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권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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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너봉
첫 번째,
나는 우리 학교 선생님과 같이 산다.
그것도 한 집에서 같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귀거나 그런 사이는 아니다. 그저 나는 선생님 집에서 얹혀 사는 것과 마찬가지였고 나중에 여차하면 나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여차하면 나가겠다는 생각을 품고서 선생님과 같이 산지도 어언 1년 째였고 참 뻔뻔하게도 이젠 이 집에서 사는 게 익숙해졌다.
다시 자겠다며 침대에 몸을 뉘이는 선생님을 두고서 집을 빠져나왔다. 꽤 이른 시간이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이어폰을 양 쪽 귀에 박아넣으며 느릿느릿 걸어 학교로 향했다. 학교가 집에서 가까워 15분만 걸으면 도착하는 거리였다. 그런데 왜 일찍 가느냐고 묻는다면 그 답변은 정말 별 것 없었다. 그저 푸르스름한 하늘을 위에 두고 혼자 걷는 게 좋아서, 정말 그 뿐이었다. 물론 선생님도 왜 굳이 그러는 거냐며 이해를 못하셨지만 나는 그런 선생님께 그저 어색하게 웃어보일 뿐이었다.
학교는 항상 시끌벅적하다.
내 옆에 있는 김민규도 항상 시끄럽고.
"야 김세봉 배 안 고프냐."
"아침밥 안 먹었어?"
"아 먹었지, 먹었는데-"
"너 배에 거지 들었냐."
"......"
"일어나. 매점 가게."
김민규는 배에 거지가 들은 거냐는 내 물음에 입술을 빼죽 내놓고선 나를 노려보다가, 매점 가자는 말에 바로 인상을 피고서 룰루랄라 반을 뛰쳐나갔다.
참 해맑은 친구다.
김민규는 정말 매점이 있으면 뭐든 가능하다. 매점보이 새끼..
내 팔에 매달린 원숭이같은 김민규를 질질 끌고 매점으로 향하는데, 맞은편에서 한낱 종잇장에만 시선을 주며 우리 쪽으로 오고계신 선생님이 보였다. 매점보이인 주제에 인사성도 밝은 김민규가 크게 인사하자, 여전히 뭔가가 잔뜩 써진 종이에 얼굴을 쳐박고서 대충 인사를 받던 선생님이 갑자기 얼굴을 들어올리더니 나를 쳐다봤다.
그런 선생님의 행동에 목례를 해 인사하니 그제서야 웃어보이며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쓰다듬는 선생님이었다.
"..선생님 왜 김세봉이랑 저 차별하세요..?"
"내가 언제."
"제가 인사했을 땐 쳐다봐주지도 않으셨잖아요. 근데 김세봉이는 머리도 쓰다듬어 주시고.."
"자, 봤다. 됐지? 어유 오늘 민규가 참 이쁘게 생겼네. 이제 가라."
선생님은 같잖다는 얼굴로 김민규에게 대충 칭찬을 해줬고 김민규는 투덜거리며 매점으로 뛰어갔다. 그런 김민규의 모습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나도 따라 매점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선생님이 내 손목을 잡아 당기시더니 다짜고짜 어디론가 끌고갔다. 주변 애들이 신경쓰여 눈치를 보며 대체 어딜가는 거냐고 물었지만 선생님은 대답해주지 않으셨다. 교실로 돌아가면 아마 삐진 김민규가 날 반길 거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지만 선생님에게 잡힌 손목을 뿌리쳐내고 싶지 않아 그저 따라갈 뿐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곳은 다름이 아닌 교무실 가장 안 쪽에 위치한 학생 상담실이었다.
"..선생님.."
"오늘 밥 맛있었다고 말할 겸, 너 밥 좀 챙겨주려고."
"제 밥이요?"
"일찍 일어나면서 밥은 왜 맨날 안 먹고 가는 거야 인마."
"..아.. 그냥.."
"오다가 너 생각나서 사왔어."
"신경 안 쓰셔도 되는데.."
"같이 사는 사람인데 어떻게 신경을 안 써? 빨리 앉아."
선생님은 역시 다정하셨다.
요즘 유행하는 '오다가 주웠다.'도 아니고 오다가 내 생각이 나서 사왔다니.. 거기다 같이 사는 사람 어택까지 받으니 좌심방, 우심방이 막 아려왔다. 솔직한 선생님은 확실히 심장에 좋지 않았다. 선생님은 나를 의자에 억지로 앉혀놓고 도시락을 가져와 젓가락과 함께 내 앞에 두었다.
나 때문에 돈을 쓴 게 괜히 죄송해져 머뭇거리자, 선생님이 친히 도시락 뚜껑을 열어주시고는 내 머리를 투박하게 쓰다듬으셨다.
"오늘 학교 끝나고 바로 집 갈 거지?"
"네."
"그럼 학교에서 조금 기다려. 오늘 저녁은 밖에서 먹자."
"네."
"먹고 싶은 거 말해봐. 그거 먹게."
"아 전 딱히.. 선생님 드시고 싶은 거 드세요."
"너 먹고 싶은 거 먹을 거니까 학교 끝날 때까지 생각해놔."
마치 부부라도 된 것만 같은 대화에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지만 나는 애써 손을 휘저어 열기를 식히며 알겠다고 대답했고, 선생님은 다 먹고나서 나가라고 말하고선 상담실을 나갔다.
같이 산 지도 어언 1년이 지나고 있었지만 난 단 한 번도 선생님이 편해본 적이 없었다. 뭐, 편하다고 느껴지면 비정상이겠지만 말이다.
살짝 말하자면, 선생님과 나는 좋게 만난 인연이 아니었다. 하지만 먼저 다가와 준 것도 선생님이었고 같이 사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한 것도 선생님이었다. 때문에 나는 항상 선생님은 과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어도 그때처럼 행동하셨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나 혼자 내린 결론은 당연히 YES였다. 선생님은 그 정도로 착했고 다정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들이치는 우울함에 젓가락으로 밥을 푹푹 찌르고 있기를 몇 분, 도저히 목구멍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리고서 뚜껑을 도로 덮었다. 도시락 통을 들고서 살금살금 상담실을 나갔고 다행히도 선생님은 자리에 안 계신 듯했다. 들키기 전에 얼른 나가야지 싶어 빠르게 교무실 문으로 향하는데, 저 멀리 이쁘다고 소문난 화학 선생님을 도와주고 계신 선생님이 보였다. 컴퓨터가 잘 안 되는지 화학 선생님의 뒤에 서서 한 손으로는 마우스를 잡고 또 한 손으로는 책상을 짚은 채로 백허그를 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단단한 팔 사이에 갇혀 얼굴을 붉히고 있는 화학 선생님.
참으로 좋은 풍경이 아닐 수가 없었다. 나는 입술을 꾹 깨물고서 빠른 걸음으로 교무실을 뛰쳐나왔다. 선생님은 너무 착하셨다. 너무 착해서 모두에게 잘해주는 거라고, 그냥 그렇게 생각을 끝냈다. 나는 머리를 탈탈 흔들어재껴 잡생각을 전부 털어내며 교실로 갔고, 아까의 내 예상대로 교실엔 삐진 김민규가 내 옆자리에 앉아 숨을 쉬고 있었다. 자리로 가 시끄럽게 의자를 끌어 앉자 그런 날 넋 놓고 쳐다보던 김민규가 다시 표정을 바꾸고서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김민규의 삐짐을 풀어주기 위해 내민 것은 바로,
"야 이거 먹어라."
"..됐거ㄷ, 이게 뭐야.."
"도시락."
"뭐야.. 이거 어디서 났어? 나 주려고 사온 거야? 어?"
"그렇다고 칠테니까 조용히 하고 학교 밖에 벤치 가서 먹어라."
"..헐.. 민규는 너무 감동.. 근데 혼자 먹으면 외로우니까 같이 가줘."
..찐따새끼..
나는 또 다시 김민규를 데리고 벤치로 향했고 식충이 김민규가 선생님이 나를 위해 사오신 도시락을 다 먹을 때까지 나는 기다려야 했다. 나를 위한 선생님의 도시락은 김민규에의해 있는 힘껏 털리고 있었다. 사실 내가 왜 준 건지 조금 후회가 됐지만 나 대신 약 3배정도 더 맛있게 먹는 김민규에 결국 헛웃음을 내뱉어야 했다.
"야 맛있냐?"
"어. 말시키지 마."
"..존나 배은망덕.."
물론 시비도 한 번 걸어주고.
네 안녕하세요.
아까 프롤로그 썼던 봉방봉입니다...
전 여러분에게 기다릴 틈을 주지 않습니다.....
헿ㅎ헤!!!! 추석글잡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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