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현 - 7년 간의 사랑
Paraller lines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는 그냥 주영이 형 마음에 담아두면 되는거고 나는 널 마음에 담아두면 되는거야. 다를거 없어"
응급상자에 차곡차곡 도구를 넣은 성용이는 자크 까지 잠궈주곤 일어났다. 비록 짧은 대화지만 우린 대화하는 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지 않았다.
응급상자를 들고 일어섰다. 자질구레한게 담긴 응급상자가 무거운 만큼 내 마음도, 내 기분도 무겁다. 터덜터덜 뒤돌아 걸어가는 성용이의 뒷모습을 본다.
그리고 성용이 보다 조금 더 앞서 걸어가는 그. 못난 나를 질책하며 그라운드를 등지고 돌아섰다. 나오려는 눈물을 또 꾹꾹 눌러 참는다.
"또 우나"
주변을 둘러보니 주차장엔 그 많던 차들이 다 빠져나가고 몇 대 밖에 남아있질 않았다.
"힘들대서 놔줬드만 왜 더 힘들어하노. 내가 아직 니를.. 좋아한다고 해도 내는 이제 니한테 몬 간다. 와 그렇게 힘든 길을 걸을라카나"
"힘들어도 좋아서. 그 때 오빠 놔버린게 후회되고 왜 다시 잡지 않았는지도 후회돼"
또 다시 흐르는 내 눈물을 보곤 그는 내게로 다가와 눈물을 닦아준다. 오빠가 자꾸 이러면 나 기대고 싶어. 그러면 안되는데 자꾸 그래.
해가 또 뉘엿뉘엿 지려고 한다. 길고 긴 그림자가 그와 내 사이에 져 있고 내 머리칼이 바람에 날릴 때 마다 그림자 또한 움직인다.
"아직도 니를 보면... 이럴 땐 니 머리칼도 정리해주고 싶고, 밥 먹을 때 반찬도 놔주고 싶고, 혼자 길 걷고 있으면 손도 잡아주고 싶고 그렇다.
아무렇지 않은척 니한테.... 인사를 할 때도 힘들어 죽을 것 같다. 성용이 자식이랑 사귄다고 했을 때, 늬네 입술 부닥칠 때... 내는 어땠겠나"
당황한 내 얼굴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내 두 손을 부여잡고 계속 말을 이어가는 그. 따뜻하다.. 따뜻해.
"내가 니를 사랑해도 지금은 못 간다"
"............."
"니는 나한티 잊을 수 없는 사람이다. 내도 니 못 잊는다. 그 마음이면 된기다."
자꾸만 내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던 그가 날 끌어 안았다. 얼마만에 그의 품에 안겨보는건지 따뜻하기만해 그의 어깨가 다 젖도록 울었다.
우린 너무 먼길을 돌아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3년 전의 일로 그 역시 힘들어 할 줄은 몰랐다. 너무.. 나에게 아무렇지 않게 대해왔으니까.
나는 그에게 잊을 수 없는 사람이라는 그 말, 그 마음이면 된거라는 그 말. 아, 내가 그에게 이런 사람이구나. 나는 그에게 소중한 사람이였고 소중한 사람이구나.
내 허리를 꼭 둘러 안는 그가, 내 어깨에 턱을 대고 가만히 내 등을 쓸어내리는 그가.. 3년이 지나도 너무 익숙하다. 그의 품이 내 자리인 마냥.
한참을 그의 품에서 울었다. 아니, 그도 울고 나도 울고. 아무도 없는 빈 주차장에서 울리는 내 울음소리, 그리고 내 심장에 들리는 그의 사랑한다는 말 소리.
"오빠는 결혼해서 예쁜 아이 낳고 잘 살아. 나는... 잊어도 되고 안잊어도 되고..... 예쁜 딸도 낳고 오빠 닮은 잘생긴 아들도 낳고 그렇게.."
울음 섞인 내 목소리에 날 더 꽉 끌어안는 그. 그가 현재 여자친구를 사랑하든 날 사랑하든 상관없다. 내가 그를 사랑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겉으로 표현할 수 없어도 좋다. 그가 날 잊어도, 잊지 않아도 좋다. 내가 그를 사랑하고 내가 그를 잊지 않으면 되니까.
내 허리에 둘러졌던 그의 손을 풀고 그를 빤히 바라봤다. 까마디 까만 머리칼, 까무잡잡한 피부, 흑갈색 눈동자.. 내가 사랑하는 사람.
"와 그렇게 보나"
"잘생겨서"
"사랑한다"
내 입술에 닿는 부드러운 그의 입술. 내 아랫입술을 진득하게 물다가 내 허리를 감싸곤 내 치열을 훑는다. 사귈 때는 고르지 못한 내 치열에 그가 농담도 했었는데..
조금씩 파고드는 그가 버겨워 차에 살짝 기대자 그는 날 가두듯 양 손을 차에 짚었다. 사랑한다는 그의 말이 이 키스 보다 몇 백배는 더 달콤하다.
마지막이 될 그의 말이 자꾸만 내 귀에 맴돌고 내 머릿속에 떠다니는 그 세 글자, 사랑해.
Chu's story
병원 측에서 예상했던 그 가벼운 뇌진탕 조차 없다는 주치의의 말을 듣고 곧바로 병원을 퇴원했다.
에이전트가 호들갑을 떨며 평가전에 무리 없이 뛸 수 있어 다행이라고 옆에서 기뻐했지만 내 귀에 그런 소리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한 숨만 폭폭- 쉬어대는 날 이상하게만 바라볼 뿐 그 어떤 것도 나에게 묻지 않았다. 그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경기력이 떨어진 탓에 에이전트가 고생했었는데 또 그녀 때문에 마음이 안좋다고 하면 무슨 소리를 들을지 뻔했으니까.
무슨 말을 하려듯 자꾸만 입만 벙긋거리는 에이전트를 모른척하며 한국에서의 마지막 훈련을 했다. 그녀와 내 사이에 흐르는 이상한 기류를 짐작했겠지.
그녀를 보는 마지막 날. 그녀와 내 마음을 다시 확인 한 날. 울고 싶었다.
"오빠는 결혼해서 예쁜 아이 낳고 잘 살아. 나는... 잊어도 되고 안잊어도 되고..... 예쁜 딸도 낳고 오빠 닮은 잘생긴 아들도 낳고 그렇게.."
큰 바늘로 심장을 찌르는것 마냥 쿡쿡 아파온다. OO이가 없는 동안 날 봐준 그녀를 사랑하지 않는건 아니다. 사랑한다.
다만 OO이 만큼 사랑하는건 아니다. 지금 당장 그녀와 헤어진다고 해서 내게 죽을만큼 힘든 시련이 오지는 않겠지만 OO이가 내 눈 앞에서 사라지는건.. 안된다.
너 닮은 딸, 나 닮은 아들 낳고 살고 싶다는 말이 턱 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애써 삼켰다. 그녀가 날 살펴본다. 머리칼, 눈, 코, 입..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 마다 상처에 과산화수소를 부은듯 따끔따끔 아려온다. 바람에 그녀의 머리칼이 날린다.
3년 전 그 날 처럼 짙은 노을이 깔린 하늘. 그 하늘 아래 우리 두 사람이 서있다, 그 짙디 짙은 노을을 받으며. 노을 빛이 서린 바람을 받으며.
"와 그렇게 보나"
"잘생겨서"
헤어지기 전 행복했던 나날들 속에서 그녀가 나에게 잘생겼다고 했던, 멋있다고 했던 장면들이 파노라마 처럼 스쳐 지나간다.
너의 그 예쁜 입술에서 나에게 멋있다고, 나만 들으라는듯 속삭이면 나는 너에게 말했지.
"사랑한다"
3년 동안 해주고 싶었던 말. 이제는 그 한 마디로 그녈 향한 내 마음을 모두 표현 할 수 없을 만큼 시간이 지나버렸다.
바래고 바래서 탁해진 빛 만큼이나 우리 사랑은 바랬다. 그리고 충동적인 내 마음을 제어하지 못하고 너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어 버렸다.
항상 키스를 할 때면 놀라던 너 때문에 나는 조심스레 너를 안았다. 너의 머리칼이 바람에 날려 날 간지럼을 태운다.
그 예쁜 머리칼을 정리해 넘겨주고 달콤한 너의 아랫입술을 물고 놔주지 않는다. 놓치고 싶지 않아서, 보내고 싶지 않아서.
자꾸만 내 마음은 그녀를 원하고 또 원한다. 점퍼 안 주머니에서 울리는 진동. 흔들리지 않는다. 널 너무 사랑하니까. 아니, 그 한마디로는 정의되지 않으니까.
나는 그녀를 잊으려 다른 여자를 만나고, 약혼하고, 결혼을 하겠지만 그녀 만큼은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좋은 남자 만나라고 웃으며 말했지만 나만 바라봐줬으면 좋겠다, 지금 처럼 내가 볼 수 있는 곳에서. 나 보다 널 아껴줄 남자가 생겨도 나는 잊지 않았으면 한다.
말도 안되는 이기심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그렇다. 나는 행복하게 다른 여자와 웃으며 살지언정 그녀는 나를 봤으면 좋겠다.
그 때 내가 널 잡았다면, 단 한번만이라도 널 잡았다면 우리의 현재는 달라졌을까? 널 다독이고 널 좀 더 아껴주고 널 좀 더 사랑해줬다면 우리는 지금 어떨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우는 너의 모습 따위는 보고 있지도 않겠지. 이 쓰디쓴 이별을 맛 보지 않아도 되었겠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나는 그녀를 못 잊는다고 했다, 그녀도 날 못 잊는다고 했다. 엇갈린건 아니다. 같은 길을 걷고 있으니까.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만날 수 없는 우리는... 평행선이다.
KI's story
"OO...아.."
마지막 인사라도 할려고 했다. 널 잊지는 못해도 다음에 볼 땐 웃으면서 친구로 보자고, 그렇게라도 니 옆에 있고 싶다고.
내 진심을 담아 너에게 인사하려고 했다. 왜 하필이면 내가 널 부를 때 너와 주영이 형이 눈이 마주쳐버린걸까.
알고 있었다. 형도 널 잊지 못하고 너도 형을 잊지 못하는걸. 그러면서도 나는 형에게 너와 사귄다는 장난스러운 말도 하고 부러 형 여자친구 얘기도 많이 꺼냈다.
더 이상 형과 너는 이루어질 수 없다고 못이라도 박듯.. 내가 나빴다. 그래서 내 마음에 자꾸만 스크래치를 내는 너에게 되려 미안했다.
내 마음이 아픈건 괜찮아도 니가 우는건 못 볼것 같았다. 나 때문이 아니라 형 때문이라면 더더욱.
그 어느 누가 들어도 가슴 아플 너랑 형의 대화를 들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접어야겠다고, 너를 향한 내 마음을.
내가 형 보다 먼저 널 좋아했고, 내가 형 보다 너와 함께한 시간이 많았고, 내가 형 보다 너에게 잘 해준 시간이 많았다고 생각했고 항상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데 그런 내 자부심을 짖밟아버려는 너의 사랑. 내가 아닌 형에 대한 사랑. 모든게 내가 형 보다 먼저더라도 그 하나가 나에게 없다면 난 진거라걸 알았다.
형과 너의 대화를 듣고 너를 향한 내 마음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했고 형과 너의 애절한 키스를 보면서 미련 없이 돌아서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설 자리는 없어보였다.
주머니에서 전화기를 꺼내 전원을 껐다. 혹시라도 너에게 전화가 올까봐. 애써 눌러놓은 내 마음을 니가 다시 헤집어 놓을까봐.
너를 형을 바라보고 못 잊고, 나는 널 바라보고 못 잊는다. 엇갈린건 아니다. 같은 길을 걷고 있으니까.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만날 수 없는 우리는... 평행선이다.
초고추장입니다! 오늘 시험 첫날이였는데 되게되게 시험 잘 쳤어요!!
특히 국어요ㅋㅋㅋ 진짜 진짜 잘 봤어요!>< 오늘은 조금 일찍 올리고 갈게요! 내일 시험을 준비해야 되서요ㅠㅠ
글 읽으시구 카톡 주시는 독자님들 계시는데 제가 길에 카톡 못해드려서 죄송해요ㅠㅠㅠ
시험 끝나면 많이 많이 해드릴게요!
Aㅏ..... 벌써 평행성 마지막 편이네요ㅠㅠㅠ 한 연재작이 끝날 때 마다 아쉬워 죽겠어요ㅠㅠ
좀 더 잘 쓸 수 있는데... 이런 마음이요헣 그래봤자 다음 연재작도 똑같긴 한데 말이죠ㅋㅋ
이 편이 마지막 편이지만 내일 After story 편이 올려질 예정이구요! 내일 모레, 그러니까 목요일에 시험 끝나고 와서 텍파 공유도 하고 이벤트에 대해서 공지하겠습니다~
다음 망상 주제는 아마 튜베로즈 처럼 자극적인...>< 불륜 같은 소재가 될것 같아요! 싫으면... 어쩔 수 없죠.. 소금소금.. 바꿀까여..?
Thanks to.
깡통님
기성용하투뿅
투게더님
한결님
마뷰님
지몽님
에코님
포프리님
짤랑이님
찐빵님
앉으나서나님
홍초녀님
빼빼로님
연두님
쫑이님
뿡뿡이님
갸루상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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