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울리야
바밤바
이젠 연습실 가는게 너무 싫어. 계속 꾀를 피워... 어디 아프다 어디 가야한다, 시험기간이다 말도 안되는 변명을 계속했어. 나의 행동은 신인기획팀 실장님 귀에 까지 들어갔나봐, 아 실장님 오랜만에 뵈는건데 이렇게 혼나는일로 뵈려니 너무 부담스러운거야. 팀장님이 막다막다가 못 막아서 실장님 귀에 들어간 모양이야. 실장님은 날보고 인사 조차 하지 않았어. 나도 실장님 얼굴 보기가 너무 껄끄러웠어.
실장님은 전화를 하고 계셨고 나는 조용히 실장님 쇼파 한켠에 앉아있었어. 통화를 들어보니 빅스이야기 였어.
"네, 아 박피디님 네에~ 저번에 제가 부탁한거 기억하죠? 네네. 어휴 그렇게 해주시면 저희는 그저 감사하죠! 네네, 나중에 뵙겠습니다, 네."
실장님은 전화를 끊고 내 맞은편에 앉았어. 무거운 침묵을 깨고 실장님이 입을 열었어.
"김별빛 너 요새 왜 이렇게 연습실 안나와?"
"..."
"잘리고 싶어?"
"..."
"아니면 진짜 연습생들 말대로 라비 믿고 나대는거야?"
"..아..무슨"
"니가 말 안해도 무슨 소문 돌고 니 입장이 어떤지 김팀장한테 들어서 다 알아. 근데 너는 비겁하게 도망치고 있어. 니가 라비 동생때문이 아닌 라비 빽이 아닌 니 실력으로 들어왔다는걸 니가 보여줘야지 너는 그저 소문 낸 연습생들 탓을 하면서 피하고 있어"
"..."
"안그래?"
"맞습니다..."
"그 소문 낸 두명 퇴실조치 했다. 어차피 그 둘은 우리 연습실 트러블메이커 였어,"
"네?"
"너 때문이 아니야"
"아..."
"그리고 이번주 일요일 기억하지? 9시까지 여기로 오면 된다"
"실장님 그건 진짜 아닌거 같아요..."
"이제 말하는거지만, 너 걸그룹으로 데뷔 시킬 생각없었어... 그건 김팀장 생각이고 별빛아 연기자로 전향하는건 어때?"
"네?"
"너 이제 춤 연습 이런거 그만하고 연기자 준비하자"
"하지만 팀장님 저는 가수가 하고싶어요..."
"후... 그래 알았다 연습실로 돌아가 근데 한번 생각해봐 알겠지?"
"네.."
"별빛아 그만 도망쳐, 너는 충분히 실력이 있어"
그 둘의 퇴실은 나에게 다른 시련이되어 돌아왔어. 내가 팀장님께 꼰질러서 퇴실을 시켰다고 다른식으로 소문이 난거야. 하지만 이제는 도망치지 않아! 실장님 말 그대로야 난 비겁했어. 계속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도망치려고만 했어... 이제 오빠 이름에 먹칠 안하도록 연습도 열심히하고 변명도 그만할거야.
*
드디어 일요일이 됐어. 정말 이래도 되는걸까? 이게 과연 오빠들한테 득이 될까?? 9시에 맞춰 입고오라던 교복을 입고 사옥앞에 도착했어. 팀장님이 나를 데리고 인기가요 대기실로 들어갔어. 오랜만에 본 오빠는 살이 더 빠져있더라.
오빠는 내가 오는걸 몰랐었나봐. 그렇게 싸우고 오빠 처음보는건데 오빠는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나를 안아줬어. 사실 좀 더 좋은건 오랜만에 택운오빠를 봐서이기도 해. 나 연습실나가고 오빠 데뷔하고 몇번 보긴했지만 항상 택운오빠는 자기 바빴거든.
"오빠 살빠졌어?"
"아니~ 안빠졌어 우리 공주가 더 빠진거같은데?"
나와 오빠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잠시 밖에 다녀온 학연오빠와 재환오빠가 들어오는거야.
"쨍! 오랜만~"
"학연오빠도 잘 지냈어?"
"그럼, 쨍 요새 연습 힘든건 없어?"
"똑같지 뭐.."
나랑 다른 멤버 오빠들이랑 반갑게 인사하고 있는데 오빠가 문득 실장님께 말했어.
"근데 실장님 별빛이는 여기까지 왜 왔어요?"
"..어?"
"굳이 별빛이가 여기까지 올 필요 없잖아요?"
아마 나를 언론플레이에 이용한다고 하면 난리가 날거야. 오빠 나 집에 감금 시킬수도 있어... 아니나 다를까 실장님께 설명을 들은 오빠는 노발대발 화가 나서 나보고 당장 집으로 돌아가라고 난리도 아니야.
그러다가 결국 설득끝에 오빠도 수긍하게 됐어. 내가 등장할 타이밍? 등장이라기 보다는 잠시 카메라에 비춰지는 형식이야. 오빠들 무대 끝나면 잠시 객석 잡는데 거기에 내가 1초? 2초? 정도 등장하는거야. 회사와 오빠는 이렇게 타협했어. 악성 댓글이 많이 달리면 기사 내리기로, 억측이 난무하면 바로 해명하기로 말이야. 으아으아 드디어 오빠들 차례야.
나는 객석 맨앞에 자리했어. 팬분들이 뭐야? 하면서 나를 흘깃흘깃 보는거야. 나 알아보면 어쩌지? 내 얼굴 아는 홈마는 없겠지? 근데 카메라를 든 몇몇 팬들이 나를 보고 수근거리는거야. 그리고 다가와서 말을 거는거야.
"혹시... 원식이 동생아니예요?"
"아..아닌데요"
"맞는거 같은데.."
"아니라구요!"
내가 소리를 지르자 팬들은 아니면 아니지 왜 소리는 지르고 지랄이야, 이러면서 갔어. 사실 나 저 사람 본적이 있어. 나랑 오빠랑 오빠 잠시 쉴때 놀러나갔는데 어떻게 알고 쫓아왔더라고... 내가 팬들한테 노출되는걸 싫어하는걸 알고 오빠는 쓰고 있던 마스크랑 모자를 나한테 줬어.
팬들은 웅성거렸지만 이내 오빠들 무대가 시작되고 나서 나한테는 아무도 신경을 안썼어. 나는 실장님이 준 플래카드를 들지도 내리지도 못한채 쭈뼛거리고 있는데 오빠 무대가 다 끝나가려고 하는거야. 그래서 부랴부랴 플래카드를 들었어.
오마이갓, 오빠들 무대가 끝나고 큰 카메라 하나가 내 얼굴을 찍고 지나갔어.... 이제 돌이킬수 없어. 오빠들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내려갔어. 나도 대기실로 돌아갔지.
알지? 생방송 5분 딜레이되서 방송되는거... 실장님이랑 매니저님들 멤버 오빠들이랑 다 같이 보여서 모니터를 하는데.
'다 이뤄지리라' 마지막 파트가 나오고 홍빈오빠 얼굴이 클로즈업 됐다가 멀이지는 뜬금없이 내얼굴이 나오는거야!! 이건 뭔 개연성 없는 카메라 워크래???? 안봐도 뻔하다. 나는 이미 죽어라 욕을 먹고 있을것이다.
절망이야...... 망했어, 얼굴도 완전 못생기게 나왔어. 눈물난다. 대기실에서 높으신분들 다 있는데서 결국 나는 대성통곡을 하고 집으로 돌아갔어. 아... 그 다음날 눈을 보니 완전 개구리눈이더라.
학교를 가는데 다 나보고 웅성거리는거 같고, 연습실 가는데 스쳐지나가는 사람들도 다 내 이야기 하는거 같아. 어쩌지?
아 오늘 연습실에 너무 일찍 나왔어. 할것도 없는데... 연습실 한켠에 있는 어제 오빠들 기사를 검색하는데 반이 내 기사야... [빅스 컴백무대 마지막 장면 여학생 누구?],[인기가요 빅스녀의 정체는 ...? ] 들어가보면 나에 대해 나와있지도 않아. 그리고 커뮤니티들도 난리야 그 교복입은애 누구냐고.... 알리가 없지, 내가 라비 동생이라는걸.....
하... 내 기사를 눌러서 보니까, 댓글 보지말껄. 괜히 봤어. 정말 가관이였어. 익명이라고 해도 그렇지 어쩌면 이렇게 막말을 할수가 있지? '곧 데뷔하겠네ㅋㅋㅋㅋ', '근데 빅스가 누구임?', '언플할 그룹이 없어서 빅스?ㅋㅋㅋ' 정말 상처다.
역시 나는 오빠들한테 짐이였나봐.
"뭐해?"
기사를 보고 절망해서 고개를 숙였다가 기사를 끄려고 고개를 들었는데 맞은편에 상혁오빠 얼굴이 있는거야. 너무 놀래서 손으로 퍽, 소리나게 상혁오빠 얼굴을 밀었어. 정말 오늘 재수 더럽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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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희귀하다는 모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