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 아해의 시간
W.전라도사투리
배를 띄워 다가오면 알겠지 내가 섬이 아닌 빙산인걸
-에픽하이 '춥다'中
06.
15살. 부모들이 이혼을 한지 1년 쯤 됬을 때였다. 다들 흔히들 말하는 중이병 즉 사춘기라는 것이 나를 지나치지 않고 찾아왔다. 엇나가는 나의 조건은 정말 확실하게 충족되어 있었다. 엇나간다고 뭐라할 부모도 없었고 아버지는 몇 날 며칠 집을 비우기 일수였으니까. 정말 최적을 조건이였다. 그 후로 나는 보란듯이 엇나가기 시작했고 이제는 겉잡을 수 없이 나는 망가져가기 시작했다. 담배와 술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했으며 자신들을 '하늘같은 선배.' 라고 칭하는 자들과도 어울렸다. 어릴적 조용하던 나를 깔보던 이들도 그 때는 내 앞에서 모두들 고개를 박고 지나쳤으니까. 알 수 없는 쾌감이였다. 그리고 비웃음. 나를 그리도 얕보던 녀석들이 위치가 바뀌었던 그 때 나를 대하는 태도가 바뀌었을 때 그들이 우스웠고 알 수 없는 우월감에 휩쌓였다. 그렇게 1년을 내 자신을 망가트리며 살아갔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는 16살 때였다. 2학년이 끝나고 3학년으로 올라가는 봄방학 사이 알 수 없는 우울증이 찾아왔고 심지어는 거울에 비춘 내 모습이 더러워 보였다. 떨어질때로 떨어져 버린 내 자신. 이제는 올라갈 수 없는 벼랑 밑에 있는 나. 살려달라고 외쳐봐도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거울 속에 나는 조금 성숙해져 내가 나를 비웃는 것만 같았다. 또 다시 달라져야 했다. 그렇게 열여섯에는 정신을 차리고 하얀 담배대신 연필을 들었고 술 대신 비타민 음료를 섭취해 공부라는 것을 시작했다. 할 수 있는 것이 뭔지 모르고 망설이고 있을때 막연히 떠오르는 것은 공부라는 돌파구 뿐이였다. 그렇게 나는 또 다시 나를 바꾸었다.
*
여전히 김성규는 아무런 말 없이 나에게 다가오지 않고 내 옆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할 일만 하고 있었다. 나 또한 섣불리 그에게 어떠한 말도 행동도 취할 수 없었다.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으니까. 김성규는 학교에서 나에게 말 한마디 붙이지 않았다. 조심스러움. 그래 그는 학교에서 나를 조심스럽게 대했던 것 같다. 복잡한 생각에 그냥 얼굴을 책상에 묻고 잠에 빠져버렸다. 앞에서 뭐라 뭐라 말하는 선생님의 열정적인 목소리를 뒤로한 채.
시끄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어날 수 밖에 없었다. 몽롱한 정신을 깨보려 눈을 비비고 시야를 확보하니 김성규와 반에서 좀 논다는 놈이 싸우고 있었다. 아니 일방적으로 김성규가 맞고 있었다는 게 맞는 말이겠지만. 김성규는 놈에게 머리를 갈귀어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하얀 문제집에서 시선을 때어내지 않았다. 놈은 김성규에게 무시를 당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얼굴이 붉게 달아 올랐다. 그리고 또 다시 날아오는 손바닥. 매서운 소리와 함께 김성규의 고개가 돌아갔고 놈은 우습다는 듯 비소를 흘리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고 꽉 쥐어진 주먹은 어느새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제서야 김성규는 놈을 흘기고 있었다.
"뭘 쳐 갈궈 씨발년아."
자신을 흘기는 김성규가 아니꼬운 것인지 김성규에게 욕설을 퍼 부었고 김성규는 입도 벙긋 하지 않은 채 다시 하얀 문제집으로 시선을 돌려 문제를 풀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김성규의 행동에 방관자들은 오- 라는 비꼬는 듯한 감탄사를 연신 내뱉었다. 놈은 흥미롭다는 듯 다시 김성규의 머리를 쳐내었고 역시나 김성규는 고개만 돌아갈 뿐 다시 제 할 일을 시작했다. 놈은 오기가 생기는 것인지 계속해서 김성규의 머리를 쳐내려갔다. 그럼 또 다시 김성규는 놈을 무시했다. 반복이였다. 분노. 그냥 화가났다. 바보같은 김성규의 모습에.
"...그만해."
"뭐? 얘 뭐래냐?"
"그만하라고 병신아!"
순식간이였다. 당하고만 있는 김성규의 모습에 몸이 멋대로 움직여 김성규를 한참 쳐내고 있던 놈의 얼굴을 힘을 가득실은 주먹으로 때린 것은. 김성규는 놀란듯 눈이 동그랗게 크게 뜨인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방관자 역활을 하던 반 녀석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놈은 나에게 맞았다는 것이 수치스러운 것인지 넘어졌던 몸을 일으켜 나의 멱살을 잡아들었다. 나 또한 지지 않겠다는 듯 그이 멱살을 잡았고 어느새 반은 나와 놈의 싸움판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네들 뭐하는 짓이야!"
싸움은 누군가가 불러온 담임의 의해서 끝이났다. 왜. 김성규가 맞고 있을 때는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던 담임을 이제서야 놈이 맞고 있을 때 불러온 것인지. 이를 아득 물고는 자신을 따라오라는 담임의 뒤를 따랐다. 김성규의 걱정되는 눈빛을 뒤로하고.
놈은 이런 일이 여러번 있었던 것인지 담임의 손을 떠나 학생부장에게 넘겨졌고 나는 담임의 손에 이끌려 상담실에 남아 그에게 추궁 아닌 추궁을 당했다. 화가 잔뜩 나있던 담임은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무슨 일이냐며 나에게 묻기 시작했다. 나는 그냥 시선을 돌려 조개처럼 입을 다물고 있었다. 담임은 한숨을 푹 내쉬며 나의 손을 잡아왔다.
"우현아. 윤재가 그러던데 너가 먼저 윤재를 때린거라며. 무슨 일인지 내가 알아야지."
망설여졌다. 사실을 알려야 하는 지. 아니 알린다고 해도 김성규의 일이였다. 김성규가 맞아서 제가 열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때렸습니다. 라고 말할 자격이 내게는 없었다. 나와 김성규의 사이는 아무런 사이도 아니였으니까. 내가 나설 일이 아니였던 것이다. 이성적이지 못했던 나의 실수였다.
"우현아..."
"...그냥 걔가 잠을 방해해서요."
"...네가 먼저 때린거니?"
"네. 제가 먼저 때렸어요."
"하. 그래 알겠어. 우선 보건실가서 치료 받고 와. 그리고 다시 선생님이랑 얘기하자."
"네."
미련없이 상담실을 나섯다. 상담실을 나서고야 놈에게 맞은 부위가 아려오기 시작했다. 침을 삼켜내고 보건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보건실은 학교 제일 안 쪽에 있었다. 보건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하얀 가습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보건 선생님으로 보이는 유하게 생긴 중년의 여자가 앉아 있었다.
"무슨 일로 왔니?"
"...치료..."
"아. 이리와봐."
앞으로 다가가 내 몰골을 보더니 고왔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러고는 연고와 면봉을 꺼내고는 나를 의자에 앉으라며 가르켰다. 조용히 의자에 앉아 선생을 바라보았다. 선생은 하얀 연고를 면봉에 짜내어 나의 생채기에 조심스럽게 펴 발라 주었다. 연고가 지나가는 상처 마다 약간의 아려옴이 오고 있어 나도 모르게 미간을 구겼다.
"너가 윤재랑 싸운 애구나?"
"..."
"윤재는 오른쪽 팔이 부러졌다는 데."
"..."
"그래도 너는 많이 안 심하네."
"..."
"자 얼굴은 됬고 어디 다친데 없어?"
여 선생은 이리저리 내 몸을 보다가 오른쪽 팔꿈치를 들어 보고는 경악한 얼굴을 해 보였다. 보건 선생의 시선을 따라 내 오른쪽 팔꿈치를 따라가 보니 허얀 와이셔츠가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어쩐지 어딘가가 아리더니 기어코 팔꿈치가 약간 찢어졌었나보다. 팔에 붙은 단추를 풀고 상처에 닿지 않게 걷어 보려해도 살짝 살짝 상처에 닿아 쓰려 자연스럽게 쓰읍- 하는 소리를 내뱉었다. 나의 소리에 선생은 난감하다는 듯 다시 옷을 내렸다.
"너 안에 하얀 티 입었지?"
"네."
"그럼 안에 가서 벗고 와. 상처가 계속 그렇게 있으면 치료도 못하고 연고 옷에 묻어서 안돼."
"네."
선생의 말에 자리에서 일어나 안 쪽에 마련되어있는 아픈 이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듯한 침대 방으로 들어가려고 하니 보건실 문이 조용히 열리고 익숙한 녀석의 모습이 보였다. 멍하니 굳어 녀석이 서있는 곳을 응시하니 녀석은 나를 힐끔 쳐다보고 보건 선생에게 시선을 돌렸다.
"무슨 일이니?"
"...남우현 찾아왔어요."
"남우현? 아. 네가 우현이니?"
"네."
"근데 애는 왜?"
"치료 다했나해서요."
"아직 팔꿈치 안했는데?"
"...제가 해줘도 되요?"
"할 수 있겠어?"
"네."
보건 선생이 건네준 연고와 면봉을 받은 김성규는 나를 이끌고 침대방으로 들어갔다. 의외에 인물.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벗어."
김성규의 말에 나는 말없이 멍하게 옷을 벗었다. 내가 멍하게 서 있자 김성규가 나를 침대 끝에 앉히고는 자신도 나의 오른쪽에 자리를 잡고서 나의 팔을 가져간다. 그러고서는 아까 보건 선생이 했던 것처럼 연고를 면봉에 짜내어 상처 부위에 꼼꼼이 발랐다.
"왜 왔어?"
"...그냥."
"...부었네."
"반창고 받아올게."
김성규의 볼 쪽으로 향하던 나의 손이 무안하게 내려왔다. 또 다시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쌓였다. 그 알 수 없는 감정이 이상하게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 더 이상했다. 김성규는 곧 한 손에 반창고를 받아와 이번에는 내 앞 쪽에 쭈그려 앉아 나의 팔꿈치에 정성스럽게 반창고를 붙였다. 그러고 찾아오는 정적. 김성규의 시선이 나를 향했고 나의 시선이 김성규를 향했다. 제 멋대로 나의 손이 김성규의 볼을 쓸었고 천천히 엄지로 그의 입술을 쓸기 시작했다. 그리고 찾아오는 입 맞춤. 김성규는 피하지 않았다. 분위기에 휩슬려 그런 것인지. 아니면. 나도 잘 모르겠다. 꽤 오랫동안 진득하게 서로의 입술을 탐하고 있을 때 쯤 익숙한 목소리에 김성규에게서 떨어져 목소리의 주인에게 시선을 향할 수 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형."
이성종이 있었다.
-
흐헝..ㅠㅠ 저 겁나 감동 받았어염 ㅠㅠ 댓글 수가 늘었어염! 저 정말 행복해요!! 말씀 못 드리지만 제가 항상 감사해하고 있다는 것만 알려드리고 싶어요ㅠㅠ 그것만은 알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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