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녀님은 궁 안에 계시다고 하던데…”
정국이 저에게 말을 전하는 신하에게 손을 들어 입을 다물게 하였다.
“뭐, 화명제에 제가 참석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서. 그 전에 한번 보고 싶었는데.”
“…전하”
“나중에 혼인을 하고 나서 만나게 되는 것도 나쁘지는 않죠.”
정국의 말에 신하들이 고개를 숙였다.
“나와 주왕 그리고 사왕은 모두 화명제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일이 있어서. 그렇게 춘왕에게 전해주시고. 음, 황녀는 나중에 뵙도록 하죠. 돌아가겠습니다.”
단장가인(斷腸佳人): 애끊도록 그린 미인
04
잠깐 눈을 붙이고 있을테니, 앞에 서 있어달라는 내 말을 준씨는 지키고 있었다. 피곤하지 않아요? 내 물음에 준씨는 저는 괜찮습니다, 하고는 계속해서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명제가 언제라고 했지, 내일 아니 내일 모래였던가. 여기에 오니까 날짜 계산도 힘드네.
“심심하세요?”
“에? 아니에요.”
“심심하신거 같은데. 꽃밭에라도 데려가 드릴까요?”
준씨는 굉장히 나를 신경 많이 쓴다. 물론 오라버니가 부탁을 했으니 그런 것이겠거니 생각을 했다만, 다정한 사람임은 틀림이 없다. 화명제가 끝나면 나는 바로 궁을 떠나야 한다. 지금쯤 궁에서는 내 짐들을 싸고 있지는 않을까, 그렇게 생각을 하니 무서웠다. 내가 만약에 호석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너무나도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운 것이 무서워서인지, 아니면 혼인식이 두려워서인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거겠지. 그냥 화명제 날까지 여기에 있을까. 짐만 싸서 내가 향해야하는 곳으로 보내달라 서신을 보낼까.
“걱정되시는 겁니까?”
“…네?”
“어둡습니다, 공주님이.”
“…아버지는 무슨 생각이신걸까요. 바로 저를 보내려하시니. 저는 아버지가 무섭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것인지 모르겠어요.”
“공주님, 도가 넘는 소리인 것이라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준씨는 내 옆에 앉아서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저 공주님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폐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지만... 아시잖아요. 태자저하도 그렇고 다들 공주님 많이 좋아하는거. 저도 공주님 좋아하니까요 뭐. 폐하 말씀에 흔들리지 마세요. 우는 것도 안됩니다.”
그의 말에 혼인식이 두렵지만 뭐, 이겨내 볼만 하겠네요. 하고 답했다.
***
“그냥 지금 가려고?”
“응. 내일 옷 고르고, 내일 모래 올께. 화명제잖아.”
내 말에 호석이는 흐음, 하고는 팔을 벌렸다. 호석이에게 달려가 품에 안기자 호석이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보고 싶을 꺼야. 그 말에 물기가 다시 돋는 것만 같아서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운명인지 아닌지, 곧 알게 될꺼야.
“내가 아닐까봐 무서워, 나는.”
“…그러면 그냥 따라야지.”
“너가 싫으면 싫은거지. 그걸 꼭 해야하는 법인가. 그냥 너 마음 가는대로 하라고. 싫으면 싫다고 말하지 넌 꼭 그러더라. 그러고 나중에 또 흐엉 나 또 저질렀어 호석아, 이러면서 후회할꺼지?”
정호석은 황녀를 너무 잘 알아. 둘이 친하다더니,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의 모습에 흠칫했다. 내 마음이 가는대로 하라고? 그러면 너무 답이 하나뿐이잖아. 너밖에 없잖아. 후회를 하더라도 나는 이미 황룡이 정한 상대에게 시집을 가야할텐데, 그러면 너만 남겨질텐데.
“갈께.”
“…응”
호석에게 손을 흔들자 준씨가 고개를 숙였다. 가요, 공주님.
***
황력국에 도착해서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잘 다녀왔다는 오라버니의 말에 그렇다고 대답을 하고, 화명제에 입을 옷도 고르고.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정말 모르겠다만 확실한 것은 오늘이 화명제라는 거다. 듣자하니 주왕과 호왕은 *외신국과의 약조가 있어 참여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오라버니의 가자는 소리에 나가자 가마에 태워진 나는 그렇게 오라버니와 황력국으로 향했다.
*외신국 = 외국, 해외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꽃들이 가득한 것을 보기 위해 창문을 열자 사람들의 황녀님이다! 공주님이다!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공주야, 황녀가 웃으면 그 나라에 축복이 내린데. 소리를 들은 것인지 나즈막하게 말을 하는 오라버니의 목소리가 귓가를 감쌌다. 나는 나를 향해 웃는 자들을 위해 미소를 지었고, 그들은 환호했다. 호석이에게 황룡의 축복이 내리지 않는다면, 그의 나라에게 황녀의 축복이 내리기를.
“오셨습니까, 형님.”
오늘따라 멋지게 차려입은 호석이를 보자 호석이 웃었다. 오라버니의 들어갑세, 라는 말에 호석을 따라 들어가자 처음보는 얼굴이 나와 오라버니를 보고는 고개를 까딱하고 인사했다. 먼저 오셨더라구요, 못오시는 줄 알았는데 오셨어요. 호석의 말에 가만히 그 사람을 바라보자 그 사람은 아무런 감정이 없는 눈으로 오라버니를 바라보았다.
“흑사국, 민윤기입니다.”
그에게 인사를 하고나자 석진은 잠시 저와 차 한 잔 하시지요, 라며 그와 방에 들어갔고, 나는 호석에게 물었다. 누구야? 내 물음에 호석은 그가 바로 흑사국의 사왕인 민윤기라 답했다.
“잘 아는 사람이야?”
“나도 사왕은 잘 몰러.”
“…으, 무서워보여.”
내 말에 호석이 웃었다. 좋은 사람일꺼야, 흑사국은 알고보면 멋진 나라니까.
***
무슨 대화를 나눈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함께 걸어나오는 사왕과 오라버니의 모습에 약간은 기가 눌려있었나. 그 곳으로 가보죠. 오라버니의 말에 호석이 앞장서고 그 뒤를 오라버니가, 그 뒤를 나와 사왕이 따라갔다. 반갑습니다. 옆에서 들리는 낮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사왕이 보였다. 예 반갑습니다, 내 말에 사왕은 고개를 까딱 움직이고는 제 소개를 했다. 민윤기입니다.
“여기요. 내일 아침이면 이게 굴러가져 있겠죠?”
오라버니가 들어간 방으로 들어가보니 가운데가 우뚝 솟아있는 기둥에 쇠공이 올라가져 있었다. 동, 서, 남, 북으로 나뉘어 있는 긴 수로가 보였다. 내일이면 정해지겠네요. 호석의 목소리에 그저 가만히 있었더니 오라버니가 한숨을 쉬고는 잠시 이야기를 하자며 나를 불러냈다.
“무슨 말을 하려ㄱ”
“내가 너를 어떻게 보내니 정말. 가서도 서신하거라. 오라버니에게 힘든일 다 말해도 괜찮다. 걱정말아라. 이 나라는 내가 지킬테니, 너는 너를 지켜라. 너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가장 먼저 내가 달려갈테니. 그러니 웃어야 한다 아가.”
갑자기 안아주는 오라버니가 낯설어서 그저 오라버니의 등을 토닥였다. 나는 괜찮을 거라고. 마음의 준비도 다 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내 말에 오라버니는 한숨을 쉬고는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오늘만 지나면 모든 것이 결정이 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오라버니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내일 궁으로 돌아가면, 본국으로 돌아가면, 아버지께 인사드리고 너는 가야되는거야. 그 말에 알고 있어요, 하고 말을 하자 오라버니가 그래, 라고 말을 하고는 먼저 걸어갔다. 그럼 내일 봅시다 다들. 오라버니의 말에 사왕과 호석이 먼저 궁으로 들어갔다. 내일 보자 공주야. 그렇게 말을 하는 오라버니에게 손을 흔들고 내 침소로 들어왔다. 제발 좋은 나라로 보내주세요.
***
“황룡, 정했습니까.”
“물론.”
황금 비녀를 손에 쥔 여인이 제 나라를 상징하는 수로 앞에 서 있는 자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그랬지 않았습니까. 그녀의 말에 시선이 쇠구슬로 모아졌다. 비녀가 쇠구슬을 톡 건들이자 쇠구슬이 빛나기 시작했고 곧 도르르륵. 굴러가서는 검은 옷을 입은 사내 앞에서 멈췄다.
“가장 마음이 차가운 자에게 주겠다, 그랬지 않았습니까.”
황룡은 황녀를 흑사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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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ㅠㅠ 오늘은 좀 짧죠? ㅠㅠ 죄송해요!
내일은 좋은 분량을 들고 올께요 죄송합니다 ㅠㅠ
그리구 암호닉분들ㄹ... 제발.... 댓글ㄹ.. 남겨주세여... ㅜㅜ 오시는지 안오시는지 알 수가 없여....
@나만의 나비가 되어주실 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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