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 목소리 (feat.개리 of 리쌍)
Paraller lines
"나 믿고 따라올 수 있지?"
난 이기적이게도 그 날 아침 그 간질거리는 느낌 때문에 성용이 마저 놓지를 못한다. 아니, 어쩌면 난 조금씩 그 느낌에 익숙해지고 있는걸지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면 여기저기 얼룩진 눈물을 닦아주곤 안전밸트를 고쳐매준다. 내 입술에 짧은 키스를 하는것도 잊지 않고.
부끄러워 고개를 숙이면 옆으로 넘긴 앞머리를 매만지며 싱긋 웃는 성용이. 이 쯤 되면 난 이미 성용이의 포로다. 마음대로 오고 갈 수 없는 포로.
선수들이 짐을 챙겨 나오는 락커룸 앞에서 마주친 그.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인사를 해온다. 가슴이 따끔따끔 아프다.
"요즘 얼굴 좋아보인다. 좋은 일이나도 있나"
얼굴이 좋아보인다는 그의 말. 하나도 안좋다. 이미 내 눈과 귀는 그에만 반응한다. 훈련 받는 선수들을 보고 있으면 내 눈동자는 그만 따라다닌다.
그러다가 성용이와 눈이라도 마주칠 때면 미안해 죽을것 같다. 아무렇지 않은척 웃어주지만 속은 쓰리고 쓰리다는걸 누구 보다 잘 안다. 그래서 좋지 않다.
"형 몰랐어요? 우리 사귀는데"
"아... 축하한다. 저번에 늬들 입술 부닥치는거 다 봤다 아이가"
락커룸에서 짐을 싸서 나오던 성용이가 내 어깨에 떡하니 제 손을 얹더니 내뱉은 말. 그는 조금 당황한듯 하다가 웃으며 축하한다고 했다.
둘이 동갑이라서 말도 잘 통하고 잘 맞겠다며 성용이와 나에게 축하한다고 했다. 내 표정이 어떤지 지금 짐작이 가지 않는다.
"형도 결혼하시면 축하해드릴게요"
"싸우지말고 잘 지내라. 저번에 늬들 싸울 때 을마나 맴이 안좋았는지 아나"
"네네- 잔소리 그만하시고 형수님한테 가시죠- 약속 있는것 있던데"
다시 한번 축하한다고 말하고 그는 자리를 떴다. 그리고 성용이는 고개를 숙여 나와 눈을 마주치려 했다. 거부 없이 성용이의 눈을 바라봤다.
"화났어?"
"아니"
"슬퍼?"
"응"
"울거야?"
"아니"
슬프다니 보다는 마음 한 켠이 씁쓸해지는 느낌. 어차피 그도 결혼할 여자가 있는데 나라고 남자친구 못사귈게 뭐가 있냐는 심산이다.
이제야 그를 좀 놓아줄 수 있나 싶다. 눈물나지 않고 씁쓸하기만 한걸 보면 이제야 그를 조금은 놓아줄 수 있는것 같다. 이제야.. 3년도 훨씬 지난 지금에서야.
"착하다, OO이. 울지도 않고"
"애 아니라니까-"
"어이구 네네-"
여전히 내 어깨에 손은 얹은채 우리는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저녁을 뭐 먹을까, 영화 볼래?, 차 마시러 가자.. 정말 아무일도 없었다는듯 평소 처럼 우린 대화를 했다.
어쩌면 난 아직 그를 놓아줄 준비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직 놓아줄 수 없는데 억지로 잊는걸 수도 있다. 성용으로 인해서.
성용이는 그 보다 잘해줬으면 잘해줬지 못해주진 않았다. 항상 사소한거에 신경 써줬고 그러면서도 내가 부담스럽지 않게 해줬다.
내가 만약 그 사람 보다 성용이를 먼저 만났고, 성용이를 좋아했다면 정말 예쁜 사랑을 했을거라는 생각이 들만큼 잘해줬다.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헤어지기전 굿바이 키스도 잊지 않고 성용이의 차가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가 내 눈에 보이지 않을 때 까지 현관에 서 있었다.
몇 일 전 주차해 둔 그대로 주차장에 세워져 있는 내 차를 바라보다가 이내 집으로 들어왔다. 몇 일 새에 집 안엔 성용이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혹시라도 집에서 DVD를 보는 날이면 성용이는 항상 집에서 자고 갔으니까. 쇼파 옆 탁상에는 잘 개어져 있는 이불과 성용이의 여벌 옷이 있다.
항상 컵 하나는 찬장 깊숙한 곳에 있었는데 이젠 가까운 곳에 컵이 2개가 있다. 현관에 서서 성용이의 흔적들을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쉬고 안방으로 들어섰다.
높게 틀어올렸던 머리를 풀려는데 전화기가 울린다. 잘 들어갔냐는 성용이의 전화 같아서 보지도 않고 어- 성용아 라며 전화를 받았다.
[아.. 내다]
"오빠......"
[성용이 전화 기다렸나]
"아냐 방금 헤어져서 잘 들어갔냐는 전화인줄 알고.. 미안해"
[아이다. 성용이 좋은 아인거 니도 알기다. 잘 지내라. 싸우지들 말고]
"오빠도 곧 결혼하는것 같던데.... 잘 준비해.."
자꾸만 목이 메어와서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빌어주는 일. 너무 힘들 일이다.
이제 그 때문에 울 일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울 일이 남았나 보다. 그는 항상 예고치 않고 날 힘들게 한다. 오늘 이 전화 처럼.
[준비는 무슨.. 이제 결혼 날짜 잡으려 한다]
"봄에 결혼하고 싶댔잖아.. 뭘 고민하고 그래.."
[니.. 우나?]
"아니- 내가 왜 울어. 지금 복도라서 좀 울려서 그래"
[봄에 결혼하고 싶기는 한데...]
"오빠 미안 나 끊어야 될것 같아. 갑자기 급한 전화가 들어와서"
[그래 미안타. 내일 보자]
급히 전화를 끊고 막을 수 없이 봇물 처럼 터져나오는 눈물을 쏟아냈다. 자꾸만 자꾸만 눈 앞이 흐려지고 똑똑 흐르는 눈물.
그는 내가 이제는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나 보다. 하나도 안괜찮은데... 이렇게 전화통화 하나만으로도 쉽게 눈물이 나는데...
"제 생각에는 OO씨가 갔으면 해요. 일단 저 보다 실력도 있고 경험도 있으니까요"
"네? 아 저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원정경기인 평가전에 내가 갔으면 좋겠다고 하는 동료 팀닥터에게 잘 모르겠다는 말을 전했다.
솔직히 해외 갈 수 있는 기회가 적을텐데 궂이 왜 나에게 갔으면 한다는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경험이 없다보니까 그런가보다 하고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동료 팀닥터가 사무실로 들어가고 나는 그라운드 밖에 서서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훈련인데도 불구하고 열심히들 뛴다.
코치진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선수들끼리 사인을 맞추느라 정신이 없는 그라운드 안. 그에게서 시선을 때려고 노력했다.
팀닥터인 만큼 여러 선수들을 고루 보려고 했다. 바쁘게 차트를 넘겨가며 다른 선수에게 한 눈을 판 사이 그가 넘어져 그라운드에서 나뒹굴고 있다.
재빨리 그의 차트를 넘겨보며 현재 상황을 체크했고 코치진들이 들어오라는 사인을 보내왔다.
"오빠 괜찮아?"
상대팀의 태클에 무릎을 다친듯 무릎을 매만지고 있었다. 지난 시즌에도 무릎 때문에 고생하더니 한번 다친뒤로 계속 다치고 있다.
"안되겠어요. 저번에 다친 곳이예요. 병원에 가는게 좋겠네요"
코치진들에게 말을 하고 그를 부축해 그라운드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성용이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했다.
"저번에 다친데 맞지? 병원에 가는게 좋겠어"
"심한거 아이다. 원래 한번 다친데는 계속 아픈기다"
툭툭 털며 일어서는 그를 올려다보자 그가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으로 웃는다. 정말 괜찮은건가..
"그래도.."
"성용이가 내 째려본다. 개안타 안카나"
힐끔하고 성용이를 보자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그와 나를 보고 있다.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그래도 걱정이 되서 경기 전에 꼭 한번 병원에 들르라고 했다.
손을 설레설레 흔들어보이며 그는 터벅터벅 다시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갔다. 자기 몸은 자기가 제일 잘 아니까..
선수들의 훈련이 끝나고 사무실로 들어가려는데 누가 휙- 하고 손을 낚아채길래 뒤를 돌았더니 성용이가 잔뜩 뿔난 표정으로 서있다.
"나도 다친것 같아"
"엄살쟁이- 질투해?"
"아냐- 진짜 다친것 같아"
"어이구- 그랬어요-"
마주잡은 손을 놓으며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려하자 정말 다쳤다며 치료해달라고 애 처럼 때를 써서 결국 사무실로 데리고 들어왔다.
익숙한듯 간의 침대에 앉아 대충 여기여기 저기저기 다쳤다고 하는데 도통 어디가 아프다는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여기가 어디고 저기가 어디냐고"
"아 여기!! 저기!!"
"너 자꾸 엄살 피울래?"
아 여기 말이야- 하면서 내 입술에 진한 키스를 해온다. 어떻게 밀어낼 수도 없이 성용이가 저항하려는 내 두 손을 잡아챘고 다른 손으로는 내 허리를 옭아맸다.
민망한 소리가 사무실 가득히 울려퍼졌고 진한 키스는 끝날 줄을 몰랐다. 느슨해진 성용이의 손을 살짝 뿌리쳤다. 성용이의 입술이 떼어졌다.
기분 좋게 활짝 웃는 성용이 때문에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다. 뾰로통해져 입을 쭈욱 내밀자 한번 더? 란다. 어이가 없어 웃자 또 따라 웃는다.
"너 진짜..."
"왜? 미워할 수가 없어?"
"응"
예상과 달리 내가 너무 빨리 인정을 하자 꼬투리 잡은게 없어진 모양인지 미간을 살짝 찌푸린다. 그러면 주름 생긴다니까-, 아까 질투났어, 아니라며?, 질투야 질투.
투정 부리는 그가 귀여워 엉덩이를 토닥토닥 해줬다. 뭐 자기는 애가 아니라고 또 한소리를 하긴했지만.
주저리 생략.. ㅠㅠ 죄송해요ㅠㅠㅠ 도서관에 가야해서..;;
Thanks to.
지몽님
포프리님
꼬맹이님
기성용하투뿅님
연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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