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들으시면 좋아요!!)
뭉텅이로 쌓여 있는 탈진 직전의 무리 속에서 빠져나와 땀내가 흘기는 불쾌감에 인상을 찌푸리며 정수기로 향했을 때, 작은 휴게실 안에서 처음 마주한 남자를 의아하게 바라봤다. 종이컵에 물을 받아 마시는 행동을 두어번 연달아 하는데 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집 안방인 냥 잘도 자는 모습이 내 전두엽을 자극했다. 이 사람은 왜 우리 과 휴게실에 와 있는 것이며, 그렇다고 해서 같은 과처럼 생기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뭔데 여기서 자고 있는거지? 의문 뿐이었다. 햇빛에 바짝 말려 아침까지만해도 뽀송뽀송, 향기를 내뿜던 도복이 다시 축축하게 젖어들어 내 불쾌지수를 수직상승 시켰다.˝ 엄마야! ˝˝ … ˝종이컵을 구겨 휴지통에 던져 넣고, 띠를 풀러 옷을 정리하려는데 그제서야 잠이 달아났는 지 몸을 일으키다가 화들짝 놀란다. 남자끼리 왜 저래, 자기도 남자면서. 상의의 앞섬을 펄럭이자 감겨드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져서 한 번 더 반복했더니, 눈 앞에 보이는 맨 몸이 영 부끄러운 눈치다. 그러면 나는 그 남자를 더 이상하게 바라보며 띠를 단단히 매듭지었다. 남자가 일어나면서 외친 한 마디 이후로 우리 둘 사이에는 조용히 정적이 흘렀다. 나도 잘 이유는 모르겠지만 전공책처럼 보이는 것을 꼭 안아들고 강아지같은 눈빛을 보내는 남자를 빤히 바라봤다. 그러다가 다시 한 번 의문이 돌아서, 강의가 하나 비나봐요? 엄청 잘자던데. 종이컵을 하나 더 꺼내 물며 질문을 던졌다.˝ 아. …아니, 아닌데. 잠깐만. ˝˝ … ˝˝ …뭐야, 지금 이거 시간…. 어떡해. 미쳤다, 진짜. 아, 미쳤어. ˝검은색 손목 시계를 보며 혼자서 발을 동동 구른다. 아무래도 강의 시간을 지나친 모양이다. 남자의 푼수같은 몸짓에 절로 웃음이 났지만 참기로 했다. ´심리학개론´이라 커다랗게 적힌 책을 들고 경찰학과 휴게실에서 잠을 자고 있는 한 남자라니. 완전 언밸런스한 조합에 또 다시 입가가 간질거려와서 그냥 웃어버린 나는 종이컵 끝을 이로 물어뜯으며 그 미소를 숨겼다. 어영부영 몸을 일으켜 머리카락을 매만지다가 내 쪽으로 고개를 한 번 까딱이고는 문으로 향한다. 남자가 떠난 자리에 베고 누웠던 책 한 권이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 저기요, 하고 턱 끝으로 가리켜주니 마치 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석가모니의 표정으로 졸졸 뛰어와 집어든다, 바닥에 떨어져있던 휴대폰도. 보기에는 그렇게 안 생겼는데 엄청 덤벙대는 성격인가보네.감사합니다, 건물을 뛰쳐나가는 남자를 바라보다가 10분 정도 더 남은 휴식 시간에 두루마리 휴지를 집어들어 뒤통수 아래에 놓았다. 아까 그 남자가 왜 그랬는 지 알 것도 같은 게 잠이 솔솔,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던 불쾌지수가 끝없이 추락했다. 비단 이것 만이 이유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나도 부전공 신청했었네, 까먹을 뻔 했다, 생각하며 잠의 나락으로 떨어져갔다.오늘도 여전히 샤워실 안은 시끌벅적 했다. 이제는 옆에서 들려오는 선배의 야한 농담에 충분히 익숙해져버린 나는 한계선을 넘을 듯 말 듯 맞장구를 쳤다. 올, 우지호 머리 좀 컸다? 하면 또 그 때서야 빌빌 기어들어가는 거지, 뭐. 사는 게 별 거 있나. 음담패설로 가득 찬 내부에서 떠나갈 듯 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거 안재효 백프로, 다른 동기들도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후배 녀석인 종인이는 집이 가까워서 곧바로 동문에서 안녕하고, 지방에서 올라온 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조금 더 걸어가야 했다. 오늘은 오전 강의 밖에 없는 터라 잠이라도 한숨 더 자야겠다, 싶어서 기숙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오늘따라 가볍다. 내가 시간표 하나는 환상적으로 잘 짰단 말이지.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뒤적이고 뻐근한 목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걷는데,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밝은 노래에 흥이 난다.˝ 역시 여기로 지나갈 줄 알았어요! ˝노랫소리 사이로 크게 치고 들어오는 남자의 목소리에 귓구멍에 알맞게 차있던 이어폰을 빼내고 뒤를 돌아다봤다. 아까 그 남자다. 왜 아직도 여기 있지, 무슨 일인가 싶어 눈을 살짝 찌푸리자 두 개의 눈이 초승달처럼 접혀들고 그 아래에서는 이를 드러낸 채 활짝 웃는다. 영문도 모른 채 팔짱을 빼앗긴 나는 뒤로 주춤할 새도 없이 남자에게로 당겨졌다.사실 제가 여기가 어딘지 몰라서, 아 그러니까 제가 길치거든요. 근데 아는 사람이 당신 뿐이잖아요. 그래서 도복이가 생각보다 일찍나와서 정말 기뻐요, 이름이 뭐에요? 저는 김준면이라고 하는데. 이름이 좀 웃기죠? 다들 아니라고 해도 사실 난 다 알아요, 내 이름이 웃기다는 거. 근데 도복이는 이름이 뭐에요? 아, 그나저나 경찰이 꿈인가봐요, 진짜 멋있어요! 거리에 지날 때마다 제복입은 경찰들 보면 정말 멋진 거 있죠. 도복이도 제복입으면 되게 멋있을 것 같은데 입어본 적 있어요? 없어요? 몇 학년이에요? 아 맞다, 이름이 뭐에요?따발총처럼 내 머릿 속에 박혀드는 여러 질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외동 아들로 태어나서 곱상하게 자랐을 것처럼 멀쩡하게 생겨가지고는 학교 앞 카페에서 수다를 떠는 여대생들을 떠올리게 하는 수준의 말솜씨다. 나도 모르게 남자의 입을 손으로 막아버렸다. 동그랗게 떠진 두 눈이 올려다보며 깜빡이고 다물어지지 못한 입이 내 손바닥 안에서 오물대며 나를 간질였다.˝ 무슨 수업이에요? 데려다줄게요. ˝˝ 와, 정말 고마워요. 역시 도복이는 자상한 남자일 줄 알, ˝˝ 대신에 말은, ˝˝ … ˝˝ 조금만요. ˝˝ 그럼 이름 가르쳐줘요. ˝˝ 우지호에요. ˝˝ 헐, 이름 진짜 이쁘, ˝˝ … ˝˝ …알았어요. ˝-퓨전 안좋아하시나요.... 저는 갑자기 이 커플이 왜 이렇게 좋죠...지호는 장난끼를 좀 줄여주고 준면이를 좀 재밌는 캐릭터로 만들어봤어용. 나름 어울리죠? 어울린다고 해줘요ㅋㅋㅋ시험 끝나면 요 작품 中 下, 소소한 일상 데리고 올게요!찬백이들 쓰고 싶어 미치겠어영ㅠㅠㅠ 구상은 이미 모두 끝났다는 거...근데 왜 자꾸 다른 걸 쓰고 있스까여.... 다 저의 잘못입니다.... 그럼 안뇽 ^~^오잉 글이 두 개로 올라가서 놀랬네여... 저는 요런 거에 심장떠는 여자.. 진심으로 떨리네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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