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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그거 알아 찬열아? 내 욕심은 참 더러워. 주인을 꼭 닮았지. 그런데 내가 그토록 욕심부리고 싶은 네 모습은 꽤 사랑스러운것같아. 주인을 꼭 닮았지.   

   

재잘재잘 무슨 할 얘기가 그렇게 많은건지 잔뜩 바른 화장품이 눈에 아른거리도록 입술을 쉴새없이 움직여댄다. 짜증이 솟구쳤다. 그더 찬열이가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 뿐인 그 짧은 순간도 견디지 못하는 나에게도 해당되는 짜증이었다.    

   

아, 저 여자와 나에게는 짜증이 나지만 너에겐 나지않아. 애초에 저 계집년이 너한테 말을 걸지 않았다면, 혹은 내가 널 갖고싶어 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고 나쁘지 않았을 기분이니까. 입꼬리를 죽 끌어당겨 억지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정말정말 정상처럼 보이도록. 그리고 무거운 뒷꿈치를 들었다가 일정한 보폭을 벌리고 내려놓는다. 올리는것 그렇게 힘든데 내려놓는건 그토록 쉽다니. 어이가 없어서 작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결국에 다 내려가서 땅바닥에 딱 붙게 될텐데. 잡생각에 몰두한채 뚜벅뚜벅 너에게로 걸어간다. 정확히는 너의 세상에 발을 들이려고 안간힘을 쓰는 겁없는 저 여자에게로.   

   

그때, 넌 또 다시 나로 하여금 형용할수 없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무겁지만 밝은 척 내려가지만 오르는 척 다가오는 나를 네가 보는 것 조차도 난 말문이 막힌다. 거기에 지금까지 듣기만 하던 여자의 말을 끊은 뒤 고민조차 없이 발이 떼어지지않는 여자를 돌려보내버리곤 평소처럼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만을 두눈에 가득 담는다. 그 눈으로 나를 보고 그 눈으로 저 여자를 본거야? 눈썹일 찌푸려 인상이 구겨졌다.   

   

"어제 앨범을 하나 샀거든."   

"그랬는데?"   

"저 분이 그 앨범에 수록된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더라고."   

"그게 왜."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있는 '왜'였다. 첫번째는 그게 어떻게 저 여자와 네가 대화하게된 이유가 되느냐고. 두번째는 그걸 나한테 왜 설명하느냐고. 알고싶은 건 후자의 뜻에서의 질문이었고, 표면적으로 비춰지는 건 전자의 의미였다. 바보같게도 박찬열을 믿었다. 후자의 뜻으로 알아듣고 그에 맞는 답변을 해주리라고. 그런데 찬열이는,   

   

"저 여자분이랑 아무 관계도 없다는 말이야."   

   

내 마음을 꿰뚫어본건지 내가 궁금해한 것에 대해서 대답을 해왔다. 그것도 싱긋 웃으면서. 깨끗하고 푸른 웃음이었다. 웃을때만큼은 어떠한 슬픔도 과거도 겪지 못한 사람만 같았다. 내가 그 웃음을 죽도록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이기도 했다.   

   

"아무나랑 엮이고 그런거 싫더라, 난."   

   

쐐기를 박았다. 나를 안심시켜 주려고, 내 칙칙한 빛을 밝게 불태워주려고, 부던히도 노력하는 게 무의식적으로 배어나왔다. 나와 맺고있는 관계는 싫지 않다고, 나는 너에게 아무나 가 아니라고, 강조해서 말하려는 게 당연하게도 묻어났다. 난 정신을 차렸다. 내가 해야하는 건 또각또각 어느새 저 멀리서 걸어가는 계집년을 욕할게 아니라, 박찬열에게 고마워해야한다고. 귓가에 또 다른 여자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들렸다. 찬열이 이름이 들린것같은데. 난 고마운 박찬열에게서 슬쩍 두걸음을 멀리했다. 나 때문에 제가 뒤에서 까이는것도 모르고 웃던 바보같은 모습에 결국 또 내가 느낄 감정은 하나였다. 고마워.    

   

그날 밤, 난 꿈에서 여자가 죽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꿈속세서도 여느때처럼 날 올곧이 보고있는 찬열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마치 찬열이가 여자를 죽이고 내가 그것에 대해 고맙다고 한것만 같았다. 내 칙칙한 빛을 밝게 불태워주려고. 그 꿈을 꾸고 난 다음날, 난 그 여자가 더이상 찬열이에게 말을 걸지 않는다는걸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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