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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가족(happiness fam) 08
w.사랑하DO
"그렇게 먹을거면 차라리 라떼를 시키라니까"
스트로우를 가지고 장난치던 백현은 아메리카노에 끝없이 시럽을 넣는 경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닥쳐. 큰 눈을 치켜뜨고 백현을 노려본 경수가 당장이라도 시럽병을 백현에게 던질것처럼 치켜들자 종대는 질색하며 경수의 손에서 시럽병을 빼앗아 들었다. 시럽병이 무슨 죄니 병의 안전을 확보한 종대가 중얼거렸다. 입을 꾹 다문 경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종대의 말마따나 시럽병은 죄가 없었다. 죄가 있는건 눈앞에 보이는 놈들이니까.
"둘이 재밌었겠다. 나 엿먹여서"
미안한 척이라도 하겠거니 생각하며 넌지시 말을 내뱉은 경수였지만, 상대는 경수의 말이면 죽는 시늉도하는 김준면이 아니라 변백현 이였다.
"응, 재밌더라."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백현의 모습은 종대마저도 다시 경수의 손에 시럽병을 쥐어주고 싶을 정도로 얄미웠다. 난 아니다. 저에게도 불똥이 튈까, 자신은 백현과 다르다는걸 온 몸으로 표현하는 종대였다. 지금 상황이 저와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티스푼으로 우유거품을 떠먹는 백현의 모습의 경수는 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락은 왜 안했는데. 화를 낼 기운도 없어 힘 빠진 목소리로 묻자, 주머니에서 새티가 팍팍 나는 핸드폰을 꺼내보였다. 고장. 백현의 심플한 대답에 경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1년 반 이였다. 연락도 없이 갑자기 사라진 20년지기 친구는 그 후 연락조차 되지않아 생사조차 알 수 없었다. 주변 친구들에게 백현의 행방을 물어보면 오히려 저에게 되물어오는 친구들 뿐이였다. 어이가 없어 벙져 있는 경수의 손에 백현은 자신의 휴대폰을 쥐어주었다. 뭐야. 백현은 제법 신경질적인 경수의 말투에도 아무렇지 않아보였다. 번호 좀. 실실 웃으며 번호를 구걸하는 백현의 모습에 짜증이 확 치밀어 오른 경수는 테이블 아래로 있는 힘껏 발을 휘둘러 백현의 다리를 찼다. 다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는 백현을 보고서야 만족한 경수가 제 손에 올려진 핸드폰에 번호를 찍다 문뜩 고개를 들어 종대를 봤다.
"종대야, 백현이랑 연락했다고 했나?"
"어?어.."
종대는 경수의 얼굴에서 '씨발'을 읽었다. 야, 변백. 너 종대번호는 외우고 내껀 못외우냐? 둘은 경수의 목소리에서 깊은 빡침을 느꼈다.
"야, 말해보라고. 너 내 번호 몰라? 김종대, 너도 모르냐? 내 번호 몰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 번호를?"
속사포 처럼 말을 내뱉는 경수는 붉어진 얼굴로 씩씩 거리며 둘을 바라봤다. 날이 선 눈빛으로 저를 보는 경수의 시선의 괜히 움찔거리며 입을 열었다. 물론, 그 대답이 경수의 화를 더 부추긴 건 두 말할것 없었다. 야..나는 변백 번호도 몰라.. 경수의 얼굴을 더 할 것도 없이 찌그러져 있었다. 제 번호를 아무도 모른단다. 경수는 10년이 넘게 한결 같은 자신의 번호를 모른다는 친구들에게 화가 치밀었다. 김준면도 안다. 5년 밖에 안 지낸 김준면도 아는 번호를 5년을 더 얹은 두 사람이 자신의 번호를 모른다고하니 짜증이나고, 혼자만 두 사람의 번호를 외우고 있다 생각하니 억울하기 까지했다. 화를 삭이던 경수는 뒤늦게 자신이 한 행동에 당혹감을 감추지못했다. 왜이러지. 평소같았으면 한대 때리고 쿨하게 넘겼을 일이였다. 제 눈치를 살피는 두 사람을 보니 그제서야 제가 왜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씨발..씨발 나는 친구도 아니냐?"
소외감. 제가 맞다면 분명 지금 저는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두 사람에 대해 모르는건 없다고, 누구보다 잘 안다고 속으로 항상 자부해오던 경수였다. 하지만, 한 명은 연락을 끊고 잠수틀 탔다. 그리고 한 명은 잠수탄 녀석과 연락을 하고 지냈다. 그리고 도경수는 몰랐다. 생전 처음 겪는 경험에 경수는 괜한 트집을 잡고 있었던것이다. 생각이 모두 정리되자 경수는 부끄러움과 서러움이 동시에 밀려왔고, 결국에는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고개를 푹 숙이는 경수의 모습에 종대가 다가가려 했지만, 백현이 조금 더 빨랐다. 약속있다며, 가. 내가 알아서 할게. 손은 하얗게 질릴정도로 주먹을 꽉 쥐어놓고 담담하게 말하는 백현의 모습의 한숨을 쉰 종대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나중에 연락할게. 그리고.. 입을 떼려던 종대는 경수의 어깨를 한 번 토닥이곤 뒤를 돌아 카페를 나갔다. 경수의 옆자리로 자리를 옮긴 백현이 시선을 내려 제 발끝만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경수야. 들려오는 대답도 반응도 없었지만 백현은 꿋꿋이 경수의 이름을 불렀다. 도경수. 경수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백현의 목소리에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들었다. 그제서야 백현도 발끝에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돌려 경수와 마주봤다. 미안. 저를 마주보며 사과해오는 백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보이는 경수였다.
"이렇게 까지 걱정할 줄은 몰랐지. 알았으면 안그랬어."
"친구잖아..어떻게 걱정을 안해! 넌 도대체 20년동안 옆에서 뭘 본거야.."
"자,약속 이제 니 번호 꼭 외울게."
"꼭 외우고, 절-대 안 잊어버릴게."
"전화도 김종대말고. 경수 너랑 할게."
백현에게서 정말로 미안한 기색이 보이자 경수는 구부정한 어깨를 똑바로 피고 앉았다. 이미 식어서 차가워진 머그잔을 쥔 경수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입을 열었다.
"한 번만 더 연락끊고 잠수타면 진짜 죽는다. 3대가 재수없을거야."
도경수 무서워서 어디 잠수타겠어? 장난스럽게 경수의 말을 받아친 백현이 웃어보어보였다. 분위기가 풀리고 둘은 한 참동안이나 백현의 여행기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저녁시간때가 가까워지고 둘은 카페에서 나왔다. 저녁 같이 먹을래? 백현이 물었다. 선약있어. 그리고 경수가 답했다. 백현은 선약이 있다 말하며 미안한듯 웃어보이는 경수에게 괜찮다 웃어보이며 물었다. 준면이형..? 제 물음의 고개를 끄덕이는 경수를 보며 백현은 잠깐동안 씁쓸한 미소를 지었으나 순식간에 지나가 경수는 눈치 채지못했다.
"점심도 안 먹고 계속 일했데, 바보도 아니고... 너는 꼬박꼬박 챙겨먹어라."
준면이형은 내가 챙기지만, 너는 누가 챙기냐. 소개팅 할래? 백현은 경수의 말에 입술을 꽉 깨물고 어색하게 웃어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잔인한 도경수. 백현은 경수의 등을 떠밀었다. 준면이형 기다리겠다. 저녁, 맛있게 먹어. 백현에게 등을 떠밀린 경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었다. 변백, 너도 맛있게먹어! 할 말을 끝내고 뒤돌아 걸음을 재촉하는 경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백현은 괜히 눈 앞에 보이는 돌멩이를 걷어차며 핸드폰을 들었다. 김종-대! 술 마시자아아아. 휴대폰 건너편에서 욕하는 소리가 들리는것도 같았지만 백현은 제 할말 만 하고 전화를 끊고 걸음을 옮겼다. 백현은 오늘따라 바람이 좀 더 차게 느껴지는것 같았다. 백현은 술집으로 향하면서 경수를 생각했다. 잔인한 도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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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요님,버블님,IT님,텐더님,됴레미님 감사합니다~하트
*저도 제가 뭘 쓴건지 모르겠네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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