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선배!"
"?"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있으세요?"
"..."
"시간 있으시면 저랑…"
"저녁에 약속 이미 있어"
아.. 하며 아쉬운 탄식을 내뱉으며 인사를 하고 자신의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가는 여대생이었다. 친구들은 여대생에게 달려가 어땠어? 뭐래?라는 질문을 내뱉었다. 여대생은 축 처진 어깨 위로 고개를 힘없이 도리도리 흔들었다. 정국은 한번 뒤돌아 그 여대생 무리를 보고 아무런 감정, 표정 변화 없이 제 길을 갈 뿐이다. 아, 옆에 따가리(?)를 달고 말이다.
"진짜 너는 미친게 분명해"
"아. 또 왜"
"아까 걔 간호학과에서 존나 이쁜애라고 소문난애잖아"
"그런데"
"너 게이냐?"
"죽고싶냐?"
태형은 정국이의 눈빛에 기가 눌려 아니 어떻게 그런 이쁜이를 보고 감정 변화 1도 없는 거야?라고 궁시렁대며 정국의 뒤를 따라가는 태형이었다. 캠퍼스를 걸어 다니다 정국과 태형은 길거리에서 전단지 하나를 받았다. 전단지는 '반인반수 입양'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반인반수의 수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거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 너도 나도 반인반수를 키우기 시작했다. 아, 키운다는 말보단같이 살게 되었다는 말이 더 적합한 거 같다. 이전에 정국은 이미 애완견 골든리트리버를 키우고 있던 상태였고 태형은 이후에 고양이를 입양해 키웠다. 태형의 고양이는 반인반수이다.
"아니 씨벌 우리 슈가놈은 잠 잘때만 고양이지 일상에선 레알 상남자임"
"그래서 너가 게이기질이 보인거냐?"
"뭐래"
"슈가가 나 존나 싫어하지않냐"
"니가 슈가를 싫어한다는건 생각 안해봤냐?"
"아니 존나 싸나워"
"얼씨구? 님 수의학과생인데 그렇게 말을 하시겠다?"
"그냥 그렇다는거지 내가 싫다고 한 적 없다"
"ㅋㅋㅋㅋ병신. 아 마저 니네 멍뭉이는 잘 지냄?"
"멍뭉이 아니고 탄."
"...그래..탄이는 잘 지내니?"
"니 얼굴 안봐서 너무 잘 지내고 있어"
"씨발 너 나한테 왜그래"
"ㅋ"
"....그나저나 탄이는 반인반수 아니냐?"
"입양문서 뒤에 조그만 하게 반인반수라고 적혀있던데"
"레알?! 봤어? 헐. 어때? 탄이 여자잖아. 이뻐?"
"근데 아닌거같아"
"헐 왜"
"한번도 인간의 모습을 본 적 없어"
반인반수 골든리트리버 너탄 X 주인 정국
A
정국은 탄이가 반인반수였다면 진작 인간의 모습을 보여줬을 거라고 생각했다. 태형이의 슈가는 입양되어서 태형의 집으로 온 뒤 곧바로 모습을 보여줬다는데. 아무튼 정국은 탄이가 반인반수이던 아니던 크게 부여하지 않았다. 지금 모습이 제일 사랑스럽고 이쁘니까. 탄이 생각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정국이였다. 중학교부터 친구였던 태형은 이런 정국이가 낯설기만 했다. 원래 동물을 좋아하던 정국이였지만 이런 모습은 처음 보기 때문이었다. 태형은 정국을 보며 이중적인새끼라며 혀를 찼다.
"너 또 집가면 바뀔꺼지"
"바뀌긴 뭘 바껴? 난 그대로인데"
"지랄. 또 탄이 보면 우쭈쭈 우리 탄이 일루와~ 이러겠지"
"당연하지"
"..."
"뭘 봐"
"...나 간다"
"잘가라"
태형은 끝까지 정국을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자신의 집을 향해 갔다. 정국은 빌라에 들어와 자신의 현관 도어록을 열어 비밀번호를 누르고 현관문을 열었다. 자취하는 정국을 반겨주는 건 온화한 가정의 분위기가 아닌
멍멍멍!
"탄아!!! 나 없는 동안 잘 있었지~?"
멍멍!!
"밥은 다 먹었네~ 잘했다"
멍!
"탄이 여기 뽀뽀"
탄이였다.태형이가 익숙하지 않던 정국의 모습을 보여주도록 만들어주는 탄. 모든 사람에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공존하는 듯, 정국의 파워 철벽이 단점이라면 탄을 향한 마음이 장점이다. 과연 탄은 정말 반인반수가 아닐까? 이건 탄이 만 알고 있는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