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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몬스타엑스 강동원 김남길 성찬 엑소
차개 전체글ll조회 580l 1

*



"석진이형 못 봤어요?"


대낮부터 이리저리 부산을 떨며 불같이 화를 내는 정국에, 모임 회원들은 입을 삐쭉 삐쭉 내밀고는 눈길을 회피할 뿐이었다.


"김석진 못 봤냐고!!!"


그 누구도 대답이 없자 정국은 기가 막힌 듯 가라 앉은 한숨만 내뱉었다. 갑작스럽게 닥친 상황에 두 손으로 이마를 덮어 애꿎은 얼굴만 쓸어 내렸다.


"대체 며칠 째야"


평소의 석진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올 때면 가장 먼저 찾는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정국이었다. 모임에 대해서도 그 누구보다 충성심이 강한 사람이었다. 절대 아무 말 없이 사라질 이유가 없었다. 그런 사람이 하루 이틀도 아닌 일주일 씩이나 제 눈 앞에 나타나질 않는다.
의심해 본 적도, 의심해 볼 수도 없었던 그의 행실이 지금의 정국의 정신을 더 혼란스럽게 흐트려 놓았다. 가만히 있어선 이 사태의 근본을 헤아릴 수가 없다. 동공의 초점을 잃은 정국은 밀실의 작은 문으로 몸을 세게 부딪혔다. 문은 곧장 힘없이 열렸다. 정국은 당장의 모임을 제쳐 두고 밀실에서 뛰쳐 나와 석진의 집 앞으로 쉬지 않고 달렸다.

일주일 전에 원없이 달렸던 종로 거리 위를 또 다시 밟았다.
그 때보다 온몸이 한 껏 달아오른 것 같다. 마주치는 담장도 눈 앞에 보이지가 않았다. 마치 육체가 거리낌 없이 부딪치는 장애물들을 통과하는 것처럼 그저 김석진을 눈 앞에 두고 쉼없이 달렸다. 골방에서부터 십여분을 뛰었을까, 북종로 끝에 걸쳐진 비포장 도로에 다다랐다. 도로 너머 좁은 길가로 들어서자 높이가 낮은 오래된 저택이 하나 보였다. 주변은 아주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더욱 소름 끼쳤다. 어떻게 된 일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지만 이마에 흐르는 식은 땀 줄기 하나에 심장이 더 요동치기 시작했다. 불안한 기운이 주먹으로 꽉 쥔 소매 위를 스쳐 갔다. 한 발짝 한 발짝 숨소리를 죽이고는 저택 가까이에 발걸음을 옮겼다.



"김석진!!!"


있는 힘껏 그를 불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국의 애타는 목소리가 남긴 작은 울림 빼고는 모든 것이 침묵으로 대변할 뿐이었다. 

[방탄소년단/국뷔] 상해(上海) - 03 | 인스티즈



"안에 있으면 대답이라도 해봐..."



부르는 건 물론이고 문까지 두들겨 가며 석진이 당장 문을 열고 나와 방금 깊은 잠에서 깬 것 마냥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제 눈 앞에 나타났으면 했다. 그랬다면 지금껏 걱정하게 만든 댓가로 몇 마디 불평을 늘어 놓았겠지만 웃어 넘길 수는 있었을텐데. 몇 번이고 온 힘을 다해 문을 두들겨 봤지만 얄미운 문은 굳게 닫혀 도무지 열릴 생각을 안 했다.

시간이 좀 지난 것 같다. 저만치 떠있던 해가 동산 위에 걸쳤다. 정국도 지쳤는지 괜한 문을 발로 한 번 걷어 차고는 뿜어져 나오는 먼지 덩어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혼자 어딜 간 거야.. 답답함이 머릿 속에 짱 박혀 헤어 나오질 못 했다. 보다 못한 정국은 전날 비가 와서 축축해진 잡초들 위에 엉덩이를 깔고 풀석 앉았다. 얼마나 격하게 뛰었으면 바지 주머니 속에 들어 있던 담배갑이 다 찌그러져 못 볼 꼴이 돼있었다. 부스럭 부스럭 소리를 내며 찌그러진 담배갑을 원래 모양새로 펴놓았다. 그리고 툭- 하고 풀 위에 떨어진 개비 하나를 집어 입에 물었다.


신경 쓰이게 왜 이래 진짜..

이런 적 없었잖아.


마음 속으로 쓴 소리를 내키며 다시 한번 고뇌에 빠졌다.
벽에 등을 기대어 복잡한 감정을 애써 가라 앉혔다. 하루 종일 먹은 게 없어 온 몸에 힘이 쭉 빠졌지만 그런 건 딱히 거슬리지도 않았다.

시간이 좀 더 흘렀을까 어느새 저택가 주변까지 낮게 깔린 그림자가 다가왔다. 다시 골방으로 돌아갈까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해서 자리를 지켰다.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려 서로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에 살포시 눈이 감겼다. 어쩐지 숲 냄새가 코 끝을 괴롭혔다.


















*






"..우리 아빠는 나쁜 사람이야"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그치만 엄마가 아빠 때문에 아파하잖아"


가로등 불이 꺼져 어두운 골목 틈에서 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밤 중에 작은 울림으로 텅 빈 공기 속에 조용히 울려 퍼졌다.


"아빠는 항상 뒤에 뭔가를 숨기고 있어"

"그게 뭐라고 생각하는데?"

"잘 모르겠지만.. 엄마가 아파하는 이유일 거야"

"..."


한 아이의 목소리가 조금씩 떨려왔다. 슬픔에 잠긴 듯 했다. 다른 한 아이는 그 슬픔에 동조하는 듯 침묵을 지켰다.


"어제는 무서운 소리도 들렸어"


한 아이가 침묵을 깨고 대화를 이어 갔다.


"무슨 소리?"


다른 한 아이가 대답했다.


"자세히 말해줄래?"


"뭔가 깨지는 소리였던 거 같아"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어. 한 아이는 고개를 묻었는지 작았던 목소리가 더욱 희미하게 들려왔다. 다른 한 아이는 다시 또 침묵을 지키는가 했다.

조금 후 어디에선가 딸칵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다. 모퉁이 너머로 약하게 플래시 빛도 보였다. 아이들 쪽에서는 부스럭 대는 소리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터는 소리가 들렸다.


"쉿."


다른 한 아이가 말했다.


"이제 아무 것도 듣지 말고"





하나 둘 셋 하면 내 손 잡고 뛰는 거다?



자,



하나







셋!




곧이어 쉼 없는 발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졌다. 조금 후에는 그것이 차츰 희미해지더니 어느 작은 속삭임조차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이번에도 그들의 얼굴은 보지 못 했다.





*




눈을 떠보니 벌써 새벽이 다 되어 있었다. 아직 해가 들떠서 세상이 온통 파래 보였다. 피부를 스치는 선선한 공기가 제 몸에 낯설었다. 정국은 입고 있던 야상을 벗고는 담요처럼 목 끝까지 올려 덮었다. 당장은 저에게 어색한 새벽 공기였기에 쉽사리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해가 좀 더 뜨면 돌아가야지. 그리고 몸을 기울여 고개를 떨어트리려는 순간 누군가 제 이마를 살짝 튕겨내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자고 있는 거야?"


슬며시 감겼던 눈을 다시 떠보니 사람의 형체가 희미하게 보였다. 눈을 비비고 제대로 살펴보니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너가 전정국?"


남자는 정국을 아는 것처럼 일방적으로 물었다. 무릎을 굽히고 앉아 있던 남자는 정국의 눈을 맞춰 마저 할 말을 이어 갔다. 광택을 띠는 검은 구두와 핏이 잘 떨어진 가쿠란이 잘 어울리는 사내였다. 


"김석진 찾는 거지?"


정국은 그의 수상쩍은 물음에 미간을 찌푸렸다.


"너무 그렇게 쳐다 보진 마. 부담스러우니까."


남자의 쌍꺼풀 없는 깊은 눈매가 옅게 구부러지면서 선한 미소를 띠었다. 정국은 덮고 있던 야상을 어깨에 걸치고 바닥 위에 손을 짚었다. 새벽에 맺힌 이슬 때문에 손끝이 축축했다. 그대로 벌떡 일어나 눈 앞에 있는 남자를 아래로 슬쩍 내려다 보았다.


"김석진 지금 어딨어."


추궁하려는 기색이 눈에 띠었다. 낮게 깔린 정국의 목소리에 남자는 웃음기를 내려 놓았다.



"나야 모르지"


누가 보기에도 실망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정국은 표정을 감추려 녹음 진 땅바닥에 고개를 쏟았다. 한숨을 내쉬는가 싶더니 다시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뭐라도 알고 있을 거 아냐"

"조금?"

"말해 봐"


남자는 한 걸음 다가가 정국의 숨소리가 들려올 만큼 거리를 좁혔다. 남자의 가늘고 깊은 눈매가 슬며시 아래로 떨어지면서 미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그의 시선이 정국의 입술에 닿았다. 숙연함이 주변을 감쌌다.


"대신 찾아가지 않는다고 약속해"


숨소리조차 감추고 그의 목소리에 온 집중을 쏟았다. 그리고 남자가 계속 말을 이어 갔다.



"끌려 갔어"


"암살 현장에서 증거가 나왔대"



정국의 동공이 경기를 일으키듯 떨려 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당장 남자의 멱살을 붙잡고 봇물 터지듯 나오는 물음들로 밀어 붙이고 싶었지만 불길한 예감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마냥 남자가 다시 입을 열길 기다렸다. 



"...모자랬나?"



남자가 곱씹는 단어의 모양새에 따라 정국의 동공이 흔들렸다. 짧은 순간이 지났을까, 그 단어의 음절이 정국의 귀에 꽂혀 들어갔다. 그리고 혼란과 동시에 일주일 전 그날의 기억이 정국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눈 앞이 온통 새하얘졌다. 온통 마비된 듯한 입 밖으로는 어떤 말도 튀어 나오지 않았다. 온전한 정신을 찾지 못해 생기를 잃은 눈동자는 이미 피사체를 벗어났다.




*




"..가지 말랬어"



정국은 남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런 정국의 뒷통수에게로 경고의 말을 매섭게 쏘아 붙였지만 전혀 돌아 볼 기색이 없었다.

남자는 물러난 정국에게 다가가 그의 손목을 거칠게 잡아 올렸다. 남자에게 붙잡힌 정국은 손을 뿌리치려고 안간힘을 썼다. 남자도 지지 않으려 온 힘을 썼지만 그에 못 이겨 끝내 손목을 놓쳐 버렸다. 남자는 바닥에 고개를 쏟고는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입 모양으로만 쓴 웃음을 보였다. 



"너도 김석진도.."


"다 죽을 수가 있다고"


분명 경고 했어.



남자의 실없으면서도 낮게 깔린 목소리가 육체를 무겁게 짓눌렀다. 정국은 그 무게에 대한 거친 숨만을 내뱉었다. 그러다 끝내 정국 또한 헛웃음을 보였다. 그리고 남자에게 고개를 천천히 돌리며 외쳤다.


[방탄소년단/국뷔] 상해(上海) - 03 | 인스티즈



"박지민"



"지금까지 김석진 목소리 너머로 날 마주쳤겠지"



그렇다면 잘 알고 있을텐데.



"나 지금 김석진 찾아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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