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 [04] W. 남군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아무도 없는 방안에 성규를 놔두고 혼자 빠져 나와 사라졌다. 그날, 김성규는, 죽었다.
# [현재.] "성규야?" 명수를 소개시켜준 이후로 한참동안 멍-해있던 성규를 부르며 그의 어깨를 흔든다.
응?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성규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본다.
"명수가 너 부르잖아. 아, 맞다. 나 어디좀 나갔다 올테니까 명수랑 잠깐 있어.알겠지?" 우현이는 알겠지?알겠지?를 계속 반복하며 나의 대답을 기다렸다. 결국 내가 알았어.라고 한마디 하자 재빨리 옷을 챙겨 문앞으로 뛰어가다 턱-멈춰서 금방 다녀올게!라고 말한뒤 집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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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실 쇼파에 드러누워있던 명수가 조용히 눈을 뜬다.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아있던 성규의 곁으로 다가간다. 웃음을 띄고 있던 성규의 얼굴이 점점 굳어간다. "설마 내가 너를 잊었을거라고 생각하진 않았겠지?" "......"
갑작스레 걸어오는 그에 적잖이 당황했다. 적당히 모르는 척 하다보면 언젠가 가겠지, 내가 그러면 그도 그러겠지 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우리 형이잖아 .형. 내가 형 사랑하는 거 알지?"
"갑자기 그런 얘기는 왜 하는건데."
니가 언제부터 나를 형이라 불렀다고. 나한테 얼마나 잘해줬다고 지금와서 그 얘기를 꺼내는 것일까. 나도 모르게 화가 나 그에게 차갑게 말했다. "형은, 그래도 나한테서 벗어날 수 없어. 하하."
"우현이 좋아하는 거 다 알아. 니가 그렇게 좋아하는 남우현을 망치고 싶지 않으면 내말 이제부터 잘 듣는게 좋을걸?" "무슨.....그런게....!!"
그때의 악몽처럼, 6년전 그때의 일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아니, 스쳐지나간 것 뿐만 아니라 6년이라면 나도 행복해질수 있다는 생각이, 나의 꿈이 산산조각났다. 김명수가 살아있는 한. 절대로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현실에 갇혀 헤어나올 수 없는 나의 불행한 인생에, 앞으로 닥쳐올 또다른 혼란에, 나도 모르게 몸을 부들부들 떨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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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멍하니 쳐다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던 그의 턱을 잡고 얼굴을 들어올렸다.
"고개 숙이지마. 안그래도 불쌍한데 더 불쌍해보이잖아?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말이야."
"......"
자신의 말에 대답조차하지 않는 그를 보며 일개의 자존심따위, 곧 버리게 될거야.라고 생각했다. 너같은 오메가가 인생 사는데 필요한 자존심 따윈 없지.라고 중얼거린 명수가 꾹 닫힌 그의 입술위로 자신의 입을 겹친다. 그의 잘 다려진 하얀 와이셔츠를 손 끝으로 벗겨내며 명수가 살짝. 웃었다. # 우현은 고등학교 동창회에 친구들을 만나러 나왔다. 집에서 성규랑 명수가 같이 잘 지낼까.초면인데...라고 생각했지만 에이,둘밖에 없으니까 잘 지내겠지.라고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늦게가도 되겠다고 생각해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이제서야 성규 생각이 났다. 여태까지 아무 전화도, 문자도 없던 그에게 왜 전화를 안하지?라는 물음이 들어 주머니속에 틀어박혀있던 그의 휴대폰을 꺼내 '성규♥'라 저장되어있던 그의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건다.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연결되오니...'라는 소리가 나오고, 다시 전화를 몇번이나 걸어봤지만 받지 않았다. 너무 늦어서 그런가.라고 가볍게 단정지은 그는 그제서야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자신의 집 앞에 도착하니 벌써 새벽 3시였다. 너무 늦었다. 일찍 온다고 했었는데, 약속을 못 지켰다. 빨리 집에 가서 미안하다고 사과나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집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정적이 맴돌았던 듯, 찬바람이 스쳐지나갔던 듯이 조용한 집 안에 의문을 느낀 우현이 다들 자고 있나? 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레 안방 문을 열었다.
성규가 끙끙 앓고 있었다. "하아-으,으으..." 아팠던건지 정신을 못차리는 그에 놀란 우현이 그의 곁으로 재빨리 다가갔다. 손으로 그의 이마를 짚어보니 매우 뜨거웠고 몸은 더 뜨거웠다. 바로 앞에 있는 우현을 알아보지 못한채 연신 욕을 중얼거리는 성규였다. 자신이 나간 사이에 이렇게 된 성규에게 미안했다. 내가 옆에 있어줬어야 됬는데..... 그가 아픈것이 마치 자신의 잘못인냥 생각되었다. "성규야, 늦게와서 미안해."
잘 듣지도 못할테지만, 왜 아픈건진 모르겠지만 이말만은 꼭 하고 싶었다.
우현이 성규의 옆에 앉아 그의 병간호를 한 지 어연 6시간째, 전혀 나아짐이 없는 그의 상태에 한시간도 자지 못했던 우현이 성규가 잠이 들자, 그제서야 자신도 침대 옆에 쭈그려앉아 잠이 들었다. # 12시가 되니 잠에 깬 성규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자신의 옆에 쭈그려앉아 잠을 청하고 있던 우현이었다. 미안했다. 자신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할 필요는 없었는데. 우현의 머리에 자신이 베고 있던 베게를 베어주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우현이가 봤을리 모르겠지만 잔뜩 부시시해진 머리에, 더러워진 옷을 입고 있는 자신이 초라해보였다. 내가 지금 처해있는 상황을 옷 탓으로 돌린 것 뿐이었다. "우현아.....넌 나를 이해해줄거라고 믿어."
이때밖에 할 수 없을 것 같고, 우현이가 깨어있을 땐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아무 미동도 없었다. 그의 옆에 쭈그리고 앉아 아무것도 모른 채 잘 자고 있는 그의 머리칼을 넘겨주며 미안해.라고 작게 속삭인 그가 샤워라도 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방 밖으로 나갔다. 그가 밖으로 나간 순간 우현의 눈이 살짝.떠졌다. #
성규가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들어간 사이, 우현이 방 안에서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서는 명수가 혼자 TV를 보고 있다가 우현이 오자 지금일어났어?라며 반갑게 인사한다. 그런 명수의 옆에 앉아 그와 같이 TV를 보고 있었다.
"달칵-" 샤워를 다 한 성규가 문을 열고 나오자 우현과 명수는 저절로 그쪽을 쳐다보게 되었다. 성규는 '우현이가 언제 일어났지?'라고 중얼거리며 우현의 옆에 최대한 자연스러운 척 하며 앉았다. 한참동안 아무말도 없어 집 안에서는 TV소리로만 가득했다. 그마저도 그 프로그램이 끝나자, 명수가 재미없다며 TV를 꺼버려 더욱 정적이 맴도는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너네는 안씻어?" 갑작스레 조용해진 분위기에 성규가 머뭇거리다 말을 꺼냈다.
"씻을거야." 우현이 귀찮다는 듯 쳇.하고 중얼거리자 명수가 나는 씻었어.하고 씨익-웃음지어보였다. 꼴도 보기 싫다.라고 생각했다. "나 씻고올게.잠깐만."
우현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옷을 챙긴후 화장실로 느긋하게 들어가 문을 쾅-하고 닫았다. # 우현이 씻으러 간 이후 둘밖에 안남은 거실.
성규는 머리를 말리러 안방으로 들어가 드라이기를 잡았다. 아니, 잡으려 했다. 누군가 드라이기를 잡으려는 그의 손을 턱-잡고는 드라이기를 뺏어 코드를 꽂고는 그의 머리를 말려주기 시작한다. 누군지 고갤 돌려 보려하는 그의 얼굴을 앞으로 돌린 채로 그의 머리를 말려주기 시작했다. 갑자기 느껴지는 부드러운 손길에 우현이라고 생각했던 성규가 눈물을 뚝.뚝. 흘린다.
"우현아.....흐윽..."
자신의 말에 아무 대답이 없자 놀라서 그런 것이라고 단정짓고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미안해......나...사실은 명수랑 잔 적이 있어......그치만...내가 명수 안좋아하는거 알잖아..내가 원해서 한거 아니었어...나 이해해줄 수 있지?"
"......"
"너, 나 계속 사랑해줄거지? 나...너밖에 없어....너 없으면...나, 아무것도 안남아. 너라도 나 좋아해줄 수, 있지?" 여전히 아무 말도 없는 그에 갑자기 불안해진 성규가 급하게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한다. "우현아......그럴 수 있지...?응?너 나 사랑하잖아...."
싫은데.하고 그의 귓가에 나지막히 말한 남자가 손에 있던 드라이기를 내려놓고 방을 나가버렸다.
# [명수 시점.] 우현이 샤워를 하러 간 이후, 머리를 말리러 방으로 들어가는 그를 따라 명수도 함께 방으로 들어갔다. 머리를 말리려 드라이기를 잡는 그의 손을 턱-하고 잡았다. 모르겠다. 내가 말려주고 싶었다.
자신의 갑작스런 손길에 놀라 고개를 돌리려 하는 성규를 급히 손을 올려 막았다. 자신이 우현이라고 생각되더라도, 자신에게 친절한 성규를 보고 싶었다. 머리를 한참동안 말렸을까. 갑자기 우는 성규에 당황해서 어.하고 목소리가 튀어나올 뻔 했다. "우현아.....흐윽..."
울고있는 그의 얼굴에 손을 올려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 "미안해......나...사실은 명수랑 잔 적이 있어......그치만...내가 명수 안좋아하는거 알잖아..내가 원해서 한거 아니었어...나 이해해줄 수 있지?"
"......"
성규에게 잠시동안 미안한 마음이 생겼었지만 자신을 안좋아한다는 성규의 말에 화가 났다. "너, 나 계속 사랑해줄거지? 나...너밖에 없어....너 없으면...나, 아무것도 안남아. 너라도 나 좋아해줄 수, 있지?"
자신이 아닌 우현을 아직도.사랑한다는 그에 이렇게 될거면, 차라리 그 둘마저 못 이루어지게, 자신처럼 만들어버리고 싶었다.
"우현아......그럴 수 있지...?응?너 나 사랑하잖아...."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계속 말을 하는 그를 뒤에서 쳐다보다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장난스런 표정으로 그의 얼굴을 잡고 그의 귓가에 나지막히 싫은데.라고 속삭였다.
원래 이런 비겁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하찮은 오메가주제에. 완벽해.라고 남몰래 중얼거린 명수가 손에 들고 있던 드라이기를 턱-하고 내려놓고 우현이 나오기 전에 재빨리 방에서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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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목소리가 누구의 목소리인지도 알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맘대로 우현이라고 단정지은 성규가, 굳게 믿고 있는 성규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한다. "이젠 아무것도 없어....." 명수가 했던 짓들도 다 자신의 탓으로, 제가 잘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끝없이 자책하는 일이 그가 할 일이었다. 이 사실을 말한 것이 잘못이 아니라, 자신을 강간한 명수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오메가여서, 모두 내가 살아있어서, 내가 죽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인생은 내가 원하는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 안녕하세요 ㅎㅎ | 저녁엔 도저히 못올릴 것 같아서 이렇게 먼저 올립니다.... 연재시간맞추는거 너무 힘들어요 ㅠㅠㅠㅠㅠ인제부터 자유로 가야겠어 ㅠㅠㅠㅠ 댓글로 응원 한마디만 해주시면 저는 노인네에서 헐크가됩니다! 하핫(그만큼 힘이난다는 ....) 제가 얼마전에 새로운 글을 쓰게됬는데 두개병행은 정말로 힘든 일이군요 ! 하하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아 맞다 여러분 이 글의 표지를 맡아주신다는 분이 생겼어요!!!헤헷 여러분 내일 봐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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