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가인 - Fxxk U (Piano ver.)
사내 로맨스는 아찔하다.05
부제:박지민 데이(트)
주말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일찍 떠졌다. 물론 자발적으로 일어난건 아니고, 핸드폰 알람소리에 억지로 몸을 일으킨거지만.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느릿느릿한 손으로 알람을 끄고 시계를 보니 아직 약속시간까지 많이 남아 여유가 있다. 좀만 더 자다 나가야지... 이불 속으로 다시 고개를 파묻고 그대로 잠에 들려는 찰나, 한 번 더 울리는 알람에 짜증을 내며 핸드폰을 들었다.
뭐야, 알람이 아니라 전화네. 이 시간에 누구야... 인상을 찡그려도 흐릿하게밖에 보이지 않는 핸드폰 액정에 그냥 통화버튼을 눌러버렸다.
"여보세요..."
-...잤어요?
"누구세요..."
-어, 나 박지민인데.
"아, 지민이구나... 네? 지민이, 어? 아니, 그, 대리님?"
지민이, 그래. 지민이구나- 하고 대충 넘기려던 내 목소리가 뚝 멈췄다.
...누구더라, 지민이가. 몇 초간 생각하던 내 머릿속에 잠이 확 깨게하는 한 사람의 얼굴이 스쳐지나갔고 놀라 핸드폰을 떨어뜨릴 뻔 한걸 꼭 잡고 대리님이시냐 묻자 뭐가 그리 재밌는건지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네, 대리님이세요. ㅇㅇ씨가 내 이름 불러주는거 또 들어보네."
"아... 죄송해요. 제가 정신이 없어서..."
-아니야, 괜찮은데요. 지금 일어난거예요? 내가 괜히 깨웠나.
"아니에요. 안그래도 지금 씻으려던 참이에요. 하하..."
어색한 내 웃음에도 그저 따라 웃으시던 대리님이 그냥 모닝콜 해주려고 했는데 막상 전화하니까 깨운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하신다. 이러면 내가 왠지 더 미안해지는데. 오히려 당황해서 정말 괜찮다고 하며, 이따 카페에서 뵐게요. 하곤 급하게 전화를 마무리했다.
...으아아아. 귀찮아. 아침부터 예상치 못한 사람의 전화에 잠이 완전 깨버렸다. 잠은 깼는데, 눈은 왜 안떠지냐. 감긴 눈을 제대로 못 뜬 채로 이불을 대충 걷어내고 일어나려다 침대 모서리에 다리를 박았다. 미친, 아파죽겠네. 울상을 지으며 부딪힌 자리를 슥슥 문지르다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직행했다.
시간이 많기는 하지만, 여유부리다 완전 지각순이로 찍히면 안되니까. 칫솔을 문 채로 화장실 벽에 기대어 어제 일을 회상했다.
...미쳤었지, 진짜. 난 또 왜 사무실에서 잠이 드냐고... 분노의 양치질을 마치고 샤워를 하고 머리를 대충 수건으로 싸맨 뒤 나왔다. 이 아침부터 뭔 난리냐... 그래도 허리가 좀 나아져서 망정이지. 그것도 아니었으면 정말 오늘 박대리님과의 약속에 나가지 못할 뻔 했다.
저번주에 팀별로 마무리하지 못한 일이 좀 있어서 나와 박대리님이 함께 주말에 처리하기로 했었는데 이틀 전 그 사건때문에 잊고있다 어제 밤에 생각나 급하게 약속을 잡았다.
그냥 일요일에 하자고 할걸, 왜 하필 오늘 잡아서... 한숨을 쉬다 머리를 말리고 화장대 앞에 앉았다. 대충 하고 가고싶지만, 그래도 이미지가 있는데. 해야지.
느릿하게 화장를 하고 평소보다는 편한 옷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
아무리 같이 하는 일이지만, 내가 좀 해놔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먼저 카페로 가서 일을 하고있었다. 한참을 일에 집중하고있는데 내가 앉은 테이블에 똑똑,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드니 박대리님이 내 앞에 앉아있다.
"어, 벌써 와있었어요? 나도 5분 일찍 온건데..."
"아, 오셨어요? 그냥 먼저 좀 하고있었어요."
"그럼 일찍 끝나겠네. 그쵸."
"네. 아마 한... 두 시간 정도만 더 하면 될 것 같아요."
"그럼 다 하고 놀다 들어가면 되겠다. 오늘 약속 없죠?"
"...네? 약속이 없긴 한데..."
놀다 들어가면 되겠다는 말에 당황해 박대리님을 쳐다보니 웃으며 내 앞에 있던 자료를 반 정도 가져가 제 앞에 내려놓는다.
"얼른 시작해요, 먹고싶은거 있으면 얘기하고."
"아, 네! 감사합니다."
"근데, 사실 우리 성 사원이 감사하다고 해놓고 아무것도 말 안할거 알아서 허니브레드 시켜놨어요. 아침 안 먹었잖아, ㅇㅇ씨."
"예? 아니, 그... 감사합니다..."
내가 뭐라 말 하기도 전에 나와버린 허니브레드가 너무 맛있어보여서 입을 다물었다. 본능은 어쩔 수 없는건가... 어색하게 웃으며 감사하다고 다시 말하자 그제야 웃으며 일을 시작하신다.
...근데 내가 아침 안 먹은건 또 어떻게 아셨대. 가끔 보면 눈치가 너무 빨라서 무서울정도다.
허니브레드를 조각조각 잘라 입에 넣으려다 벌써 일에 집중하기 시작한 대리님께도 하나 드려야할 것 같아 조금 고민하다 포크로 찍어 건네려는데 그건 또 언제 봤는지 여전히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한 채로 '나는 아침 먹었어. ㅇㅇ씨 많이 먹어요.' 라고 말한다.
...이걸 눈치가 빨라서 좋다고 해야해, 무섭다고 해야해.
어쩌면 나랑 회식 날 잔 남자가 누구인 것 같냐고 물어봐도 아무렇지 않게 대답해주실지도 모른다는 바보같은 생각을 하다 서둘러 노트북에 손을 올리고 일을 시작했다.
***
사내 로맨스는 아찔하다.05
W. 봄처녀
***
"으어... 다 끝냈다. ㅇㅇ씨, 아직 남았어요?"
"저도 거의 다 했어요. 잠깐만요."
대리님은 다 끝내신건지 기지개를 펴고 테이블에 편하게 기대어 앉아 턱을 괸 채 나를 쳐다보신다.
그걸 보니 나도 얼른 끝내야 할 것 같아 집중하는데 자꾸 옆에서 방해하듯 말을 걸어온다.
"ㅇㅇ씨, 우리 오늘 뭐하고 놀까요?"
"어...글쎄요."
"그럼 내가 하고싶은거 해도 돼요?"
"그럼요."
"영화 볼까요?"
"좋아요."
"그럼... 밥은 뭘로 할까요?"
"전 다 좋아요."
"양식, 일식, 중식 다 괜찮아요?"
"네, 다 좋아요."
"나도 좋아요?"
"좋아요, ...아니, 네?"
"와, 진짜요? ㅇㅇ씨 나 좋아하는구나."
"아, 갑자기 뭐예요..."
딱 봐도 장난하는 것 같이 나를 보며 말을 거는 대리님께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대충대충 대답하다 화들짝 놀라 시선을 옮겨 대리님을 쳐다보니 능글맞게 웃으며 노트북을 가리킨다.
"얼른 끝내요, ㅇㅇ씨가 좋아하는 남자 엄청 기다리는 중이니까."
"아, 진짜. 대리님!"
내가 작게 소리치자 재미있다는 듯 큭큭대며 웃는다. 그에 결국 따라 웃어버리고는 일을 마무리한 뒤 노트북을 덮었다. 대리님은 그런 날 보며 웃다 가방을 챙겨 함께 밖으로 나왔다.
근데, 뭐 하려고 그러지. 아무 생각없이 대리님을 올려다보자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밥부터 먹어요. 뭐 먹을래요?"
"어... 대리님 뭐 드시고싶은거 있으세요?"
"난 ㅇㅇ씨가 좋은걸로요. 아, 우동 먹을까요. 괜찮은데 아는데."
"어, 좋아요! 저 우동 완전 좋아해요 대리님."
"가요 그럼. ...근데, 회사 밖에선 대리님이라고 안하면 안돼요? 사람들 다 쳐다보는데."
"그럼 뭐라고 해요? 대리님은 대리님인데."
"어... 오빠?"
"...네?"
내가 잘못들었나. 고개를 갸웃거리니 대리님이 억울한 표정으로 왜 못들은 척 하냐고 말한다.
오빠는 무슨, 말도안되는 소리야.
"...오빠가 더 이상하거든요."
"안 이상해요. 완전 정상인데. 내가 ㅇㅇ씨보다 두 살이나 많으니까."
"두 살 많은건 좋은 게 아니에요. 오빠인 것도 좀 있으면 별로실걸요?"
"상관없는데. 난 오빠라고 불러주는게 좋아요."
발걸음은 우동집으로 향하면서도 끝까지 오빠를 강조하는 대리님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한데, 오빠는. 뭔가 벌써부터 평소보다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 어색한 감이 좀 있었지만 옆에서 자꾸 오빠오빠 하며 떼를 쓰는(?) 대리님을 보니 금방 또 편해졌다.
자리에 앉아 대충 주문을 하고 물을 마시는데 아직도 포기를 못한건지 입술을 반쯤 내밀고 삐진 표정으로 입을 연다.
"...정말 안 해줄거예요?"
"네, 안해줄건데요."
"너무한다 진짜..."
"얼른 먹어요 오빠. 식어요."
흘러가듯 자연스럽게 말하고 밥을 먹기 시작하자 멍하니 나를 보고있다 곧 눈을 접고 웃으며 좋아한다. 심쿵이라나 뭐라나. ...하도 해달라길래 그냥 한건데 이렇게 좋아하면... 뭔가 이제야 해준 내가 나쁜 사람 같은데.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음식을 먹자 내가 먹는 걸 또 가만히 보고있기에 젓가락질을 멈추고 얼른 드세요, 하는 말을 한번 더 하고 나니 그제서야 대리님은 우동을 먹기 시작했다.
***
"재미있었어요, 오늘?"
"완전 재미있었어요! 근데 영화 빼고는 제가 낸게 없어서..."
"에이, 원래 데이트 할 때는 남자가 사는거죠."
"그래도, 다음엔 제가... 아, 오늘 한거 데이트였어요? 몰랐는데."
"그럼 데이트죠, 남자여자 둘이 노는데."
당연하게 데이트라며 하는 말에 당황했지만 티내지 않고 웃어보였다.
근데, 오늘 정말 하루종일 얻어먹고, 놀았다. 카페에서도 그렇고, 점심도 같이먹고, 영화도 보고, 저녁도 먹고 ...뭐, 좀 데이트 같긴 했네. 아침 열 시에 집에서 나왔는데 이 밤이 다 되어서야 돌아왔으니... 벌써 거의 여덟 시간 씩이나 같이 있었다. 내가 이렇게 오래 박대리님이랑 사적으로 있었던 적이 있나. 혼자 깊게 생각하는동안 어느새 우리 집 앞에 도착해 뒤돌아섰다.
"아, 다 왔어요, 저희 집. 얼른 들어가세요, 생각보다 너무 늦었네요... 죄송해요."
"아니에요, 우리 집 여기서 가까워서 금방 가요. 근데, 가기전에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네, 뭔데요?"
"그... 마케팅팀 전 사원이랑 무슨 사이예요? 그냥, 궁금해서."
아무 생각 없이 듣다가 전 사원이라는 말에 멈칫했다.
왜 갑자기 전정국이지? ...사내에 얘랑 나 사이를 연인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던게 사실인가.
박대리님의 말에, 그냥 친구라 대답하면 되는데 왠지 망설여지는 기분에 뭐라 대답할까 얼마를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아무 사이 아니에요. 다들 오해하시더라구요. 그냥 친구예요, 대학 때부터.
"...아, 그랬구나. 매일 같이 다니니까, 사귀기라도 하는 줄 알았죠, 나는. 사귀는거 맞으면 민팀장님한테 이르려고 했는데. 아쉽네."
"와, 박 대리님 무서운 사람이네요. 완전."
"에이, 아닌거 알잖아요. 그나저나 여기 우리집이랑도 가깝고... 자주 같이 놀면 되겠다. 그쵸?"
집이 가깝다며, 자주 같이 놀자는 말에 괜히 조금 놀려줄까 싶어 잠깐 고민하는 척 하다 고개를 끄덕이니 긴장하는 듯 한 표정이 금방 또 풀어지며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 행동에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려는 타이밍이 어긋나 약간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그 틈에 나는 이 말을 할까말까 머리속으로 한 삼백번은 고민을 하고, 입술만 꾹꾹 깨물어대다 결국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대리님, 그. 회식 날... 제가 죄송했어요. 하도 많이 취해서..."
"네? 아아, 괜찮아요. ㅇㅇ씨 그렇게 취하는거 처음 봐서 놀라긴 했는데, 뭐... 귀엽고 좋았는데.
"그래도, 제가 막, 안기고...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떼쓰고... 네... 죄송해요, 진짜."
"...아, ㅇㅇ씨가 기억나는게 그 때구나. 다른 건, 기억나는거 없어요? 그 날."
"제가 또 무슨, 이상한 짓이라도..."
"아니, 기억 안나면 말고. 너무 신경쓰지마요 진짜 괜찮으니까."
정말 괜찮으니 미안해하지 말라는 말을 몇 번 더 한 대리님은 너무 늦었으니 얼른 들어가라며 나를 안으로 들여보냈고 마지막까지 몇번 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방금 뭔가, 되게 증요한걸 놓친 기분이었는데. 다른건 기억나는게 없냐니. 내가 그 아이스크림 난동(?) 이후에 또 무슨 이상한 짓이라도 했나.
아무리 그 때를 생각해보려 해도 기억이 나지 않아 괜히 단정하게 빗었던 머리를 헝클이며 한숨을 쉬었다. 이쯤되면 생각이 날만도 한데. 계속해서 생각해내려 애를 쓰면서도 발은 습관적으로 움직여 집 앞에 다달았다. 자연스레 비밀번호를 누르고 안으로 들어와 신발을 벗는데 소파 위에 익숙한 뒷모습이 앉아 제집인 냥 티비를 보고있다.
...저건 또 왜 왔어, 안그래도 피곤한데.
내가 들어오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지 티비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돌아보지도 않는다. 아무렇게나 가방을 던져두고 나도 소파에 앉아 몸을 편하게 기댄 채로 쳐다보니 여전히 티비를 보며 입을 연다.
"...일찍 좀 다니라니까, 말도 더럽게 안듣지."
"몰라, 나 피곤한데. 집으로 좀 가지."
얼른 가라며 귀찮은 듯한 표정을 짓자 몇 초간 멍하니 티비에 시선을 두다 바로 전원을 꺼버리더니 아예 몸을 돌려 나를 쳐다본다. ...뭐야, 갑자기 또 왜 이래.
그제야 전정국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보는데, 뭔가 평소 잔소리를 할 때와는 다른 표정인걸 느꼈다. ...왜 또 화났지. 심지어 이건 그냥 화난게 아니라, 엄청 빡친걸 참고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 표정 없이 나를 바라보는 전정국을 뭐, 어쩌라고. 하는 얼굴로 보고있자 어이없다는 듯, 기분나쁜 웃음을 작게 터뜨린다.
"박지민이랑 놀다와서, 참도 피곤하겠다?"
"...뭐?"
"남자새끼랑 늦게까지 잘 하는 짓이다."
"...야, 전정국."
"그래, 내가 너한테 뭘 바라냐."
"......"
"...기대한 내가 병신이지."
저 혼자 몰아붙이듯 한 그 말들을 끝으로 제 짐을 챙겨 집을 나가는 전정국을 붙잡지도 못한 채, 뒷모습을 바라보기만 했다.
그게 얼마나 후회할 일이 될지도 모른 채로, 전정국을 돌려보내버렸다.
***봄처녀의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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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여러분 사랑하고,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얼른 다음편도 보러가세요 (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