡겠다고 낸 브랜드..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