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O] 김종대한테 복수하는 이야기 01 | 인스티즈](http://file.instiz.net/data/cached_img/upload/a/0/f/a0fe1a60cbd4da294b7fd41f70a78350.jpg)
“야, 김종대. 요새 왜 ㅇㅇㅇ 안보이냐?”
“몰라. 왜 나한테 물어 그걸.”
“하긴, 너라고 어떻게 알겠냐. 그 거구 눈에 안 보이니까 앞이 다 환하다 이제.”
“…어.”
“뭐야 반응 왜그래. 싱겁게”
-
오지 않을 김종대를 기다리다가 쓰러졌다. 그리고 김종인은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왜 처음 본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는지는 모른다. 그렇다고 나도 무슨 생각으로 그 제안을 받아드렸는지 아직까지 모른다. 하지만 변하고 싶었고, 더 이상 김종대 같은 사람들에게 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일은 속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다니던 학교는 김종인과 김민석의 집 근처의 여고로 옮겼고 집에서 나와 김종인과 김민석의 집으로 들어갔다.
처음에 부모님께서는 반대하셨지만 울면서 이제는 변하고 싶다고, 다시는 이 몸으로 살아가고 싶지 않다고 사정하자 부모님은 김종인, 김민석 형제를 둘 다 만나보신 뒤, 꼭 효과를 보고 돌아와야 한다고 말하시며 허락해주셨다.
아무래도 여고라 남자애들이 없어 공학에 있을 때보다 살이 쪘다고 나를 경멸하거나 무시하는 아이들은 적었다.
적어도 남자애들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고, 괴롭히는 일도 없었다.
이전 학교에서는 김종대와 그 친구들이 나를 괴롭히는 것 때문에 여자애들도 나를 따돌렸었지만, 이 학교에서는 마음씨도 착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김종인과 김민석은 형제였고 둘 다 나보다 나이가 많았다.
김종인은 대학교 2학년, 21살, 김민석은 24살, 직업은 뭔지 아직 모르겠다. 백수처럼 보여도 어딘가 백수는 아닌 것 같았고.
약 6개월 간, 너무나 힘든 나날을 보냈다. 음식은 항상 민석 오빠가 싸주는 음식만을 먹어야 했고, 학교에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학교 가기 전 아침에, 학교 끝나자마자 김종인과 함께 운동을 하며, 6개월 내내 거의 운동만 하고 지낸 것 같았다.
친구들이 야자를 할 때 나는 헬스장에서 살고 있었다. 공부는 거의 포기하고 운동에만 전념하고 살았다.
일학년 말에 이 학교로 전학을 왔었는데, 이제는 이학년 일학기의 막바지에 치닫고 있다.
일학년이 끝나갈 즈음에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는데, 과연 김종대가 나의 부재를 알아챘을 지 너무 궁금하다.
내가 김종대의 삶에서 얼마나 큰 아니 작은 부분을 차지했을지.
그리고, 드디어 내일, 다시 김종대가 다니는 학교로 돌아간다.
-
“ㅇㅇㅇ, 가서 꼭 힘내야 해. 주눅 들지 말고 꼭 복수하고 와.”
“응,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 김종대랑 그 자식들한테 갚아주고 올 거야. 나 어때? 지금 괜찮아 보여?”
“너 괜찮아 보이냐고? 말이라고 해? 너 그 학교 가면 여자애들 옆에 다가오지도 못할걸? 니 옆에 오면 오징어 되서. 나쯤 되니까 너 옆에 설 수 있고 그런거지.”
“어휴, 뚫린 입이라고…”
“아무튼! 자신감을 가져. 그게 우선순위야. 너 잘할 수 있어. 가서 본 때를 보여주고 오자. 알았지?”
수정이는 내가 이 학교에서의 첫 짝꿍이자 처음으로 사귄 친구이며 이제는 내 인생에서 가장 친한 친구라고 말 할 수 있는 아이다. 맨 처음 수정이랑 짝꿍이 되었을 때는 날카롭고 화려한 외모 때문에 나처럼 살찐 아이를 싫어하거나 괴롭히지 않을까 두려워서 불안에 휩싸여 있었다. 기껏 전학까지 왔는데 또 똑 같은 일을 겪게 될까봐. 하지만 정확히 2교시가 끝나자마자, 수정이는 내 볼을 찌르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니 볼, 말랑말랑해. 부럽다.
난 너무 얼굴에 살이 없는 것 같아.”
“뭐?”
양 볼 가득 해바라기 씨를 문 햄스터 같다며, 그 이후로 수정이는 계속 나와 함께 다녔다. 첫인상과는 달리 상당히 남을 잘 챙겨주는 아이였고, 배려심 많은 아이였다. 내가 전학 오게 된 이유와 항상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는 이유를 이야기해주자 같이 화를 내주고 나를 응원해준, 여태까지 내가 가져본 적이 없는, 나를 진정으로 생각해주는 친구였다.
그리고 내가 학교를 다시 떠나게 되는 날, 수정이는 울먹이며 나를 응원해주었다.
“보란 듯이 복수하고, 성공해서 돌아올게. “
“무슨 말을 꼭, 앞으로 안 볼 것처럼 얘기하냐 너는... 매일 매일 전화해서 나한테 보고해. 알았지?”
“응, 꼭 그렇게 할게. 나 이제 가볼게. 수업 열심히 듣고 나 없다고 밥 먹는 거 잊지 말구.”
-
“야, 오늘 전학생 온대.”
“학기 다 끝나가는 와중에 왠 전학생?”
교무실에서 선생님들이 오늘 전학생이 올 거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엿들은 한 학생으로 인해 ㅇㅇㅇ이 전학 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ㅇㅇㅇ의 이름을 아는 사람들은 동명이인일지 아니면 전학을 갔던 ㅇㅇㅇ이 다시 전학을 오는 거냐며 수근댔다.
“종대야, 얘기 들었어? 오늘 올 전학생 이름이 ㅇㅇㅇ래. 우리 반으로 오려나? 근데 그 돼지가 다시 오는 건가?”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자꾸 나한테 그 돼지 얘기 하지마.”
내가 다시 이 학교에서 공부하게 될 반은, 김종대의 옆 반이 될 거라고 김종인이 미리 귀뜸을 해주었다. 옛 일을 되갚아주기엔 같은 반이면 더더욱 좋았겠지만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
몸은 완전히 예전의 ㅇㅇㅇ에서 탈피했지만, 아직 정신은 옛날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 같지 않다. 내가 잘 할 수 있을 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아. 또다시 김종대 너의 앞에 서면 예전의 나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 복수고 뭐고, 다시 너와 너의 친구들의 놀림감으로 전락하는게 아닐까. 다짐을 하고 또 하고 왔지만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런 내 불안감을 눈치챘는지 정수정에게 문자가 왔다. ‘약한 마음 하고 있는 건 아니지? 너 정말 예뻐졌어. 복수도 하고, 멋진 남자친구 하나 물어와!’
남자친구… 아직 내 일순위는 김종대와 그 친구들에게 복수하는 것이다. 그리고 잘 모르겠다. 이 모습을 좋아해주는 사람이 나타난다고 해도, 과연 그 사람이 내가 뚱뚱했었더라면 좋아해줄지, 단순히 외모만 보고 좋아하는 게 아닐까… 아직은 사랑이고 연애고 확신이 서지 않는다.
-
“얘들아, 오늘 우리 반에 아주 예쁜 전학생이 한 명 왔어. 그리고 선생님이 이 얘기를 할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지. 이런게 전학생 온 날의 묘미 아니겠어? 자 그럼, 앞으로 우리 반의 새로운 일원이 될 친구를 불러볼까? 이름은 ㅇㅇㅇ야. 자 하나 둘 셋 하면 ‘ㅇㅇㅇ, 들어와’라고 다같이 크게 불러 보자!”
선생님…? 김준면 선생님…?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나까지 들으라는 듯 소리를 지르시며 내 소개를 하는 우리 반 담임 선생님은 상당히 열정적이시고 또 굉장히 아날로그적인 면을 지니신 분 같은데, 정말 반에 들어가기 싫어졌다. 그리고 이대로 세상이 끝나서 잠시 후 들릴 ‘하나 둘 셋’을 들을 수 없었으면 좋겠다.
“자, 하나 둘 셋!”
맙소사.
“ㅇㅇㅇ, 들어와!”
담임선생님이 시킨다고 그대로 하는 이 반 아이들은 정말, 착한 아이들임이 틀림 없을 것이다. 달아오르는 얼굴은 어쩔 수 없었고, 임시방편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교실 앞문을 열고 들어갔다.
“자, 환영의 박수!”
제발 선생님이 그만 했으면 좋겠다. 환영이 너무 격하다.
“ㅇㅇ이는 이 학교 다니다가 잠시 집안 사정으로 인해 전학을 갔다가 다시 돌아오게 되었단다. 누구 ㅇㅇ이 아는 사람 있니?”
글쎄요, 선생님. 기억을 못 해주는 편이 저로서는 더 좋은 걸요. 그렇다고 저를 아는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구요.
“ㅇㅇㅇ? 그 뚱땡이 ㅇㅇㅇ?”
준면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를 뚱땡이라 칭하며 되물어 오는 아이가 나타났고,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아마 기억된다면 뚱땡이나 돼지나 뭐 그 비슷한 부류였겠지. 그리고 질문한 아이를 쳐다보았고 눈에 상당히 익은 아이였다.
박찬열. 너는 나랑 같은 반이구나.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최신 글
위/아래글
공지사항
없음

인스티즈앱
현재 쿠팡 피말려 죽이고 싶어한다는 네이버..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