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 아해의 시간
W.전라도사투리
배를 띄워 다가오면 알겠지 내가 섬이 아닌 빙산인걸
-에픽하이 '춥다'中
05
사람들은 말한다. 때로는 진실이 더 아픈 법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진실을 알고싶어한다. 거짓 속에 파묻혀있는 진실을. 나는 알고싶지 않았다. 진실 같은 것은. 아니 진실이 존재하는 줄도 모르고 살아왔었다. 그러니 알고싶은 진실이 존재할리가 없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알게된 12살. 나의 부모는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 나의 부모는 나를 사랑이 아닌 책임감으로 바라보았다. 그것이 진실이였다. 아무도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성종이는 달랐다. 외가에 가면 천덕꾸러기 신세를 받던 나와 달리 성종이는 외가 식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오며 자라왔다. 이유는 나도 잘 몰랐다. 왜 그런지 모든 이유를 알게된것은 역시나 내 나이 12살이였다. 거짓으로 덥힌 진실 속에서도 변하지 않은 것은 성종이는 나의 동생이라는 것. 지금은 모든 것이 변해버렸지만 말이다.
*
오늘따라 몸이 축 늘어지는 것이 나의 몸이 평소 나의 몸이 아니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몽롱한 정신을 부여잡고 흐릿한 초점을 잡아보려해도 제 멋대로 되는 것이 하나 없었다. 이런 몸 상태로 학교를 등교한다는 것은 무리였다는 것을 느꼈다. 이미 성종은 학교를 등교했고 여자와 남자는 일로인해 부재중이였다. 어쩔수없이 담임에게는 내가 연락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였다. 핸드폰을 더듬 거리는 손길로 찾아내어 몇 없는 전화번호부에서 담임의 번호를 찾아내어 전화를 걸어 전위상황을 말하니 걱정말고 쉬라는 말로 전화를 끝냈다. 할 일을 끝내니 다시 잠이 밀려온다. 몸이 아프니 피로가 한 번에 밀려오는 기분이다. 밀려오는 피로에 아무런 저항없이 그냥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흐느낌이 세어나가면 안된다. 어릴적 혼이 날때 나의 흐느낌이 입 밖으로 세어나가면 번번히 맞기 일수였다. 그로 부터 눈물이 나려고하면 입 안쪽에 여린 살들을 물고 늘어지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나를 괴롭혀서라도 나는 눈물조차 흘리면 안되었다.
'왜 울어?'
어린사내가 자신의 얼굴을 무릎에 파묻고 서럽게 흐느끼고 있었다. 나의 목소리가 검은 공간을 울렸고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올러 나와 눈을 마주했다. 벌겋게 물들은 눈. 나였다. 어릴적 나. 나약한 나. 버림받은 나. 아이의 촉촉하게 젖은 눈이 나를 향하고 있엇었고 나 또한 차가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이번에는 여린 살들을 물지 않았다. 그냥 몸을 숙여 아이의. 어린 나를 감싸 안았다. 춥지않게 아프지않게 외롭지않게.
띵동 거리는 벨소리가 집을 울렸다. 찌르르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떠지지 않는 눈커플을 힘겹게 뜨고 얼굴을 더듬거렸다. 마른 눈물자욱이 볼을 따라 흘러내린 길이 있었다. 바보같이 울어버렸다. 현실에서 울지 못하는 울면 안돼는 나를 위해 꿈 속에 나와 어린 내가 울어준 것인지. 헛웃음을 짓고 다시 눈을 감으려니 띵동 거리는 초인종 소리가 또 다시 드려온다. 시간을 보니 5시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억지로 걸음을 현관으로 다가가 다 갈라진 목소리로 누구세요를 외치니 아무런 말도 없다. 그냥 들어가 다시 몸을 뉘이려고 하니 또 다시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신경질 적으로 문을 열어보니 의외에 인물이 무표정으로 삐닥한 자세로 서 있었다. 나를 위 아래로 훑고는 저 멋대로 집으로 들어온다. 얼떨결에 길을 터주었더니 먼저 신발을 벗고 가지런히 정리까지 한다.
"네 방 어디야?"
"어? 여기."
현관 옆방을 가르켜주니 역시나 제 멋대로 문을 벌컥 열어보고는 미간을 심하게 찌푸린다. 그러고는 나의 손목을 이끌고 들어간다. 어영부영 그의 힘에 따라들어가니 나를 침대에 앉히고는 책상 의자를 끌어다 저가 앉는다.
"또 아팠어."
속상하다는 듯 말을 내뱉는 김성규를 보고 몸이 굳어버렸다. '너는 왜 아파?' 또다. 그의 목소리가 나를 잠식해간다. 김성규의 하얗고 예쁜 손가락이 나의 눈을 훝고 간다.
"...김성규..."
"왜."
"넌 뭐야?"
"뭐였으면 좋겠어?"
아무런 말도 나는 할 수가 없었다. 너는 뭘까. 너는 누굴까. 너는 뭐여야만 할까. 김성규 너는 도데체 무엇일까. 또 다시 김성규가 제 멋대로 내 머릿속에 침투하고 나를 잠식해간다. 뭐든 다 안다는 김성규의 태도. 지친 나를 안아줄것 같은... 나를 위로해줄 것 같아서 자꾸만 나약해지려한다. 내가. 나약해지고 있다. 내가 무너지고 있었다. 너로인해. 김성규로 인해 나만의 세상에 벽이 허물어지고 세상이 울렁인다.
"...안아줘..."
따듯한 온기가 전해졌다. 차가웠던 공기가 조금이나마 따듯해지고 있었다. 툭하는 소리와 볼을 타고 투명한 눈물이 흘러 김성규의 어깨에 안착했다. 김성규는 아무런 말 없이 나의 등을 토닥이며 나를 달래고 있었다. 모르겠다. 무너져가고 있는 나를 보고도 나는 아무런 방어태세도 취하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김성규에게 온전히 나를 보여주고 있었다. 김성규의 교복자켓을 힘주어 잡았다. 그냥 모든걸 보상받는 기분.
*
눈을 다시 떳을 때에는 해는 지고 어둠이 세상을 삼키고 있을 때였다. 김성규 또한 꿈이였다는 듯 사라지고 없었다. 허탈하다. 일어나자마자 내가 느낀 감정이였다. 그리고 또 다시 추위가 나를 파고 들었다. 몸을 웅크리고 침대 헤드에 기대어 앉았다. 행복한 꿈은 언제나 상실감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찾아오는 허탈감. 몸부림 치고 싶었다. 이 상실김에서 허탈감에서.
"...꿈...이... 아니다..."
노란 포스트잇과 회색종이의 유입물. 김성규가 왔다 간 것이 꿈이 아니였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책상 쪽으로 다가가 노란 포스트잇을 조심히 때어내어 작게 쓰여있는 까만 글씨를 보고 성급하게 핸드폰을 찾았다. 포스트잇에 가지런히 쓰여있는 김성규의 번호. 엇나가는 손가락을 간신히 고쳐잡고 11자리의 숫자를 차근차근 눌렀다. 신호음이 얼마 안가 끊키고 나지막하고 듣기좋은 김성규의 음성이 귓가에 스며들었다. 김성규의 음성에 아무런 말이 없어도 김성규는 끊지도 않았고 재촉하지도 않았다. 아마 김성규는 이미 나라는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조심스럽게 입술을 때어내니 갈라진 나의 목소리가 전해지고 있었다.
-선생님께서 중요한 유입물이라고 너 전해주라고 하셔서 놓고 왔어.
"...응."
-그래. 이렇게 전화한걸 보면 유입물 본거겠지. 내일까지 작성해 와.
"...응."
-...끊을 게.
"...김성규..."
-...
"널 아직도 모르겠어..."
-...
"네가 좀 알려주라. 네가 뭔지. 네가 뭔데 이렇게 나를 무너트리는지."
김성규는 한참을 대답이 없었고 전화는 그렇게 끊켜버렸다. 역시나 아무런 답을 얻지 못했다.
김성규의 번호를 내려다 보다 이내 저장버튼을 누르고 그의 번호를 "?" 하나로 표시해 놓았다. 알 수 없는 녀석이니까. 핸드폰을 책상 위에 내려놓고 김성규가 가져다 놓은 유입물 종이를 펴 확인했다. '학부모 상담.' 이라고 커다랗게 적힌 종이가 손에서 나풀거리고 있었다. 곧 있으면 나 또한 성인이였다. 앞으로의 일을 스스로 책임져야하고 혼자의 힘으로 세상을 살아나가야하는 나이. 하지만 나에게 미래란 존재하지 않았다. 그대로 유입물을 책상서랍 구석에 박아버렸다.
오랜만에 여자와 남자가 집에 들어와 모습을 보였다. 성종이는 조금 들떠있는 듯 했다. 그동안의 일을 저의 부모 앞에서 속사포 처럼 따발 거리고 있었다. 녀석의 말을 여자와 남자는 경청해 주었다. 나는 그저 아무런 표정없이 이 가족의 한 구성원 처럼 스며드는 척 하고 있었다. 모순. 거짓. 나를 조여온다.
"싫어요!"
혼자 망상에 빠져있을 때 성종의 큰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녀석을 바라보니 녀석의 눈을 곧 눈물을 터트릴 듯 벌겋게 충열되어 있었다. 어리둥정한 시선으로 남자를 바라보니 남자는 난감하고 또 상처받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성종의 목소리가 다시한번 날카롭게 들려왔다.
"나는 이씨가 아니라 남씨에요. 아무리 아빠라도 내 진짜 아빠의 흔적을 지우려 하지 말아요."
성종의 말에 나는 그저 멍하니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다 푸스스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고개를 돌려 멈추었다.
"...아빠가 미안해. 내가 너무 성급했구나. 미안하다 우현아, 성종아."
성종이는 벌겋게 충열된 눈을 북북 비비면서 자신의 방으로 자취를 감쳤고 나와 여자 그리고 남자만이 남은 거실에는 정적에 휩쌓였다.
"저는 그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미안하다. 우현아. 내 생각이 짧았구나."
"아니요. 이해합니다."
"고마워. 그럼 우현아 네가 성종이 좀 설득해 주겠니? 언제 까지 네들 성을 남씨로 남겨둘 수는 없잖아."
몸을 일으켜 방으로 향하려는 발걸음을 남자의 힘없는 목소리가 붙잡았다. 몸을 돌려 예의 미소를 지어주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이번에는 여자의 목소리가 나의 발목을 붙잡았다. 여자의 말에 그저 헛웃음 만이 비집고 나의 입가에 흐르고 있었다.
"성종이라면 제가 설득해드릴 수 있어요."
"그래 그럼..."
"단, 남성종이 아닌 이성종 만요."
"..."
"난... 이우현으로 살아갈 수 없으니까. 근데 성종이는 처음부터..."
"..."
"남성종이 아닌 이성종이니까. 모든걸 제자리를 찾게 제가 말은 해볼 수 있어요. 본인이 거부하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에요."
"...너..."
"그렇게 놀란표정 하지 말세요. 저는 무서웠으니까."
"..."
"진실은요. 알고싶지 않아도 언젠가 알게되더라고요. 자연의 순리처럼 자연스럽게."
또 다시 나를 잡기 전에 방으로 나의 자취를 감춰버렸다. 알고 있었다. 성종이 나의 친동생이 아니였음을. 나의 아버지가 아닌 저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나온 정말 친자식이라는 것을. 그리고 불쌍한 이성종은 그 사실을 모르고 지금가지 살아오고 있었다. 불쌍하게도 그는 진실을 알지 못한다.
-
아... 저 지금 알바가 끝나고 왔어열....ㅋ 힘들어 죽것어...ㅠㅠㅠ 자 그럼 저는 다시 사라지것습네닼ㅋ 댓글 달아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려요! 저는 말씀드렸습니다. 저와 함께 달리시는 분들만 작은 선물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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