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약 향기가 퍼지는 순간
" 선생님한테는 내가 뭐야? "
" 평생 같이 살 연인. "
" 나랑 결혼하려고? "
" 너만 괜찮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
-
" 그래서 뭐... "
" 어..? 어어...그 날 잘 풀었다고. "
" 어떻게? "
" 그..그냥, 좀 더 충격적인 일이 터져서. "
한동안 몸이 아파서 학교에 나오질 못했다.
그의 집에 있는 동안 그는 내 몸을 한군데도 빠짐없이 확인해 볼 생각이였는지,
아침부터 시작해서 잠이들 때 까지 내 몸을 만져댔다.
그리고 어디를 만지던 혼자 중얼거리는 말은 항상 같았다.
" 살 좀 쪄야겠다. "
정말 그의 말대로 나는 쉴 틈 없이 먹었다.
매일매일 식단이 바뀌고 감탄할 새도 없이
먹고 자는걸 반복하길 며칠.
끼니를 챙기기 귀찮아 항상 비어있었던 배가
갑자기 음식을 받아들일리 없다.
그의 엄청난 음식(?)애정공세로 인해
다시한번 응급실에 실려가
" 급체입니다. "
안그래도 먹는 약이 많은데 더 늘어서 왔다.
그리고 몸이 다 낫고 다친 발목도 괜찮아질 때 즈음 다시 등교를 했다.
조금 미안한 말이지만 그와 함께있는 동안 김종인과 도경수가 생각나지 않아서
학교에 갔는데 아직도 냉전이면 내 잘못인가 조마조마 하고 있었는데,
오히려 히히덕거리며 잘 놀고있었다.
김종인의 병신같은 성격으로는 도경수가 절대로 그냥 풀리지는 않았을텐데.
" 야 변백현. 니 애인은 언제 말해줄꺼냐? "
" 애인? "
그러고 보니 얘네들한테 박찬열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
아마 알고나면 뒤집어지겠지.
특히 도경수는 더.
" 좋은말로 할 때 말하는 것이 네 신상에 좋을거다. "
" 웃기는 소리 하고있네. 절대 말 안할거야. "
" 그렇다면 오늘 내가 하루종일 널 따라다녀야겠네. "
" 야!! "
" 화장실 가는 것도 따라갈거야. "
오늘은 보건실에 가지 못할 듯 하다.
하필 오늘... 오늘 아침에 보건실에 못갔는데...
.
톡.
오늘은 보건실이 조용하다.
올 줄 알았던 아이는 오지 않았다.
반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걸까.
평소 잘 하지 않던 다리까지 떨어댄다는걸 스스로 알게되자 마자
아이가 있을 3학년 6반 시간표를 찾고 교무실과 연결된 전화기를 들었다.
" 수학 선생님이죠? 오늘 3학년 6반 7교시 수업을 저와 바꿔주셨으면 하는데요. "
오늘은 내가 찾아가봐야 할 것 같다.
.
수업 종이 쳤다.
김종인은 정말로 오늘 하루종일 날 감시했다.
화장실도 따라왔고, 매점에 가는 것 까지 경수를 옆에 끼고 졸졸 따라왔다.
벌써 7교시 수업시간이다.
삐졌을까.
" 야! 오늘 수학 아니래! "
" 그럼? "
" 보건선생님 오신다던데? "
....뭐?
문이 열리고 익숙한 남자가 걸어들어온다.
평소엔 잘 입지 않던 보건선생님 가운을 입고 와
어색한 모습에 입을 벌리고 있자 반을 가볍게 훑어보더니 나를 찾고선 싱긋 웃는다.
여자아이들의 높은 톤이 교실을 꽉 메운다.
성교육이랍시고 찾아온 박찬열은 수업은 커녕 오히려 여자애들 질문공세를 받아주기에 바빴다.
그 모습에 콧방귀를 끼며 가만히 보고만 있자,
당황하며 어쩔줄 몰라한다.
흥.
" 선생님!! 몇 살이예요? "
" 스물다섯. "
한가지 질문에 대답해 줄 때마다 요란하게 반응하는 반애들 때문에 얼굴을 찌푸렸다가
갑자기 호기심이 가는 질문에 나도 귀를 기울였다.
" 선생님 애인 있어요? "
" 응. "
" 와-!!! 언제 만났어요? "
" 만난지 얼마 안됐어. "
" 얘기해주세요!! "
그가 나를 흘끗 쳐다본다.
어디 한번 말해보라는 듯 눈썹 한쪽을 치켜 올려줬다.
" 걔가 날 좋아했어.
엄청 적극적이여서 꽤나 당황했어. "
그의 말에 갑자기 예전 생각이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자 그가 나를 보고 말한다.
" 처음에는 장난치는 것 같아서 무시하려고 했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지금 생각해보니 나도 처음봤을 때부터 좋아했던 것 같아. "
그를 봤다.
아이들은 그 말에 집중을 하느라
그저 조용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아이들은 그의 시선의 끝을 보지 못했다.
" 매일매일 만나기로 약속한 것 같은데, 오늘은 연락이 없더라고.
조금 섭섭하지만 오늘은 내가 걔한테 가기로 했어. "
말을 끝맺자 다음 질문이 쏟아져나온다.
" 오늘 연락 없는걸 보니 애인이 밀당하는거 아녜요? "
그걸 들은 그가 살짝 웃으며 나를 쳐다보고 말한다.
" 엄청 당겨댔으니 이제 밀려고 준비 중인 것 같긴해. 요즘들어 부쩍 반항이 늘었거든. "
직설적이다.
전혀 아닌 것 같지만 대놓고 나한테 말하는거다.
아이들의 질문을 이용해 내게 하고싶은 말들을 거리낌없이 쏟아낸다.
아이들은 저 반항이 무엇인지 절대 모르겠지.
" 그럼 싸운적도 있어요? "
" 최근에. 그러고 보니 애인이 며칠간 아파서 정식으로 사과하지를 못했어.
오늘 만나서 얘기하려고. "
" 그럼 선생님 첫키스는 언제했어요? "
첫키스?
" 지금 만나는 애인이랑. "
아이들은 못믿겠다는 표정을 지었고,
나 역시 믿지 못하며 중얼거렸지만.
그 혼잣말의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 거짓말. "
반에 있는 모든 귀가 내 목소리를 들었다.
그가 가볍게 웃으며 받아친다.
" 진짜야. 처음이야. "
종이친다.
그가 가볍게 인사를 하며 반을 나가자 쉬는시간은 금새 박찬열 이야기로 시끄러워졌다.
그에게로 달려갔다.
" 하아..하아... "
" 음... "
" 선생님. "
" 그렇게 보지마. "
" 왜 내 앞에서는 그런 말 못해요? "
" 물어보지 않았잖아. "
" 정말이예요? "
그가 웃으면서 내 머리를 헝클어뜨린다.
" 그래, 처음이다. "
" 근데 그렇게 잘해요? "
" 네가 못하는거지. "
-
박찬열이 나간뒤 뒤이어 나간 변백현을 따라가려는 김종인의 뒷덜미를 잡았다.
" 아..! 왜! 이번이 급습할 기회야!! "
" 지금 가면 너 보건선생님한테 죽을지도 몰라. "
"........"
" 오늘은 봐줘."
생긋웃자 삐죽나온 입술을 집어넣고 웃는다.
그리고 나와 같이 한곳을 바라봤다.
한참동안이나 둘을 바라본뒤 김종인과 눈을 맞추고 웃었다.
" 종인아. "
" 응? "
" 너도 내가 처음이야? "
" 당연한 걸 물어. "
.
짧...죠....네..압니다...
제 손가락은 뇌를 감당하지 못하나봐요..
아무튼 요번편은 좋습니다. (저만 그런가요)
좋은 주말 보내세요♥
저는 더욱 더 바빠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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