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나랑은 그런 사이니까 09
" 내일부터 시험이니까 오늘 가서 졸지말고 마지막으로 정리해서 내일 시험 잘봐라! "
고등학교 3학년, 이제 치를 수 있는 시험이 몇번 남지 않았다.그래서 인지 더더욱 긴장한 아이들의 표정에 담임선생님이 한숨을 쉬었다. 물론, 백현도 긴장으로 굳어있긴 마찬가지였다. 그런 백현의 표정을 흘끔 본 경아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교실을 빠져나가려는 백현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 ..왜? "
이건, 시험보다 더 긴장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 백현이 경아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 시험..잘 봐 "
긴장한게 무색하게도 별 내용은 아니였지만 그말이 백현에게 의욕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조금 부끄러운듯 시선을 피하는 경아를 향해 활짝 웃은 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경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뒷문에서 지켜보던 찬열이 헉! 소리를 내며 손으로 입을 막은 건 말할 것도 없다. 자신도 모르게 경아의 머리를 쓰담은 백현이 어설프게 손을 떼었다. 이미 놀란 경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 ...아, 미안. "
니가 요새 자꾸 헷갈리게 해서. 어색하게 볼을 긁던 백현이 인사를 하며 찬열과 교실을 나섰다. 똥백, 제법인데? 올~ 오늘도 찬열이 놀리기 빠뻤지만 백현은 복잡한듯 몰라! 를 외치며 수줍은 소녀마냥 달려갔다. 물론, 찬열의 정강이를 강타하고서 말이다. 야 똥백!!!
*
경아의 응원을 받았단 사실 하나로 백현은 집에 와 정말 줄곧 공부만했다. 찬열의 카톡도 무시한 채 책상에 붙들어 공부를 하자 감명받은 어머님이 열심히 샌드위치를 싸주셨다. 이놈의 샌드위치. 아무래도 누나가 없는건지 밥 대신 올라오는 샌드위치에 백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우리어머니는 언제쯤 제대로 밥을 해주실까. 내심 불만은 없었지만 매번 같은 샌드위치에 질린 백현이 앙 한입 물었다. 내일이 시험이라는게 막상 현실감이 오지 않아 축 늘어지는 몸이 아무래도 산책이라도 하고올까 싶다. 아직 많이 남은 샌드위치를 쳐다보던 백현은 엄마 몰래 랩에 샌드위치를 쌌다. 혹시나 차갑게 식을까 가방에 꼭꼭 담고서.
" 어디 가니? "
" 앞에 잠깐 독서실요. "
따끔따끔 양심이 찔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도 하지만 백현은 얼른 신발을 신고 집을 나섰다. 지금쯤 도경아는 집에 가고 있으려나? 저번에 가본 경아네 집을 향해 걸어가던 백현이 길거리에 늘어선 벚꽃잎들을 보았다. 늦은 시각이여서 그런지 거리에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다만 여러 사람들의 발에 짓이겨진 벚꽃잎들어 널부러져 있었을 뿐. 수업시간 중간중간 운동장에 있던 벚꽃나무들을 물끄럼히 바라보던 경아가 생각나 백현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시험공부하느라, 알바하느라 제대로 벚꽃도 보지 못했을텐데. 거기까지 미친 생각에 백현은 잠시 고민하다 낮게 내려앉은 나무의 가지를 땄다. 그나마 벚꽃이 붙어있는 나뭇가지. 나무야 미안. 혹여나 떨굴까 꼭 손에 붙들고 백현은 뛰었다. 벚꽃을 보고 좋아할 경아의 얼굴이 보고싶었기 때문이였다. 이왕이면, 활짝 웃었으면 좋겠다. 꽃보다 더 예쁘겠지.
- 도경아
- 야
경아의 집에 다다르며 백현은 경아에게 살며시 카톡을 했다. 대화창을 누르자 자신이 보낸 말풍선밖에 보이지 않아 마음이 조금 아파왔다. 크흑.
아무래도 공부하고 있거나 피곤해서 자고있거나. 웬지 전자일것 같지만 사라지지 않는 1에 백현은 조심스레 경아의 프로필 옆으로 뜬 11자리 번호를 눌렀다.쿵쾅쿵쾅. 가슴이 뛰었다. 콩닥콩닥 도 아니고 쿵쾅쿵쾅. 내가 도경아한테 전화를 걸다니! 변변찮은 카톡도 해보지 못했는데 너무 이른건 아닌가 설레발을 치던 백현은 몇번의 신호음이 지났음에도 들려오지 않는 목소리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렇지,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 ..여보세요? ]
" 어? "
어, 어..! 받았다! 받았다!!!!!!!!! 소리없는 환호성을 지르며 해라도 떴는지 순식간에 얼굴을 피며 웃은 백현의 얼굴에는 약간 홍조도 어려있었다. 조금 잠긴듯한 목소리가 참을성 있게 백현을 기다렸다.
" 혹시, 지금.. 나올 수 있어? "
[ 지금? ]
응, 지금. 되묻는 경아의 말에 대답한 백현이 초조히 경아의 대답을 기다렸다. 안됀다 하면 어떡하지. 우편함에라도 두고갈까 꽤나 자신의 모습이 소녀같다는걸 자각 못한 백현이 안절부절했다.
[ 그래. ]
잠시 생각하던 경아가 이내 대답했다. 동시에 백현은 숨이 멎는 줄 알았다. 지금 너희 집 앞이야. 경박해 보일까 애써 기쁜 기색을 누르며 백현은 숨을 골랐다.자신의 말에 놀란건지 조금 높은 목소리로 경아가 ..지금? 했지만 그건 그다지 신경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서둘러 끊긴 전화에 백현은 흐흐 웃으며 가방 뒤로 숨긴 벚꽃가지를 손으로 쓰다듬듯 소중히 다뤘다.
" 변백현 ! "
" 어, "
앗, 도경아다 ! 빨리도 왔다 싶어 나뭇가지를 얼른 가방뒤로 숨긴 백현이 경아를 향해 어색하게 손을 들어 흔들었다. 웬일이야? 숨이 찬듯 경아가 숨을 고르며 물었다. 아니, 뭐 그냥.. 어물쩡한 백현의 대답을 믿어주는 눈치도 아니였고 말이다. 얼른 사실대로 불으라는 듯 째리는 경아의 눈초리에 백현은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누르며 헛기침을 했다. 잠깐 눈 감아봐. 뭔가 이상한거 하려는건 아닌지 조금 의심스러운 경아의 시선에 백현은 짐짓 엄한 척 얼른! 을 외쳤다.그리고 경아가 드디어 눈을 감았다. 긴 속눈썹이 하얀 얼굴에 참 잘어울린다 백현은 잠시 생각했다. 하얀 얼굴이 오목조목 다 예뻐보이니, 이것도 중증이다 싶다.
" 이제 눈 떠도 돼. "
두근두근, 좋아할까? 혹여 손은 떨고 있지 않은지 손에 힘을 주는 백현의 벚꽃가지 앞으로 경아가 눈을 떴다. 아, 또 저 눈이다. 놀란듯 특유의 동그랗게 눈을 뜬 경아가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게.. 뭐야?
" 벚꽃, 못봤잖아. "
니 생각나서 따왔어. 해맑게 웃는 백현의 얼굴에 믿기지 않는 듯 경아가 벚꽃가지를 손에 쥐었다. 설마, 신경쓰고 있을 줄이야. 아직도 놀란 듯이 작은 벚꽃 가지에 달린 연분홍 벚꽃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내심 웃으며 좋아해줬으면 했는데.. 아쉽다. 뭐, 이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씨익 웃은 백현이 생각났다는듯 서둘러 물었다.
" 혹시 저녁 먹었어? "
샌드위치.. 생각나서 같이 가져왔는데. 백현의 목소리에 아쉽게도 경아가 고개를 저었다. 나 저녁 먹었어.그래? 그럼 내가 먹고 뭐.. 씨익 웃는 백현의 웃음에 작게 웃던 경아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종인이.. 어?
" 종인이, 굶고 있을텐데. "
또 그놈이다. 에라이. 아무래도 지금 시간에 편의점 알바를 하는 것인지 뒤이은 경아의 말에 의하면 종인이란 놈은 거의 굶고 다니는 것 같았다. 굶고 다니는데 그렇게 키도 커? 부러운 놈이다. 그래도 저번에 얼핏 본 손이나 목언저리를 보면 살이 없는게 잘 안먹고 다니는 것 같기도 했다. 못먹는지 안먹는지는 모르겠지만.잠시 생각하던 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경아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럼 나 이제 가볼게.
" 어? "
" 이거 주려고 온거니까. "
니생각 나서. 차마 오늘도 전하지 못한 말이 백현의 목 뒤로 넘어갔다. 뒤돌아선 백현은 괜시리 민망한 마음에 코를 훌쩍였다. 얼른 집에 가야지.
" 변백현 ! "
환청인가, 잠시 걸음을 멈춘 백현이 뒤를 돌아보았다.
" ..... 고마워. "
경아가, 웃고 있었다.
쿵쾅쿵쾅.
*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백현은 하늘을 날듯이 뛰었다. 말 그대로 백현의 기분은 하늘을 날고 있었다. 아직도 멈추지 못하는 백현의 가슴이 주체없이 뛰었다. 아무래도 한동안은 풀로 달릴 예정인것 같다. 집으로 가는 도중 낯익은 편의점에 백현의 걸음이 드디어 멈췄다. 흠, 짜식 괜히 신경쓰이게
딸랑
" 어서오세ㅇ.. "
잠시 졸고 있던 것인지 딸랑이는 종소리에 서둘러 일어난 종인의 앞으로 백현이 샌드위치를 턱 내밀고 갔다.
" 이거 우리집에 많아서! 존!나 많아서 버리려다 너 주는거다! "
절대, 절!대! 니가 걱정되서 그러는건 아니고! 멍한 종인의 시선을 피하며 백현이 어깨를 으쓱였다. 형 간다.
" 굶고 다니지마 인마. "
괜히, 짜식이 걱정되게
*
다음편이 벌써 10편이네요.
연재한지 며칠됬더라..
최대한 빨리 완결내고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토리도 다 짜였겠다..
너나사 ( = 너랑 나랑은 그런 사이니까 ) 가 완결나면
수위를 좀 높여서 새로 연재하고 싶은게 있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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