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조각/성용자철] 질투
"왜."
항상 이쯤되면 녀석에게서 전화가 오는데 요즘 며칠째 녀석에게서 연락이 없다. 다른 애들 입에서 녀석과 통화 했을 때 어쩌고저쩌고 하며 얘기가 나오는걸 보면 다른 애들이랑은 잘만 통화를 하는 것 같아 무슨 일이 생긴거 같지는 않은데 내겐 통 전화가 없다. 매일 빠지지 않고 전화를 해왔는데 갑자기 며칠씩이나 안오니까 이상하다. 항상 녀석이 먼저 내게 통화를 하는터라 나는 그저 쇼파에 누워 트위터를 하며 녀석의 전화를 기다리는게 일과였다. 그런데 요즘 연락이 뜸해져 쇼파에 길게 누워 핸드폰을 들고는 가만히 액정만 쳐다보고 있다. 참다참다 못해 녀석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걸자마자 들려오는 녀석의 말투가 낯설다. 항상 뜰떠서 '성용아~'하고 장난스럽게 부르던 목소리는 사라지고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온다. 뭐지, 당황스러움에 말이 나오지않아 입을 못 떼고 있자 녀석은 다시 낯선 말투로 '왜 전화했냐고.'하고 말한다. 내가 알던 구자철이 맞는건가. 내가 지금 전화를 잘못 건걸까 하고 귀에서 핸드폰을 떼고 액정을 봐도 액정 위엔 '구글거림'이라고 정확히 뜬다.
"구자봉! 넌 내가 어제 경기를 뛰었는데 연락도 안하냐!"
"...그래. 수고했다."
"야,야... 너 무슨 일 있냐?"
"없어."
"없는 목소리가 아닌데? 요즘 통 전화도 없고. 말투도 쌔-한게 무슨 일 있는거 맞는데?"
"없어, 나 지금 우리 흥민이랑 나가야되니까 그만 끊는다."
녀석은 내가 뭐라 대답할 새도 없이 바로 뚝, 끊어버렸다. 이게 뭐지... 내가 지금 구자철이랑 통화한게 맞나 싶을정도로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뭐라 말도 안나온다. 평소에 구글거리도록 밝던 그 구자철이 아니다. 항상 전화할 때면 입에 모터를 달고 수다쟁이로 변해 30분내내 혼자 얘기하던 녀석은 어디갔는지 대화 내용이 정말로 너무나도 간결해졌다. 내게 화난거라도 있는건가? 삐져있나? 분명 삐져있는게 분명한데... 멍하니 누워서 녀석과의 대화내용을 다시 생각하고 있자 이젠 황당이 아닌 화가 밀려온다. 그러고보니... 뭐? 우리 흥민이? 손흥민보고 우리 흥민이라고? 내 전화는 이딴식으로 받아놓고 소농민새끼랑 나간다고? 둘이? 어딜? 내가 어제 경기하고 평점도 얼마나 높게 받았는데 그냥 수고했다고 딸랑 한마디 남기고 둘이 나가? 생각할수록 기가 막히고 열이 뻗쳐오른다.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녀석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왜 또."
"손흥민이랑 어디가는데."
"알아서 뭐하게. 나 바빠 끊어."
"너 진짜 계속 이렇게 나올래? 왜 삐져있는데. 이유를 알려주든가!"
"그렇게 궁금하면 본인이 찾으세요. 흥민아, 가자-"
내게는 잔뜩 가시박힌 말로 대답하고 지 옆에 있는 손흥민새끼한텐 졸라 다정하게 말하고는 끊어버린다. 아오, 내가 뭘 했다고 지가 삐지길 삐져!! 손흥민과 둘이 나가논다는 생각을 하고 있자니 머리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아무리 생각해도 녀석이 내게 저정도로 삐질만한 이유가 없는데... 스완지로 넘어와서 제일 먼저 녀석에게 도착전화도 했고, 녀석이 매일 하는 전화도 꼬박꼬박 다 받고, 대답도 존나 잘했는데. 트윗에 내 엽사를 몇 개씩 날려도 다 참아줬건만. 도데체 뭐때문에 이렇게 삐져있는지 전혀 이유를 모르겠다. 지금 일부러 나 보란듯이 손흥민을 만나고 있는건가. 정말 감조차 잡히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바로 녀석의 룸메이트인 홍정호한테 전화를 하니 오히려 내게 삐졌냐며 처음 듣는 듯 되묻는다. 자기랑은 잘만 지내서 잘 모르겠단다. 다른 놈들이랑 이렇게 잘만 지내는거 보면 분명 나한테 삐진건데... 정호에게 손흥민이랑은 어디가냐 물어보니 둘이 좋은 한식집을 찾았다며 오늘 시간이 맞아 같이 거길 간단다. 그러면서 자기는 재활때문에 시간이 안맞아서 같이 못간다고 난 궁금하지도 않은 얘기를 늘어놓는다. 궁금하지도 않은 얘기 늘어놓는건 구자철특긴데. 녀석에겐 대충 됐다고 말하고는 끊어버다.
가만히 쇼파에 누워있기가 불편해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도데체 뭐가 문제지. 전혀 갈피조차 잡히지가 않아 답답한 마음에 머리를 마구잡이로 헝클어뜨렸다. 아오씨. 짜증나. 둘이 지금 희희낙락거리면서 난리겠지. 평소 구자철이 손흥민을 예뻐해서 그 때마다 구자철에게 주의를 줬지만 녀석은 눈 하나 깜짝 안했다. 같이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어린 놈이 열심히하는게 보기 예쁘다며 내 앞에서 녀석 칭찬만 늘어놓는걸 꼴뵈기 싫어서 녀석 입을 내 입으로 막아버린 적도 있었다. 게다가 손흥민도 녀석을 잘 따르니... 손흥민 그 새끼가 분명 구자철 앞에서 존나게 순수한 척 웃으면서 형형거리면 구자철이 입이 찢어져라 좋아할텐데. 눈 앞에 둘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같아 뚜껑이 열려버리겠다. 항상 녀석의 시즌이 시작되면 둘만 독일에 있다는게 걱정이 됬었는데 그 걱정과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젠장. 다시 녀석에게 전화를 한번 더 하자 이번에는 아예 전화를 꺼놨단다. 허-, 둘이 밥먹는데 전화는 왜 꺼놔?! 구자철 이게 진짜! 하는 수 없이 이번엔 손흥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성용형! 제가 원래 어제 전화드릴려 했는데- 어제 경기 잘봤어요! 진짜 멋졌어요!"
"멋지고 나발이고, 지금 옆에 구자철 있어?"
"네. 왜요? 바꿔드려요?"
"어. 아, 그리고 너 구자철 앞에서 눈웃음 치면 죽어."
"헐-, 제가 무스..."
녀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닥치고 빨랑 바꿔.' 목소리를 깔고 말하자 녀석이 구자철에게 뭐라뭐라하며 둘의 대화소리가 들린다. 뭐라 그러는지는 알아들을 수 없지만 분명한건 구자철 이 새끼가 손흥민한테 엄청 잘해주고 있다. 목소리가 나긋나긋한게 여기까지 들린다. 진짜 사람 뒤집어지는 꼴 보고 싶나. 내 인내심 테스트라도 하는건지 핸드폰을 잡고 있는 손이 덜덜 떨려오며 속이 부글부글 끓는다. 가뜩이나 보고싶어 죽겠는데 보지도 못하는구만. 뭐땜에 지 혼자 꽁해져서 내게 이러는지 모르겠다. 씨발. 더럽고 치사해서 독일로 가든지 해야지. 구자철이 뭐라고 내가 이렇게 쩔쩔 매는지 모르겠다. 녀석은 꼭 나 들으란 듯 전화를 빨리빨리 안받고 한참이나 대화를 하다 이내 내게 목소리를 들려준다. '왜 자꾸.' 짜증이 묻어난 말투가 거슬린다. 손흥민새끼한테처럼 예쁘게 말하라고 씨발놈아. 욕을 할 뻔하다 그러면 진짜 영영 통화도 못할거 같아서 꾹 참았다.
"손흥민새끼랑 밥 처먹으면서 전화는 왜 꺼놓는데."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후배한테 새끼가 뭐야. 기성용새끼야."
"뭐? 기성용새끼..?? 손흥민한테는 쓰면 안되고 난 되냐?!!"
"너가 평소에 우리 흥민이를 좀 괴롭혀? 흥민이도 너 선배만 아니였으면 더한 욕도 했을거다."
"너 지금 내 앞에서 손흥민 감싸냐? 씨발!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나한테도 그냥 구자철새끼라고 불러. 그리고 전화 하지마."
녀석은 이번에도 지 맘대로 전화를 뚝 끊는다. 아오!!! 지금 사람 갖고 노나. 식빵! 식빵!!! 턱 끝까지 욕이 꾸역꾸역 계속해서 올라온다. 손흥민이랑 둘이 밥먹는 것도 모자라서 내 앞에서 손흥민 편들고, 우리흥민이는 또 뭔데, 그리고 뭐? 구자철새끼? 넌 구자철새끼가 아니라 구자철씹쌔끼야!!! 아마 녀석이 먼저 끊지 않았다면 진짜 녀석에게 저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아주 사람을 들었다놨다하네. 내가 지 좋아하는거 뻔히 알면서. 손흥민은 좋아서 지금 입 찢어지겠네. 나 한방 먹는거 보고 얼마나 고소해 할까. 좋아서 밥도 잘들어가겠네. 하필 둘만 독일에 갈게 뭐람. 열이 올라와 더워져 에어컨을 키자 오늘 따라 에어컨도 느려터졌다. 이젠 진짜 별게 다 짜증나네. 에어컨을 발로 쿵쿵 차고는 그제서야 제대로 켜지는 에어컨 앞에 서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생각을 해봐도 복잡하기만 하지 도저히 정리가 안된다. 그 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후다닥 가서 핸드폰을 집어올리자 기다리는 구자철은 아니고 홍정호다.
"왜. 나 지금 건들지마."
"자철이형 얘긴데도요?"
"뭔데."
"생각해보니까 그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얼마 전에 저랑 같이 인터넷 돌아다니다가 형 영상을 봤는데요."
"내 영상? 무슨 영상?"
"형이랑 청용형이랑 같이 인터뷰한거 모아놓은거요. 그 영상보고 자철형이 나한테 '기성용은 맨날 나한텐 구글거린다면서 청용이한텐 잘도 우리청용이 거린다'고 그랬는데.
그거때문이 아닐까요? 그건 좀 아닌가... 그거 말고는 딱히 형얘기 한 적이 없는데..."
정호의 말에 진짜 이거때문이라면 어이가 없을거 같아서 헛웃음이 나온다. 다른건 더 없냐고 물어보자 그걸 마지막으로 보고 방에서 나갔단다. 정호에겐 알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에이 설마. 설마. 설마 그거겠어. 아니겠지하고 부정을 하면서도 왠지 녀석이라면 이런 일에 삐질것 같단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까 나보고 구자철새끼라고 부르라고 한건가. 손흥민한테 계속 우리흥민이라고 한것도 그렇고... 왠지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는게 점점 맞다고 확신이 서기 시작한다. 내 참 진짜 어이가 없어서. 아오. 이 새끼는 진짜 별것도 아닌걸로 삐지네. 생각할수록 화는 점점 누그러들고 녀석이 귀여워 웃음이 픽픽- 새어나온다. 그 영상보고 방에서 나가서 또 혼자 머리를 열심히 굴렸겠지. 가뜩이나 생각도 많은 놈이 내 생각하느라 힘들었겠네. 손흥민에게 전화를 거니 이번엔 바로 구자철에게 넘겼는지 '전화하지말랬지?'하고 표독스럽게 나온다. 그래도 꼬박꼬박 받아주네. 귀엽다.
"진짜 별것도 아닌걸로 삐지고 지랄이야. 홧병 날뻔 했잔아. 우리 자철아."
".... 뭐야... 알았어...?"
"그럼 내가 모를 줄 알았냐. 이청용 질투했어? 나때문에? 큭큭-"
"에이씨,.... 그럼 너같으면 안짜증나겠냐?! 나보고는 맨날 구자봉이니 구오버라느니... 맨날 구글거린다 놀려놓고!"
녀석의 심기를 거스르듯 간보는 내 말투에 녀석은 또다시 짜증이 솟구치는지 내게 버럭 소리를 친다. 이렇게 귀여우니까 맨날 놀리지. 구자철 리액션이 세상에서 제일 재밌네. 내가 전화 너머로 큭큭대며 웃고 있자 녀석은 화가 안풀리는지 '그렇게 좋으면 청용이한테나 전화 해.'라며 툴툴 거린다. 아, 웃겨죽겠네. 대놓고 웃었다간 녀석이 더 화날것 같아 웃음을 꾹 참고는 '네가 훨씬 더 좋아.' 말하자 녀석은 여직 화가 안풀리는지 '미친. 흥민이랑 놀아야되니까 끊어.'란다. 그 놈의 손흥민은 진짜. 끝까지 질투심 폭발하게 만드네. 하는 수 없이 내가 숙이고 들어가야겠다. 아쉬운 놈이 기어야지 뭐. 내가 진짜 오늘만 귀여워서 봐준다.
"보고 싶어 죽겠는데 내 짜증 더 돋구지말고 밥만 먹고 집으로 곧장 가. 착하지. 우리 자철이."
"뭐래, 지가 뭔 상관이야..."
"뭔 상관이긴. 밤 늦게 돌아다니다 우리 자철이 누가 납치해가면 어떡하냐."
"우리 자철이라 하지마라. 지금 나 놀리는거지?"
"뭐가? 우리 자철이? 아-... 우리자철이라니 내가 잘못 말했네."
".....너 지금 나 갖고 장난하냐? 너 진짜 짜증ㄴ..."
"우리 자철이가 아니라 내 자철이지. 내 구자철."
내 기글거리는 말에 녀석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이렇게 오글오글 거리는게 뭐가 좋다고, 이런 말 한번씩 해주면 한동안 애가 순해진다. 생각도 많으면서 한편으론 참 단순한 놈이다. '왜? 감동받았어?' 아무리 기다려도 들려오지 않는 녀석의 대답에 내가 먼저 말을 걸자 녀석은 그제서야 아...하고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얼이 빠진 목소리가 귀여워 속으로 웃고 있자 녀석은 어떤 말을 해야할지 모르는지 연신 음..어... 목만 가다듬고 있다. 이런거 바래놓고 꼭 해주면 이렇게 당황하는게 귀여워 죽겠다. 이 맛에 구자철을 놀려먹지. 정신이 빠져나간 것 같은 녀석의 반응에 이제 손흥민이랑 놔둬도 별 일 없겠다 싶어 그래도 혹시 모르니 쐐기를 박기 위해 마지막 어택을 한번 더 가했다.
"네가 제일 좋으니까 이제 내 속 그만 썩이고 집 가서 전화해. 내 자철아."
으헠ㅋㅋㅋㅋㅋㅋㅋ |
괜히 쓰고 보니까 민망오글어색하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고자핑거입니다^_^ㅋㅋㅋㅋㅋㅋㅋㅋ 국대픽이나 국대망상만 쓸 생각인데 아무도 안 원하시면... 소금소금... ㅋㅋㅋㅋㅋㅋㅋㅋ는 사실 자기만족 자급자족픽ㅋㅋㅋㅋㅋㅋㅋㅋ |
모든 시리즈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단독] "햇님도, 단골손님이었다"…입짧은햇님 주사이모 의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