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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뉴리 전체글ll조회 1149


 

소독약 향기가 퍼지는 순간

 

김종인, 평생을 바칠 사랑을 만났을 때 그의 나이 5세였다.

 

 

 

-

 

 

이상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래야 하는 줄 알았다.

 

아니, 그냥 그랬다.

 

 

나의 부모님은 두 분다 남자셨다.

생각해보면 기억이 있을 때부터 여자라는 존재가 내게 없었다.

 

그렇다고 아빠만 둘이였던건 아니였다.

두 분은 엄마와 아빠의 경계선을 남자와 여자로 긋지 않았다.

 

내가 엄마라고 부르면 엄마였고, 아빠라고 부르면 아빠였다.

그만큼 두 분은 내게 있어서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주지 않으셨고, 나 역시 그것을 이상하다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마 지금도 그런 것 같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연인이 내 옆에 있는 걸 보아하니.

 

 

.

 

 

 

" 종인아, 여기야. "

 

" 여기? "

 

" 응, 앞으로 종인이가 다닐 유치원. "

 

" 뉴치언? "

 

" 유치원. "

 

 

 

어눌한 말투로 아빠의 손을 꼭 잡은채 앞으로 자신이 다닐 유치원 앞에 서 있는 꼬마아이.

 

무엇이 그리 궁금한지 정신없이 두리번거리면서 선생님을 맞이한다.

 

 

" 아! 안녕하세요 종인이 아버님 "

 

" 아, 예. 이 녀석 잘 좀 부탁드려요. "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아이의 아빠가 아이를 뒤로한채 떠났지만

아이는 울지않고 의젓하게 선생님을 따라 들어갔다.

 

 

 

" 자아- 여러분, 오늘 새 친구가 왔어요. 종인아? 자기소개 해볼래? "

 

" 김쫑인이야. "

 

 

지읒 발음이 어려웠던지 세게 강조해 말하는 바람에 이상한 이름이 되어버렸지만

신경쓰지 않고 씩씩하게 인사를 한 아이.

 

이제부터 함께 지내게 될 친구들을 둘러보다가 눈이 크게 떠진다.

 

 

 

" 나 저기 안자야해요. "

 

" 응? 어디? 경수 옆에 말하는거니? "

 

" 응. 경수. "

 

 

선생님의 옷을 잡아 늘리며 억지를 부린 아이가 결국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앉는다.

 

 

 

" 경수! "

 

 

 

" 뭐야 넌. "

 

 

 

 

둘의 첫 만남이였다.

 

 

 

.

 

 

 

 

처음부터 경수랑 사귄건 아니다.

 

경수는 오히려 날 싫어했다.

 

그랬겠지.

일거수일투족을 다 감시하며 시도때도 없이 고백을 해댔으니.

 

 

한번도 놓을 생각이 없었던 경수를, 딱 한번 포기하려했던 적이 있었다.

 

 

 

 

.

 

 

 

" 도경수!! 도경수!! 꺅!!!!! "

 

" 우와아!!! "

 

 

 

누구나 할 것 없이 운동장 한 가운데에 놓여진 무대를 둘러싸 한 아이의 이름을 외쳐댄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나오는 한 소년.

 

도경수.

 

 

노래를 꽤 잘 부르는 덕에 3년 내내 학교에서 축제가 있을 때마다 참가해 노래부문 상을 다 휩쓸어버렸다.

 

그런데, 중학교 3학년 졸업을 앞둔 중요한 마지막 축제를 망쳐버렸다.

 

 

 

 

" 도경수야-!!!!!!!! 내 애인 잘생겼다!!!!!!!!!!!! 이쁘다!!!!!!!!!! "

 

 

 

 

김종인 때문에.

 

 

 

.

 

 

 

경수가 노래를 부른다.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한다.

 

맑은 숲 속에서 듣는 꾀꼬리의 지저귐같은 듣기좋은 소리.

 

이번에도 어김없이 축제에 참가한다길래 노래자랑이 시작하기 두시간 전부터 맨 앞자리에 앉아 경수를 기다렸다.

 

다른 녀석들의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내 아름다운 천사가 걸어나온다.

 

노래에 맞춰 소리를 빽빽 질러대다가 빠르게 빠져나와 아이가 좋아할 꽃을 한다발 샀다.

 

 

 

 

좋아하겠지.

좋아할꺼야.

 

 

 

 

" 좀!!!!!! 짜증난다고 김종인!!! "

 

" ...어..? "

 

 

 

친구랑 얘기 중이던 그의 어깨를 톡톡 건드려 날 보게 한뒤 감추고 있던 꽃다발을 꺼내들어 사랑한다며 축하하자

웃고있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버린다.

 

 

 

" 창피해!!! 너 이러는거!! 언제까지 날 게이로 만들어 놓을 셈이야!! "

 

" ..야.. "

 

" 싫어!! 너 나한테 왜그래!! 니가 이러는거 나는 싫다고! "

 

 

 

주변이 다른 새끼들로 꽉 차기 시작한다.

 

 

 

구경꾼.

시발새끼들.

 

 

 

나와 경수를 번갈아가며 보더니 킥킥 웃기 시작한다.

 

그걸 본 경수의 눈에 눈물이 찬다.

 

하얗고 맑은 그 눈망울에, 그 착한 마음만큼 깨끗한 눈안에서.

 

나를 향한 원망이 담긴 눈물이 가득 고이다가 결국 툭. 하고 떨어진다.

 

 

그래. 나 때문에 힘들어했다.

싫다는 표현을 했는데도 모조리 무시하고 내 사랑만 보여줬다.

 

 

 

경수는 동성애자가 아니였다.

여자를 좋아했고, 연애도 하고싶어했다.

 

그럴 때마다 항상 찾아가서 자리를 뒤집어 놓은 나때문에

결국 경수 주변에 남아있는 여자는 다섯 손가락에 꼽힐 정도였다.

 

 

그렇게 지켜왔던 사랑인데.

몇 년째 홀로 버텨왔던 마음인데.

 

오늘 처음으로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마 크게 울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며 눈물만 흘리는 아이를 봤다.

 

 

그의 까만 눈동자에 담긴 내가 너무 미웠다.

왜 이렇게 사랑할 수 밖에 없었을까.

 

 

" 도경수."

 

" ...왜. "

 

" 하나만 묻자..."

 

" ...... "

 

" 정말 내가 이러는거 싫냐? "

 

 

 

흔들리는 눈동자가 내 눈에 보여.

빠르게 바뀌고 있는 너의 표정이 보인다고.

 

 

아니라고 해줘.

 

사실은 너도 날 사랑했던거야. 그렇지?

 

 

 

" 응. 싫어. "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게 사실이였나보다.

 

이렇게 아프게 포기하게될 것을 미리 알았다면 난 널 사랑하지 않았을까.

 

 

 

" 그래. 여태껏 싫은데 받아줘서 고맙다. 앞으론 이런 일 없을거야. "

 

 

 

손에 들고있는 꽃다발을 던지듯이 바닥에 놓고 뒤를 돌아 학교를 나와버렸다.

 

 

 

 

 

.

 

 

" 야, 그거 들었어? 김종인 완전 망가졌다던데. "

 

" 아냐, 걘 원래 그랬는데 도경수가 있어서 그나마 괜찮ㅇ...야야, 저기 지나간다. 쟤가 도경수임. "

 

" 그럼 쟤도 게이야? "

 

" 글쎄, 모르겠는데. 물어볼까? "

 

" 됐어...예전에 못봤냐. 괜히 장난친 옆 반 남자애 반병신된거. "

 

" 누가 반병신을 만들어놨대? 도경수가? "

 

" 아니. 김종인이. "

 

 

 

남자아이들의 목소리로 가득찬 복도에 도경수가 홀로 걸어간다.

 

수업 종이 치자 하나, 둘 반으로 들어가기 시작했고, 경수 역시 그러려고 했다.

 

누군가 뒷통수를 세게 친 뒤 입을 막고 끌고가기 전까지는.

 

 

 

 

" 읍....!! 으으...읍!!! "

 

" 야.. 얘봐라. 이러니 김종인 그 새끼가 미치지...킥킥... "

 

 

허리를 쓰다듬는 차가운 손길에 벌벌떠는 아이.

 

 

 

" 야.. 얘 김종인이 안건드렸나봐. "

 

 

익숙한 이름이 나오자 가려진 눈 사이에서 눈물이 줄줄 흐른다.

 

김종인. 김종인.

 

도경수의 머릿속에서 끝없이 그를 찾는다.

 

 

 

 

.

 

 

 

경수가 사라졌다.

 

수업시간이 됬는데 아이가 오지 않는다.

 

그리고 옆 분단 남자새끼들이 하는 얘기를 들었다.

 

 

학교를 뒤집어 놓을까 생각중이다.

 

 

" 도경수!!! 어디있어!!! 시발!!!!! "

 

 

 

그렇게 소리치며 달리고 달리다 오래되어 안쓰던 창고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나길래 문을 열었다.

 

 

 

 

심장이 찢어지는 듯 했다.

 

 

나로인해 끝없이 힘들어하는 아이.

 

개새끼들에게 둘러싸여 옷이 반쯤 벗겨진채로 농락당하고 있는 내 사랑스러운 아이.

 

 

 

죽여버리려고 했다.

 

아이를 만진 손을 잘라버리고

아이를 향해 역겨운 말을 뱉었을 입을 찢어버리고싶었다.

 

잔인하게 짓밟던 도중 바지 끝을 잡아오는 손길에 모든 동작을 멈췄다.

 

 

" 으..으으읍....으..... "

 

 

내가 멈춰있자 개새끼들이 도망간다.

이미 늦었어 새끼들아. 얼굴 다 기억해.

 

 

시선을 아래로 두자 입이 막히고 눈을 가리고 손과 발이 결박당한 경수가 보인다.

 

조심스럽게 손을 대자 뒷걸음치는 아이.

 

 

 

미안해.

 

내가 미안해.

 

 

사랑해서 너무 미안해.

 

 

아이를 꼭 끌어안아 품에 넣자 무서웠던지 도리질을 치며 소리를 지르려 애쓰는 아이.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이자 숨을 흡- 하고 들이키며 반항을 멈췄다.

 

 

 

" 괜찮아. 경수야. 괜찮아. "

 

 

 

 

아까와는 다른 소리로 흐느끼기 시작한다.

 

손과 발을 묶고 있던 끈을 풀렀다.

 

입을 막고 있던 천을 풀었다.

 

눈을 칭칭 감고있던 천까지 풀어내리자 날 보고 엉엉 울기시작한다.

 

아이를 꽉 끌어안다가 놓았다.

 

내가 떨어지자 불안한듯 품에 파고드는 아이를 떼어놓았다.

 

 

 

도경수. 미안해.

 

 

날 용서하지 마.

 

 

 

" 내가 그렇게 싫다더니 나 없으니까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네? "

 

" 흐으...흐읍... "

 

" 게이취급 받으면서 이렇게 살기 싫으면 똑바로 행동하고 다녀 병신아. "

 

" ....... "

 

" 귀찮아 죽겠네. 짜증나니까 꺼져. "

 

 

 

거칠게 그를 일으켜세워 문 밖으로 내쫓아버리고 문에 기대어 앉았다.

 

이젠 제대로 정이 떨어졌을거다.

 

마음에 없던 소리를 뱉는동안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마지막일지도 모를 경수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정말로 지켜줄 수 없다.

 

더 이상 이렇게 찾아줄 수 없다.

 

이제부터 혼자 이 수모를 겪어야 할 경수를 생각하니 내가 죽을 죄인이였다.

 

 

무릎에 고개를 박고 엉엉 울어버렸다.

 

 

 

 

그렇게 아이를 보내고 며칠이 지났을까.

 

망가져버린 내게 경수가 다가온다.

 

낯선 내 모습에 두려워 하면서도 멈추지않고 나에게 온다.

 

 

 

" 할 말...있어....종인아....학교 끝나고 ...우리.....그....놀이터에서 보자. "

 

" 난 너랑 할 말 없어. "

 

" 기다릴께.."

 

 

 

 

.

 

 

 

 

시점이 계속 바뀌느라 힘들죠?

저도 힘듭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똑똑하니까...그래도 스토리는 이해가 가죠?

(안가면 안돼는데)

 

기다리고 기다리시던 카디입니다 (의심미)

근데 좀 슬프네요 엉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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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ㅠㅠㅠ눈물진짜ㅠㅠ 이런 아련아련 짠한 스토리가 헐헐 ㅠ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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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뉴리
아련돋네요ㅜㅜㅜㅜ쓰는 저도 훌쩍훌쩍ㅠㅠㅠㅠ사실 더 슬퍼야했지만 저의 멍청한 머리로인해...하하....ㅋㅋㅋ
저의 능력은....ㅋㅋㅋㅋㅋ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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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ㅠㅠ 이런 스토리가 있었다니 아련하네요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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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뉴리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눈물샘 자극하는 카디예요 (후후후)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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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2
아이라인이에여!종인아ㅠㅠㅠ찬백이 도발적이고 장마같은 느낌이었다면 카디는 장마가 시작될 무렵?같은느낌이에여ㅠㅠㅠ제가뭐라는지 모르시겠죠ㅠㅠ?그냥좋다고요ㅠ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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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뉴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밤에 혼자 이렇게 웃는건 오랫만인 것 같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뭔진 모르겠지만 잘 알 것 같아요ㅠㅠ 제가 뭐라는지 모르시겠죠ㅠㅠ? 그냥 알겠다고요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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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3
경수를 포기하지마ㅜㅜ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라고 이바버야!!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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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뉴리
엌ㅋㅋㅋㅋㅋ너무 글에 심취하신...♥ 그런 자세 좋아요(수줍)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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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4
빨간약입니다!으아..기다리던카디네요ㅠㅠㅜㅜㅜㅜㅜ♥종이나..ㅜ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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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뉴리
네!ㅋㅋㅋ 사실 이 이야기는 더 뒤에 나올 예정이였는데....ㅋㅋㅋㅋ어쩌다보니....ㅋㅋㅋㅋㅋㅋ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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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5
엉어유ㅠㅠㅠㅜㅠㅠㅠ얘네는 왜이렇게 아련한거야ㅠㅠㅠㅠㅠㅜㅠ
12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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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6
이런일이 있었다니........ 둘다 너무 안타깝네요...... 근데 뭐 곧 행쇼할거니까요!ㅋㅋㅋ 카디는 행쇼섹쇼죠!ㅋㅋㅋ
11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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