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 향기가 퍼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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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열.
그와 알게 된지도 벌써 몇 주가 지나갔다.
나는 정말 내가 했던 말 그대로 보건실로 등교했다.
아, 하교는 좀 달라졌다.
선생님 집으로 하교를 했으니까.
그리고, 오늘도 다른 날과 다름 없이 보건실로 등교를 했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기쁜 마음으로 샤워를 하고 얼른 집에서 나왔다.
그를 아침 일찍부터 본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 힘차게 문을 열었는데.
" 찬ㅇ.... "
왠 처음보는 여학생이 박찬열 옆에 앉아 다친 무릎을 치료받으면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잘도 웃으면서.
그는 기집애를 치료해주는 동안 입가에 살짝 미소를 담았다.
나한테는 저런 표정 안지어줬으면서.
" 선생님. "
평소와는 다르게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그를 부르자
그제서야 날 발견한 듯 작게 놀라며 치료하던 손을 빨리한다.
이미 늦었어, 나 화났거든.
여학생이 나간 후에 그가 날 쳐다봤다.
나도 그를 쳐다봤다.
" 선생님아. "
" 또 그렇게 부르지. "
내가 처음으로 대꾸를 하지 않고 노려보기만 하자
이상한 걸 눈치챈듯 입가에 미소를 지우고 날 쳐다본다.
" 너...설마 아까 그 여학생한ㅌ... "
" 설마가 진짜라서 죄송하네요. "
" 그 애는 다쳐서 온거야..! "
" 알아. "
어금니를 꽉 깨물고 짜증을 참듯이 말하자 그가 한숨을 내쉰다.
" 나는 보건선생님이야."
" 알아. "
" 학교에서 다친 애들은 이유가 뭐든 치료를 해줘야해. "
" 알아. "
"...변백현. "
그가 오랫만에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린다.
그 울림이 너무 좋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있자,
자신을 무시한다 생각했나보다.
" 공과 사는 구분하자. "
정작 나는 당신이 나에게 진심인지조차 모르는데,
공과 사를 구분하자고?
여태껏 그와 있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생각해보면 저 마음을 진심으로 들여다본 적이 없다.
서로 쾌락을 찾는데 바빠, 그럴 여유가 없었다.
박찬열은 내 마음을 알까.
아니.
그는 나와 같은 마음일까.
" 일단 이런 곳에서는 선생님 학생이야. "
모르는 것 같다.
" 그래요. 어디 실컷 선생님 해봐요. 원하는 대로 받아줄께. "
" 변ㅂ...!!!! "
쾅-
짜증나.
그 여자애가 뭔데
박찬열 입에서 공과 사라는 소리가 나와.
화를 풀 곳이 없어 계단을 부술 듯이 밟으며 올라갔다.
그리고 조용할 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반은 난장판이였다.
" 그럼 그 여자애는 뭔데! "
" 걔랑 아무사이도 아니라니까!! "
" 거짓말하지마!!! 내가 어제 다 봤단말이야!!! "
" ...어제 봤어? "
" 그래 이 개새끼야!!! "
짝-
도경수가 김종인을 때렸다.
맞은 김종인은 화가 났다기 보단 당황한 듯 보였고,
처음부터 싸움을 보지는 못했지만 저 몇마디만 들어도 대충 무슨 상황인지 알 것 같았다.
아냐 도경수.
김종인이 널 놓고 한눈을 팔리가 없잖아.
그 여자애랑 같이 케이크 만드는 가게에 간거야.
네 생일케이크 만들어주려고.
경수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밖으로 뛰쳐나가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김종인.
어휴 저 병신새끼.
" 김종인. 닌 여기 있어라. 내가 경수 찾으러 갈께. 데리고 오면 잘 풀어. "
" 이게 무슨 일이냐. "
" 닥쳐. "
온 힘을 다해 달려 나갔는지 벌써 복도에는 경수가 없었다.
이 녀석을 빨리 찾아야 할텐데.
계단을 빠르게 내려갔다.
빠르게.
빠르게.
더 빠르게.
그리고 낯익은 목소리에 오른쪽을 보는 순간
스텝이 꼬였다.
하. 젠장.
우당탕탕 -
" 아......어떻게....진짜 아프다...... "
박찬열은 개새끼다.
여학생도 부족해서 이젠 여선생이네.
그래. 낯익은 목소리는 그였다.
여선생과 웃으며 대화를 하고 있는 그.
박찬열.
요란한 소리가 나자 날 발견한 듯 놀라며 다가온다.
" 변백현!! "
" 손대지 말아요. "
" .....백현ㅇ..."
" 그 다정한 말투도 저 선생 앞에선 조심하는게 좋을거야. "
날 잡아주려는 그의 손을 쳐냈다.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자 그도 그제서야 화가난 듯 했다.
" 괜히 심술부리지 마.
...삐진거 알고 있어, 미안해. "
" 하, 삐진거? ...시발 웃기고 있네. 선생님, 제가 언제 삐졌다 그러세요. "
" 변백현. "
" 선생님은 신경쓰지 마세요. "
그의 말대로 해줬다.
선생님이라고 불러줬다.
다른 사람들 시선 속에서 너무 친한 척 하지 않았다.
근데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들어서 날 죽일 듯이 노려보는거야?
그가 부축해주지 않아도 일어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리가 너무 심하게 삔 것 같다.
전혀, 움직일 수가 없다. 너무 아파.
내가 걷는 걸 보자마자 안그래도 얼어붙은 얼굴을 더 굳히더니 나에게 다가온다.
" 썅!! 그냥 신경끄고 하던거나 하라고!! "
" ...후우....그래, 조심해서 가라. 변백현 학생. "
그렇게 그는 정말로 내가 걷는 뒷모습만 쳐다보다가 반대쪽으로 가버렸다.
바보같게도 나는 보건실로 내려갔다.
그러나 그가 있을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보건실은 텅텅 비어있었다.
어디로 가버린걸까, 그는.
혹시 내가 여기에 올 것 같아서 자리를 피했나.
너무 화가나서 다른 곳으로 가버린 걸까.
바보같은 사람.
자기가 먼저 시작했으면서.
항상 잘못은 내가 한 것 같다.
가만히 있다가 보건실 침대에 누웠다.
파스를 뿌려줄 사람도 없다.
사실 그런게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찾기도 귀찮다.
전화를 해볼까.
" 썅...오늘 뭐 되는게 없냐. "
왜 여태까지 번호를 교환하지 않은거지.
아침에 있던 일이 갑자기 떠오르더니 눈물이 난다.
아무래도 박찬열은 나보다 여자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나처럼 남자를 좋아하는게 아니라,
남자를 즐겨하는 사람이였나보다.
그리고 변백현이 박찬열을 좋아하는 것처럼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다.
보건실 이불을 머리까지 올려 덮었다.
왜 안와, 박찬열.
나의 선생님.
그렇게 잠이 들었다.
그런데 창문이 열려있었나보다.
춥지만 귀찮아서 그냥 누워있었는데,
새벽부터 기침을 하고 머리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 콜록.....으으...박...찬열... "
.
죄송해요ㅠㅠ 제가 어제 집에 늦게 들어와서
글을 쓸 시간이 없었네요...
사실 오늘도 바빠서 퀄리티가 좀 많이 떨어져요...
이해해주세요....흐읍...흐읍...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은 찬백이죠?
(카디와 비슷하지만 더 심할 것 같은 예감이..)
갈등의 시작인 것 같습니다.
금방 끝날지는 저도 모르고 찬백도 모르고 독자분들도 모르고 (의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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