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집 소저 김태형X기녀 너탄
"오늘 기분이 몹시 좋구나. 어디 한번 따라보거라."
"호호. 왜 좋으신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너 때문이라고 하면 되겠구나. 오늘따라 왜이렇게 이쁜거야."
"부끄럽습니다."
가식적으로 올라가는 저 입꼬리와 저 웃음. 듣기도 싫다. 꼴보기도 싫다. 나름 이쁘게 보일려고 칠한 분과 빨갛게 물들인 입술. 보기도 싫은데 왜 나는 이 계집들의 몸을 만지고, 함께 술을 마시고 얘기를 하고, 그들이 하는 말에 웃고 있을까. 나도 모르겠다. 그냥 여자가 고파서, 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이 기생집의 단골인 나, 김태형이 오면 여기에서 일하는 모든 기생들이 내가 있는 방으로 몰려온다. 짜증나. 더러워.
"더러워."
"예..? 저보고 하신 말씀입니까?"
"아, 아니다. 식탁이 더럽다고 한 말이었다."
"그럼 다른 방으로 가시겠습니까?"
마음속에서 한 말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왔다. 그 말을 계속 생각하면 무의식적으로 나온다더니, 그게 맞는 말이었다. 호호 웃으며 나에게 다른 방으로 가겠냐고 묻는 계집에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나름 기품있게
"아니다. 그럼 너희들만 힘들지 않겠느냐."
라고 말했다.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기저기에서 '너무 자상하시다.','역시' 라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런 것도 이젠 지긋지긋하다고 느낄 때, 문이 드르륵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냐.
"나리, 새로 온 아이입니다."
"행수, 충분하..."
"예?"
"아니다. 들어오거라."
이미 내 옆에는 충분히 많은 기생들이 있었는데, 새로 온 아이라며 나에게 보내주는 행수에게 이제는 충분하다고 말할려고 했다. 그러나 그 아이의 얼굴을 마주하자 목구멍으로 쏙 들어가버렸다. 이때까지 기방에서 본 적도 없게 생긴 아이었다.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그런 촉촉한 눈망울, 이마에서부터 오똑하게 내려오는 코. 멀리 있어도 여기까지 나는 복사꽃 향기. 이때까지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본적 없는 느낌이 들었다.
"즐거운 시간 보내십시오.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처음 온 티를 팍팍내는 기생계집은, 아니 그 아이는 행수가 가고 난 그 자리 그대로 멀뚱히 서있었다. 다른 계집이었으면 벌써 나에게 달려와서 내 허리를 감싸안고, 술을 떠서 먹여줬을 텐데. 순수해보이는 그 아이를 보니 나도 모르게 피식-하고 웃음이 나왔다.
"잠시 나가주겠느냐. 저 아이와 단 둘이 얘기를 하고 싶다."
"허나 저희는 나리께서 가실 때까지.."
"그냥."
"..."
"나가주겠느냐."
웃음끼 싹 빼고 진지한 얼굴로 쳐다보자 계집들은 그럼, 하며 밖으로 나갔다. 이제 이 방에는 나와 그 아이 밖에 남지않았다. 나는 계속 멀뚱멀뚱 서있는 그 아이 곁으로 가서 손목을 잡고 바닥에 앉혔다. 부끄러운건지, 아니면 이 상황이 어색한건지 아무말 않고 바닥만 쳐다보는 그 아이의 턱을 잡아 내 눈을 마주하게했다. 심각하게 많이 흔들리는 그 아이의 눈을 계속 보고있자니 나도 저처럼 지진이 날 것 같아 턱에서 손을 뗐다.
"이런 곳이 처음인거지?"
"..."
"그렇구나. 이름이 무엇이냐."
"....홍조라고 하옵니다."
홍조. 참 예쁜 이름이었다. 발그스름한 볼과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나는 홍조의 고이 모은 두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느껴지는 기분좋은 온기에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갑자기 잡은 손에 홍조는 놀라서 내 손을 뺄려고 했지만, 건장한 청년을 이길 수는 없었다.
"놓으십시오."
"싫다."
"놓아주십시오."
"그럼 내 제안을 수락하면 놓아주겠다."
"뭡니까."
내 벗이 되어줘. 벗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홍조의 되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벗말이다.
"누워서 저 반짝이는 별과 밝게 빛나는 달을 같이 보고,"
"..."
"좋은 서책이 있으면 같이 읽고, 서로 알려주고."
"..."
"맛있는 국밥집에 가서 국밥도 같이 먹고."
"..."
"좋지 않느냐. 나는 좋은데."
"제가 이 기방에서 나와야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럼 이 제안은 왜 하신겁니까."
"내가 널 기방에서 꺼내줄꺼야. 나와 함께 가면된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십시오. 날 믿지 못해보이는 홍조의 머리를 쓰담았다. 날 못믿는게냐. 홍조는 소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런 홍조의 귀여운 행동에 픽 하고 조소를 흘렸다. 귀여운 아이구나.
"그럼 한번 봐라."
"...예?"
"행수어른! 이리 와보세요."
"예, 나리. 무슨 일 있으십니까."
"이 아이, 홍조. 제가 사겠습니다."
"예? 안되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안되면 제가 되게 하면 되지않습니까. 원하는 만큼 드리겠습니다. 제가 데리고 가고싶습니다."
행수어른은 굉장히 난감한 표정을 지으시며 고민을 하시더니 얼마안가 입을 열었다. 돈은 필요없습니다. 대신 잘 보살펴주십시오. 가여운아이입니다. 돈은 주지않아도 된다는 행수어른의 말에 나는 깜짝놀랐다. 그 뒤에 이어지는 부탁을 듣고 나는 내 옆에 다소곳이 서있는 홍조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말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잘.. 해주겠습니다."
"예.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홍조야, 가자."
"..."
우리의 대화를 들은 홍조는 나와 행수어른을 눈을 동그랗게 뜨며 번갈아 쳐다봤다. 진짜, 귀엽다. 나는 홍조의 손목을 잡고 문을 열고 나와 기방 입구까지 왔다. 문턱을 넘어가기 한 발자국 전, 나는 홍조에게 물었다.
"이제 나를 믿겠느냐."
나의 물음에 홍조는 작게 끄덕였다. 예.
"그럼 내 손을 잡아라."
"...예?"
"얼른. 원래 친구끼리는 손 잡고 가는거다."
내가 내민 손을 홍조는 빤히 바라보더니 자신의 한 쪽 손을 살포시 내 손 위에 얹었다. 나는 홍조가 손을 뺄것같아 얼른 깍지를 꼈다. 손을 맞잡고 남은 한 발자국을 폴짝 뛰어넘었다. 어떠냐, 나의 벗이 된 기분이.
"만약 좋지않다면, 좋게 만들어 줄 수 있는데."
"..."
"너의 표정을 보니 딱히 그렇지않아도 될 것 같구나. 집에 가자. 가서 가래떡 구워먹자."
이게뭐얔ㅋㅋㄱㅋㄱ
어제 봉이 김선달보고 싸지른 글이에요.
뭔생각으로 쓴글인지 모를....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