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아.”
택운은 침대 위에서 뒹굴 거리며 만화책을 읽고 있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름을 부르자 뭐가 그리 좋은지 기다렸다는 듯 응? 하며 학연은 쪼르르 자신에게 달려왔다.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치대려고 하는 학연의 팔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택운은 가볍게 밀어냈다.
“집에 가.”
“싫어.”
“…….”
솔직히 말해서 지금의 택운에게 학연은 아주 방해였다. 남이 모처럼 시험공부를 좀 하겠다는데 다짜고짜 집에 쳐들어와서는 침대 위에 편하게 늘어져 자기가 갖고 온 만화책과 과자를 늘어놓고 부시럭거리며 택운아 이거 들어봐, 이거 재밌다, 와,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등의 물어보지도 않은 감상을 늘어놓아 도움은커녕 훼방만 놓고 있었다. 깊게 한숨을 내쉬며 몇 번 씩이나 눈치를 줘봐도 눈치가 없는 건지 모른 척 하는건지 학연은 전혀 태도를 바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눈은 자습서 위에 두고 있는데도 덕분에 신경이 온통 차학연 쪽으로 쏠려서 짜증났다.
“너 방해돼.”
택운이 짧게 내뱉은 말에 학연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게 말한다면 학연쪽에서도 할 말이 있었다. 학연은 택운의 손에서 천천히 연필을 빼내, 책상 위에 올려놓고는 참고서를 탁 소리나게 닫았다. 그러자 안 그래도 불편하던 택운의 심기가 더욱 날카로워진 게 여실히 느껴졌다.
“이쪽도 이거, 엄청 방해돼.”
모처럼 놀러왔는데 나를 한 번도 안쳐다보는 정택운. 네가 나쁜 거야. 학연의 어린아이같은 막무가내에 택운은 질렸다는 듯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신경 좀 안써줬다고 삐치다니. 대체 자기가 지금 몇 살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택운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학연의 얼굴을 손으로 밀어냈다. 평소라면 이 정도에서 자신을 받아주는 일이 많았기에 오늘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학연은 약간 당황한 듯 어? 하는 소리를 냈다.
“가.”
“…….”
“…….”
“………….”
“가기 싫으면 얌전히 있어.”
택운의 말에 학연은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얌전히 택운의 침대 위에 누워 기다리고 있는 것을 택했다. 아, 택운이 냄새. 이불에 깊게 얼굴을 묻었다가 살짝 고개를 들어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 택운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진짜 정택운이 바로 눈앞에 저렇게 있는데, 나는 이불에서 나는 체취로 만족하고 있어야한다니. 이게 무슨 고문입니까, 택운등씨. 학연은 괜히 알미워져서 택운의 등을 살짝 흘겨봤다. 평소에도 예민한 택운인만큼 분명히 지금도 제 시선을 느끼고 있을터인데 미동도 하지 않는 그 모습에 더더욱 속이 끓었다.
“정택운.”
결국엔 얼마 참지도 못하고 학연은 다시 택운을 불렀다. 택운은 못들은 척 연필을 쥔 손을 책 위에서 움직일 뿐이었다. 이 와중에도 손이 예쁘네, 하는 생각을 하며 학연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 진짜 갈 거야.”
여전히 택운은 묵묵부답이었다.
“앞으로는 손도 안 잡고 뽀뽀도 안 해줄 거야!”
“마음대로 해.”
“……야, 진짜! 정택운!”
여기서는 싫어! …하는 반응까진 아니더라도 조금쯤은 동요해줬으면 하는 학연의 바람과는 달리 택운은 전혀 상관없다는 듯 맞받아쳤다. 그것에 결국 서운함이 폭발해 크게 이름을 부르자 택운은 그제야 학연의 쪽을 쳐다보았다.
“너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야?”
“후…….”
“여긴 내가 한숨 쉴 대목이거든?”
택운은 잠시 학연을 바라보고 있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책상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 정말, 뭐야. 내가 훨씬 더 많이 좋아하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하잖아. 학연이 그런 택운의 행동에 시무룩해지려 할 때, 평소보다도 작은 택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끝내야 너랑 많이 놀아줄 수 있을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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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택운 씹덕ㅇㅅㅇ 엔택 오아시스 파주세요 ㅇㅅㅇ 하야쿠 ㅇㅅ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