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덕질에 방해가 된다.
굉장히 지나치게 방해가 된다.
슬프다.
윤기는 토끼의 모습으로 있을 때는 남준이의 몸 어딘가에 달라붙어 있는 걸 좋아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정확하게는
남준이의 온기를 작은 몸으로 한가득 껴안는 것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토끼만 되면 안 그런 척 하면서 자신을 졸졸 따라오는 작은 토끼를 더 신경을 썼으면.
노트북을 하고 있어도 잘 쓰지 않는 왼손으로 윤기를 쓰다듬기도 하고,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있을 때는 항상 가슴팍 위에 윤기를 올려놓고
윤기의 등에 핸드폰을 살짝 기댄 채 하다가 가끔 핸드폰이 너무 뜨겁다며 윤기에게 앞발로 맞기도 했으면.
자신을 쓰다듬는 손도,
소중히 두 손으로 안아들어 닿는 품도,
남준이가 앉아있을 때 종종 자리를 잡는 허벅지도
윤기는 좋아했으면.
다만 그 중에서 제일 좋아하는 건
누워있는 남준이의 가슴팍에 자신의 몸을 최대한 둥글게 웅크려 올라가있는 것이었으면.
두근두근 거리는 일정한 소리가 들리는,
남준이가 머리와 등을 쓰다듬으면서 같이 이불을 끌어 덮을 수 있는.
종종 그 상태로 잠이 들기도 했으면 좋겠다.
그러다 남준이가 몸을 뒤척여 가슴팍 위에서 떨어질 즈음에는 사람의 모습으로 변해서
주섬주섬 이불을 끌어올리고
다시 남준이의 가슴팍에 뺨을 댄 채로 잠에 들었으면 좋겠다.
다음 날 아침에 서로 볼을 붉히면서 놀랄 때가 있기는 해도,
종종 그랬으면 좋겠다.
서로 최대한 맞닿은 채로 좋은 꿈을 꿨으면 좋겠다.
가끔은 남준이가 서서 설거지를 하면 그 다리 사이에 토끼인 윤기가 자리를 잡고 있었으면.
꽤 많이 쌓인 설거지를 하는 남준이를 기다리는 것이 지루했던건지
아니면 그냥 남준이가 서 있으니까 아쉬운대로 발목와 종아리에 붙어있는건지 모르겠지만
남준이도 딱히 그런 윤기를 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발목과 종아리를 간질이는 부드러운 털에 웃고만 있었으면 좋겠다.
윤기 너는 남준이의 다리 사이에 얌전히 앉아있기도 했다가,
슬쩍 빙글빙글 돌아 남준이의 바짓단을 잡고 올라가려고 하기도 했다가,
그대로 남준이의 발등 위에 누워서
마치 여길 좀 보라는 듯이 버둥거리기도 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가끔 설거지 하느라 튄 물이 윤기의 몸에 닿았으면.
한 두방울 갑자기 맞은 찬 물방울에 윤기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똑바로 하라는 듯이 남준이의 종아리를 툭툭 건들였으면.
남준이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서 나름 조심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그릇을 헹굴 때
그릇 하나를 들어 옮기다가 그 위에 있던 물을 그대로 아래에 쏟았으면.
물이 갑자기 쏟아져서 남준이 너는 얼른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나 하체만 뒤로 뺀 자세로 아래를 내려봤으면 좋겠다.
아….
….
미안해요, 윤기 형.
그리고 그 아래에는 물에 흠뻑 다 젖어버린 윤기가 코를 씰룩이면서 남준이를 올려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윤기가 천천히 남준이에게 다가왔으면.
남준이는 고무장갑을 낀 채 어쩔 줄 몰라하면서 그 이상 다가가지도, 멀어지지도 못했으면.
잠시 방향을 틀어 멀리 떨어진 윤기가 갑자기 타다다닥 달려와서는 있는 힘껏 남준이의 종아리를 차버렸으면 좋겠다.
악!
크게 콧김을 뱉어내듯이 씨익씨익 거린 윤기가 남준이가 젖은 고무장갑 차림 그대로 종아리를 잡으면서 통통 뛰고 있을 때
침대 위에 널부러진 자신의 티셔츠를 입에 물고 화장실로 향했으면 좋겠다.
윤기가 욕실로 들어가 거품물을 씻어내리고 옷을 입고 나왔으면.
그리고 남준이를 보고 내가 그냥 토끼였다면 스트레스로 진즉에 사망했을 거라고 외치고,
남준이는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며 억울하다는 듯이 항변하고,
하도 아파하는 남준이를 보고 그렇게 세게 찼나 싶어 멋쩍은 윤기가 다가갔다가
남준이한테 그대로 볼이 꼬집혀 또 투닥거리게 되는
그런 밤을 또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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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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