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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뜩 초췌해진 얼굴의 백현이 보였다. 그 날 이후로, 항상 저 얼굴밖에 보지 못했던 것 같다. 변백현은 덜덜 떨리는 두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안 사겨? 백현의 물음에 나는 미소지었다. 마지막으로 내뱉은 내 말에, 백현은 결국 눈물을 왈칵 터트리고 말았다.

 

" 그 때, 돌아오면서 잡은 손을 잊지 못해서. "

 

  앞에서 엉엉 우는 백현을 보고도 나는 달래 줄 수 없었다. 백현이를 달래주기 위해 등을 토닥여주는 간단한 그 일도, 지금 내게는 너무나 힘들었으니까.

 

 


*

 

 

 

  중학생 때의 일이었다. 백현이와 나는 중학생때부터 부모님 없는 아이들로 만나 동거를 시작했다. 사람들에게는 통하는 무엇이 있다고 우리가 눈을 마주친 그 날 변백현과 나는 순식간에 알 수 있었다. 같은 부류라는 것을. 그것은 평범한 아이들이 가지는 것과는 무언의 괴리감이 있었다. 이야기하자면 눈동자에서 보이는 허한 공허감같은 것이었다. 서로 한참동안 눈만 마주치다, 백현이 천천히 내 앞으로 걸어왔다.

 

" 변백현이야. "

 


  그 때가 처음이었다. 변백현과 내가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나도 그랬지만 변백현도 그랬다. 한창 고아원에서 살다 텃세를 부리는 아이들로 인해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그 길로 고아원을 도망쳐 나온 것이었다. 그것을 알게 된 이후로 백현이와 나는 무엇에 홀리기라도 하듯 같이 살기로 했다. 혼자 살아가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중학생이라는 어린 나이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첫 번째로, 어느 아르바이트도 중학생은 받아주지 않았다. 금전적인 것이 너무 힘들었다. 혼자는 힘들지만 둘은 어떻게라도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외로웠다. 그것은 변백현도 마찬가지였다. 변백현도 나도 너무 오래 혼자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서로에게 기대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 이후로 우리의 생활은 돛단배처럼 순조롭게 생활해 나갔다. 나에게 모자란 부분을 백현이에게 보충받고, 백현이에게 모자란 부분을 내가 보충해주는 식으로. 그리고 고1이 되던 해에, 박찬열을 만났다. 박찬열은 세상에 어떠한 흥미도 없다는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다 우리를 처음 만났다. 찬열이에게 집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부모님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찬열이의 눈빛은 상당히 우리와 닮아있었다.

 


  찬열이와 친해진 날 이후에 찬열이에게 너는 왜 그런 눈빛을 지었어? 하고 묻자 박찬열은 대답했다. ' 재미가 없어서. ' 눈빛만큼이나 솔직한 대답이었다. 박찬열은 실제로 웃는 일이 드물었다. 마치 우리처럼. 우리 셋은 급속도로 친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셋이 유일하게 공유할 수 있는 것 '어딘가 채워지지 않는 허무함.' 유일하게 공유할 수 있으면서 우리가 최고로 필요한 것. 우린 아마도 그것을 알았는지도 모른다. 본능적으로. 우리 셋이 가지고 있던 벽은 단단해졌고, 견고해졌다. 누가 끼어 들 틈이 없을 정도로.

 

 

 

  어느 날이었다. 찬열이가 데려 온 남자아이. 김종인. 잔뜩 웅크린 채 나른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던 눈빛. 그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나른한 눈동자에 내가 오롯이 담겼다고 느꼈을 때, 순간 참을 수 없이 짜릿함이 밀려들었다.

 


" 이름이 뭐야? "

 


  입술을 타고 흘러나오는 목소리. 심장박동이 세게 뛰었다. 내 심장이 이렇게 빨리 뛸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대답했다.

 

" 도경수. "

 

  내 대답에 김종인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김종인과 나는 그 날 이후로 급속도로 친해졌다. 박찬열과 변백현이 서운하다며 무어라고 나에게 무어라고 이야기 할 때에도 더 이상 이러면 안 되는데, 싶으면서도 김종인과 떨어질 수가 없었다. 박찬열은 하다하다 안 되겠는지 그냥 그저 그런듯 수긍하는 모양이었지만 백현이는 아니었다. 내가 김종인과 친해지는것이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변백현은 동정심으로도 호소했고 내게 차갑게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김종인에게서 떨어질 수가 없었다. 무의식적으로 찾고 있었다. 김종인을. 내가 이 때까지 기대야겠다고 믿은 변백현. 어느새 김종인으로 인해 백현의 존재감은 내게있어 멀어진 지 오래였다.

 


  그러다 고2 크리스마스날. 김종인에게 고백했다. 김종인은 놀란듯 보였지만 내게 웃어보였다. 명백히 긍정의 표시였다. 김종인의 승낙에 나는 기분 좋다는듯 김종인의 옷자락을 붙들었다. 순간 왈칵 쏟아져나오는 눈물에 김종인은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나는 어떻게 되든 좋았다. 김종인과 있을 수 있다는게, 너무 좋았다.

 


  그 날, 집으로 돌아와 백현이에게 모든 것을 털어놨다. 백현이는 한참동안 굳은 얼굴로 날 응시하다 나를 지나쳐 이불을 깔고 누웠다. 아침과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분명히 아침까지만 해도 웃으며 응수하던 백현이 집으로 돌아와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는 못 들은 척 지나쳐 버리는게. 다음날이면 괜찮겠지. 백현의 옆에 누워 잠들었다. 하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백현이는 나를 모른척했다. 이 상황 중간에 껴 있던 찬열이만 무슨일인지 알겠다는 의미심장한 표정만 지을 뿐 내가 물어봐도 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결국, 백현이가 밖에 나간 틈을 타 짐을 싸서 종인이네 집으로 피신했다. 종인이는 부모님이 해외에서 일을 하셔서 혼자 살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건 일단 발단이라 휙휙 넘겼는데 다음편은 주요 내용이라 좀 길게 쓸 거에엿ㅅ...... 심심풀이로 읽어주세요 그냥ㅇ.. 아 맞다 저 펜네임입니다 허허ㅓㅓ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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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육삼이에요ㅋㅋㅋ어머나..심심해서글쓴거치곤너뮤잘쓰시네요ㅜㅜ짱이에요s2이런분위기도좋슴다ㅋㅋ혹시백현이가경수를좋아해서..?ㅋㅋ다음편나올때까지기다리거있을께요~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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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안녕하세요! 와 이건 심심풀이라고 하기엔 너무 재밌는데요?ㅋㅋㅋ 백도라 해야할지 카디라 해야할지 무튼 발단만 읽었는데도 백현이가 아련하게만 느껴지네요ㅠㅠ 백현이랑 경수가 어린 나이부터 동질감 느끼면서 서로에게 기대오며 함께 살아왔으니 백현이가 저렇게 행동할만 하다고 전 생각해요..^_ㅜ 다음편도 기대하겠습니당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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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디오비타입니다!! 헐... 제가 이걸 왜 이제 봤을까요ㅠ 비회원이라 신알신도 못하고...ㅠ 급 생각이 나서 작가님의 전체글을 봤더니 제가 못본 글이 따악~!!! 역쉬~ 작가님의 글은 차분하고 깔끔한것이 최고의 매력입니다!!! 잔잔하고 재밌습니다^o^ 아직은 종인이가 경수를 진심으로 좋아하는지 나오지가 않았는데 과연 백현이가 경수가 좋아서 질투심에 그러는건지 어떤?? 정때문에 그러는건지~ 다음편이 궁금합니당(♡o♡)/
13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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