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금토일 이렇게 연재하려고 했는데 평일 내내 안 써 버릇하면 괜히 슬럼프 올까봐 살포시 올리고 가요
똥컴이라 글 한번 쓸때마다 쓸데없는 창이 몇 개씩 떠서 슬프네요 ..
그래도 한 시간이면 뚝딱 글을 써내는 제 손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비록 곶아손이지만..ㅁ7ㅁ8
늘 지속적인 댓글과 관심 너무나 감사드립니다!_! 제맘 알죠.. 엑독방에서 제 글이 추천 받을때마다 눈물나요 T^T
늑대소년은 암호닉 신청해주신 분들께만 텍파 공유 할 거구요, 공금입니다!
늘 싸랑해용 ㅎㅎ♡
종인은 갔다. 그리고 시간은 흘렀다. 할머니의 퇴원과 함께 병원에서 돌아온 경수는 수척해진 준면을 보고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고, 꼴에 부모랍시고 밥 한 입 먹지 않는 준면이 걱정되는지 엄마 아빠는 매일 아침 준면이 가장 좋아하는 소보루 빵과 바나나 우유를 방 앞에 두는 형식적인 예의를 갖추고 일자리를 찾아 시내로 나갔다. 학교도 다니지 않고, 친구 하나 없는 준면에게 하루는 너무나 느리고, 진부하며 남루하기만 했고, 종인이 없는 자신의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깨달았다.
“야. 니 집에 있는 거 다 아니까 잠깐만 나와봐라.”
그리고 경수는, 하루 하루 빠짐없이 준면을 찾아왔다. 가라고 앙칼지게 소리치는 준면에게 화 한번 내지않고, 넉살좋게 웃어보이며 뒤돌아 설 뿐 절대 준면에게 핍박을 주진 않았다. 무뚝뚝하지만 강단있는 경수의 말에 준면이 비틀거리며 현관으로 나서자, 경수는 늘 그랬듯 변함없는 미소로 손에 들린 무뎌진 도끼를 부웅― 돌렸다. 여전한 경수의 모습에 준면은 미소 지었고, 경수는 그런 준면을 보고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왜 불렀어.”
“그냥. 그렇게 집에만 박혀있음 뭐 하냐. 바깥 공기도 마시고 그래야 살지.”
“경수야.”
“왜.”
“…니 아지트 갈까?”
둘은 지친 기색 한 번 없이 숲 속으로 향했다. 어쭈, 이제 제법 잘 따라오네.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준면을 내려다보던 경수가 처음 자신의 아지트를 소개했던 그 표정으로 나무에 올라갔다. 니도 한번 올라와보지, 진짜 죽이는데……. 하지만 준면은 슬쩍 웃기만 할 뿐 나무에 오르지 않았다. 준면이 자신에게 어딜 가자고 말한 것은 처음이라, 그저 이 상황이 기쁘기만 한지 경수는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발 아래 돌멩이를 툭툭 건들던 준면이, 자신도 모를 새 흘러나온 눈물을 벅벅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종인이 보고싶다. 남들 귀엔 절대 안 들릴 것 같은 작은 소리였지만, 고요한 시냇물 소리도 얼어버린 그 공간 안에서 경수는 부정할 여지도 없이 준면의 슬픈 중얼거림을 들어버렸다.
“카이인가 뭔가, 그 그지 새끼 이름도 바꿔줬나. 한국식으로.”
“응… 이제 카이 아니라 종인이야. 내 동생 종인이.”
“…웃기네.”
“우리 종인이 거기 가서 막 고문 받고 그렇진 않겠지? 응 경수야?”
“산골 촌놈이 그런 걸 어째 아냐. 3억이나 주고 팔려갔음 때깔 좋게 해주겠지 뭐.”
경수의 퉁명스러운 답에 준면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 준면을 가만히 바라보던 경수가 슬쩍 옆으로 다가가 준면의 어깨를 감쌌다. 탁―, 탁―. 처음엔 약오르기만 했던 경수의 토닥임이, 처음으로 너무나 다정스레 느껴져 준면은 다시 바짝 마른 입술을 침으로 축였다. 아, 사내 새끼 겁나 울어대네 진짜. 짜증섞인 경수의 말에 웃음을 터트린 준면이 맑은 시냇물로 꾀죄죄해진 자신의 얼굴을 닦아냈다. 차디 찬 물이, 준면에게 어서 정신 차리라고 핀잔을 주는 듯 했다. 그렇게 한참, 새근거리는 숨소리만 맴돌고 둘 사이엔 아무런 말이 없었고, 그런 침묵이 기분 나쁘기만 한지 검정색 물감을 붓에 잔뜩 묻혀 박박 칠한 듯한 짙은 눈썹을 꾸물거리던 경수가 준면을 불렀다.
“야. 김준면.”
“왜 또.”
“내가 만약에 없음… 지금이랑 똑같이 굴 수 있냐?”
“…무슨 소리야?”
“김종인이 없어서 슬픈만큼, 내가 없어도 이렇게 똑같이 슬퍼해줄 수 있냐고.”
준면은 쉽사리 대답을 꺼내지 못했고, 경수는 멎쩍은 듯 고개를 돌렸다. 됐다. 서울 애들은 끼리끼리 노는 거, 나도 다 알아. 아예 등을 돌려 애꿎은 도끼만 손톱으로 탕탕 두드리는 경수를 빤히 바라보던 준면이 어렵게 입을 뗐다. 니가 왜 없냐. 의미심장한 준면의 첫마디에 경수가 고개를 꺾어 다시 준면을 향해 보았고, 그가 마저 말을 이었다.
“여기 니가 토박이라며. 나이가 어려서 그렇지 이장 급이라며.”
“……”
“근데 니가 왜 없어. 없으면 내가 없던가 해야지.”
“그게 뭔 소린데. 니가 없어지기라도 한다는 거냐…?”
“…몰라.”
입버릇처럼 종인이 말하던 그 두 글자, ‘몰라’. 거기에 또 설움이 북받친 준면이 아이처럼 울음을 토해내자, 어쩔 줄 몰라하며 두 눈을 끔뻑이던 경수가 쪼르르 달려와 준면의 눈썹을 지저분한 손으로 턱턱 닦아냈다. 아파 개새야. 준면이 경수를 밀어내며 장난스레 말하자, 경수는 입이 험해 못 쓰겠다며 준면의 입술을 찰싹 내리쳤다. 다정하게 눈물을 닦아주고, 길고 곧게 뻗은 검지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술을 건들던 종인의 모습이 눈 앞에 뿌연 무지개처럼 펼쳐졌다. …준면아. 처음으로 자신의 성을 빼 이름을 부른 경수에게 왜 부르냐는 듯 고개를 돌리자, 경수는 땅을 바라보며 준면에게 얘기했다.
“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나는 니가 많이 좋다.”
“…어, 나도 너 많이 좋아.”
“그래서 미안하다.”
뭐가? 준면이 뭐라 되묻기도 전에, 경수는 급한 일이 있다며 언덕을 향해 달려갔다. 늘 경수는, 알지 못할 말만 내뱉곤 도망치듯 사라져버렸다. 도경수! 오늘은 놓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준면이 경수의 이름을 힘차게 내질렀다. 흙 묻은 발로 씩씩하게 발걸음을 내딛던 경수는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준면의 부름에 우뚝 멈춰섰고, 준면이 그런 경수를 향해 외쳤다. 미안해 하지마! 뭔진 모르겠는데… 나같은 애한테 미안해 할 거 하나도 없어! 그런 준면의 외침에, 짙은 경수의 눈썹이 슬프게 아래로 휘어졌다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왜 말이 없냐 새꺄! 준면의 재촉에, 경수는 멀리서 자신을 보고있을 준면을 위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붉게 타오르는 노을과 함께 둘은 서로의 집으로 헤어졌다.
“카이야, 이리 온.”
서울 대학교, 대한민국에서 똑똑하기로는 두말할 것도 없는 사람들이 돋보기 안경을 치켜세우며 호기심에 가득 찬 눈으로 종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옛 이름을 능청스레 부르는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종인은 말없이 으르렁거렸다. 완전 인간인데요. 교육만 잘 시키면 사회 생활도 거뜬하겠어요. 경황을 지켜봐서 늑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으면 적응 훈련부터 시킵시다. 종인을 집에서 데리고왔던 교수의 말에 제각각 고개를 끄덕였고, 붉은 빛이 맴도는 생고기를 매끈한 접시에 담아 종인의 앞에 내주었다.
“많이 먹으렴. 내일부터 좀 피곤해질테니까.”
종인은 이런 질긴 고기따위 먹고싶지 않았다. 준면이 칭찬과 함께 던져 준 옥수수가 먹고 싶었고, 경수가 양 볼에 까만 재를 묻히고 방글거리며 집을 찾아와 건네 준 따끈거리는 감자가 먹고 싶었다. 날카로운 눈매를 아래로 늘어지게 만든 종인은 낑낑거리며 애써 잠을 청했다. 그렇게 하루가 흐르고 일주일이 흐르고, 한 달 가량이 흘렀다. 똑같이 생긴 머리가 반쯤 벗겨진 노인네들은 끊임없이 종인에게 질문을 건네 귀찮게 만들었고, 늑대도 인간도 아닌 가운데에 껴 어떤 구실도 해내지 못하는 종인을 한심스레 쳐다봤다. 카이야, 카이야. 애정어린 목소리로 불러주던 이름도 이젠 ‘야’ 라는 호칭으로 바껴있었다. 하지만 종인은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바보처럼 멍청히 지내다보면, 자신이 쓸데없다는 걸 알고 인간들이 풀어주리라 믿었다. 그럼 준면에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이 사랑하는 준면에게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종인은, 매일 밤 밤하늘을 은은히 비추는 달빛에게 빌고 또 빌었다. 부디 준면이, 자신을 더 많이 좋아하게 해달라고.
아니,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 같이 준면도 자신을 사랑하게 해달라고.
“준면아, 이리 나와서 감이라도 좀 먹어봐. 그러다 너 정말 쓰러지기라도 하면 어쩌게!”
“…그러게 누가 3억 받고 종인이 보내래?”
“종인이라니! 뱃속에서 죽은 동생 이름을 어디 그런 늑대 새끼한테…”
“적어도 그 뱃속에서 뒤진 새끼보단 종인이가 나을 걸? 자꾸 늑대 새끼 늑대 새끼 하는데, 3억이나 받고 보낼 정도면 우리 종인이 꽤 대단한 거 아니야?”
“꼴깝떨지마 김준면. 걘 인간도 아니고 늑대도 아닌 잡종일 뿐이야. 거기서도 적응 못해서 며칠 뒤면 뒤질텐데 뭘 호들갑이니.”
엄마의 냉정한 말에 준면의 심장이 무너져 내렸다. 종인이는 안 죽어. 엄마가 생각하는 늑대 새끼가 아니라서 말이지. 준면이 이를 악 물고 앞에 놓인 감을 발로 걷어찼다. 김준면! 극에 달한 엄마의 깨질듯한 비명에 두 귀를 틀어막고, 두 눈을 질끈 감고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숨어 들어가는 것도 이젠 서서히 지쳤다. 남아있는 종인의 체취도 흐릿해졌고, 남은 종인의 짐도 몇 개 되지 않았다. 자신이 너무 무심했음을 깨달아, 종인이 더 절실해졌다. 누군가 제 곁에 없어서 이리도 가슴이 아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준면은 스스로도 이 묘한 감정이 무엇인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준면아.”
“나가요.”
“…아빠랑 얘기 좀 해.”
“뭔 얘기? 결국엔 아빠도 똑같잖아요. 재벌 집 딸내미인 엄마 만나서 맨날 아빠가 부족하다고 빌빌 기는 거 지겹지도 않아 아빠는?”
준면이 날카롭게 쏘아붙히자 아빠는 나갈 생각이 없는지 말없이 짙은 한숨을 내뱉으며 준면의 방 바닥에 엉덩이를 붙혔다. 여전히 침대에 걸터앉아 아빠를 쏘아보던 준면이 씩씩거리던 숨을 고르게 만들자 아빠가 조심스레 입을 뗐다. 아빠가 빌빌 기는덴 다 이유가 있잖아. 너희 엄마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너도 알잖니. 아빠의 작은 속삭임에 준면이 눈물을 터트렸다. 돈에 미친년이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재벌 2세인 외삼촌이 죽고 할아버지의 유산은 몽땅 엄마의 것이 되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 악착같이 공부 해 서울에 있는 대학에 진학한 아빠는 경제적 수준 차이가 엄청난 엄마와의 결혼이 버겁기만 했을 터다. 준면은 참았던 눈물을 몽땅 터트리며 아빠의 손을 잡았다.
“아빠는 카이가 나쁘지 않았어. 물론 3억이란 돈에 보내기도 싫었다. 파출소에 갔을 땐 그저 충동적이었어. 늑대였던 녀석이 인간으로 변해버리니까, 어렸을 때 읽었던 판타지 소설 같은 것도 생각이 나고… 무섭더라. 알다시피, 아빤 겁쟁이잖아. 그래서 파출소에 갔다가, 어떤 교수님한테 연락이 왔고, 3억을 줄테니 보내달라는 말에 엄마는 수락해버렸어. 아빤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아빠가 미안해 준면아.”
준면이 고개를 저었다. 이 모든 일은, 거실에서 일일드라마를 보며 웃음짓고 있을 저 마녀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아빠를 달랬다. 어느덧 더 깊게 패인 아빠의 팔자주름에 준면의 가슴이 쓰라렸다. 종인이 떠난 이후로, 단 하루도 눈물을 흘리지 않은 날이 없는 것 같았다. 아빠의 품에 안겨 준면이 말했다. 아빠가 미안할 거 없어요. 종인이는 돌아올 거니까. 아빠는 말없이 준면의 토닥임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빠도, 종인이 집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준면에게 힘을 줬다.
“종인아…….”
떠나기 전날 밤, 종인에게 조르고 또 졸라 남긴 작은 사진 한 장. 부루퉁한 표정의 종인과 그런 종인의 뒷목에 매달려 방실방실 웃고있는 준면의 모습. 준면이 눈물에 젖은 손을 침대 시트에 박박 닦아내고 사진을 쓰다듬으며 종인의 이름을 되내였다. 서랍장에 올라 달을 바라보며 아우― 하는 울음소리를 내던 것도, 씻기를 유독 싫어했던 모습도, 옥수수와 감자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준면을 또랑또랑한 눈으로 바라보던 것도, 신발끈이 풀리면 묶지도 못하고 억지로 구겨넣고 뛰어오다 마당 앞에서 넘어져 무릎에 상처를 입었던 일도, 모두 다 추억이 되어버렸다. 준면이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우는 일도 진절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아무래도, 종인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았다. 인정할 수도 인정해서도 안되는 상황에 헛웃음을 터트린 준면은 밤새도록 종인의 이름을 부르다 제 풀에 지쳐 잠들었다. 다음 날 경쾌한 닭의 울음소리에도, 엄마 아빠의 부름에도 꼼짝않고 누워만 있던 준면은 기적처럼 일어나 방문 앞에 놓인 바나나 우유를 꺼내들어 살기 위해 벌컥 벌컥 들이켰다. 퉁퉁 부은 준면의 눈을 보며 놀리던 경수에게도 아랑곳 않고 준면은 다부지게 주먹을 꼭 쥔 채 파출소로 향했다.
“아저씨.”
“어, 너 그 때, 늑댄지 뭔지 하는 놈 데리구 왔던 때깔 좋은 서울 부부 아들내미구나!”
“아… 네 그런데요. 그 서울대 교수 분인가, 그 분 연락처 좀 알 수 있을까요?”
“아― 내 친구놈? 그래. 여깄다.”
앞에 놓인 누렇게 색이 변질된 포스트잇에 번호를 슥슥 적어내린 경찰이 누런 이를 드러내며 웃어보이자, 준면은 애써 미소지으며 포스트잇을 받아들었다. 꾸벅 고개를 숙이고 밖으로 나오자 한결 차가워진 공기가 준면의 두 뺨을 베어낼 듯 다가왔다. 포스트잇을 꾸겨 코트 주머니에 넣은 준면은 허기 진 배를 빵으로 달랜 뒤 종인과의 재회를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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