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 향기가 퍼지는 순간
" 핥아줘요. 선생님이. "
그가 나를 쳐다본다.
순간 그의 눈이 붉게 변한 것 같았다.
-
그가 비웃었다. " 그런 말은 함부로 하는게 아니야. " 라고 덧붙여 말하면서.
정말 진심으로 유혹적이게 보이도록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최대한 섹시한 목소리로 말을 했건만
아무런 감흥도 없는 듯 제 할일을 한다.
" 함부로 한거 아녜요. 나 진짜 진심이였는데. "
" 너랑 말장난 칠 시간 없다. 반으로 돌아가. "
" 나는 3학년 6반이예요. 계단이 뒷문 바로 옆에 있어서 선생님 보고 싶을 때 맨날 찾아올 수 있어. "
" 수업 안들어가냐. "
" 오늘 땡땡이 칠래, 아프다 해줘. "
" 수업. "
" 침대에 누워있을래 아까 선생님이 꼬집어서 너무 아파. "
'꼬집어서' 라는 말이 나오자 눈썹이 꿈틀거린다.
조금 미안해? 내 상처가 조금 신경쓰여?
" 그래. 꼬집은건 내가 미안하다. "
" 미안하면 소원 들어줘. "
하아. 숨을 길게 내뱉는다.
아무래도 나와 계속 대화를 하다간 끝나지 않을 거라 생각을 했나보다.
그래, 그렇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와. 잘하고 있어, 내 연인.
" 무슨 소원. "
" 나한테 키스해줘. "
나와 대화하며 분주했던 그의 손이 멈췄다.
표정도, 시선도. 전부 다 정지해버렸다.
너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나와 키스하는 상상을 하고 있니.
지금 여기서, 나와 해버리면 어떨까 라는 생각 중이야?
우리 둘만 존재하는 이 곳에서 조용히 사랑을 나누고 싶어.
나한테. 다가와서, 키스해줘.
날 안아줘.
잠시 굳어있던 그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본다.
천천히, 그러나 당당하게. 그리고,
" 맞고싶지. "
분위기를 다 깨버린다. 와장창.
바보 박찬열이야.
이름.
선생님을 유혹한 변백현
사유.
보건 선생님한테 안겼는데 손을 꼬집혀서 피가남.
.
" 휴..... "
자습시간이 끝나고 1교시가 시작되는 종이 울린다.
아까 바보같이 분위기를 깨버린 박찬열의 어이없는 말로 인해 뾰루퉁해져서 반으로 올라왔다.
반으로 들어가니 어김없이 내 자리에 앉아있는 김종인.
도경수 애인.
" 비켜. "
" 변백왔네. "
" 왜 이제 왔어? "
쨍알쨍알. 둘 다 너무 시끄럽다.
평소에는 밥먹듯이 싸우면서 오늘은 왠일로 알콩달콩이다.
신도 매정하시지. 나는 애인한테 잔뜩 깨지고 왔는데.
" 어제 애인은 잘 만났어? "
도경수의 물음에 김종인이 놀란다.
개새끼. 꼭 자기 애인 있을 때 그렇게 말해야하니.
" 오, 드디어 니가 그렇게 지랄을 떨던 빨간실의 주인공이 나타난거임? "
김종인의 쓸데없는 소리로 인해 경수가 큭큭거린다.
어릴 때부터 친했던 새끼들이여서 내가 빨간실 이야기를 종교처럼 믿고있는다는걸 다 알고있다.
젠장, 그래. 만난 것 같은데 오늘 제대로 깨졌어.
" 경수야. "
" 왜? "
" 나는 그렇게 유혹적이지 못해? "
" 니가 유혹적이면 경수는 밤마다 나때문에 잠 못잘껄. "
" 김종인 넌 좀 닥쳐봐. "
개새끼. 염장지르고 있어.
김종인의 돌직구로 얼굴이 빨개진 경수가 대답을 할 생각을 안한다.
진심이야. 라고 한숨을 쉬며 말하자 낄낄대던 녀석들이 조금 진지해진 얼굴로 날 쳐다본다.
" 니가 좀 착하게 생기긴 했지. "
" 아냐, 바보같이 생긴거야. "
" 둘 다 정말 죽고싶지. "
그래, 나도 알아.
요놈의 축 처진 눈꼬리는 날 너무 착하게 만들어,
순종적인 강아지 같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 아이라인을 그려서 그 쳐진 눈을 위로 올리면 섹시하게 보이지 않을까. "
아이라인이라고?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눈빛을 보내자 둘 다 한숨을 쉬기 시작한다.
그래 나 니들이 말하는 그 바보다 이 자식들아.
" 그 있잖아. 여자애들이 눈에 칠하는거. "
" 그걸 내가 왜 그려. "
" 니 애인 유혹하고 싶다면서. "
.
꺄르르 하고 웃는 여자애들 속에서 난 눈을 감았다, 떴다를 여러번 반복했다.
아이라인 좀 그려줬으면 좋겠어. 라고 한 기집애한테 부탁했더니 점점 모여들어 내 얼굴을 구경하기 시작한다.
" 애기피부네, 애기피부. "
연신 그리라는 아이라인은 안그리고 볼을 만지기 바쁜 여자애들 때문에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자 그제서야 신기한 것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검정색, 갈색, 카키색... 저걸 눈에 바른다고?
" 왜 아이라인그려? "
" 닥치고 섹시하게 만들어놔. "
이 상황이 그저 즐겁다는 듯 웃고있던 여자애들이 조금 진지해진 표정으로 눈에 뭔가를 칠하기 시작한다.
낯선 느낌에 눈을 꾹 감아버리자 그러면 다 번진다며 눈에 힘을 풀라고 말한다.
" 다 됐어! "
" 아.........."
눈꺼풀이 무거워진 것 같은 느낌에 미간을 좁히고 있는데
김종인과 함께 화장실을 갔다가 허리를 붙잡고 오는 경수가 보였다.
병신같은 놈들.
싱글벙글 웃는 김종인과 다르게 도경수는 아주 죽을상이다.
그 좁은 남자화장실에서 또 뭘 했겠지.
날 보며 휘둥그래지는 김종인과 도경수를 보고 거울을 봤는데
왠 새침한 기집애가 날 보고있었다.
아, 이러면 섹시한건가?
그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으로 달렸다.
보건실에 가야지.
.
" 선생님. "
대답하는 대신 놀란 눈.
단추를 풀었다.
" 나 아파요. "
무시하는 대신 다가온 그.
살짝 웃었다.
" 안아줘. "
박찬열은 비웃는 대신 나를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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