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자연스럽게.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김성규는 언제 그렇게 아팠냐는 듯 사흘만에 멀쩡히 출석도장을 찍으러 나왔고 이제 학교에 있는 시간은 혼자만의 시간도 아니었다.
전처럼 성열이랑 말장난도 치고, 호원이랑 치고받기도 하고, 동우 얘기에 맞장구도 쳐주고, 명수랑 밥도 같이 먹고.
다만 내가 어물쩡하게 끼어들려고하면 조용히 빠지는게 흠이었다. 이 어색함을 덜어내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까. 한달? 일년? 아니면, 더 많이?
말을 붙이는데 얼마나 걸리고, 손을 잡는덴 또 얼마나 걸리고, 장난으로 껴안는데는 얼마나 걸릴까.
으 머리아파.
항상 대책도 없이 무작정 질러놓고 뒷수습을 못해서 문제지.
그래서 지금 이모양 이꼴이고. 밤새 이런 별것아닌 고민하느라 잠도 못자고.
키스가 좋은거냐는 질문은 이미 뒷전이다. 키스고 나발이고 지금 옆에 다가가지도 못하는데 입술은 어떻게 붙이겠는가.
평생 입술 안 대고 살아도 되니까 제발 무슨 생각을 하는지나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꽁꽁 싸매고있는 김성규. 그 속에 뭐가 들었는지가 궁금해서 미칠지경이다.
"뭐해?"
이성종이 내 눈 바로 앞에서 손을 딱딱 부딫히며 정신이나 차리란다.
아. 지금 점심시간이었지. 둘다 아무말도 없이 옥상 한쪽 벽에 등을 기대고누워있었다.
"요즘 기분이 좀 우울해보여? 어디 안 좋아요?"
절레절레. 여전히 무표정이 이상했던건지 이성종이 고개를 갸웃한다.
"아닌데... 전처럼 말도 안 하고. 아, 혹시..."
이성종이 입모양으로 말한다. 김.성.규.
아으 씨. 나도 몰라. 모른다고.
갑자기 머리가 꽉 막혀버리는 것만같아 얼굴을 손바닥으로 감싸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끈질기게 옆으로 달라붙으며 맞지?를 연발하는 이성종에 아니라며 계속 부정해보지만 결국 yes.
이성종이 이겼다며 히히덕거리며 상체를 일으킨다.
"가요."
"뭐. 인기가요?"
"아 장난치지말고. 가자구요."
어딜.
이성종이 엉덩이를 털고일어나더니 뜬금없이 이 생바닥에서 러비더비더비하며 셔플댄스를 콩콩 쳐댄다.
뭐야 이건 또.
"어디냐니까."
"클럽."
#
안 간지 오랜데.
못 이기는 척 툴툴거리며 집을 나왔지만 아예 싫지만은 않았다.
사실 처음 간 것도 이성종 때문이고 미성년자임에도 클럽에서 놀수 있었던 것도 이성종 때문이었는데, 결국 또 가는 것도 이성종 때문이구나.
지하로 들어가는 계단을 내려가며 코를 찌르는 낯설지않은 향이나 주변의 시선들이 딱히 좋지만은 않았다.
키가 작거나 어려보이는 얼굴은 아니었지만 아직 고등학생인 티가 날 시기임이 틀림없었기에 이런 시선들은 당연하고, 당연했지만.
이성종이 이를 눈치챈건지 플로어와 멀어 눈에 잘 띄지않는 2층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랜만에 다가오는 느낌에 어색해 어쩔줄을 몰라하는 나와 다르게 이성종은 아주 자연스럽게 음악을 타며 흘러가고 있었다.
사실 평소에 드나들던 곳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지만 내 어깨에 팔을 두르는 것만큼 그냥 클럽 그 자체를 즐기고 있는 것같았다.
"형. 여기와서까지 축 처져있게? 남우현 다 죽었네."
그냥 지나가는 한 철 감기려니 생각하라는 이성종의 말에 나도 모르는새 수긍하고 있었다.
이건 자기합리화가 아니야. 사실인거지. 그냥 이런 일도 겪어봐야지 아 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구나, 나랑은 좀 안 맞는구나, 하지. 형, 듣고있지?
입으로는 계속 응, 응, 했지만 눈으로는 플로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늘 처음 만날 사이일텐데. 저렇게 자연스러운 스킨쉽과 애정어린 표현들. 다 어디서 나오는걸까.
정말 저 사람들은 사랑이 그렇게 쉬울까.
옛날의 나라면 알았겠지만 지금은, 잘 모르겠다.
손 까딱하면 입에서 나오는 말이 사랑해고 침대에 누워도 사랑해고. 사랑해였으니까.
나 이래뵈도 많이 착해졌는데.
"형 또 딴 생각한다."
이거이거. 눈치는 백단이지.
눈이 마주친 채 그저 어색하게 웃어보이자 이성종이 눈웃음을 치며 엉덩이를 내쪽으로 더 가까이해서 붙어앉는다.
손가락 하나 들어가지도 못할만큼 밀착해 앉아서는 어깨에 얼굴을 기댄채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본다.
"뭐 그렇게 어렵게살아요. 응? 그냥 내 마음가는대로, 몸가는대로 하면 되는걸. 꼭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야되?"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알긴 뭘. 사랑에 답도 있나."
"...있겠지."
내 소심한 대답에 이성종이 혼자 터져서는 기지배마냥 옆으로 쓰러져 깔깔대며 웃다가 나를 쳐다본다.
여전히 웃음기 어린 얼굴이다.
"사랑에 답이 있으면. 그럼. 섹스에도 답이 있나?"
"응?"
"아니, 답이 있다며. 그럼 정답지로 일일이 체크해보면서 하게? 키스는 입술, 턱선, 목선, 가슴팍으로 한단계씩 내려가야되고 시간도 몇분씩 이렇게 딱딱 정해서 해야되?"
센스쟁이 이성종의 약간은 야한 얘기에 긴장됐던 몸이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었다.
혼자 열을 내면서 답이 없다고 이것저것 설명을 들어가면서 말을 하는데 뭔가 웃기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이렇게 일일이 다 정해놓고 하면 재미없어. 그냥 꼴리는대로 하는게 최고야. 그래서, 공부보다 재밌잖아."
쪽. 방심한 사이 이성종이 볼에 입술을 닿았다 뗀다.
놀란 눈으로 쳐다보니 이게 꼴리는대로 하는거야, 라며 살랑살랑 눈웃음을 치는데 여기에 대고 뭐라고 할수도 없고. 나도 웃음으로 무마시켰다.
히히. 혼자 실컷 다 해놓고 나중에서야 조금씩 부끄러워지는지 손으로 부채질을 하기 시작한다.
으이그. 넌 나중에 섹스칼럼니스트라도 되려나보다.
머리를 부스스하게 헝클어뜨리니 싫다면서도 입에 웃음을 머금고있다.
"아 남우현! 하지마아!"
"어쭈 남우현? 형도 아니고 남우현이랬다?"
"아니, 악! 잘못했어 형! 아, 형!"
구석진 곳이라 주변 신경쓸 것도 없이 시시덕거리며 장난도 쉽게 칠 수 있었다.
아예 드러누운 이성종 위로 같이 드러누우며 괴롭히는데 여기가 클럽인지 안방인지.
나 또한 이곳에서 물 흐르듯 흘러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장난으로 일관하다 지쳐 다시 자세를 고쳐앉고 앉아있는데 이성종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하다 그 자리에서 일어난다.
"어디가."
"아니, 친구가 온다길래..."
앞으로 걸어가더니 2층 난간에 멈춰 팔을 기대고 아래를 내려다본다.
위에서 내려오는 빛에 윤곽이 더 도드라지게 드러나는 마른 몸매가 안쓰러울 정도다. 저게 남잔지 여잔지.
목도리를 두르면 뒷태만 보고 졸졸 쫓아오는 남자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말을 실감하며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기까지 한다.
사실 장난으로 한 말이긴 했지만 아예 말도 안되는 말은 아니니까.
사실 직접적으로 만나기 전에도 이성종에 대한 소문은 아주 자자했다. 그렇기에 난 이성종에 대해 아는 체를 하고, 이성종은 또 나를 편하게 대하며 여태껏 어영부영 이런 관계를 쭉 이어올 수 있었다.
물론 웬만한 여자보다 훨씬 더 예쁘네, 몸 잘 대주더네, 남자애들이랑 돈받고 한적도 있네, 등 듣기만해도 저절로 인상이 찌푸려질법한 질 나쁜 소문이긴 했지만.
가끔씩은 그런 말을 들을만도 할법하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언뜻보면 조금 안쓰럽기도 하다.
어디 좀 좋은 말로 표현해주면 안되나.
혼자 얼음물만 들이키며 삼천포로 빠져들 참에 다시 친구를 기다린다던 말이 생각나 다시 난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친구를 찾는다는게 맞는건지 한참을 부동자세로 있더니 눈을 돌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왜."
"저거. 저거저거. 김성규아냐?"
"뭐?"
누가 일어나라고한 것도 아닌데 저절로 몸이 벌떡 일으켜졌다.
김성규라니. 걔가 이런 곳에 올것같아?
"니가 잘못봤겠지. 그리고 어디에 있다는건데."
"저어기. 저거 맞잖아."
저거, 라며 긴 손가락으로 갈색빛의 머리통을 콕 집는다.
자세히 보이지않아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보니 맞는것같기도 하고. 내가 잘못본 것 같기도 하고.
그 갈색 머리통이 시끄러운 클럽 이곳저곳을 헤집고 다니는동안 맞나 안 맞나를 사이에 두고 이성종과 논쟁을 벌이는데 다시 시선을 돌렸을 땐 시야에서 사라진 후였다.
"아 씨. 말하는동안 없어졌잖아."
"왜. 김성규가 아닌지 맞는지가 그렇게 궁금해? 어짜피 이제 그런 사이도 아니잖아."
그런 사이.
살짝 움찔했지만 일부러 티내지 않으려고 됐다고 등을 홱 돌려버렸다.
그러게. 내가 걔랑 무슨 사이라고. 아니면 뭐 안심하고 맞으면 초조해하게? 그럼 왜 초조하지?
일부러 바닥 타일을 꾹꾹 누르며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겨보려는데 갑자기 이성종이 1층으로 뛰어내려간다.
"야! 어디가!"
냉큼 계단을 뛰어내려갔더니 이성종이 바 옆에서 고개만 빼꼼히 내밀고 어딘가를 쳐다본다.
옆으로 다가가 자연스럽게 시선이 간 쪽으로 눈이 가는데, 옷을 보니 아까 그 갈색 머리통이다.
북적거리는 플로어 이리저리를 헤메이다 이내 옆쪽에 자리한 한 테이블로 다가간다.
그러더니 테이블에 쓰러져있는 긴 생머리 여자 하나를 흔들흔들. 여자는 도무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결국 갈색 머리통은 그 여자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두른 채 낑낑거리며 입구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말라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저 작은 몸뚱아리가 성인여성 한명을 드는데 힘이 드는건 당연지사. 고개를 푹 숙이고 가다 앞에 그림자가 드리우니 얼굴을 든다.
"아."
"와, 나 시력 1.5 인증됐어. 대박."
눈을 감았다 떠봐도, 손등으로 아무리 부벼봐도, 틀림없는 김성규였다.
옆에서 호들갑을 떠는 이성종의 말따위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왜 쟤가 저기있지. 그리고 저 여자는.
모든게 꼬이고 꼬여서 도무지 이 상황에선 전혀 풀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이성종을 따라 클럽에 오는게 아니었어. 기분전환? 좆까.
"아 쟤 클럽 죽돌이래더니 맞나."
"클럽, 뭐?"
"아, 아니. 아는 형들한테 들었는데 쟤 여기 자주 온댔어. 누나들이 되게 좋아한대. 용돈준다그러면 저렇게 와서 데려가고."
"그거 진짜야?"
응. 고개를 끄덕이는 이성종.
그 이상으로, 나는 할 말이 없어졌다.
얘 말도 믿을 건 못 되지만 내 눈은 믿을 수 있으니까.
그저 멍하게 집에 올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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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깨이께이에요ㅜㅜ
인터넷이 자꾸 끊겨서 이글은 한 다섯번은 쓴거같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그래서 결국 오늘올려요 힝힝미안해요
오늘 너무 막장인가ㅋㅋㅋ께2깨2한테 좀미안하네요 제 필력이딸려서 느는게아니라줄어드는기분잉에요ㅋㅋㅋㅋㅜㅜ
핱튼! 남은 수요일잘보내세요..아...알려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