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내가 어디에서 온 지 몰랐다
그냥 어느날 처럼 숨쉬고, 얘기하고, 움직이다 어느새 문득
내가 존재한다는 걸 자각했을 때가 있었을 뿐이다.
"리바이! 밥 먹으렴"
아침에 눈을 뜨면 아주머니가 항상 저런 말씀을 하셨다.
수저를 들고 스프를 조금씩 떠먹었다
희고 탁한 색깔이라 내 얼굴이 비춰지지 않았다.
이곳은 거울이 없었다
거울이 있는 곳은 오직 한 곳,
손님을 맞이하는 방 바로 옆
거울은 그곳에 딱 한 개있었다
-
"리바이, 오늘은 누가 오실까"
"글쎄"
"난 언제쯤 가족이 생길까"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곳
바로 앞 방의
거울
가족이 생기지 않는다면 그들한테 단정히 보이게 해주는 거울을
볼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지낸지 꽤 됐는데
그 누구도 날 찾지 않았다
희한하게 내 주위의 다른 애들만 가족이 되어 나갔다
"리바이, 좀 웃어보렴"
상념에 잠겨있는데 아주머니의 말씀이 들렸다
"사람들이 네 표정이 조금....무섭대"
그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네가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좀 낫지 않을까?"
저 아이는 뭔가 어두워 보여서 좀 그래요, 어려보이는데 마치 모든 걸 다 알고있다는 눈빛이..
방안에서 들린 소리
고아원에서 매일같이 무료하게 지내다보면
인상이 좋아보이는 분
그와 반대로 인상이 별로인분
그저 그런 사람 등 많았다
그 사람들의 공통점은 없었다
단 하나를 제외하고
저 아이는 눈빛이 어두워요
우리가 데려가기엔 저 아이는 나이가 좀 있어보이네요
우린 밝은 아이가 좋은데 저 아이는 그런 것 같지 않아요
대체 내 얼굴은 어떻게 생겼을까
그렇지만, 그래도, 거울은 보기 싫었다
차라리 안 보는 게 나아, 라고 생각했다
난 그렇게 내 얼굴을 몇년 째 모르고 살았었다
-
그리고 어느날,
"리바이... 올해 네 나이가..."
"열 여섯입니다"
"....그래.."
아주머니의 눈빛을, 난 이해했다
더는 날 돌봐줄 수 없다
라는 걸 말해주는 눈 앞에,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가 여기 몇살 때 왔나요"
"아주 어릴 때"
"그럼, 15년 이상동안 아무도 저를 찾지 않은 거네요"
아주머니는 고개를 못드셨다
"아주머니 탓이 아니잖아요, 전 괜찮아요."
짐을 싸고 마지막으로 날 키워주신 분께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문득,
내가 서있는 곳이 손님 방 앞이라는 걸 깨달았을 때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난 그때 처음으로 거울을 보았다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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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유지태 못알아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