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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락비/범권] 구원 00 | 인스티즈

 

 

 

 

---------------------

 

 

00

 

 

 

 

나는 십년이고 버려진듯한 회색의 집에서 눈을떴습니다. 그곳엔 나의 어머니와 수십명의사람들, 치워지지 않은 쓰레기를 뒤지는 길고양이떼들이 한데 뒤엉켜 하루를 살아가는 그런곳. 나는 그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곳에서 나와 이야기를 나눠주었던것은 항상 구석진 자리 한모퉁이를 지키는 우두머리 고양이 한마리이고 왜곡된 믿음을 강요하는 사람들속에서 나는 나만의 시간이 그 사람들과 다르게 흘러가는것을 깨달을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모진 대우를 받던나는 어느날밤 한마리의 고양이가되어 창문밖을 기어나왔습니다. 그제서야 달빛에 비친 나의 더러움과 죄의 파편들이 비로소 숨김없이 드러난 것입니다. 나는 그들이 믿는 신에게서 그제야 등을 돌릴수있었습니다. 그들이 가장 자비롭다고 말하는 신이 내게는 가장 모질고 흉악한 그런 존재가 된것입니다.

 

고양이가 나온밖은 그곳만큼이나 더럽고 차갑습니다. 그릇된 사랑을 받고 ,상처를입고, 셀수없는 눈물방울을 바다만큼 흘린 다음에야 나는 내가 흙바닥을 굴러다니는 돌멩이보다 못한 존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비로운 나의 신은 어디에도 없는것이었습니다. 오직 나의 파멸을 바라는 그곳의 신만이 나를 집요하게도 따라오고 무엇보다 악랄하게 나를 지옥불로 끌어당기며 과거보다 더한 가시채찍으로 나를 찍어내리는것을 반복할뿐입니다. 이렇게 힘들게 지옥으로 끌려내려 가다가 지쳐 제 발로 가시덤불속으로 기어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는 길고 편한 잠에 들수있을것같아 눈을 감았습니다. 내가 가시나무에 녹아들어가 덤불이커지게되면 이제 나를 상처주는 무엇도 더이상 가까이 오지 못할테니까요.

 

비참하고도 차가운 죽음에 점차 가까워질즈음에 나는 처음으로 따뜻한 누군가의 손을 느낄수있었습니다. 오랜기다림끝에 다가온 그는 나만의 신과같은 존재. 정말로 신이있다면 온전히 그의 형상을 하고있을것만 같았습니다. 가시덤불을 헤치고 그 고운손과 살결을 다쳐가며 나를 끌어안아준 그날의 온기가 아직까지도 가슴깊이 남아있는듯합니다.

 

작고 초라했던 내가 이만큼이나 부쩍 자란것에 놀랐겠죠? 그렇다고 나를 귀여워해주지 말라는것은 아닙니다. 나를 사랑해주세요. 지금보다 더많이. 내가 정말로 눈을 감을때까지

 

 

 

 

 

      

*

 

 

 

      

 

 

원고를 마감하고 기분좋은 새벽공기를 마시며 산책을하다가 앙증맞은 새끼고양이를 발견했다. 작고, 꼬질꼬질한채 잔뜩몸을 웅크리고 있는 그것은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듯 가시덤불속에서 숨을 죽이고 마지막 공기를 들이마시는듯했다. 수의대를 나와 작가가되어 산속별장에 들어온지 2년째. 꺼져가는 불씨를 보는 듯, 위태로운 숨소리를 지나칠수가 없어서 가시덤불을 손으로 헤쳤다. 아끼는 스웨터가 상하고 차가워진 피부에 상처가 졌지만 결국 그것을 꺼내어 올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단정지어 말할수가 없을것같다. 단지 갈색의 그것이 사랑을 필요로하는것 같았기에 뜨거운 물에 공들여 씻기고 벽난로앞 흔들의자에 눕혀 가만히 바라보았다. 얇게 찢어져 꼭 감겨있는 눈, 조각한듯 미끄러지는 코에 조금벌어져 있는 입까지, 이 아이가 사람이 아니었다면 어여쁜 고양이였으리라.

채 지워지지않은 눈물자국위로 다시 눈물이 새어나와 손을들어 조심스레 뺨을 어루만졌다. 가늘게 뜨여지는 눈과 얼마간 짙은 교감을 했다.

 

굳이 말을하지 않아도, 나는 그를 사랑하기로했고, 그도 나를 사랑하기로한것을 느낄수있었다.

 

 

 

 

 

 

 

 

한날은 나무로된 집안으로 너구리 한마리가 들어왔던적이있다. 너구리에게 과일을 나눠주는 모습에 그새 자라나 묘한 아름다움을 풍기는 네가 질투가났던것같다. 나는 이 날 네가 질투를 한다는것에 놀라기도, 이런사실이 귀엽기도 했다. 결국 너구리를 집밖으로 몰아내고서야 내옆에 웅크린 네 머리를 쓰다듬었다.

잠시나마 눈에 스친 두려움에 나는 가여운 너구리를 쫓아내야했지만 너는 나 없이는 다타버려 손대면 부서지는 한줌의 재와 같기에 다시 한번 너를 꼭 품에 안았다. 나약하고 작기만 하던 네가 이젠 나만큼이나 부쩍 자라있었다. 네가 자랄동안 나는 생애 처음 피운고집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수있었다. 이것은 필히 너와의 묘한 인연이 영감이 된것이리라. 너는 상처입은채 내게 넝쿨째 굴러들어온 호박과도 같았다.

 

맞다. 아직도 묘한 고양이의 채취가 풍기는 너에게 그만큼이나 묘한 이름을 지어주었다.

 

유권, 나지막이 읖조려도 건너방에서 방울소리를 울리며 다가오는 너의 머리를 손으로 정성스레 쓸어넘긴다. 그럼 권, 너는 기분좋은듯 가슴팍에 귀를 대고 내 심장소리를 듣곤했다.

 

네가 나만큼이나 자랄때까지 너는 그목소리를 한번도 들려주지 않아 '쉽게배우는 한글책' 을 몰래 준비해 놓았던 적이있다. 너는 보기좋게 나의 뒤통수를 쳤다. 사실은 식곤증에 탁자위에서 햇빛을 받으며 졸고있던 네가 열린 문틈옆을 지나가다 내가 멈춰선것을 눈치채지 못했을 때, 반쯤 감긴눈으로 서재에 차곡차곡 꽂혀있는 책의 이름을 울음소리를 내듯 읖조린것을 몰래 엿들었더랜다. 기분좋은 그르릉 소리같기도,.. 오랫동안 쓰지않아 제 기능에 충실하지 못한 성대의 덜 다듬어진 소리 속에서 나는 옥구슬이 도로록 구르는듯한 소리를 찾았다. 이내 눈을 감아버리는 너를 보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원두커피를 내리러 갔던 것이 기억난다. 나는 네가 잠들었을때 조용히 한글책을 서랍구석으로 넣어두었다.

 

2주에 한번. 내 담당자가 이 집을 방문할때를 빼고는 이곳은 완벽한 너의 안식처이자 나의 사랑을 독차지할수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나는 갈색의 묘한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고있다. 내 고양이와 동거를 시작한지 언 10년이 다되어가는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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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ㅠㅠㅠㅠㅠㅠㅠ세상에ㅠㅠㅠㅠㅠ아니ㅠㅠㅠㅠㅠ아닛!!ㅠㅠㅠㅠㅠㅠ이것이 뭐야요ㅠㅠㅠㅠㅠㅠㅠ금픽이네요ㅠㅜㅜㅜㅜㅜㅜㅜ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게 바로 키잡물 이군여 아니 키잡이라는 경박한 단어는 안어울려요ㅠㅠㅠㅠㅠㅠ으어ㅠㅠㅠㅠㅠㅠ뭔가 신그성하고 경건하세요 작가님 사랑힙니다. 신알신(찡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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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극찬에 감사할다름입니다 ㅠ ㅠ ㅠ ㅠ ㅠ 신알신 넙죽!(찡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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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8ㅅ8 작가님 한낱 비회원인데요 제가 감히 그........뭐냐 암호닉을 제가 신청해도 되겠사옵니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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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ㅠ ㅠ ㅠ!!!암호닉은 감사한마음으로 받겠습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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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어머니...오늘 제가 금손을 찾았어요...☆★ 암호닉은 맥심으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신알신하겠슴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와 이게 뭐죠 진짜 되게 묘한 느낌의 글이에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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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감사합니다...☆★ 맥심님 신알신과 암호닉 잘받겠습니닷!!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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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오머 인티에 범권 찾기 힘들었는데 저 같은 범권러에게 빛과 같은 글을 써주시니 너무 감사드려요ㅠㅠㅠㅠㅠ 암호닉 우동으로 신청 가능한가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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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ㅠ ㅠ ㅠ ㅠ ㅠ저야말로 감사한걸요! 우동님 담편도 얼른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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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작가님 나머지 글이 어디로 갔나요? ㅠ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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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어째서인지 사라져버렸습니다...귀신이곡할노릇이네요....저장본을찾아보고업뎃하겠습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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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와......세상에.......제가 지금 뭘읽은거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 고요하고 신비하고 평화로워서 살짝 아슬아슬한것같은 느낌까지 받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뭐랄까 그 늑대소년?에서 나오는 하얗고 차가운 배경과 별장이 떠오르네요ㅠㅠㅠㅠㅠ이 글에선 권이가 순수하고 새하얗기는한데 몽실몽실하진 않고 뭔가 아련해서ㅠㅠㅠㅠㅠ아 제가 표현을 잘 못하는게 한.......암튼 권이의 묘한 분위기와 민혁이의 한없는 다정다감함이 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으ㅠㅠㅠㅠㅠㅠ잘보고갑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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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극찬에감사할뿐입니다.,,,♥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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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7
ㅈ..저도 암호닉 신청 될까요?! ㅠㅠ 바게트로.........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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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바게트님 실시간으로 암호닉 확인했습니다 ~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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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8
정주행하고있어요~뭔가 되게 음..묘한분위기!
아 진짜 고양이로 묘사되는거 정말 너무좋아요..(하악하악)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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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ㅎ...하악하악..!?!) 정주행해주심에감사합니다♥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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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9
헐......권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요즘푹빠져있는데..ㅎㅎㅎ 처음부터 다 읽고있어요!! 왜 진작에 이글을 못봤을까.....감사해요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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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읽어주셔서, 또 덧글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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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0
네 키잡, 네 키잡입니다 여러분...(박수) 유권이 눈매를 볼때마다 고양이 같다는 생각을 해서 묘하다- 라는 말을 자주 썼거든요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어 그 묘가 그 묘가 아니겠지마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넌 정말 묘한아이야 猫한아이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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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
권이는 강아지 같기도, 고양이같기도 한 매력이 있는것같아요...(부끄) 묘한 궈니...궈나....한편한편 덧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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