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쑨환]배웁니다3
"(안녕히 가세요.내일 뵈요.)"
뭐라하는 거지?
"(어?왜 갑자기 한국말 써?그래 내일 봐,장린 그새 또 한국어 늘었구나ㅎㅎ)"
뭐야 나만 지금 뭐라는지 모르는 건가?'안녕'이라는 단어를 들으니 한국어를 쓰는 것 같은데 태환은 무슨말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쟤는 왜 갑자기 한국말을 쓰고 난리야.태환은 상냥히 장린의 인사를 받아 주는데 그걸 보는 난 배가 아픈 것 같았다.
태환과 함께 같은 방향으로 걸었지만 딱 10걸음 걸으니 두갈래 길이 나왔고 우리는 찢어졌다.그에게 공손히 인사를 한 뒤 허무한 표정을 하고 집까지 도착한 나는 거실 쇼파에 앉아 생각했다.한국.그의 고향이고 한국어.그의 모국어다.아까 태환과 장린이 나는 알지 못하는 한국어로 내 앞에서 대화를 나눴는데 순간 벽이 생기듯 나만 떨어져 있던 느낌이었다.
그 답답한 순간이 아직도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곰곰히 생각하다가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알아낸 나는 빨리 학교로 가고 싶었다.
황금이라던 주말은 쏜 화살처럼 빨리도 지나 가고 주말동안 늦잠을 자던 아이들이 학교에 와서도 아직 비몽사몽해 보였다.그러나 나는 아이들과는 다르게 말짱한 정신으로 내 책상 앞에 앉아 단 한명을 기다렸다.
"안녕."
기다리던 다래가 드디어 왔다.
"잘자."
내가 인사를 하기도 무섭게 스피드한 그녀는 오자마자 잘자라는 말과 함께 자신의 가방은 책상에 엎어놓고 몸도 그위에 덮었다.
"다래야.정다래."
"뭐.."
그녀는 책상에 엎드려서 부정확한 발음으로 대답했다.
"일어나봐."
최대한 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나 한국말 가르쳐줘."
"뭐라고?"
"한국말.가르쳐 주라 해주면 소원하나 들어 줄께."
"야..조금 당황스럽다?네가 한국말은 왜 배우고 싶은데?"
내가 당황스럽게 만든 건 미안한데, 그녀의 질문에 나도 당황스러웠다.태환이랑 장린처럼 나는 대화를 하고 싶었나 아니면 그냥 질투가 난 것인가.질문에 좀 더 제대로 된 이유가 없었다.태환이 한국인이니까 내가 한국말을 배우고 싶었을 뿐이었다.아니,사실 이거면 충분한 이유이지 않는가?
"그냥..한국에 관심이 많아져서.."
그녀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으래..?좋아.가르쳐 줄께 대신에 소원은 꼭 들어줘야 한다?"
"물론.오늘부터 당장 가르쳐 주라."
"그래 그래.나중에.나 먼저 잠 좀 자고 나서."
다래는 다시 책상에 엎드렸고 나는 즐거운 상상을 했다.내가 언젠가 그에게 사랑을 말할 때 한국어로 고백해서 그를 깜짝 놀래키는 거다.그리고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을 생각만 해도 행복했다.
몇교시가 지나고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 다래와 나는 얼굴을 마주했다.
"(고맙습니다.)해봐!"
"(고막?슴니다.)이게 무슨 말이야?"
"고맙다는 뜻이야.고맙이야 고맙."
"(고맙슴니다.)"
"잘했어.이제 (미안합니다.)"
"(미안함니다.)"
"잘하네!"
내가 꽤 따라하나 보다.다래가 계속 칭찬을 해주니 나는 괜히 우쭐했다.그녀는 문장 하나하나를 따라하게 하고 뒤에 뜻을 알려 줬다.가장 기본적인 문장을 알려 주는데 어느날 태환에게 쓸 생각을 하면 배우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식사하셨나요.)밥먹었냐고 묻는 거야."
"(식사하...#@~)에베베."
물론 이제 시작이니까 막히고 어려운 부분이 있어도 열심히 배울 생각이다.
나는 오늘 다래가 정갈한 글씨로 써준, 한국어문장 10개가 적힌 수첩을 들고 하교 중이다.앞으로 하루에 10개씩 배우다보면 나도 금방 태환과 한국말로 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집으로 가다가 서점에 들려 '쉽게 배우는 한국어'란 책을 사서 손에 들었다.수영다음으로 무언갈 배우는 즐거움이 처음이어서 매우 기분이 좋았다.
다래에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한지 몇주일이 지났다.그동안 내가 정말 진지한 자세로 공부를 하니 다래도 진지하게 나를 가르쳤다.거의 회화위주로 공부를 해서 나는 아주 일상적이고 기본적인 대화가 가능했다.날씨 어때요 환상이에요 몇시에요 어...아직 숫자는 손가락을 펴야지 소통이 가능하지만 이정도면 속성으로 잘 배운 수준 아닌가.물론 태환의 말을 모두 알아 들을 수 있어야지 만족하겠다만 충분했다.
"아휴 힘들다."
"다래야..고마워.오늘은 여기서 그만 할까?"
"아니야,나도 한국어 가르치는거 재밋어.근데 오늘은 그만 하자."
이제 다래는 우리집 까지 와서 한국어를 가르쳐 준다.내가 조심스럽게 흘린 부탁을 그녀는 흥쾌히 승낙해줬다.아마 내가 한국어를 쓸 때마다 나는 그녀가 생각 날 것이고 항상 고맙게 생각할 것이다.너무 고마운 친구이다.
오늘은 금요일이고 태환의 과외가 있는 날이다.곧 태환이 오면 과외를 해야하니까 다래를 배웅해주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과외한댔지?얼른 자리 비켜 줘야겠네"
"응.빨리 비켜줘."
"야!나도 따지면 네 과외선생님이거든?"
"농담이야ㅋㅋㅋ"
우리는 예전보다 훨씬 친해 졌으며 이제는 가벼운 장난 정도는 수시로 걸어도 웃어 넘길 수있는 사이가 됐다.그동안 그녀와 이렇게 가까워진 것 처럼 나랑 태환의 사이가 좀 더 발전했으면 좋을 텐데.
2층에 있는 내 방이라서 계단을 내려가고 어머니께 인사하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대문까지 그녀를 따랐다.
"그럼,잘 갈께."
그녀는 도서관에서 바로 우리집으로 왔었기 때문에 많은 책이 담긴 빵빵한 책가방을 메고 있었다.나도 그녀에게 인사하려 손을 든 마침 태환이 멀리서 걸어오는 걸 봤다.
"선생님!!!"
들었던 손을 이제는 그를 향해 좌우로 퍼덕거렸다.
"태환 선생님!!!!!"
그저 반가워서 크게 불렀더니 그가 곤란한 듯 미소 지으며 손을 올렸다.내 옆에는 아직 다래가 있었고 시선을 느꼈지만 가까이 오고 있는 태환을 반기느라 신경쓰지 않았다.드디어 그는 우리앞으로 왔고 먼저 말했다.
"쑨양.그렇게 큰 소리로 부르면 창피하잖아."
"ㅎㅎ안녕하세요."
"그래 그래..먼저 들어 간다."
그는 힐끗 다래를 보고서 나를 지나쳐 집으로 들어 갔고 우리는 아직 대문앞에서 서있었다.
"야 쑨양."
"다래야 조심히 잘가."
나는 미안하지만 대충 빨리 인사를 던지고 후다닥 집안으로 뛰어 갔다.그녀가 뒤에서 야!야!!하고 부르는걸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뛰어가 현관문을 벌컥 열었더니 한 손은 벽에 짚고 허리 숙여서 신발 벗고 있는 태환의 뒷모습을 볼 수 있었다.그는 신발이 쉽게 벗겨지지 않는지 꼬물대고 있는 모습도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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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입니다ㅋㅋ
저는 워낙 천천히 연재를해서..혹시나 호오오옥시나 절 기다리시는 분계시면 최소 일주일에 한번?꼴로 올리는것 같아요
언제나 처럼
관심주시는분들 재밋게 읽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즐거운 새벽 되세요!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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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사랑해 만원 받았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