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y Mary
w. carame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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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으음, 하고 뒤척인 루한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크리스가 루한의 방으로 데려다 놓은 뒤였다. 그리고 루한의 눈에는 창밖을 보고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크리스가 비치었다. 루한이 일어난 것을 모르는 것인지 크리스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순간 루한은 장난스러운 생각이 떠올랐다. ‘크리스를 놀라게 해주기!’라는 작전을 혼자서 세운 루한은 살며시 침대에서 일어나 살금살금 크리스의 등 뒤로 다가갔다. 그러나 직업 상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한 크리스는 이미 루한이 살며시 뒤에서 움직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루한이 크리스의 등 뒤에 서자마자 크리스는 루한, 하고 불렀다.
자신이 움직이는 것을 모르고 있는 줄 알았던 크리스가 자신을 부르자, 루한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엉덩방아를 찍었다. 꽤 아팠는지 루한은 자신의 엉덩이를 문지르며 주저앉은 채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크리스는 그런 루한의 앞에 한쪽 무릎을 구부린 채로 앉았다. 그리고 루한의 눈에 고인 눈물을 검지손가락으로 훔쳤다. 그런 크리스에게서 따뜻함을 느낀 루한은 그 상태로 굳어 버렸고, 크리스 또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순간 크리스의 뇌리에 세훈의 말이 떠올랐다. 루한을 가지고 싶다는 세훈. 세훈에게 루한을 뺏기고 싶지 않았다. 왜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의 마음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루한.”
“... 네?”
“아까, 보스랑 무슨 이야기 했어?”
“형 이야기도 했고... 세훈씨가 사진 계속 찍어도 된다고 했고...”
세훈씨. 이미 루한은 세훈의 이름까지 부르고 있었다. 루한이 세훈과 한 이야기들을 쪼잘쪼잘 떠들어 댔지만, 크리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세훈씨라고 자연스럽게 말하던 루한의 목소리만이 들리고 있었다. 혼자 떠들던 루한은 순간 크리스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형, 하고 몇 번을 불러보았지만 크리스는 그저 자신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루한은 다시 형,이라 부르며 크리스의 팔을 잡아 흔들었다.
“아, 미안.”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아무 것도... 근데 루한.”
“네?”
“보스 이름 함부로 부르면 안 돼.”
작은 질투였다. 부르면 안 되는 이름이 어디 있겠는가. 심지어 Grigio의 상대 조직까지 세훈의 이름을 막 부르는데. 자신은 형이라고 꼬박꼬박 부르면서 세훈에게는 이름을 불러주는 루한에게 묘한 질투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크리스는 그 감정이 질투인지 알지 못했다.
“부르면 안 되는 건가..”
“응.”
“근데, 세훈씨가 보스라고 부르지 말라고 해서...”
루한의 말을 들은 크리스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루한을 가지고 싶다던 세훈이 루한에게 자신을 보스라고 부르라고 할 리가 없었다. 그랬구나, 크리스는 루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평소 누가 자신의 머리를 만지는 것을 정말 싫어하던 루한이었다. 크리스는 몇 번이나 자신의 머리를 만졌었다. 그런데 단 한 번도 싫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다. 마치 크리스가 큰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면 자신이 복슬복슬한 강아지가 된 것 같았다.
“형.”
“......”
“형이 내 머리 만져줄 때마다 내가 강아지가 된 것 같아요.”
“......”
“털 많은 복슬복슬한 강아지.”
크리스는 얕게 웃음소리를 내며 미소를 띠었다. 루한의 표현이 귀여웠다. 그리고 루한은 크리스가 그제야 웃자,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 형, 웃는 거 잘생겼네요.”
“......”
루한의 말에 당황한 크리스는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었다. 그리고 헛기침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루한 역시 따라 일어섰다. 시계를 보고 저녁 5시임을 안 크리스는 밥 먹으러 가자, 라고 말했다.
“벌써 저녁시간이에요?”
“응. 5시.”
“뭐 먹을 건데요?”
“뭐 먹고 싶은데?”
“음...”
루한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음식들이 떠돌아 다녔다. 며칠 동안 전시회 때문에 제대로 먹질 못해서 먹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 크리스는 루한을 재촉하지 않았다. 먹고 싶은 거라면 다 사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14년 만에 만난 동생에게 못해줄 것이라고는 없었다. 한참을 고민한 루한은 스파게티!, 라고 외쳤다.
“그래. 가자.”
“우와, 진짜로?”
“응.”
크리스의 대답에 루한은 방긋 웃으며, 방 안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스파게티가 그렇게 좋은가, 크리스는 그런 루한을 이해할 수 없으면서도 행복해 하는 루한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나 그 즐거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루한씨.”
“어? 세훈씨?”
루한의 방문을 열고 루한을 찾는 세훈이었다. 크리스는 서둘러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 그러나 그런 크리스를 본체만체한 세훈은 루한에게 다가섰다. 루한은 이리저리 뛰어다닌 탓에 이마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맺혀있었다.
“뭐했기에 이렇게 땀까지 나요?”
“아... 형이 스파게티 사준다고 해서요!”
“두 사람 저녁 먹으로 가요?”
“네! 형이 사준데요!”
“어떡하지.. 루한씨랑 밥 먹으러 가려고 내가 예약해놨는데.”
루한은 곤란했다. 그러나 크리스와의 약속이 먼저였다. 죄송해요, 다음에, 다음에 먹자고 말하려던 루한의 말은 크리스의 말에 의해 끊겼다.
“루한, 나랑은 내일 먹자.”
“네? 아니.. 먼저 약속한 건데...”
“루한씨, 크리스가 말하는데 그렇게 해요. 오늘은 나랑 가요.”
그렇게 말하는 세훈의 눈은 루한을 보고 웃는 듯 했지만 묘하게 시선이 엇나가 있었다. 그가 정말 보고 있는 것은 크리스였다. 그리고 크리스는 그 시선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른 척 했다. 맛있게 먹고 와, 크리스는 루한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은 뒤 방을 나갔다.
“내가 방해한건가... 미안해요.”
“아니에요! 내일 형이랑 먹으면 되요.”
“그럼 준비하고 나와요, 루한씨. 밖에서 기다릴게요.”
세훈은 루한의 대답을 채 듣지도 않고 방을 나왔다. 그리고 계단을 천천히 내려와 거실에 있는 크리스를 지나쳐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그리고 대기되어 있는 차의 키를 운전사에게 넘겨받고 차를 탔다. 그리고 아까의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 *
이미 세훈은 두 사람이 말하는 것을 밖에서 다 듣고 있었다. 루한에게 같이 저녁 먹으러 가자고 2층까지 올라왔는데, 문을 열려고 하던 찰나에 루한의 목소리가 들렸다.
‘형이 내 머리 만져줄 때마다 내가 강아지가 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있는 말이었다. 그러나 아침에 루한이 한 말 때문에, 그 말은 세훈의 노리에 박혔다. 분명 아침에는 자신의 머리를 다른 사람이 만지는 걸 끔찍이도 싫어한다고 말했던 루한이었다.
크리스의 마음은 정확히 아직 모르겠다. 그러나 루한의 마음은 이미 알 수 있었다. 루한은 크리스를 온전히 형으로 보지 않는다. 14년 만에 만난 형제, 그것도 배 다른 형제에게 형제애 따위가 생길 가능성은 희박했다.
루한의 마음을 어떻게 돌려놓을까 고민하던 세훈의 폰이 울렸다. 문자 메시지였다. 세훈은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차에서 내려 급하게 집안으로 들어갔다.
「Bloody Mary가 다시 움직인답니다. 목표는 우리 조직인물이라는 것까지만 미리 확인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정확히 알아내겠습니다. - 010 1106 0420」
집안으로 들어온 세훈은 곧장 거실로 갔다. 그러나 방금 전 자신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거실에 있었던 크리스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크리스의 방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다짜고짜 문을 벌컥 열었다. 갑자기 열린 문에 의자에 앉아 서류를 검토하던 크리스는 문을 연 사람이 세훈인 것을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굽혀 인사하였다. 그런 크리스에게 세훈은 아까의 문자 메시지를 보여주었다.
“블러디 메리야. 그것도 우리 조직원을 노려.”
“결국 우리 차례군요.”
블러디 메리는 이미 조직들의 세계에서는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일반 사람들은 미국 도시전설 속에 등장하는 여성의 유령 혹은 성공회 성직자, 개신교 신자들 300여명을 처형시킨 영국의 메리 1세 여왕으로 알고 있다. 허나 조직들 사이에서 블러디 메리는 실존하는 인물이었다. 성별조차 알려진 것이 없는 블러디 메리는 킬러였다. 그것도 조직의 간부들을 주로 살해하는 킬러. 자신의 목표가 누구인지 미리 알리는 블러디 메리 때문에 목표대상을 미리 숨겨 놓거나, 철저히 방어하여도 자신에 대한 정보나 흔적은 단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목표를 죽이고는 유유히 사라졌다. 심지어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Grigio는 아직 단 한 번도 블러디 메리의 목표가 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Grigio는 캐나다를 휩쓸고 한국까지 휩쓴 조직이었다. 그리고 Grigio의 간부들은 나이를 따지지 않은 뛰어난 인재들뿐이었다. 모두들 실력자라지만 블러디 메리만큼은 그들도 안심할 수 없었다.
세훈은 불안해졌다. 아무리 보스라지만 아직 24살의 소년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간부와 조직원들을 끔찍이도 아끼는 보스였다. 그런 세훈과 대조적으로 크리스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대조되던 두 사람의 분위기 속에서 또 다시 세훈의 폰이 울렸다. 세훈은 그의 손에 있던 폰을 보았다. 화면 속의 글자들은 세훈의 손에 힘이 풀리게 했다. 힘이 풀린 세훈의 손에서 폰은 떨어졌다. 그리고 크리스는 폰을 주워 화면을 보았다. 내용을 확인한 크리스는 손에 힘을 주어 폰을 꽉 잡았다.
“이건 아니야... 왜 하필...”
“괜찮을 겁니다.”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는 게, 블러디 메리야.”
“그럼 이번에 실패하게 만들면 되죠.”
“... 그게 되...?”
“우선 보스는 루한이 밥부터 먹이고 오세요. 제가 시간 맞춰 나머지 간부들 불러 모으겠습니다.”
그 상황에도 루한을 먼저 챙기는 크리스였다. 세훈은 담담한 크리스를 보고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혹시 자신이 잘못 본 것인가 싶어 크리스에게서 폰을 빼앗아 다시 문자를 확인해 보았다.
「I'll go to meet Kris.
From. Bloody Mary. - 4444」
| Bloody Mary |
오늘은 왜 제목이 블러디 메리인지 조금이나마 밝혀진것 같네요ㅎㅎ 사실 이게 조직물+킬러가 되다보니까 제가 적기가 생각보다 까다롭더라구요ㅜㅜ 회사에서 적고 있을 수도 없고....ㅋㅋ
시간날 때마다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적고 있습니다...ㅜㅜ
그럼 암호닉 다들 확인하세요!
착한사람 님, 열쇠 님, 애플 님, 그냥우유도경수 님, 고양이 님, 정설 님, 룰루 님, 체리새우 님, 흐규규 님, 됴로롱 님, ♥.♥ 님, 사슴 님, 뀨륵 님, 김미자 님, 헬로 사마 님
와... 엄청 많아졌어요....ㅋㅋㅋㅋ 조만간 암호닉 그만 받을때가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왜냐면 제가 더 많이지면 더이상 기억을 못해요....(할매라서요....ㅜㅜㅜㅜㅜㅜ)
그럼 저는 다음주에 5편으로 찾아뵐께요^^ 다들 한주 마무리 잘하시길 바랍니다! 고삼 독자님들은 수능 화이팅!! 푼것도 다맞고 찍은것도 다맞기를 바래요~^^
P.S. 참고로 전 작품인 Occhio Nero 텍스트본은 오늘 다 보내드렸어요! 확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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