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편. 31편만 쓰면 무려 200편...!
세상에...!
생각보다 더 멀었네요.
역시 숫자란 쉽게 올라가는 것이 아니군.
제 글을 안 보시는 분들은 이 숫자를 보고 당황스러워하시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로 정주행하시는 모든 분들은 너무나 대단하십니다.
여러분, 그리고 제가 시험기간에 당도하였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 하... 하하... 와중에 새로운 에피를 벌려놓는 패기에 박수를...
옷장 안에 넣어놨던 긴팔옷을 꺼내 입을 정도로 날이 서늘해졌으면 좋겠다.
하늘이 뒤로 물러난만큼 열기도 물러난터라 남준이와 윤기는 에어컨과 선풍기들을 정리하고
긴 소매의 옷을 꺼내 입으면서 얇은 옷들은 따로 빼내어 넣어놓기도 했으면.
그런 정리가 모두 끝난 다음에 윤기와 남준이는 소파에 널부러졌으면.
뒹굴거리다가 윤기가 남준이의 허벅지를 베고 TV를 켜고,
남준이는 손 끝만 살짝 보이는 긴 소매를 팔락거리다가 윤기의 볼을 가리고,
가끔 눈가를 가리면서 장난을 쳤으면 좋겠다.
오늘 저녁은 뭘 먹을지 후보들을 나열하면서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남준이가 고개를 들어올려 현관문 쪽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한 손에는 남준이의 꼬리를 쥔 채로 쓰다듬고 있던 윤기가 남준이의 모습을 보고 귀찮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
주섬주섬 몸을 일으켰으면 좋겠다.
누구야?
모르겠어. 울고 있는데?
운다고?
윤기가 TV를 꺼버렸으면 좋겠다.
그제야 훌쩍이는 소리와 급한 발소리가 어렴풋이 윤기의 귀에도 들렸으면 좋겠다.
이게 무슨 소리일까 싶다가 익숙한 것 같은 목소리에 또 남준이와 같이 고개를 갸웃거렸으면.
그러다가
쿵쿵쿵
하고 윤기의 집 문이 두드려졌으면 좋겠다.
윤기 형….
아, 고양이 냄새.
지민이?
남준이의 말에 윤기가 문을 열면 거기에 눈가가 붉게 달아오른 지민이가 집 안으로 들어와 윤기의 어깨를 끌어안고
세상 무너지듯 울기 시작했으면.
윤기가 순간 그 무게에 휘청이자 남준이가 뒤에서 윤기의 어깨와 등을 받쳐준 다음 현관문을 닫았으면 좋겠다.
결국 지민이 무게에 주저앉은 윤기가 멀뚱히 남준이를 올려보다가 지민이의 등을 토닥일 때 즈음에서야 지민이의 말이 들리기 시작했으면.
잠시 지민이가 뱉어내는 말들을 하나하나 주워담은 남준이가 난감하다는 얼굴을 한 채, 윤기는 이마를 짚은 채로 한숨을 내쉬었으면 좋겠다.
사랑 싸움의 종착지가 왜 여기냐고.
정국의 욕을 하면서 마치 아이가 우는 것마냥 엉엉 우는 지민이를 윤기가 겨우 남준이와 같이 거실 안으로 들어오자
지민이는 아예 윤기의 허리를 놓을 생각도 없이 고양이 귀와 꼬리까지 내보인 채로 한참을 또 울고,
울다가
또 울다가
옅게 선잠이 들어버렸으면 좋겠다.
준아.
응?
거기 내 핸드폰 좀.
여기.
남준이가 윤기의 핸드폰을 가져다주면 윤기는 핸드폰을 받고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고맙다는 말을 대신 했으면 좋겠다.
윤기의 허리와 품을 지민이에게 빌려준 남준이는 대신 윤기의 옆에 앉아 윤기가 자신의 어깨에 기댈 수 있게 자리했으면.
연락처를 뒤적이던 윤기가 금방 원하던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으면 좋겠다.
[어? 윤기 형? 뭐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났어요? 형이 저한테 왜 전화했어요? 저 형한테 뭐 잘못한 거 없는….]
야. 김태형.
[네?]
진정해. 그런 거 아니야.
[아, 나는 또. 헐. 그럼 진짜 왜요?]
태형이의 정신없는 질문공세에 윤기는 잠시 말없이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태형이의 질문이 잦아들 즈음에야 윤기가 지민이가 정국이의 욕을 하며 자신의 집으로 달려왔는데 이유를 아냐고 했으면.
잠시 고민을 하던 태형이가 얼마 안 가 알겠다는 듯이 아아, 하는 소리와 함께 웃음을 터뜨렸으면 좋겠다.
[아, 하여튼 박지민 소심해가지고.]
싸운 건 맞아?
[맞죠. 대부분 그러면 꼭 집 가까운 저한테 달려왔는데 제가 지난 번에 화나서 그만 오라고, 오자마자 바로 전정국한테 넘길거라고 하니까 형한테 간거야, 박지민.]
….
[조용한 거 보니까 울다가 잠들었나보네. 자세한 사정은 지민이 깨면 물어봐요. 아마 울먹거리면서 줄줄줄 사정 이야기 할 거예요. 그거 잘 달래면 알아서 또 풀려요.]
그냥 네가 오지 그래.
[헤…. 형, 화이팅.]
야.
[화이팅! 민윤기 화이팅! 하소연이 좀 기니까 그건 각오하고요!]
윤기가 다시 태형이의 이름을 부르려던 순간에 전화가 뚝 끊겨버렸으면 좋겠다.
멍하니 화면을 내려보던 윤기가 제 허리를 꽉 붙들고 있는 지민이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남준이의 어깨에 기대 슬쩍 남준이를 올려봤으면.
고양이 옮길거야?
옮기면 깨지 않을까, 싶은데.
나 슬슬 질투나려고 하는데.
평온한 얼굴로 질투를 말하는 제 강아지의 얼굴을 본 윤기가 손을 뻗어 남준이의 허리를 감싸 토닥였으면 좋겠다.
그 손길의 의미를 안 남준이는 그저 웃으면서 윤기의 머리 위로 뺨을 대어 부비적거리며 애교를 부렸으면.
몸을 좀 움직이려고 하면 그릉그릉 앓는 소리를 내면서 윤기의 품으로 파고드는 지민이의 행동에 윤기는 결국
소파에 그대로 누워 짧은 낮잠을 청하고,
남준이는 소파 밑으로 내려가 괜한 얄미움에 지민이의 볼을 꾹 누르다 윤기의 손을 쥐고 손장난을 치기도 했으면 좋겠다.
시간이 얼만큼 흐른 뒤에는,
윤기의 핸드폰이 요란한 소리로 울려 그때 윤기와 지민이가 동시에 깨어났으면.
윤기가 이름을 확인도 안 하고 받아들었을 때, 급한 목소리가 윤기의 귓가에 닿았으면 좋겠다.
[윤기 형! 박지민 거기 있죠?]
… 전정국?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윤기가 인상을 찡그리며 핸드폰을 잠시 귀에서 떨어뜨려 놓는 사이 제 옷깃을 꾸욱 쥐는 손길을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보인 것은
퉁퉁 부은 얼굴로 두 팔을 교차해 크게 자신의 존재를 말하지 말라는 듯 엑스자를 취하고 있는 지민이였으면.
이걸 어찌해야하나. 윤기가 난감함에 머리를 긁는 사이 귀에는 정국이의 재촉이,
눈 앞에는 지민이의 애원이 윤기를 번갈아 가면서 뒤흔들었으면.
아, 골울려.
머리가 아파오는 것 같아 윤기가 길게 한숨을 내쉬는 사이
남준이는 그저 옆에서 옅게 웃음을 지은 채로
흥미로운 상황을 구경하며 느긋하게 꼬리를 흔들었으면 좋겠다.
주인 화이팅.
드라마에서 보던 상황이라고 생각하면서 조용히 사랑싸움 가운데에 낀 윤기를 응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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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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