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 향기가 퍼지는 순간
그래도 괜찮아.
" 이리와. 여기 앉아. "
그가 나를 봤거든.
이제 내 사람이 될 그가.
-
차갑다.
내가 느낀 그 사람의 첫인상이였다.
결코 사납게 생긴 인상이 아니였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러나 그 짙은 눈빛 안에는 차가움이 담겨있었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그를 바라봤다.
아까 여자애들을 향해 "나가." 라는 한마디로 주위를 조용하게 만들어버렸다.
역시. 벌써 그렇게 내 맘을 잘 알아? 착하네.
검정색 와이셔츠를 입은 그가 날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침대로 올라가 있으라고 한다.
그를 봐야겠다는 단순하고도 지독한 생각이 조금 가라앉자 이젠 몸이 욱씬욱씬거리기 시작한다.
" 아..젠장. 조금 부드럽게 구를껄 그랬나. "
처음엔 근육통처럼 아프더니 이젠 따끔거린다.
한참동안이나 불만에 싸여 중얼거리니 소독약과 연고를 통에 들고 그가 들어왔다.
침대에 커튼을 두르는 그의 모습도 아름답구나.
" 벗어. "
낮고 명확한 목소리. 이제 매일매일 듣겠지.
보건실로 등교하고 보건실로 하교하는거야.
홀로 행복한 상상을 하고 와이셔츠를 벗었는데 막상 맨몸으로 마주하니 갑자기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
축 처진 뱃살이라던가 뭐 남들이 말하는 잡히면 지방이라는 것 따위는 없었지만
그 앞에서 옷을 벗고 있다는 것 자체가, 둘 밖에 없는 이 상황이, 시계의 째깍거리는 소리가 들릴만큼 조용한 공기가.
흥분한거야, 변백현.
그가 내 팔을 잡고 올리더니 소독약을 흠뻑 먹은 솜을 집게로 잡고 상처부위를 쓱쓱 닦기 시작한다.
어..?
" 악!!! 따거!!!!!!! "
그래. 미친듯이 따갑다.
내가 이 남자를 보기 위해 내 피부가 불타는 느낌이 들 정도로 고생을 해야하나?
앞으로 이 짓을 맨날 한다고 생각하니 눈 앞이 캄캄해져왔다.
왜 보건선생님이야 너는? 응?
아프다, 따갑다 소리를 꽥꽥 지르자 무표정했던 그의 미간이 조금씩 좁혀지기 시작한다.
" 쉿. "
그가 하는 한마디에 고통을 말하던 입이 멈췄고, 숨소리가 얌전해졌다.
내가 이 남자를 잡을거라 생각했는데, 내가 잡히게 될 것 같다.
" 보건선생님. "
" 왜. "
" 찬열선생님. "
이름을 부르자 대답이 없다. 왜 그럴까. 난 네 이름을 부르고 싶고 네 목소리를 더 듣고싶은데.
" 찬열 선생님, 찬열 선생님, 찬열 선생님. .... 찬열아. "
" 뭐라 지껄였냐 학생아. "
헤헤, 대답해줬다.
대신 덤으로 죽일 듯한 시선도 함께.
내 상처를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더니 밴드를 붙여주기 시작한다.
상처의 크기를 재며 밴드의 크기를 고르는 눈빛이 너무 진지해서 풋-하고 웃음이 삐져나왔다.
또 그걸 어떻게 알아챘는지 날 쳐다본다.
" 보건선생님. 이번에도 대답안해주면 아까처럼 부를꺼예요. "
" 왜."
더 웃음이 나올 뻔 한걸 억지로 참았다.
막막했던 내 계획이 뿌리를 내리는 순간이였다.
' 이 남자를 어떻게 다스리는지 알았다. '
" 선생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여자친구는 있어요? 왜 보건선생님 했어요? "
" 시끄러워 학생아 "
" 내 이름은 백현인데, 변백현. "
" 변백현."
그의 입에서 내 이름이 나오는 순간 심장이 세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저 입에서 나오는 내 이름은 섹시하구나, 너도 그렇게 느껴?
" 백현이. "
" 후우......"
한숨을 쉬는 너는 정말 야하다.
내 계획은 아주 간단해. 네 입에서 다정하게 내 이름이 나오고, 날 보는 너의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고,
아무도 없는 이 보건실에서 날 안아주고, 네 팔을 내 몸에 두르게 하는거야.
네가 날 안고싶게 만들거야. 미치도록 곁에 두고 싶게 할거야.
언젠가 내 입에 키스하고, 얼굴에만 머물러 있던 네 입술이 아래로 내려가길 기도할거야.
그러니까 넌 날 사랑해주면 돼.
" 나 게이놀이 중인데 선생님도 같이 할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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