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이 와, 우리를 따뜻하게 덮어주었던 눈이.
[세븐틴/김민규] 첫눈 for 쿠조
w. 뿌존뿌존
"눈 오네?"
찬의 목소리가 가만히 귀를 간질인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눈, 뭐 어쩌라고. 괜히 틱틱대자 연필 뒷꽁무니를 가만히 씹던 찬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내 볼을 가볍게 툭툭 친다.
너 눈 좋아했잖아. 왜 그래? 왜 그러긴. 망할 김민규 때문이지 뭐. 찬에겐 할 수 없는 말을 속으로 삼키며 바깥을 내다봤다. 눈이 내린다. 네 웃음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아 커튼을 치곤 책상에 엎드렸다. 이렇게 좋은데, 너만 없다. 어딨는데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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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여?"
동장군. 네가 소개한 너. 안녕, 동장군 김민규야. 겨울을 주관하지! 뭔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람,
귀를 후비적대며 내 방 베란다에 앉아있던 널 흘겨보던게 기억난다. 112에 신고하겠다고 난리를 치니까 자신이 보이냐며 더 난리를 쳐대던 김민규 자식,
"어때, 시원하지?"
무더운 여름날, 힘들어하는 날 위해 내 머리위에 작은 눈구름을 띄워주던 널 기억한다.
그때의 네 모습은 마치 놀이공원에 처음 가 본 아이 처럼 맑았었는데. 눈이 녹아서 바닥이 젖는다고 난리를 치니까 더워 죽을 것 같다던건 너라며 더 난리를 쳐대던 김민규 자식,
"그래서, 이젠 겨울이니까 못 온다고?"
응, 날 찾는 사람이 좀 많아야지. 내 옆에 누워선 아이스크림을 우적대던 네 모습을 기억한다.
그래, 겨울이지, 겨울인데. 밖엔 이렇게 첫눈이 오는데 왜 넌 없는거야. 눈사람이라도 만들어야 되는건가, 눈사람을 만들어서 널 불러내야하는건가.
"겨울이 와서 내가 네 옆에 자주 올 순 없을지라도,
눈보면서 내 생각 한다면 좋겠네"
첫눈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면 행복할텐데, 하지만 바빠보여, 이렇게나 눈이 많이 오는걸. 날 위한 눈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눈이라는걸 잘 아는걸.
밖에 눈이 온다. 엎드린 날 보던 찬이 시선을 거둔다. 창문에 서린 김에 가만히 손을 뻗어 글씨를 끄적인다.
김민규. 개자식.